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만 즐거운 ‘가면 우울증’ <실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으로 인기를 모았던 한 연예인이 ‘가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대중에게 밝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겉모습과는 달리 마음속은 우울함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이는 비단 연예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비스직 종사자나 봉사자들, 심지어 시부모를 대하는 며느리들까지도 가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가면 우울증은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 외엔 딱히 치료법도 없어 환자들을 괴롭히고 있다. 가면으로 중무장한 채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연예인 김나영 ‘가면 우울증’ 걸린 사실 알려져 주목
고객 앞에서 늘 미소 짓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에 흔한 질병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모(28·여)씨는 직장동료들이나 고객들에게 ‘해피걸’로 통한다. 언제나 명랑하고 생글생글 잘 웃어 생긴 별명이다. 그런 이씨는 최근 TV를 보다 절절하게 공감하며 자신의 처지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연예인 김나영이 가면 우울증을 진단받았던 프로그램이다. 자신도 수년째 김나영과 같은 증상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손님 앞에선 방글방글
마음 속으론 울컥울컥

이씨가 가면 속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직장생활을 하기 시작한 3년 전부터였다. 직업 특성상 늘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해야 하는 이씨는 어느 순간부터 감정과는 상관없이 억지로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즐겁고 행복할 때나 지었던 미소가 즐겁지 않은 근무시간 내내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달리 마음속은 늘 우울하고 불안했다. 억지웃음을 짓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피로감은 더해갔다.

몸의 이상도 찾아왔다.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때로 심장이 툭 떨어지는 기분까지 들었다. 편두통도 심해져 두통약을 달고 살기도 한다. 긴장 속에서 하루를 보내다보니 어깨가 자주 뭉치고 허리통증도 얻었다. 이씨는 이 모든 증상들이 가면 우울증에서 비롯됐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나 직장을 관두는 것 외엔 병을 치유할 길이 없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간 상사나 고객들로부터 화살이 날아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병은 나날이 깊어져만 가고 있다. 이씨가 점점 더 우울해지는 이유는 또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는 탓에 이씨에게도 불만이 있고 힘이 든다는 걸 아무도 몰라주기 때문이다.

이씨는 “얼마 전에 한 고객이 와서 서비스에 불만이 있다고 따졌는데 웃고 있는 날 보더니 ‘이 정도로 하는데도 화도 안내고 웃고 있다니. 대단하네’라고 비꼬았다”며 “나도 물론 눈물이 날 정도로 화가 났지만 손님 앞이라 억지로 견뎠을 뿐인데 그런 식으로 비아냥거리는 걸 보니 내 직업에 회의가 들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런 이씨로 인해 고통을 받는 사람은 또 있다. 가족들과 남자친구 등 주위사람들이다. 이씨는 “나도 모르게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사소한 일로 짜증을 내게 된다”며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수록 점점 사람들이 주위에서 떠나는 것 같아 더욱 외롭다”고 털어놨다. 이씨는 최근 정신과상담을 심각하게 고려중이라고 한다. 몸이 아플 때조차도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 뒤부터다.

최근 뼈를 맞추는 수술을 한 이씨는 수술 도중에도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이씨에게 의사는 “혹시 서비스직에 종사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보통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아픈 치료를 받아도 아픈 티를 내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였다. 이씨는 “그렇게 아픈 순간에도 얼굴은 웃고 있는 나를 보면서 내가 정말 미쳐가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과병원을 알아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가면 우울증에 걸린 후로 술을 마시는 날도 늘어나고 있단다. 유난히 술이 약해 회식자리조차 피해온 이씨는 혼자 술잔을 기울일 만큼 술을 먹는 횟수가 늘었다. 술기운을 빌리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이씨는 “나와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면서 고충을 털어놓고 한바탕 울고 나면 조금은 답답한 속이 풀린다”며 “알콜중독자의 80%가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이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술주정도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한다. 술의 힘을 빌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시기도 한다고. 이씨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가면을 벗을 때는 술에 취해 정신줄(?)을 놓았을 때뿐이다”라고 씁쓸해했다. 이씨는 대부분의 서비스직종 종사자들은 비슷한 증상에 시달린다고 말한다. 이씨는 “남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남을 돕는 일은 잘하지만 정작 자신의 문제에는 무심하거나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는 것이 서비스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라고 호소했다.

