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이 아름다운 도시 ②서울 종로

600년 후 서울 도심을 바라보다

한양도성은 북악산(백악), 낙산, 남산, 인왕산의 능선을 따라 총 18.6km에 이른다. 조선 600년 역사가 켜켜이 쌓인 도성으로, 네 산으로 오르다 보니 서울 도심의 화려한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제법 많다. 특히 흥인지문에서 혜화문으로 이어지는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남녀노소가 쉽게 산책할 수 있으며, 낙산공원은 북악산과 북한산 능선으로 넘어가는 일몰과 서울 도심 야경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어 밤이 더욱 아름다운 명소다. 한여름 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서울 야경을 감상하며 더위를 식혀보자.

 

600년 역사 오롯이 담긴 한양도성
낙산정 올라 내려다 본 황홀경 서울

한양도성은 조선의 건국과 함께 도읍인 한양의 경계를 삼고, 외침을 방어하기 위해 축성했다. 조선 태조 때인 1396년부터 쌓기 시작해 600년 역사가 오롯이 담겼다. 한양도성(사적 제10호)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올라 서울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여행지다.

600년 전
한양도성 따라

흥인지문 주변으로는 최근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쇼핑몰, 청계천 일대가 화려한 조명으로 일렁여 도심 야경의 화룡점정이 된다. 마약김밥과 빈대떡으로 유명한 광장시장, 신진시장 주변의 곱창골목과 닭한마리골목, 장충동 족발골목, 음식 특화 거리로 지정된 신당동 떡볶이골목이 가까워 맛있는 음식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

 

서울 야경을 감상하기 전에 한양도성을 걸어보자. 한양도성 낙산 구간은 흥인지문부터 혜화문까지 2.1km에 이른다. 낙산이 있는 낙산공원을 기준으로 혜화문과 흥인지문으로 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다.
흥인지문에서 시작하면 성곽으로 오르는 길에 서울디자인지원센터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는 최근 임시 개관한 한양도성박물관이 들어섰다. 1~3층으로 구성된 박물관은 한양도성의 역사와 도성 발굴이야기부터 서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한양도성을 걷기 전에 들르면 좋다.
성곽을 따라 낙산공원에 이르면 성곽을 끼고 자리한 두 마을을 꼭 둘러보자. 성곽 안쪽으로는 이화마을이, 바깥쪽으로는 장수마을이 있다.

 


이화마을은 원래 낙산 자락의 가파른 경사 지대에 조성된 마을로, 오래된 건물이 많아 낙후 지역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지난 2006년 예술인들이 ‘낙산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건물 외벽에 그림을 그리고, 마을 곳곳에 조형물을 설치했다. 천사의 날개, 가파른 계단에 그려진 꽃 그림은 화사해진 이화마을을 상징한다.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판자촌에서 기원한 장수마을은 낙산공원 동남쪽 성벽을 끼고 앉은 마을로, 60세 이상 거주 인구가 많아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낙산공원 암문에서 장수마을로 내려가는 길은 낙산 구간의 가장 아름다운 코스다.
해가 저물 때쯤 낙산공원에 자리 잡은 낙산정으로 가보자. 낙산정에서는 서울 한복판이 시원스레 내려다 보인다. 혜화동과 동숭동 일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북한산 능선과 북악산, 인왕산, 안산 자락이 도심을 포근히 감싼다. 조선의 역사를 이어간 창덕궁과 창경궁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여름이면 해는 인왕산과 북악산을 힘겹게 넘는다. 북악의 우뚝 솟은 봉우리로 해가 저물고, 하늘은 금세 붉은 기운을 머금는다. 이 무렵 성곽에 또 다른 빛의 향연이 펼쳐진다. 성곽 아래에서 조명이 밝혀지고, 성곽이 마치 거대한 용처럼 구불거리며 이어지기 때문이다. 

 

낙산정에서 일몰을 보고 낙산공원 제1전망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낙산정이 성곽이 없는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제1전망광장 주변은 조명이 어우러진 성곽과 함께 도심 야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성곽에 기대서서 충분하게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안전과 성곽의 보전을 위해서도 성곽 위로 올라서는 안된다.
해가 넘어간 직후부터 밤이 찾아오기 전까지 서울의 야경은 시시각각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해가 넘어간 직후에는 성곽의 불빛과 저 멀리 북한산 능선이 조화를 이루지만, 밤이 되어 도심에 하나둘 불빛이 들어오면 성북구 일대의 야경이 성곽과 어우러진다.
성곽 아래 자리 잡은 장수마을과 성북구 아파트 단지의 불빛도 묘한 대조를 보여준다. 낙산공원 제1전망광장에서 암문을 나서면 장수마을로 이어지는 성곽의 야경 또한 놓쳐서는 안 될 풍경이다.

