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만 즐거운 ‘가면 우울증’ <실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인기를 모았던 한 연예인이 ‘가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대중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속은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비스직 종사자나 봉사자들, 심지어 시부모를 대하는 며느리들까지도 가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면 우울증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 외엔 딱히 치료법도 없어 환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가면으로 중무장한 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연예인 김나영 ‘가면 우울증’ 걸린 사실 알려져 주목
고객 앞에서 늘 미소 짓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에 흔한 질병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28·여)씨는 직장동료들이나 고객들에게 ‘해피걸’로 통한다. 언제나 명랑하고 생글생글 잘 웃어 생긴 별명이다. 그런 이씨는 최근 TV를 보다 절절하게 공감하며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연예인 김나영이 가면 우울증을 진단받았던 프로그램이다. 자신도 수년째 김나영과 같은 증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 앞에선 방글방글
마음 속으론 울컥울컥

이씨가 가면 속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한 3년 전부터였다. 직업 특성상 늘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이씨는 어느 순간부터 감정과는 상관없이 억지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즐겁고 행복할 때나 지었던 미소가 즐겁지 않은 근무시간 내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마음속은 늘 우울하고 불안했다. 억지웃음을 짓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피로감은 더해갔다.

몸의 이상도 찾아왔다.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때로 심장이 툭 떨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편두통도 심해져 두통약을 달고 살기도 한다.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보니 어깨가 자주 뭉치고 허리통증도 얻었다. 이씨는 이 모든 증상들이 가면 우울증에서 비롯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직장을 관두는 것 외엔 병을 치유할 길이 없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간 상사나 고객들로부터 화살이 날아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병은 나날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씨가 점점 더 우울해지는 이유는 또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는 탓에 이씨에게도 불만이 있고 힘이 든다는 걸 아무도 몰라주기 때문이다.

이씨는 “얼마 전에 한 고객이 와서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고 따졌는데 웃고 있는 날 보더니 ‘이 정도로 하는데도 화도 안내고 웃고 있다니. 대단하네’라고 비꼬았다”며 “나도 물론 눈물이 날 정도로 화가 났지만 손님 앞이라 억지로 견뎠을 뿐인데 그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걸 보니 내 직업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이씨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은 또 있다. 가족들과 남자친구 등 주위사람들이다. 이씨는 “나도 모르게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게 된다”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수록 점점 사람들이 주위에서 떠나는 것 같아 더욱 외롭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최근 정신과상담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한다. 몸이 아플 때조차도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뒤부터다.

최근 뼈를 맞추는 수술을 한 이씨는 수술 도중에도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씨에게 의사는 “혹시 서비스직에 종사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보통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픈 치료를 받아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씨는 “그렇게 아픈 순간에도 얼굴은 웃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정말 미쳐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과병원을 알아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가면 우울증에 걸린 후로 술을 마시는 날도 늘어나고 있단다. 유난히 술이 약해 회식자리조차 피해온 이씨는 혼자 술잔을 기울일 만큼 술을 먹는 횟수가 늘었다.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씨는 “나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고충을 털어놓고 한바탕 울고 나면 조금은 답답한 속이 풀린다”며 “알콜중독자의 80%가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술주정도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한다. 술의 힘을 빌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시기도 한다고. 이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면을 벗을 때는 술에 취해 정신줄(?)을 놓았을 때뿐이다”라고 씁쓸해했다. 이씨는 대부분의 서비스직종 종사자들은 비슷한 증상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이씨는 “남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남을 돕는 일은 잘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에는 무심하거나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것이 서비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라고 호소했다.

