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개>‘하양 청부살인’후속취재 총쏜 자들의 고해성사

“사모님이 시키지 않았다”…말 바꾼 진짜 이유 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전국을 들썩이게 한 ‘하양 청부살인’사건. 중견기업 부인이 사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충격을 더한 이 사건의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범은 명백하지만 살인교사 여부가 쟁점이다. 실제 살해 청부는 있었을까. 아니면 궁지에 몰린 범인들이 꾸며낸 시나리오일까. 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재벌 부인의 주장, 그리고 직접 총을 쏜 범인들의 고해성사와 이들의 변호사 인터뷰를 통해 그 진실을 파헤쳐봤다.

최대 쟁점 ‘재벌가 사모님’ 살인교사 여부 곧 판결
두 범인 “살해 지시”에서 “사주 없었다”진술 번복


이른바 ‘하양 청부살인’사건은 2002년 3월 윤모씨와 그의 동창생인 김모씨가 당시 여대생이었던 하모양을 납치,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에서 공기총으로 살해한 범죄다.<본지 735호 참조> 두 사람은 1년여 동안 중국에서 도피생활 끝에 이듬해 3월 경찰에 붙잡혀 2004년 5월 대법원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무기징역 선고 후
왜곡된 진실 고백

이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은 중견기업 부인인 A씨가 하양 살인을 사주했냐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은 사위와 하양의 불륜을 의심한 A씨가 둘의 감시·미행도 모자라 윤씨와 김씨에게 하양을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A씨의 사위-하양 불륜 의심이 거의 병적 수준이었다는 점 ▲A씨가 윤씨·김씨에게 거액을 주기로 한 점 ▲범행 직후 해외로 도주한 윤씨·김씨가 A씨 친인척 집에 머물렀던 점 ▲실탄 최초 1발 발사 후 확인사살을 위해 추가로 5발을 발사한 점 등이 그 이유다.

특히 윤씨와 김씨의 진술이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A씨의 납치·살해 부탁을 받았다. A씨의 지시로 하양을 죽였다. 이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결국 A씨는 살인교사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는 “사주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윤씨와 김씨를 위증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이 ‘혐의 없음’처분을 내리자 대전고법에 재정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재판이 다시 진행됐다. 청주지법은 오는 18일 위증 여부에 대해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하양 청부살인’사건의 종착지인 이번 판결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A씨가 살해를 지시했다”는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고 새 국면을 맞을지가 관심거리다. 윤씨와 김씨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A씨는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
A씨 측은 “윤씨와 김씨의 거짓말 때문에 A씨가 억울한 누명을 썼다”며 “이들은 죗값을 감면받으려 거짓 진술을 하다 최고형이 떨어지자 나중에서야 모든 것을 체념하고 진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두 범인의 입장은 어떨까.
윤씨와 김씨는 기존 진술을 번복한 상태다. 윤씨는 대법원 상고 직전, 김씨는 대법원 확정 판결 뒤 “사주 받지 않았다”고 자백을 뒤집은 바 있다.
이들은 위증 공판에서도 “A씨에게 살인을 사주 받은 사실이 없다”, “A씨가 미행 지시만 내렸다”, “A씨는 하양의 자백만 원했다”, “A씨가 준 돈은 미행댓가이지 살해댓가가 아니다”, “살해는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저질렀다”고 말을 바꿨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찾아간 기자의 접견을 거부했다. 낯선 이의 방문을 경계한 듯 보였다. 대신 윤씨와 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상중 변호사를 통해 그들의 ‘고해성사’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변호사의 말도 다르지 않다. 2004년 4월 대법원 상고 전후 두 사람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이 변호사는 각각 윤씨와 김씨를 접견한 자리에서 허위 자백 사실을 알게 됐다.

“총으로 머리를 쿡쿡 찌르다 갑자기 1발이 격발됐습니다. 오발사고에요.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계속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이 변호사는 “위증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으로선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지만 윤씨와 김씨는 자신들로 인해 중형을 선고받은 A씨에게 미안한 마음에서 형 추가를 감수하고 위증을 시인하고 있다”며 “피의자들이 허위 자백한 행위에 대해선 변명 여지가 없으나 이제라도 사실을 밝히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점에서 선처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윤씨·김씨의 진술(번복 이후)과 이 변호사 등에 따르면 윤씨와 김씨는 1·2심 과정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허위로 자백했다. 하양 살해 직후 잘못된 판단이 위증한 이유다.
윤씨와 김씨는 범행 후 베트남과 중국으로 도피 중 이미 A씨가 살해를 교사한 것으로 입을 맞췄다. 타의에 의해 살해했다면 조금이나마 책임을 면할 것이란 계산에서다.

“계획적 살인 정황에
몇 가지 의문 있다”

특히 검거 뒤엔 사주 진술에 대한 1·2심 변호사들의 요구도 있었다. 1심 변호사는 A씨의 지시로 살해했다고 하면 법원의 선처로 5∼7년 정도의 형에 그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2심 변호사도 진술 번복 시 형이 더 올라갈 수 있으니 끝까지 밀어붙이라고 주문했다.
윤씨와 김씨는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감형을 위해 위증할 수밖에 없었고 재판에서 불이익을 우려해 진술을 번복할 수 없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전언이다. 당시 변호사들은 예상과 달리 무기징역이 최종 선고된 후 이들이 말을 바꾸자 변론을 포기했다.

