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 나가요 언니들 수상한 원정길

돈만 주면…‘캠핑 콜걸’을 아십니까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 들뜬 마음에 저마다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고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요즘 들어선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휴가철 풍경이 있다. 바로 휴가지에서의 성관계다. 누군가는 낯선 이들과 뜨거운 하룻밤을 꿈꾸고 누군가는 잠자리를 미끼로 돈을 번다. ‘나가요 언니’부터 ‘철없는 10대’까지 피서지에서의 성매매는 오늘도 계속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한 여행카페에 글을 올렸다. 자신이 돌아볼 여행지의 정보도 얻고 여행기간 중 머물 게스트하우스도 공동으로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A씨 앞으로 한 통의 온라인 쪽지가 도착했다. 쪽지 안에는 “자신도 그즈음 친구와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데 처음이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처음이라더니
능숙한 그녀들

A씨는 문득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은 성의껏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상대로부터 회신이 왔다. A씨의 여행 동선과 일정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문단 마지막에는 “방해가 안 된다면 여행 기간 중 A씨를 따라다니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반 여행을 하자’는 뜻밖의 제안에 A씨는 당황했다. 낯선 여자와 단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 없는 A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명의 여자와 휴가를 보낼 생각을 하니 혼자인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서로 일정을 맞춰보자며 상대에게 전화번호를 남겼다. 자동 등록된 카카오톡 프로필로 본 여자의 외모는 A씨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말로만 듣던 휴양지에서의 로맨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A씨는 예정에도 없던 친구를 끌어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여자 일행과 짝을 맞춰 여행을 가려 한 것이다.

몸이 달은 A씨는 항공편 예약을 핑계로 “만나서 일정을 잡고 서로 얘기도 나누자”며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몇 분 뒤 답장이 왔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친구는 여행을 못 가게 됐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A씨는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딱 한달만 장사 하러”짐싸는 접대부들
캠핑장까지…휴양지 곳곳에 성매매 유혹

그러나 좌절은 잠시였다. 상대 여성은 자기 혼자서라도 여행을 같이 가겠다며 A씨를 꾀었다. 앞선 상황보다 더 좋은 기회가 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낌새가 이상했다. 이 여자는 스스로를 20대 초반의 여대생이라고 소개했다. 다 큰 처녀가 낯선 남자와 단둘이 가는 여행을 재촉하는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곧 비밀이 밝혀졌다. 목적은 돈이었다. 이 여성은 여행 경비만 대주면 여행기간 내내 함께 다니는 것은 물론 30만원을 지급하면 잠자리도 해주겠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애인대행 알바였던 것이다. A씨는 헛물을 켰던 자신을 반성하며 ‘알바’의 요구를 거절했다.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VIP 고객과
둘만의 허니문

A씨의 사례처럼 20∼30대 남성에게 여행 파트너가 돼준다며 접근해 성매매를 제안하는 여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휴가 시즌을 겨냥해 애인을 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경우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남자가 먼저 사진과 연락처를 올리면 여자가 조건을 보고 연락을 취해 ‘단기 만남’이 성사된다. 때로는 여자가 직접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거래를 원하는 남자와 ‘몸값’을 흥정하기도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신나는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여행의 진짜 목적은 성행위 유무에 맞춰진다.

겉으로는 스킨십 금지를 약속한 남자도 속으로는 딴마음을 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행 중 마음이 맞으면 성관계까지 간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형성돼 있는 까닭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화끈하게 놀고 오자”며 대가를 요구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성관계에 응해주는 대신 여행 기념 등을 명목으로 선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돈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인 셈인데 이 같은 행위가 휴가지의 낭만으로 둔갑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커플은 열이면 아홉, 다음날 연락을 끊고 남남이 된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관계를 아예 ‘스폰 관계’로 정착시킨 사례도 있다. 놀러갔다가 눈이 맞아 관계를 맺고 장기적으로 만나는 케이스다.

서울 청담동 한 단란주점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가희(가명·29)씨는 오는 8월 초 부산 해운대로 휴가를 갈 계획이다. 가희씨의 고향은 부산. 부산 사람들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 해운대로 가희씨가 휴가를 떠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가희씨가 일하고 있는 주점의 VIP 고객인 B씨는 아내와 이혼 후 가희씨를 자주 찾았다. 평소 B씨와 오빠·동생 하며 친분을 쌓았던 가희씨는 함께 휴가를 다녀오자는 B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기간 동안 껄끄러운 손님들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휴가비는 모두 B씨가 대주며, 별도의 용돈까지 약속했기 때문이다. 타지 생활로 한 푼이 아쉬운 가희씨 입장에서는 돈도 벌고 고향도 다녀오는 일석이조의 휴가였다.

가희씨는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여행기간 동안 오빠(B씨)를 내 남자친구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주점에서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가희씨는 “동료 언니들도 하루나 이틀은 손님들과 휴가를 떠난다”고 설명했다. 가희씨처럼 나이를 초월한 일명 ‘점오’와 ‘스폰’의 대담한 러브스토리는 매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희씨와는 반대로 지방의 한 고급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혜란(가명·34)씨는 휴가철을 맞아 상경을 준비 중이다. 혜란씨는 본인의 오랜 스폰이 출장을 핑계로 서울을 가는데 자신도 따라가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유명 호텔이 혜란씨가 머물 휴가지로 선택됐다. 혜란씨는 스폰과 함께 호텔 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할 계획이다.

