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앞둔 대학가 신풍속도<현장>

동거는 OK! 사생활 침해는 NO!


서울 신촌의 한 대학가. 예비 입학생인 강수진(19·여·가명)양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벌써 몇 일째 대학 근처 부동산을 돌며 방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게 방이 구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방은 턱없이 비싸고 형편에 맞는 방은 너무 열악했다.

고심 끝에 강양은 ‘하우스메이트’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월세라도 아껴볼 요량이다.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목적으로 ‘동거’를 선택한 것. 갈수록 치솟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라 생활비라도 아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신입생인 강양을 짓누르고 있는 탓이다.


신주거풍속…룸메이트는 ‘싫어’ 하우스메이트 ‘좋아’
보증금·생활비 줄일 수 있다면 생면부지라도 OK


개강을 앞둔 전국 대학가에 ‘하우스메이트족’이 급증하고 있다. 하우스메이트는 한 집에서 살면서 집세와 생활비를 나눠 부담하는 새로운 주거형태. 전·월세값 폭등으로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생활비도 줄이고
사생활 보장받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점점 대학가 자취방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상황이라 하우스메이트를 할 수 있는 집을 구하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며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하우스메이트로 대거 전향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수원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송모(22·여)씨. 지난 2년간 혼자 자취생활을 했던 그녀는 이번 학기부터 하우스메이트로 바꿨다. 생면부지의 타 학교 학생과 동거를 시작한 것.

송씨는 “사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월세와 전기·수도료 등 각종 공과금이 부담돼 힘이 들었다. 결국 하우스메이트를 구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송씨가 하우스메이트를 선택한 목적은 생활비 절감이다. 그녀는 룸메이트와 보증금 500만원은 물론 월세 40만원을 반반씩 내기로 합의했다. 하우스메이트의 또 다른 장점은 사생활을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도 사생활은 절대 침범하지 않기로 약속까지 했다. 주방과 욕실 등 시설은 함께 쓰지만 개인의 공간은 존중하자는 것이다. 서울 신촌 원룸에서 3년째 월세를 살고 있는 홍모(24·대학생)씨.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 홍씨는 최근 여자친구 이모(21·여·대학생)씨와 심하게 다퉜다. 이유는 홍씨가 하우스메이트로 전환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홍씨와 이씨가 같이 동거하게 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홍씨의 자취방 근처에서 하숙생활을 했던 이씨가 교제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동거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곧바로 살림을 합쳤다.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숱하게 동거커플을 봐 온 그들에게는 동거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던 것.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올 들어 대학가에 전셋집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기 시작하면서 부담감이 커졌다.

게다가 이씨는 생활비를 거의 보태지 않아 홍씨로선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이씨에게 하우스메이트 전향을 말했다가 다툰 것이다. 홍씨는 “살던 집이 월세로 바뀌면서 한 달에 50만원을 방값으로 내게 생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할 입장이다. 하는 수 없이 월세를 반씩 낼 수 있는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고 말한 것 뿐 인데 차라리 헤어지자고 하다니 너무 한 게 아닌가라고 억울해 했다. 

비용 절감 유혹에
동거 열풍 ‘그대로’

하지만 하우스메이트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학을 함께 다니는 ‘룸메이트’가 아니라 오로지 주거비라는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공동생활을 택했다가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이 살다보면 사생활 침해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툼으로 이어져 각각 자기 갈 길을 선택하고 있는 커플도 늘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가 동거 열풍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기불황으로 생활비와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 동거하려는 대학생들이 방을 구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한 여자대학교. 학교 앞에는 원룸들이 즐비하다. 이들 원룸 중 한 곳에서 인근 대학에 다니는 남자친구 구모(22)씨와 동거를 시작한 여대생 조모(20)씨. 조씨는 현재 살고 있는 원룸 건물 안에서 동거커플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혼자 살 때 옆집에서 함께 사는 남녀가 담소를 나누거나 저녁준비를 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동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아 동거를 시작했다는 조씨. 동거를 하게 되면 생활비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물론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행여나 소문이 나서 혼삿길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지, 원치 않는 임신이 되지는 않을지,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될 때 복잡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 같은 원룸에 사는 여대생 성모(21)씨. 성씨는 여성의 경우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는 갈등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지만 성관계를 할 때마다 행여나 임신이 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기본 월 50만원 수두룩
감당 안되면 보따리 싸