윤씨와 김씨의 우발적 범행 정황도 사주 부분과 대치된다. 이들이 밝힌 하양 납치 배경을 보면 A씨를 향한 충성심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윤씨와 김씨는 A씨가 돈을 주고 사위와 하양의 미행을 시켰지만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등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하자 A씨로부터 추궁을 당했고, ‘돈값’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하양을 납치해 불륜 사실을 자백받기로 했다.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A씨는 돈을 돌려달라고 독촉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돈을 다 쓴 상태였죠. 돈을 반환할 방법이 없어 친구인 김씨와 함께 납치를 계획했습니다. 뭔가 성과를 얻으려고요.”
윤씨가 재판에서 증언한 하양의 납치 모의 경위다.

그러나 납치는 살인으로 이어졌다. 이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A씨의 교사에 따른 계획적 살인이라고 보기 어려운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사전에 살인을 계획했다면 미리 철저하게 범행 은폐까지 시나리오를 짜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사체 처리를 위한 삽, 곡괭이 등을 준비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암매장을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범행 장소도 등산객이 자주 오고가는 등산로 바로 옆(약 1m 지점)에 사체를 허술하게 낙엽으로 덮어 놓은 채 서둘러 산에서 내려왔다. 이들은 범행 전 공기총과 함께 철물점에서 결박용 노끈과 테이프, 머리에 씌울 쌀포대만 갖고 하양을 납치했다.

이들은 또 당초 납치 목적이 살인이었다면 최대한 범행을 감춰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살해에 직접 가담하지 않은 조력자 3∼4명 등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윤씨 소유의 승합차를 범행에 사용했다.
A씨가 윤씨와 김씨에게 각각 8000만원, 5000만원을 줬다는 혐의 내용도 살인 대가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 변호사의 의견이다. A씨가 이들 외에도 여러 명의 감시원들을 고용하면서 이에 버금가는 돈을 쏟아 부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보통 심부름센터 등에 미행을 의뢰할 경우 1주당 1000만원 안팎의 사례비가 들어간다. 윤씨는 2000년 3월부터, 김씨는 2001년 10월부터 ‘행동’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A씨가 건넨 돈이 미행댓가로 과한 게 아닌 셈이다.
범행 직후 해외로 도주한 윤씨와 김씨가 A씨 친인척 집에 머물렀다는 경찰의 발표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경찰은 이를 A씨가 하양 살해를 사주한 뒤 이들의 도주를 도왔다는 근거로 내세웠지만, 윤씨가 A씨의 조카이기 때문에 이들이 윤씨 친인척 집에서 있었다는 것으로도 풀이가 가능하다.

형 낮추려 허위 자백
1·2심 변호사 부추겨


특히 이 변호사는 윤씨와 김씨가 하양을 살해할 결정적인 동기가 없었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하양 납치·살해 당시 불륜 사실을 입증할 만한 물증을 잡지 못한 상태였다.
만약 불륜 증거를 잡았다면 몰라도 하양이 심하게 반항하는 등 예상치 못한 사태 외에 달리 하양을 죽인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두 사람의 자발적·우발적 범행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이 변호사는 설명했다.


하양을 향해 공기총 방아쇠를 당긴 김씨도 같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는 불륜 사실만 자백 받으려다 하양의 저항이 거세지자 자신도 모르게 우발적으로 살해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머리를 덮은 쌀푸대와 입, 눈을 가린 테이프를 떼자 하양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어요. 빨리 일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입과 눈에 테이프를 붙이고 쌀푸대를 씌운 뒤 총으로 하양의 머리를 쿡쿡 찌르면서 불륜을 시인하라고 하다가 갑자기 1발이 격발됐습니다. 예기치 못한 오발사고에요. 실탄이 장전돼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방아쇠 잠금장치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김씨가 직접 작성해 이 변호사에게 전달한 사건 당일 행적 중 일부 내용이다. 김씨는 확인사살에 대해선 실수로 1발 발사 뒤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벌어진 일(5발 발사)이라고 해명했다.
“저의 손으로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모습을 봤습니다. 그때부턴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계속 방아쇠를 당기게 됐습니다. 정신이 없어 몇 발을 발사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시를 떠올리면 그 순간 꿈을 꾼 것 같습니다. 총은 하양을 살해하기 위해 가져간 게 아닙니다. 단지 위협하려고 한 것입니다.”

검찰은 법원의 공소 재기 명령에 따라 위증 혐의로 윤씨와 김씨를 기소했지만 무혐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A씨의 살인교사가 명백하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A씨가 단순히 혐의를 벗기 위해 윤씨와 김씨의 위증을 주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두 범인이 “A씨가 지시하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한 이면에 A씨-윤씨·김씨간 모종의 거래도 의심하고 있다. A씨 측의 회유가 있지 않았냐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총은 살해용 아닌
위협용으로 소지”

하지만 이 변호사는 이를 일축했다.
“윤씨와 김씨는 하양은 물론 A씨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왜곡된 증언으로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이죠. 당연히 그 죗값을 받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검찰은 아무런 증거나 근거 없이 언론 등에 회유 의혹을 흘리고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추측만 갖고 말이죠. 검찰 맞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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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