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앞둔 대학가 신풍속도<현장>

동거는 OK! 사생활 침해는 NO!


서울 신촌의 한 대학가. 예비 입학생인 강수진(19·여·가명)양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하다. 벌써 몇 일째 대학 근처 부동산을 돌며 방을 알아보고 있지만 쉽게 방이 구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방은 턱없이 비싸고 형편에 맞는 방은 너무 열악했다.

고심 끝에 강양은 ‘하우스메이트’를 구하기로 결심했다. 월세라도 아껴볼 요량이다.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려는 목적으로 ‘동거’를 선택한 것. 갈수록 치솟는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상황이라 생활비라도 아껴야 한다는 부담감이 신입생인 강양을 짓누르고 있는 탓이다.


신주거풍속…룸메이트는 ‘싫어’ 하우스메이트 ‘좋아’
보증금·생활비 줄일 수 있다면 생면부지라도 OK


개강을 앞둔 전국 대학가에 ‘하우스메이트족’이 급증하고 있다. 하우스메이트는 한 집에서 살면서 집세와 생활비를 나눠 부담하는 새로운 주거형태. 전·월세값 폭등으로 이 같은 방법을 선택하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생활비도 줄이고
사생활 보장받고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점점 대학가 자취방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는 상황이라 하우스메이트를 할 수 있는 집을 구하는 대학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며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하우스메이트로 대거 전향하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수원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송모(22·여)씨. 지난 2년간 혼자 자취생활을 했던 그녀는 이번 학기부터 하우스메이트로 바꿨다. 생면부지의 타 학교 학생과 동거를 시작한 것.

송씨는 “사실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 하지만 월세와 전기·수도료 등 각종 공과금이 부담돼 힘이 들었다. 결국 하우스메이트를 구했는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송씨가 하우스메이트를 선택한 목적은 생활비 절감이다. 그녀는 룸메이트와 보증금 500만원은 물론 월세 40만원을 반반씩 내기로 합의했다. 하우스메이트의 또 다른 장점은 사생활을 방해받지 않는다는 것.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도 사생활은 절대 침범하지 않기로 약속까지 했다. 주방과 욕실 등 시설은 함께 쓰지만 개인의 공간은 존중하자는 것이다. 서울 신촌 원룸에서 3년째 월세를 살고 있는 홍모(24·대학생)씨. 지방에서 올라와 자취를 하고 있는 홍씨는 최근 여자친구 이모(21·여·대학생)씨와 심하게 다퉜다. 이유는 홍씨가 하우스메이트로 전환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홍씨와 이씨가 같이 동거하게 된 것은 지난해 3월이다. 홍씨의 자취방 근처에서 하숙생활을 했던 이씨가 교제를 시작한 지 몇 달 되지 않아 동거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곧바로 살림을 합쳤다. 대학에 입학하고부터 숱하게 동거커플을 봐 온 그들에게는 동거생활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었던 것. 그런데 사정이 달라졌다. 올 들어 대학가에 전셋집이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기 시작하면서 부담감이 커졌다.

게다가 이씨는 생활비를 거의 보태지 않아 홍씨로선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던 그는 이씨에게 하우스메이트 전향을 말했다가 다툰 것이다. 홍씨는 “살던 집이 월세로 바뀌면서 한 달에 50만원을 방값으로 내게 생겼다. 이대로 가다가는 월세를 감당하지 못할 입장이다. 하는 수 없이 월세를 반씩 낼 수 있는 하우스메이트를 구한다고 말한 것 뿐 인데 차라리 헤어지자고 하다니 너무 한 게 아닌가라고 억울해 했다. 

비용 절감 유혹에
동거 열풍 ‘그대로’

하지만 하우스메이트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대학을 함께 다니는 ‘룸메이트’가 아니라 오로지 주거비라는 경제적인 이유만으로 공동생활을 택했다가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이 살다보면 사생활 침해 빈도가 높아지고 이는 다툼으로 이어져 각각 자기 갈 길을 선택하고 있는 커플도 늘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가 동거 열풍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경기불황으로 생활비와 데이트 비용을 아끼려 동거하려는 대학생들이 방을 구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 성북구 한 여자대학교. 학교 앞에는 원룸들이 즐비하다. 이들 원룸 중 한 곳에서 인근 대학에 다니는 남자친구 구모(22)씨와 동거를 시작한 여대생 조모(20)씨. 조씨는 현재 살고 있는 원룸 건물 안에서 동거커플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혼자 살 때 옆집에서 함께 사는 남녀가 담소를 나누거나 저녁준비를 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나도 남자친구가 생기면 동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아 동거를 시작했다는 조씨. 동거를 하게 되면 생활비가 절반으로 줄어들 것 같은 기대감도 들었다.

