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패브릭 디자이너 김예훈

전통문양을 섬유에 '한뜸 한뜸'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전통(트래드)과 트렌디(유행), 양 대칭에 있는 두 단어는 동전의 양면처럼 짝을 이루고 있다. 김예훈 작가는 전통을 바탕으로 트렌디한 텍스타일(직조) 컬렉션들을 선보여 온 유망한 작가다. 오는 7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는 김 작가. 배움을 향한 끝없는 열정과 섬세한 감각으로 무장한 그를 <일요시사>가 만났다.

늘씬하면서도 서구적인 외모에 놀랐다. 검은색 슬리브리스 차림에 고급스런 스카프를 한 손에 걸친 눈앞의 여성은 전통이란 단어와 거리가 있어 보였다. 하지만 김예훈 작가는 전통 기하문(직선과 곡선이 자유롭게 서로 연속되거나 교차되어 질서 있는 아름다운 구성을 이루는 문양)을 소재로 입체적인 섬유 작품들을 선보여 온 디자이너였다. 본인 스스로도 대학 시절 전통미술공예를 전공했음을 자부심으로 여겼다.

예술가처럼 작업

"전통 문양을 현대화해서 섬유 작품에 접목하고 있는데요. 디자인을 할 때 기하문의 반복된 패턴을 즐겨 사용하는 편입니다. 보통 디자이너라고 하면 상업화된 제품을 떠올리기 쉬운데요. 저는 많이 파는 디자이너보다는 아티스트(예술가)처럼 작업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물론 순수작업만 하면 더 좋겠지만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아이템에 제 디자인을 입히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어요. 대신 전시를 할 때는 항상 상품화되지 않은 작업물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편이고요."

김 작가는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블랙 계통의 클러치백을 가리키면서 "일일이 손으로 잡아 박음질했다"고 강조했다. 기계를 쓰면 오차 없는 직선을 만들 수 있지만 반대로 미묘한 곡선을 곳곳에 넣어 포인트를 줬다는 설명이다. 산뜻한 나뭇결을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효과가 무척 인상적이다.

"어떻게 보면 미묘한 차이지만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과정에서는 (심미감에서) 굉장한 차이가 날 수 있거든요. 전통을 차용하면서 가장 두려웠던 건 전통을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 디자인해야 한다는 강박이었어요. 전통을 재현한다고 하면 말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똑같이 만들어야 하죠. 그러려면 얼마나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또 기술이 필요하겠어요. 그래서 저는 전통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될 때쯤 작업을 다시 해 보자. 우선은 동양적인 소재(선이나 면)들을 위주로 테스트 해보자고 생각했죠."


김 작가는 자신을 일컬어 "아직도 학생 같다"고 했다. 완벽한 배경 지식 습득을 위해 틈틈이 한국사도 공부하는 그다. 김 작가는 "정확한 디자인을 하려면 우리 문화에 관해 꾸준히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김 작가의 미적 관심은 꼭 전통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그는 "아이돌의 트렌디한 패션에서도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했다.

기하문 소재 입체적인 디자인 선보여
모던하면서도 독특한 텍스타일 특징
배움 향한 끝없는 열정 "미국서 또 다른 도전"

"특정 선이나 도형을 어떤 방식으로 취합해서 그룹 이름을 부각시켰는지 또는 TV프로그램 배경으로 쓰이는 세트장에 양각과 음각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이 모든 일들이 제게는 관심사죠. 요즘 저는 새롭게 건물이 들어서거나 인테리어 한 가게를 가보는 것도 좋아해요. 호텔에 비치된 고급스러운 장식들을 보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마음 같아선 그냥 학생으로 10년 정도 더 살고 싶어요."

모던하면서도 독특한 문양의 텍스타일이 특징인 그의 작품들은 고급스러운 질감이 돋보인다. 수많은 샘플링의 결과인데 원단을 빨고, 삶고, 변화하는 과정을 살피며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는다.

김 작가 자신은 '텍스쳐'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는데 옛 불교 회화에 등장하는 육각문이 '프랙탈'(같은 모양의 구조가 무수히 모여 있는 성질 혹은 현상) 형태로 작업의 주요 모티브가 되는 등 작품 해석 능력 역시 범상치 않은 김 작가다.

"어린 시절 본 천연 염색과 관련한 TV 다큐멘터리가 제 인생을 바꿔놨어요. 천에 스며든 색의 깊이가 저를 매료시켰죠. 전통공예를 교수님들께 배웠지만 아직은 부족한 게 많아요."

"저는 오늘도 성장하고 또 배워야 하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지금 생각이 정답인 듯 비춰지는 게 싫어요. 다만 내년에 또 어떤 작업을 하고 있을지, 그런 생각에 설레긴 해요. 얼마 전에는 한국에 있는 작업실을 모두 정리했어요. 다음 달 미국에 있는 패브릭 회사에 들어갈 예정이죠. 새로운 걸 경험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아요. 비록 회사원이지만 주말에는 부지런히 작업해서 6개월에 한 번씩 전시를 하는 게 목표예요."


배우고 또 배우고

김 작가는 3년 정도의 외국 체류를 생각하고 있다. 김 작가는 이 기간 다양한 작가들과 협업하면서 최대한 자유를 만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작업실 겸 전시 공간을 만들어 대중들과 함께 호흡할 계획이다. 김 작가는 프랙탈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작은 에너지가 모여 큰 에너지를 만들고 결국엔 생명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가 선택한 미국행이 나중에는 큰 에너지가 돼 생기 넘치는 작업의 동력이 되길 바란다.

 

<angeli@ilyosisa.co.kr>

 

[김예훈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섬유디자인 석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졸업
▲제33회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 입선, 제6회 청주공예문화상품대전 입선 등 수상 다수
▲Invitation Exhibition(2010,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핸드메이드 코리아페어(2013, 코엑스) 등 단체전·페어 다수 참여
▲현대백화점 등 Design free market 다수 참여
▲현대백화점 중동점 등 브랜드 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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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