<금주의 사건 X파일>

前 고용주 폭행한 ‘조폭’
“밀린 월급 왜 안줘”

업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폭 출신의 ‘해결사’를 고용한 유흥업소 업주가 오히려 협박,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인천계양경찰서는 지난 4일, 자신이 일하는 유흥주점 주인에게 협박과 폭행을 하며 현금 등을 빼앗으려 한 혐의(공갈미수)로 박모(29)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정모(28)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친구사이인 이들은 지난달 10일 오전 1시30분쯤 인천시 계양구 계산동의 A 노래클럽에서 주인 김모(26)씨에게 문신 등을 보여주고 자신들이 조폭이라고 협박하며 주먹과 발로 폭행을 한 뒤 현금 700만여원을 빼앗으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는 김씨에게 해결사로 고용된 ‘직원’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달에 250만원을 받고 술집에서 행패 등을 부리는 손님을 처리하는 해결사로 일했던 것.

그러다 클럽 매상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김씨가 박씨를 해고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김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 일당은 ‘밀린 3개월분 임금을 달라’며 폭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친구죽음에 자살한 40대
“친구야 나도 같이 가자”

친구의 죽음에 음독자살을 시도했던 40대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지난 2일 오후 12시쯤 청원군의 한 주택 안방에서 A(41)씨가 살충제를 먹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는 것을 A씨의 어머니(65)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3일 오전 11시쯤 숨졌다. A씨의 어머니는 경찰에서 “지난달 30일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내 온 친구의 장례를 치르고 온 아들이 무척 슬퍼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유족들의 말에 따라 A씨가 친구의 죽음을 슬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망원인을 조사 중이다.

딸 남친 청부폭행한 부모 스토리
“내 딸 집나가게 한 놈 혼내 줘”

창원중부경찰서는 딸이 가출하자 심부름센터 직원을 고용해 딸의 남자친구를 납치,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은 조모(55)씨 부부와 심부름센터 직원 3명을 특수강도 등 혐의로 붙잡았다. 조씨 부부는 지난해 12월 딸(26)이 가출하자 남자친구 남모(29)씨의 꾐에 빠진 것으로 오해해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남씨를 혼내 주라”고 의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최모(37)씨 등 3명은 조씨 부부의 부탁을 받고 지난해 12월14일 오전 8시30분쯤 남씨를 납치, 승용차 안에서 마구 폭행한 뒤 현금카드를 빼앗아 1000만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조씨 부부가 최씨 등에게 비용조로 800만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조씨의 딸은 우울증세로 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조씨가 남씨와 합의한 것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한 뒤, 검찰 지휘를 받아 신병을 처리하기로 했다.

짝퉁명품 일본인에 판매한 일당 검거
롤렉스시계가 30만원?
짝퉁명품을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팔아온 판매업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외사범죄수사대는 일본인 관광객을 상대로 해외 유명상표를 도용한 가방과 지갑, 시계 등을 판매한 혐의(상표법 위반)로 유모(46)씨 등 2명을 붙잡아 유씨를 구속하고 김모(36)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 등은 지난해 9월 서울 한남동 주택가에 비밀 판매장을 차리고 여행사 가이드나 서울 명동의 호텔 주변 모범택시기사들에게 매장을 홍보해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한 뒤 이들에게 ‘짝퉁’ 제품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 등은 손님을 데려오면 판매금의 10%를 사례금으로 주는 한편 호텔 등으로 셔틀 승합차 2대를 운행해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최근까지 5개월간 월평균 3000만원어치를 판매해 1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유씨의 매장에서 루이뷔통, 롤렉스 등 상표를 위조한 가방과 시계, 지갑, 구두 등 짝퉁 2400여 점을 압수했는데 정품 시가 300억원 상당에 이른다고 전했다.