가면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업은 또 있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등 환자들을 돌보는 직업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47·여)씨는 최근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화병’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치매노인들을 돌보다보면 솔직히 짜증이 나는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그럴 때마다 화가 치밀지만 차마 환자에게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어 끙끙 앓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보람 느끼려 시작했는데…”
화병만 얻어 우울증 심각

심지어 김씨는 성추행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고 한다. 때로 일부 노인들이 부축하는 틈을 타 몸을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하는데 이 때 조차도 웃어야한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아픈 노인들을 보살피는 것에 보람을 느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는데 화병까지 얻고 보니 일에서 아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가면 우울증은 특정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본심을 숨기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하는 인간관계에 놓인 이들에게도 가면 우울증은 나타난다. 이들 중 하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들이다. 서모(32·여)씨는 다가오는 설이 두렵기만 하다. 시어머니 얼굴을 보면 치유되는 듯 했던 우울증이 다시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결혼 후 3년 동안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 지난해 분가한 서씨는 최근까지도 가면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착하고 상냥한 며느리로 보이고 싶어 늘 웃는 얼굴로 시부모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고. 하지만 시어머니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진심으로 시부모님을 봉양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가식적으로 시부모를 대하게 됐단다. 그때부터 서씨에게 가면 우울증이 생겼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시어머니를 보면 울컥 화가 치밀 때도 있었지만 며느리라는 이유로 웃음을 지어보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몸에 이상이 왔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한숨을 크게 쉬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 없었고 소화불량증세까지 생겨 소화제를 밥 먹듯이 삼켰다고 한다. 남편과의 사이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에게 당한 분풀이를 남편에게 쏟아내기 일쑤인 탓이다. 서씨는 “분가를 하고 시어머니를 대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들도 조금씩 호전이 되고 있는데 설 연휴동안 다시 병이 도질 것 같아 벌써부터 심란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난 가중되면서 가면 우울증 시달리는 신입사원 증가
‘화’ 숨기지 말고 그때그때 감정 푸는 것이 치유 방법


최근에는 취업난 심화로 일반 신입사원들에게도 가면 우울증이 퍼져나가고 있다. 상사들에게 속마음을 드러내 ‘버릇없는 신입’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 두려워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데서 비롯된다. 3개월 전 한 기업에 입사한 정모(28)씨도 자신이 가면 우울증의 전초증상이 생겼다고 말한다. 복사심부름부터 커피타기, 잔심부름, 술상무까지 온갖 잡일을 도맡고 있다는 정씨.

업무 외의 일을 지시받을 때면 부당하다는 생각부터 들지만 이 마음을 표출할 수는 없다. 그저 웃으면서 묵묵히 시키는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즐거운 마음으로 웃음을 지을 수가 없었고 그런 자신이 가면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정씨는 “백화점 여직원들이나 걸리는 병인 줄 알았던 가면 우울증이 나에게도 생길 줄은 몰랐다”며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몰라 두려운 신입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우울증에 시달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면 우울증은 다양한 직업과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준다. 특별한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것일까. 먼저 아무리 화가 나고 분해도 아무렇지 않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것이다. 또 우울한 마음을 벗어버리기 위해 도박이나 술, 섹스 등 쾌락을 추구하는 취미에 빠지기 쉽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폭력이나 위험한 장난, 성적 문란 등의 행동을 보인다.

육체에도 병이 찾아온다. 내과증상으로는 두통, 현기증, 저혈압, 불면증, 지율신경실조증, 심장신경증, 만성위염, 신경성구토, 식욕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근육통, 요통, 관절통, 경부외상후유증 등 정형외과 증상도 나타난다. 갱년기장애나 신경성방광염, 발기부전 등의 병으로 성생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밖에도 이명이나 인후두신경증, 안구피로 등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가면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가면 우울증도 우울증의 한 종류인 만큼 먼저 우울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옳다.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를 받아 우울증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가면 우울증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서 비롯되는 병인만큼 순간순간 쌓인 감정은 빠른 시간 안에 해소하는 것이 좋다. 직장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가벼운 맥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방법 중 하나. 하지만 폭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순간순간 쌓인 감정
빠른 시간 내 풀어야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가벼운 운동으로 밤잠을 잘 오게 만드는 것이 좋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맥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로 속을 끓이는 대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들을 사귀어 행복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취미생활을 가지는 것도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요령 중 하나다. 단 중독성이 강한 취미생활은 피해야 한다. 가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취미생활에 깊이 빠져들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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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