 

한양도성 낙산 구간을 걷기 어렵다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하철 1·4호선 동대문역 5번 출구에서 종로3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면 낙산공원까지 쉽게 갈 수 있다. 버스 종점에는 ‘여행하는 꿈꾸는 달수씨, 그리고 커피트럭’이 있다. 30세 ‘용기청년’이 전국을 여행하며 만난 커피전문가들에게서 공수한 원두로 드립 커피를 낸다. 밝고 긍정적인 청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드립 커피도 좋지만, 달달하면서도 상큼한 망고 아이스티는 더위를 잊게 하는 청량제다.
한양도성은 상시 해설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울 한양도성 홈페이지나 종로구청·중구청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시시각각
다른 얼굴

성곽을 걷고 야경까지 감상하면 밤이 제법 깊어진다. 출출한 배도 채우고, 여행을 마무리하며 술 한잔 나누는 건 어떨까? 흥인지문을 중심으로 1.5km 내에 먹거리 골목이 즐비하다. 청계천을 따라 광교 방면으로 가다 보면 신진시장, 광장시장을 만난다. 신진시장에는 곱창골목과 닭한마리 골목이 있다. 닭한마리는 닭고기를 삶아 먹은 뒤 그 국물에 양념과 김치를 넣고 칼국수를 끓인다. 광장시장은 마약김밥과 빈대떡으로 유명하다. 빈대떡에 막걸리를 마시는 흥겨운 광경이 밤을 잊은 채 이어진다.

 

흥인지문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지나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으로 가다 보면 왼편으로 장충동 족발골목이다. 옛 명성만 못하지만 장충동할머니집, 뚱뚱이할머니집 등 족발집 여섯 곳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하철 2·4·5호선 동대문역사공원역 3번 출구나 2·6호선 신당역 7번 출구로 나오면 신당동 떡볶이골목이 지척이다. ‘며느리도 몰라, 아무도 몰라’라는 유행어를 남긴 마복림 할머니의 가게를 시작으로 떡볶이집 수십 곳이 있다. 떡볶이와 삶은 달걀, 당면, 어묵, 쫄면, 라면 사리가 어울려 매콤한 맛이 제격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1398→한양도성박물관→한양도성 낙산 구간(흥인지문~낙산공원)→낙산공원 야경→동대문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서대문형무소역사관→독립문→안산 무장애 자락길→한양도성 인왕산 구간(돈의문 터~경교장~홍난파 가옥~딜쿠샤~성곽길)
· 둘째 날 : 동대문디자인플라자→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1398→한양도성박물관→한양도성 낙산 구간(흥인지문~낙산공원)→낙산 야경→동대문디자인플라자 야경→장충동 족발골목이나 닭한마리골목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서울시 문화관광 포털 www.visitseoul.net
· 종로구청 문화관광 www.jongno.go.kr/tourMain.do
· 중구청 문화관광 http://tour.junggu.seoul.kr/tour/index.jsp
· 서울 한양도성 http://seoulcitywall.seoul.go.kr
· 동대문역사관1398 www.seouldesign.or.kr/park2/summary.jsp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www.ddp.or.kr


문의 전화
· 서울시 도보관광코스(서울시 문화관광 포털) 02)6925-0777
· 종로구청 관광체육과 02)2148-1864
· 중구청 문화관광과 02)3396-4623
· 한양도성박물관(서울역사박물관 한양도성연구소) 02)724-0286
· 동대문역사관1398 02)2153-0408~9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02)2153-0000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4번 출구나 1·4호선 동대문역 10번 출구(한양도성 낙산 구간)
버스> 동대문역 5번 출구에서 종로3번 마을버스 이용, 종점에서 하차(낙산공원 입구)
* 문의 :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종로5가역 사거리→대학로→마로니에공원 입구에서 우회전→동숭길→첫 번째 갈림길에서 좌회전→낙산길로 우회전→낙산공원 주차장


숙박 정보
· 라임스테이 : 종로구 종로66가길, 070-8945-8818, www.limestay.com (굿스테이)
· 토요코인 서울동대문호텔 : 중구 퇴계로, 02)2267-1045, www.toyoko-inn.kr (굿스테이)
· 가인게스트하우스 : 종로구 북촌로11길, 02)763-0365, www.gainguesthouse.com
· 24게스트하우스 청계천점 : 중구 을지로9길, 02)2274-0024,
  http://cheonggye-stream.24guesthouse.co.kr
· 센터마크호텔 : 종로구 인사동5길, 02)731-1000, www.centermarkhotel.com


식당 정보
· 삼삼뚝배기 : 김치찌개, 종로구 동숭길, 02)765-4683, www.02-2266-6066.kti114.net
· 원조장충동할머니집 : 족발, 중구 장충단로, 02)2279-9979
· 진옥화할매원조닭한마리 : 닭한마리, 종로구 종로40가길, 02)2275-9666, www.darkhanmari.co.kr
· 낙산냉면 : 냉면, 종로구 지봉로5길, 02)743-7285

 

축제와 행사 정보
·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 2014년 7월 22~27일, 남산·명동역 일원, 02)3455-8435,     www.sicaf.org
 

주변 볼거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동대문운동장기념관, 동대문역사관1398, 광장시장, 대학로, 이화마을, 장수마을, 이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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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