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캉스 특집> 나가요 언니들 수상한 원정길

돈만 주면…‘캠핑 콜걸’을 아십니까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바캉스 시즌이 돌아왔다. 들뜬 마음에 저마다 휴가를 보내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누군가는 가족과 함께 캠핑을 떠나고 누군가는 연인과 함께 바닷물에 발을 담근다. 요즘 들어선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휴가철 풍경이 있다. 바로 휴가지에서의 성관계다. 누군가는 낯선 이들과 뜨거운 하룻밤을 꿈꾸고 누군가는 잠자리를 미끼로 돈을 번다. ‘나가요 언니’부터 ‘철없는 10대’까지 피서지에서의 성매매는 오늘도 계속된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한 여행카페에 글을 올렸다. 자신이 돌아볼 여행지의 정보도 얻고 여행기간 중 머물 게스트하우스도 공동으로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때마침 A씨 앞으로 한 통의 온라인 쪽지가 도착했다. 쪽지 안에는 “자신도 그즈음 친구와 해외여행을 준비 중인데 처음이라 도움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처음이라더니
능숙한 그녀들

A씨는 문득 장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은 성의껏 답장을 보냈다. 그러자 상대로부터 회신이 왔다. A씨의 여행 동선과 일정 등을 묻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문단 마지막에는 “방해가 안 된다면 여행 기간 중 A씨를 따라다니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동반 여행을 하자’는 뜻밖의 제안에 A씨는 당황했다. 낯선 여자와 단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 없는 A씨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 명의 여자와 휴가를 보낼 생각을 하니 혼자인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A씨는 서로 일정을 맞춰보자며 상대에게 전화번호를 남겼다. 자동 등록된 카카오톡 프로필로 본 여자의 외모는 A씨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말로만 듣던 휴양지에서의 로맨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A씨는 예정에도 없던 친구를 끌어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여자 일행과 짝을 맞춰 여행을 가려 한 것이다.

몸이 달은 A씨는 항공편 예약을 핑계로 “만나서 일정을 잡고 서로 얘기도 나누자”며 여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몇 분 뒤 답장이 왔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친구에게 사정이 생겨 친구는 여행을 못 가게 됐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A씨는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딱 한달만 장사 하러”짐싸는 접대부들
캠핑장까지…휴양지 곳곳에 성매매 유혹

그러나 좌절은 잠시였다. 상대 여성은 자기 혼자서라도 여행을 같이 가겠다며 A씨를 꾀었다. 앞선 상황보다 더 좋은 기회가 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하니 낌새가 이상했다. 이 여자는 스스로를 20대 초반의 여대생이라고 소개했다. 다 큰 처녀가 낯선 남자와 단둘이 가는 여행을 재촉하는 상황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곧 비밀이 밝혀졌다. 목적은 돈이었다. 이 여성은 여행 경비만 대주면 여행기간 내내 함께 다니는 것은 물론 30만원을 지급하면 잠자리도 해주겠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애인대행 알바였던 것이다. A씨는 헛물을 켰던 자신을 반성하며 ‘알바’의 요구를 거절했다.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VIP 고객과
둘만의 허니문

A씨의 사례처럼 20∼30대 남성에게 여행 파트너가 돼준다며 접근해 성매매를 제안하는 여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올해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휴가 시즌을 겨냥해 애인을 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경우 파트너를 필요로 하는 남자가 먼저 사진과 연락처를 올리면 여자가 조건을 보고 연락을 취해 ‘단기 만남’이 성사된다. 때로는 여자가 직접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거래를 원하는 남자와 ‘몸값’을 흥정하기도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신나는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여행의 진짜 목적은 성행위 유무에 맞춰진다.

겉으로는 스킨십 금지를 약속한 남자도 속으로는 딴마음을 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여행 중 마음이 맞으면 성관계까지 간다는 묵시적인 합의가 형성돼 있는 까닭이다. 때문에 처음부터 “화끈하게 놀고 오자”며 대가를 요구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성관계에 응해주는 대신 여행 기념 등을 명목으로 선물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돈을 목적으로 한 성매매인 셈인데 이 같은 행위가 휴가지의 낭만으로 둔갑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커플은 열이면 아홉, 다음날 연락을 끊고 남남이 된다. 하지만 이런 불완전한 관계를 아예 ‘스폰 관계’로 정착시킨 사례도 있다. 놀러갔다가 눈이 맞아 관계를 맺고 장기적으로 만나는 케이스다.