물론 불안감이 없지는 않다. 행여나 소문이 나서 혼삿길에 지장을 주지는 않을지, 원치 않는 임신이 되지는 않을지, 남자친구와 헤어지게 될 때 복잡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등에 대한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 같은 원룸에 사는 여대생 성모(21)씨. 성씨는 여성의 경우 임신에 대한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는 갈등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지만 성관계를 할 때마다 행여나 임신이 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기본 월 50만원 수두룩
감당 안되면 보따리 싸

성씨는 “여러 가지 피임을 하고는 있지만 불안감을 떨치기엔 역부족이다”면서 “남자친구는 임신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 가끔 억울하다. 동거를 하면 여자만 손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사실 대학생들의 동거에 대한 생각은 관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한국대학신문과 대학생활포털 캠퍼스라이프가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대학생들의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혼전동거에 대해 10명 중 8명은 특별한 조건이 없어도, 또는 결혼이나 사랑이 전제된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반면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18.5%에 불과했다. 또 특별한 조건 없이도 혼전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응답자는 남학생이 16.3%, 여학생이 4.1%였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특별한 조건 없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늘고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고시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도 대학가 신풍속 중 하나다. 고시원이 대학생들의 주거 형태로 깊게 파고들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비싼 보증금에 부담을 느끼는 생계형 대학생들이 주를 이룬다. 서울 신촌 한 대학에 다니는 주모(20·여)씨. 주씨는 얼마 전 보증금 2000만원에 월 30만원을 내던 원룸에서 나와 고시원으로 옮겼다. 보증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의 요구에 안전, 화재, 소음 등이 걱정됐지만 고시원을 선택한 것.

주씨는 “60만원대 럭셔리 고시원도 많지만 보증금과 생활비가 감당되지 않아 월 25만원의 고시원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전셋집을 구했는데 기존 전세마저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없었다. 전세물량이 부족하다 보니 월세부터 뛰었다. 내 형편에 갈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고 푸념했다. 실제 대학가마다 전세전쟁이 한창이다. 대학생들이 빈방을 찾아 메뚜기처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것도 새로운 광경이다.

생계형 동거 ‘확산기로’ 동거 열풍 추세는 여전해
고급원룸·민자기숙사 진출에 하숙·자취방 한숨


서울 대학가는 특히 전셋집을 구경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은행 금리가 낮아지면서 기존 전세마다 월세로 바꾸는 경우가 많아진 탓이다. 원룸의 경우 보증금 1000만~2000만원에 월 40만~70만원을 웃돈다. 운이 좋아 전세 원룸을 발견한다고 해도 5000만~7000만원을 호가해 대학생으로서 계약하기엔 부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싼 월세 원룸을 방문해 보증금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집주인들은 요지부동이다.

대학 졸업반인 이모(25)씨는 “요즘 기숙사는 들어갈 엄두조차 못 낸다. 민자로 지어졌다는 이유로 1인 기준 월 40만원에서 50만원을 웃돈다. 민자 기숙사들이 대학가를 점령하고 있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 소재 한 대학에 다니는 차모(20·여)씨는 “요즘 대학가에는 고급 원룸촌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원룸계약이 끝나 다른 곳을 알아보고 있지만 보증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하숙집도 알아봤지만 고급 원룸들은 기본 월 50만원 정도다.

물론 고급 원룸은 세탁기, 냉장고, 화장실, 에어컨 등이 다 갖춰져 있지만 월세 부담으로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차씨는 “사실 대학가 주변엔  싼 방이 많아야 하는 게 아닌가. 친구나 선배들도 사는 집에서 나와 새로운 방들을 알아보고 있다. 집에서 보내주는 돈으로 월 30만원의 월세를 살기도 힘들다. 때문에 학교 주변에서 벗어나는 학생들이 많다. 나도 보증금과 월세가 싼 곳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예전보다 원룸이나 고시원, 하숙집 등이 몰려 있는 지역에 방범용 CCTV가 설치되고 순찰차가 늘어난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이화여대·연세대·서강대 등이 몰려 있는 마포구, 고려대·경희대·성신여대 등이 있는 성북구와 동대문구, 중앙대·숭실대 등이 있는 동작구 등지에는 순찰이 강화됐다. 이 같은 현상은 원룸이나 고시촌에 살고 있는 여대생들을 목표로 ‘성폭행’이나 ‘강·절도’ 강력범죄가 잇따른데 있다. 이에 따라 불안감들이 증폭되자 경찰이 우범지역에 대해 집중순찰을 강화한 것.

강력범죄 잇따르자
경찰 순찰 강화도


실제 지난해 12월15일 충남 당진에서는 새벽시간대 여성들이 거주하는 원룸에 침입해 흉기로 위협, 금품을 강탈하고 성폭행을 일삼은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이 남성은 주택가 원룸 가스배관을 타고 침입하는 수법으로 여성들을 위협, 휴대전화로 알몸 동영상을 촬영하고 성폭행하는 등 총 9회에 걸쳐 12명의 여성으로부터 890만여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

성신여대 인근 한 원룸에 살고 있는 한모(20·여대생)씨는 “밤이 되면 이 지역은 5분에 한 번꼴로 순찰차가 지나다닌다. 때문에 술을 마시고 늦게 다녀도 혼자 집에 있어도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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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