성씨는 “여러 가지 피임을 하고는 있지만 불안감을 떨치기엔 역부족이다”면서 “남자친구는 임신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가끔 억울하다. 동거를 하면 여자만 손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사실 대학생들의 동거에 대한 생각은 관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대학신문과 대학생활포털 캠퍼스라이프가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대학생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전동거에 대해 10명 중 8명은 특별한 조건이 없어도, 또는 결혼이나 사랑이 전제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18.5%에 불과했다. 또 특별한 조건 없이도 혼전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응답자는 남학생이 16.3%, 여학생이 4.1%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별한 조건 없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늘고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고시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대학가 신풍속 중 하나다. 고시원이 대학생들의 주거 형태로 깊게 파고들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비싼 보증금에 부담을 느끼는 생계형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서울 신촌 한 대학에 다니는 주모(20·여)씨. 주씨는 얼마 전 보증금 2000만원에 월 30만원을 내던 원룸에서 나와 고시원으로 옮겼다.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안전, 화재, 소음 등이 걱정됐지만 고시원을 선택한 것.

주씨는 “60만원대 럭셔리 고시원도 많지만 보증금과 생활비가 감당되지 않아 월 25만원의 고시원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전셋집을 구했는데 기존 전세마저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없었다. 전세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월세부터 뛰었다. 내 형편에 갈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실제 대학가마다 전세전쟁이 한창이다. 대학생들이 빈방을 찾아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새로운 광경이다.

생계형 동거 ‘확산기로’ 동거 열풍 추세는 여전해
고급원룸·민자기숙사 진출에 하숙·자취방 한숨


서울 대학가는 특히 전셋집을 구경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존 전세마다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40만~70만원을 웃돈다. 운이 좋아 전세 원룸을 발견한다고 해도 5000만~7000만원을 호가해 대학생으로서 계약하기엔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싼 월세 원룸을 방문해 보증금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집주인들은 요지부동이다.

대학 졸업반인 이모(25)씨는 “요즘 기숙사는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낸다. 민자로 지어졌다는 이유로 1인 기준 월 40만원에서 50만원을 웃돈다. 민자 기숙사들이 대학가를 점령하고 있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 소재 한 대학에 다니는 차모(20·여)씨는 “요즘 대학가에는 고급 원룸촌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원룸계약이 끝나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보증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숙집도 알아봤지만 고급 원룸들은 기본 월 50만원 정도다.

물론 고급 원룸은 세탁기, 냉장고, 화장실, 에어컨 등이 다 갖춰져 있지만 월세 부담으로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차씨는 “사실 대학가 주변엔  싼 방이 많아야 하는 게 아닌가. 친구나 선배들도 사는 집에서 나와 새로운 방들을 알아보고 있다.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월 30만원의 월세를 살기도 힘들다. 때문에 학교 주변에서 벗어나는 학생들이 많다. 나도 보증금과 월세가 싼 곳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예전보다 원룸이나 고시원, 하숙집 등이 몰려 있는 지역에 방범용 CCTV가 설치되고 순찰차가 늘어난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 등이 몰려 있는 마포구, 고려대·경희대·성신여대 등이 있는 성북구와 동대문구, 중앙대·숭실대 등이 있는 동작구 등지에는 순찰이 강화됐다. 이 같은 현상은 원룸이나 고시촌에 살고 있는 여대생들을 목표로 ‘성폭행’이나 ‘강·절도’ 강력범죄가 잇따른데 있다. 이에 따라 불안감들이 증폭되자 경찰이 우범지역에 대해 집중순찰을 강화한 것.

강력범죄 잇따르자
경찰 순찰 강화도


실제 지난해 12월15일 충남 당진에서는 새벽시간대 여성들이 거주하는 원룸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 금품을 강탈하고 성폭행을 일삼은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주택가 원룸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하는 수법으로 여성들을 위협, 휴대전화로 알몸 동영상을 촬영하고 성폭행하는 등 총 9회에 걸쳐 12명의 여성으로부터 890만여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성신여대 인근 한 원룸에 살고 있는 한모(20·여대생)씨는 “밤이 되면 이 지역은 5분에 한 번꼴로 순찰차가 지나다닌다. 때문에 술을 마시고 늦게 다녀도 혼자 집에 있어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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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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