서울 청담동 한 단란주점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있는 가희(가명·29)씨는 오는 8월 초 부산 해운대로 휴가를 갈 계획이다. 가희씨의 고향은 부산. 부산 사람들은 절대 가지 않는다는 해운대로 가희씨가 휴가를 떠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가희씨가 일하고 있는 주점의 VIP 고객인 B씨는 아내와 이혼 후 가희씨를 자주 찾았다. 평소 B씨와 오빠·동생 하며 친분을 쌓았던 가희씨는 함께 휴가를 다녀오자는 B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휴가기간 동안 껄끄러운 손님들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고, 휴가비는 모두 B씨가 대주며, 별도의 용돈까지 약속했기 때문이다. 타지 생활로 한 푼이 아쉬운 가희씨 입장에서는 돈도 벌고 고향도 다녀오는 일석이조의 휴가였다.

가희씨는 “(업무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여행기간 동안 오빠(B씨)를 내 남자친구처럼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주점에서도 이를 용인하는 분위기다. 가희씨는 “동료 언니들도 하루나 이틀은 손님들과 휴가를 떠난다”고 설명했다. 가희씨처럼 나이를 초월한 일명 ‘점오’와 ‘스폰’의 대담한 러브스토리는 매년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희씨와는 반대로 지방의 한 고급 유흥주점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혜란(가명·34)씨는 휴가철을 맞아 상경을 준비 중이다. 혜란씨는 본인의 오랜 스폰이 출장을 핑계로 서울을 가는데 자신도 따라가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내 한 유명 호텔이 혜란씨가 머물 휴가지로 선택됐다. 혜란씨는 스폰과 함께 호텔 내에 있는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할 계획이다.

해외여행 미끼로 ‘애인대행 알바’성행
스폰 끼고 서울서 부산까지 원나잇 여행

혜란씨는 “보통 7월 말에서 8월 말까지 업계의 비수기가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아무래도 가정이 있는 30∼50대 남성들이 타깃이다 보니 그들이 가족들과 휴가를 보내면 상대적으로 우리 쪽 매출은 저조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혜란씨는 “무엇보다 손님들을 응대할 젊은 아가씨가 빠지는데 우리 가게에 있던 20대 초반의 대학생은 학기 중 돈을 벌고 방학이 되면 국내외 여행이나 원정 쇼핑에 돈을 썼다”고 설명했다.

찾아가는 성매매
찾아오는 성매매

이처럼 유흥주점은 휴가철이 되면 손님들의 발걸음이 주춤하다. 하지만 반대로 휴가철만 되면 대목을 맞는 장사가 있다. 바로 피서지에 횡행하는 출장 성매매다. 대형 해수욕장 인근에서 벌어지는 불법 성매매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차된 차량 유리 틈으로 출장 안마 서비스를 안내하는 명함이 가득하다. 식당가가 밀집된 거리 곳곳에는 성매매를 암시하는 전단지가 빽빽하다. 예전부터 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들을 비롯해 원정에 나선 포주들까지 일대는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룬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숙박업체는 넘치는 수요에 함박웃음이다.

최근에는 캠핑 붐이 일면서 몇몇 캠핑장을 중심으로 출장 안마를 해주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캠핑이 동반된 일부 락 페스티벌에서 청소년들이 성매매를 시도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어린 아이도 이용하는 캠핑장에서 성매매가 있었다는 사실은 꽤 놀랍다.
 

유동인구가 많은 계곡이나 해변에서는 간이 텐트를 설치해 놓고 즉석 성매매가 이뤄진다. 기존 성매매는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한 사전 예약이 필수지만 즉석 성매매는 이 같은 과정을 생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윤락 여성들은 휴가철에 앞서 미리 피서지 인근의 방을 장기 임대해 놓고 생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 가지 흥미로운 지적이 제기된다. 바닷가를 중심으로 한 우리 휴가 문화에서 전문 윤락여성을 찾는 남성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성욕의 감퇴와 관련이 있을까. 그렇지 않다. 당장 백사장만 나가봐도 남녀의 밀도 있는 스킨십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원인은 성욕이 아닌 10대들을 비롯한 비직업 여성들의 성매매 시장 유입이다.