만취 여성 따라가 성추행한 10대
짧은 치마 보고 흥분해서 그만

부산 사상경찰서는 술에 취한 여성을 쫓아가 성추행 한 뒤 돈을 빼앗은 혐의로 김모(19)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김군은 지난달 24일 새벽 2시쯤 사상구 감전동의 한 주택가에서 A(21·여)씨를 성추행하고 A씨의 지갑 안에 있던 현금 5만 원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김군은 술에 취한 A씨가 짧은 치마를 입고 택시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뒤따라가 이 같은 짓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교제 반대하는 여친 부모 살해한 20대
“딸 못 줘? 그럼 죽어줘야지”

교제를 반대하는 여자 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20대가 경찰에 검거됐다. 강원 속초경찰서는 지난 3일 살인 혐의로 이모(26)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이날 오전 2시쯤 속초시에 있는 여자친구 장모(19)양의 집에 찾아가 부모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던 중 ‘더 이상 만나지 말라’고 교제를 반대하는 데 앙심을 품고 장양의 아버지(45)와 어머니(43)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다.

이씨는 이어 장양을 방으로 끌고 들어가 목을 졸라 살해하려다 반항하자 미수에 그치고 달아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흉기를 들고 장양 집 주변을 배회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씨는 지난해 2월부터 장양과 사귀다 헤어진 후 최근 다시 만나 교제를 이어가려 했으나 부모가 반대하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6년 만에 들통 난 ‘보험사기’
“잘 숨어 지냈는데…”

사업에 실패하자 가족과 짜고 중국에서 사망한 것처럼 꾸며 5억원대의 보험금을 타낸 40대가 국내에 들어와 신원을 회복하려다 범행 6년여 만에 덜미를 잡혔다. 경기도 일산경찰서는 지난 3일 중국병원에서 사망증명서를 위조, 허위 사망신고를 해 5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타낸 혐의(특경가법상 사기)로 박모(49)씨와 박씨의 누나(51) 2명을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박씨의 부인 이모(45)씨와 보험설계사 고모(48·여)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박씨의 친구 주모(42)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한편 사망진단서를 위조해 준 조선족 박모(45)씨 등 3명의 신원 파악에 나서는 등 공범 4명을 추적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1년과 2002년 3개의 보험을 가입했으나 2003년 6월 보험금을 더 이상 내지 못해 실효됐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실패한 박씨는 2003년 7월29일 국내로 들어와 미납된 보험금을 내고 이틀 뒤 중국으로 다시 출국했다.

박씨의 누나는 이후 “박씨가 그해 8월27일 중국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며 중국병원의 사망진단서를 첨부, 경남 밀양시청에 사망신고했고 박씨 누나와 부인 이씨 등 가족들은 보험사로부터 모두 5억200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이 보험사기 사건은 신원을 되살리려는 박씨의 출현으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중국 칭다오 영사관을 찾아 “한국 사람인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며 자신의 신원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산경찰서는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전해 받은 박씨의 지문을 통해 박씨의 신원과 가족들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낸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끝에 박씨가 벌인 자작극임을 밝혀냈다. 경찰은 “박씨가 사업에 실패하자 돈을 빌려 쓴 누나, 부인과 짜고 중국에서 사망진단서를 위조해 허위 사망신고를 하고 보험금을 타내려 했다”고 전했다.

내연녀 살해한 40대
“왜 모른 척 해!”

전남 순천경찰서는 지난 1일 “아는 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내연녀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모(40)씨를 붙잡았다. 경찰에 따르면 구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8시쯤 순천시 모 횟집 앞에서 내연녀인 A(48)씨가 다른 남자와 술 마시러 이 횟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뒤따라갔으나 모른 체하자 말다툼 끝에 A씨를 갖고 있던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씨는 A씨가 평소 자주 만나주지 않는데 앙심을 품어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400m가량 떨어진 골목길 공터에 숨어 있던 구씨를 붙잡아 상의 안주머니에서 피 묻은 흉기를 발견하고 범행사실을 자백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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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