해외여행 미끼로 ‘애인대행 알바’성행
스폰 끼고 서울서 부산까지 원나잇 여행

혜란씨는 “보통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업계의 비수기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가정이 있는 30∼50대 남성들이 타깃이다 보니 그들이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면 상대적으로 우리 쪽 매출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혜란씨는 “무엇보다 손님들을 응대할 젊은 아가씨가 빠지는데 우리 가게에 있던 20대 초반의 대학생은 학기 중 돈을 벌고 방학이 되면 국내외 여행이나 원정 쇼핑에 돈을 썼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성매매
찾아오는 성매매

이처럼 유흥주점은 휴가철이 되면 손님들의 발걸음이 주춤하다. 하지만 반대로 휴가철만 되면 대목을 맞는 장사가 있다. 바로 피서지에 횡행하는 출장 성매매다. 대형 해수욕장 인근에서 벌어지는 불법 성매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차된 차량 유리 틈으로 출장 안마 서비스를 안내하는 명함이 가득하다. 식당가가 밀집된 거리 곳곳에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지가 빽빽하다. 예전부터 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들을 비롯해 원정에 나선 포주들까지 일대는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숙박업체는 넘치는 수요에 함박웃음이다.

최근에는 캠핑 붐이 일면서 몇몇 캠핑장을 중심으로 출장 안마를 해주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캠핑이 동반된 일부 락 페스티벌에서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시도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어린 아이도 이용하는 캠핑장에서 성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유동인구가 많은 계곡이나 해변에서는 간이 텐트를 설치해 놓고 즉석 성매매가 이뤄진다. 기존 성매매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지만 즉석 성매매는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윤락 여성들은 휴가철에 앞서 미리 피서지 인근의 방을 장기 임대해 놓고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적이 제기된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우리 휴가 문화에서 전문 윤락여성을 찾는 남성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성욕의 감퇴와 관련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당장 백사장만 나가봐도 남녀의 밀도 있는 스킨십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원인은 성욕이 아닌 10대들을 비롯한 비직업 여성들의 성매매 시장 유입이다.

시내 룸살롱은 비수기
지방 휴가지는 성수기

불행하게도 10대 청소년들은 이미 고유한 성매매 시장을 형성했다. 주로 악덕 포주에 이끌려 출장 안마를 하는데 차 안에서건 모텔에서건 성행위를 가리지 않는다. 일부 남성들의 퇴폐적인 성취향은 꾸준한 공급과 맞물려 10대 성매매 시장을 불황 없는 호황으로 이끌고 있다.

방학을 맞은 일반 여학생 중에서도 성매매로 돈을 버는 일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아저씨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원조교제는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은 접촉면이 더 넓다. 이미 과거부터 해수욕장에 놀러온 10대들은 20∼3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바캉스 파트너’ 1순위였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한층 대담해진 성의식과 성찰 없는 물질만능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투영돼 많은 여학생이 성인 남성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휴가철 맞아
한몫 챙긴다

10대뿐 아니라 일부 여대생도 이 같은 흐름에 편입되고 있다. 애인대행 알바를 제안 받거나 고민해 본 여대생은 생각보다 많다. 애인대행 알바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숍에서 한 달 꼬박 일해야 벌수 있는 돈을 3일 동안 남자와 여행 다니고 벌 수 있다면 유인 동기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10대와 달리 20대의 휴가철 대행알바는 설혹 성매매가 실재했다 하더라도 당국의 적발이 쉽지 않고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과거 애인대행으로 시작해 단란주점에 발을 들인 윤희(가명·25)씨는 “손님 중 지금 보수의 2배를 쳐줄 테니 내일 여행을 가자고 한 사람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윤희씨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칙적으로 성매매에 응하지 않겠지만 제시된 액수가 크다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윤희씨의 지인은 지난해 바닷가에서 스폰을 만나 서울 강남에 고급 오피스텔을 얻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바닷가는 인생역전을 상징하는 로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름철 몰카 주의보
화장실서 ‘찰칵’ 탈의실서 ‘찰칵’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거리에는 짧은 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눈에 띈다. 핫팬츠나 민소매 상의는 물론 도발적인 시스루 룩까지. 여성들의 몸매를 부각한 패션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해변가에서 입는 비키니도 전년보다 더욱 과감한 노출이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여성들의 노출만큼이나 진화하고 있는 ‘몰카’가 올 여름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몰카 사범은 최첨단 전자기기로 무장해 여성들의 은밀한 신체부위를 포착하고 있다.

공공장소인 지하철은 물론 공중화장실, 헬스클럽 탈의실, 숙박업소에 이르기까지 몰카가 촬영되거나 설치된 공간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올 여름에는 해수욕장이나 야외 수영장과 같은 노출이 심한 지역에서 몰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변태들 최첨단 전자기기로 무장
인터넷 유출 등 2차 피해 우려

몰카 사범들의 범죄에는 촬영당하는 당사자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첨단장비가 동원된다. 스마트폰은 예사고, 개조된 지팡이와 렌즈가 부착된 신발, 안경, 시계, 만년필, 차키 홀더, 넥타이 핀, 화재경보기 등 하나같이 평범한 물건에 카메라가 감춰져 많은 피해자는 범죄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 중 화장실이나 모텔 객실 안에 설치된 몰카는 유포됐을 경우 피해자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 뒤따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잡히면 대부분 호기심에 찍었다고 하거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해소용으로) 찍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죄질이 나쁜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유출 등으로 분명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몰카에 대한 형량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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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