시내 룸살롱은 비수기
지방 휴가지는 성수기

불행하게도 10대 청소년들은 이미 고유한 성매매 시장을 형성했다. 주로 악덕 포주에 이끌려 출장 안마를 하는데 차 안에서건 모텔에서건 성행위를 가리지 않는다. 일부 남성들의 퇴폐적인 성취향은 꾸준한 공급과 맞물려 10대 성매매 시장을 불황 없는 호황으로 이끌고 있다.

방학을 맞은 일반 여학생 중에서도 성매매로 돈을 버는 일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아저씨들의 호주머니를 노린 원조교제는 그리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여름은 접촉면이 더 넓다. 이미 과거부터 해수욕장에 놀러온 10대들은 20∼30대 남성들이 선호하는 ‘바캉스 파트너’ 1순위였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러 한층 대담해진 성의식과 성찰 없는 물질만능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투영돼 많은 여학생이 성인 남성에게 원조교제를 제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휴가철 맞아
한몫 챙긴다

10대뿐 아니라 일부 여대생도 이 같은 흐름에 편입되고 있다. 애인대행 알바를 제안 받거나 고민해 본 여대생은 생각보다 많다. 애인대행 알바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커피숍에서 한 달 꼬박 일해야 벌수 있는 돈을 3일 동안 남자와 여행 다니고 벌 수 있다면 유인 동기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10대와 달리 20대의 휴가철 대행알바는 설혹 성매매가 실재했다 하더라도 당국의 적발이 쉽지 않고 사법처리가 어렵다는 난점이 있다. 과거 애인대행으로 시작해 단란주점에 발을 들인 윤희(가명·25)씨는 “손님 중 지금 보수의 2배를 쳐줄 테니 내일 여행을 가자고 한 사람이 꽤 많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윤희씨는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칙적으로 성매매에 응하지 않겠지만 제시된 액수가 크다면 흔들릴 수 있다는 생각이다. 윤희씨의 지인은 지난해 바닷가에서 스폰을 만나 서울 강남에 고급 오피스텔을 얻기도 했다. 어쩌면 그들에게 바닷가는 인생역전을 상징하는 로또 같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름철 몰카 주의보
화장실서 ‘찰칵’ 탈의실서 ‘찰칵’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거리에는 짧은 스커트 차림의 여성들이 눈에 띈다. 핫팬츠나 민소매 상의는 물론 도발적인 시스루 룩까지. 여성들의 몸매를 부각한 패션은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해변가에서 입는 비키니도 전년보다 더욱 과감한 노출이 유행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여성들의 노출만큼이나 진화하고 있는 ‘몰카’가 올 여름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몰카 사범은 최첨단 전자기기로 무장해 여성들의 은밀한 신체부위를 포착하고 있다.

공공장소인 지하철은 물론 공중화장실, 헬스클럽 탈의실, 숙박업소에 이르기까지 몰카가 촬영되거나 설치된 공간은 실로 다양하다. 특히 올 여름에는 해수욕장이나 야외 수영장과 같은 노출이 심한 지역에서 몰카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변태들 최첨단 전자기기로 무장
인터넷 유출 등 2차 피해 우려

몰카 사범들의 범죄에는 촬영당하는 당사자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첨단장비가 동원된다. 스마트폰은 예사고, 개조된 지팡이와 렌즈가 부착된 신발, 안경, 시계, 만년필, 차키 홀더, 넥타이 핀, 화재경보기 등 하나같이 평범한 물건에 카메라가 감춰져 많은 피해자는 범죄를 인지하지 못한다. 이 중 화장실이나 모텔 객실 안에 설치된 몰카는 유포됐을 경우 피해자의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 뒤따라 강력한 처벌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범인들이 잡히면 대부분 호기심에 찍었다고 하거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아 (해소용으로) 찍었다고 범행 동기를 밝히는데 죄질이 나쁜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와 달리 유출 등으로 분명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몰카에 대한 형량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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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