가면 우울증에 시달리는 직업은 또 있다. 간호사나 요양보호사 등 환자들을 돌보는 직업이다.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47·여)씨는 최근 가슴이 답답한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화병’이란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치매노인들을 돌보다보면 솔직히 짜증이 나는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며 “그럴 때마다 화가 치밀지만 차마 환자에게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어 끙끙 앓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보람 느끼려 시작했는데…”
화병만 얻어 우울증 심각

심지어 김씨는 성추행을 당하고도 하소연할 곳조차 없다고 한다. 때로 일부 노인들이 부축하는 틈을 타 몸을 더듬는 등의 성추행을 하는데 이 때 조차도 웃어야한다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아픈 노인들을 보살피는 것에 보람을 느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땄는데 화병까지 얻고 보니 일에서 아무런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가면 우울증은 특정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본심을 숨기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하는 인간관계에 놓인 이들에게도 가면 우울증은 나타난다. 이들 중 하나는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며느리들이다. 서모(32·여)씨는 다가오는 설이 두렵기만 하다. 시어머니 얼굴을 보면 치유되는 듯 했던 우울증이 다시 생길 것만 같은 불안감 때문이다. 결혼 후 3년 동안 시부모님과 함께 살다 지난해 분가한 서씨는 최근까지도 가면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다.

착하고 상냥한 며느리로 보이고 싶어 늘 웃는 얼굴로 시부모님이 시키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다고. 하지만 시어머니의 요구는 끝이 없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진심으로 시부모님을 봉양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억지웃음을 지으며 가식적으로 시부모를 대하게 됐단다. 그때부터 서씨에게 가면 우울증이 생겼다.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시어머니를 보면 울컥 화가 치밀 때도 있었지만 며느리라는 이유로 웃음을 지어보였던 것이다.

이때부터 몸에 이상이 왔다고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한숨을 크게 쉬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 견딜 수 없었고 소화불량증세까지 생겨 소화제를 밥 먹듯이 삼켰다고 한다. 남편과의 사이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시어머니에게 당한 분풀이를 남편에게 쏟아내기 일쑤인 탓이다. 서씨는 “분가를 하고 시어머니를 대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우울증으로 인한 증상들도 조금씩 호전이 되고 있는데 설 연휴동안 다시 병이 도질 것 같아 벌써부터 심란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난 가중되면서 가면 우울증 시달리는 신입사원 증가
‘화’ 숨기지 말고 그때그때 감정 푸는 것이 치유 방법


최근에는 취업난 심화로 일반 신입사원들에게도 가면 우울증이 퍼져나가고 있다. 상사들에게 속마음을 드러내 ‘버릇없는 신입’으로 낙인이 찍힐 것이 두려워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데서 비롯된다. 3개월 전 한 기업에 입사한 정모(28)씨도 자신이 가면 우울증의 전초증상이 생겼다고 말한다. 복사심부름부터 커피타기, 잔심부름, 술상무까지 온갖 잡일을 도맡고 있다는 정씨.

업무 외의 일을 지시받을 때면 부당하다는 생각부터 들지만 이 마음을 표출할 수는 없다. 그저 웃으면서 묵묵히 시키는 일을 할 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즐거운 마음으로 웃음을 지을 수가 없었고 그런 자신이 가면 우울증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정씨는 “백화점 여직원들이나 걸리는 병인 줄 알았던 가면 우울증이 나에게도 생길 줄은 몰랐다”며 “언제 목이 날아갈지 몰라 두려운 신입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이런 우울증에 시달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가면 우울증은 다양한 직업과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찾아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준다. 특별한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의 특징은 어떤 것일까. 먼저 아무리 화가 나고 분해도 아무렇지 않게 사람 좋은 웃음을 짓는 것이다. 또 우울한 마음을 벗어버리기 위해 도박이나 술, 섹스 등 쾌락을 추구하는 취미에 빠지기 쉽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폭력이나 위험한 장난, 성적 문란 등의 행동을 보인다.

육체에도 병이 찾아온다. 내과증상으로는 두통, 현기증, 저혈압, 불면증, 지율신경실조증, 심장신경증, 만성위염, 신경성구토, 식욕감퇴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근육통, 요통, 관절통, 경부외상후유증 등 정형외과 증상도 나타난다. 갱년기장애나 신경성방광염, 발기부전 등의 병으로 성생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밖에도 이명이나 인후두신경증, 안구피로 등이 찾아올 수 있다.

그러면 가면 우울증은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가면 우울증도 우울증의 한 종류인 만큼 먼저 우울증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옳다. 필요하다면 약물치료를 받아 우울증이 심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또 가면 우울증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는데서 비롯되는 병인만큼 순간순간 쌓인 감정은 빠른 시간 안에 해소하는 것이 좋다. 직장동료들이나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가벼운 맥주 한잔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방법 중 하나. 하지만 폭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순간순간 쌓인 감정
빠른 시간 내 풀어야

규칙적인 운동도 필수적이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대부분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더 심해질 수 있으므로 가벼운 운동으로 밤잠을 잘 오게 만드는 것이 좋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인맥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로 속을 끓이는 대신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들을 사귀어 행복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

취미생활을 가지는 것도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요령 중 하나다. 단 중독성이 강한 취미생활은 피해야 한다. 가면 우울증 환자의 경우 우울증에서 벗어날 요량으로 취미생활에 깊이 빠져들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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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