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유구무언 패장’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한심한 한국축구…믿었던 국민이 바보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홍명보(45)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이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홍 감독의 박주영 선발 고집 논란은 월드컵 내내 이어졌다. 공공연한 인맥축구가 한국 축구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감독의 거취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에 도전했던 홍명보호가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은커녕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가장 힘 빠지는 월드컵이었다. 성적 부진에 따른 비판의 화살은 자연스레 홍명보 감독을 향했다. 홍 감독의 지도력은 물론 ‘엔트으리’로 조롱된 ‘의리축구’는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홍명보호 곤조
의리축구 참패
 
홍명보호는 벨기에전을 끝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 물러났다. 마지막 경기까지 패배한 후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에 나오기에는 감독이 가장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점수로 말하기는 좀 어렵다. 다만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저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어렵다.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가장 부족했던 거다”라고 말하면서 감독직 사퇴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홍 감독은 또 “앞으로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해야 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번 월드컵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 선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선발 원칙부터 깨졌던 게 문제였다. 지난해 6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소속팀의 활약을 근거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라고 천명했다. “홍명보의 아이들도, 박지성도 무임승차는 없다”라며 자신의 선발 원칙을 강조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라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금 경기력과 1년 후 경기력을 모두 체크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아스날)을 비롯해 윤석영(QPR),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지동원(도르트문트), 박종우(광저우 부리), 김진수(호펜하임) 등이 홍명보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펄펄 난 이명주(알 아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박주호(마인츠)가 제외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배우 김보성의 CF 광고를 빗대어 홍명보 감독의 ‘엔트으리’라는 패러디가 봇물처럼 마구 터져나왔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1년여간 홍명보 감독이 걸어온 길은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원칙을 깼다”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그의 ‘의리축구’는 결과적으로 크게 실패했다. “난 항상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말했는데, 역설적으로 선수들은 그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이들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치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무릎 부상 치료 후 봉와직염에 걸린 박주영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와 함께 특별 관리에 들어갔으나 60분 출전이 한계였다. 홍명보호의 원톱은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후반 15분 전후로 매번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박주영의 부진은 홍명보의 의리축구 논란에 더욱 불씨를 키웠다.
 
8강 꿈 안고 브라질 떠났지만…
1무2패 초라한 성적표 ‘침몰’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 손흥민을 제외하곤 특출나게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는 반전을 기대한 이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이후 홍명보 감독의 베스트11은 변화가 없었다.
 
물은 계속 고여 있었다. 주전을 결정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도 맞지만 지나치게 변화가 없었다. 그저 이름값에 치우친 모습이었다.
 
경기력이나 컨디션은 후순위였다. 1골 1도움을 올린 이근호(상주)는 조커로 국한됐다. 출전시간도 30분 내외였다. 김신욱(울산)도 제공권 강화에 맞춘 카드로만 쓰였다. 이청용(볼튼), 구자철(마인츠)은 컨디션이 분명 좋지 않았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브라질월드컵 3경기는 분명 실망스러웠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가 아직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매우 뒤처져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성적 부진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공통점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인맥축구의
처참한 결과
 
앞서 지난달 18일 홍명보호는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H조 첫 경기를 치뤘다. 결과는 1-1 무승부. 그나마 박주영과 교체투입 된 이근호가 강력한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려 무사히 경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행운이 따랐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한국대표팀의 첫 경기 승리 공식이 22년만에 깨졌다.
 
아쉬운 무승부가 나온 건 불안한 수비와 골 결정력 때문이었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한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손흥민이 전반전에 러시아의 수비를 교란시키고 빈틈을 만들어 한국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반면 박주영은 손흥민이 매우 좋은 두 번의 찬스를 줬지만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전 경기력은 4:6로 러시아가 이겼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인 <닛칸스포츠>는 “한국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러시아에 따라잡혔다”고 전했다.
 
브라질월드컵 BBC 해설을 맡은 마틴 키언은 “아스널에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박주영은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단 11분 뛰었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뛰다니 행운이 가득한 선수”라고 혹평했다.
 
아쉽게 승리는 놓쳤지만 최소한의 목표로 삼았던 승점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대표팀은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첫 경기 이전까지 비공개 훈련으로 일관했던 홍 감독도 훈련장을 모두 공개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고맙다”며 “비록 승리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잘 해줬다.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좋았다”고 했다.
 
앞선 가나와의 평가전 때문이었을까. 러시아전 무승부는 대표팀을 감싸던 무거운 공기를 걷어냈다. 결연함을 넘어 어둡기까지 했던 태극호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자연스레 16강 진출의 희망도 품게됐다. 홍 감독이 추구하는 ‘원팀’으로 더욱 결속력이 강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첫 경기 러시아전을 아쉽게 1무로 마무리하면서 알제리전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알제리를 꺾지 못하면 마지막 3차전인 벨기에전에 부담을 갖게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경기 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지휘관으로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동기부여를 일으키기 위해 승리하겠다는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홍 감독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추측컨대, 승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러시아 비겨 희망 보이다
알제리·벨기에 졸전 참패
 
홍명보호는 지난달 23일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무려 네 골을 내주고 두 골을 쫓아갔지만 2-4로 완패했다. 예고된 참사였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골키퍼 정성룡의 부진과 수비진의 붕괴로 알제리에 4골을 허용하는 참사를 불러왔다.
 
한국의 오른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상대 공격수와 골키퍼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두 차례나 연출됐다. 홍 감독이 아끼던 박주영은 슈팅 0개로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12분 김신욱과 교체되기도 했다. 이후 홍 감독은 이청용을 이근호로, 한국영을 지동원과 교체시켰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대표팀은 알제리전에서 수비진의 균열을 나타내면서 상대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나마 손흥민과 구자철이 대표팀의 구겨진 체면을 살렸다.

리더 부재
모래알 조직
 
경기 후 홍 감독은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력 분석이나 대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반에 수비가 안 돼 실점을 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평가하며 “전술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 못했다”고 자책했다.
 
경기 후 알제리 최대 스포츠지 <르 뷔테르>는 “알제리는 한국에 한 수 가르쳤다”며 “사막의 여우들(알제리 축구팀 별칭)이 한국을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기뻐했다. 또 다른 일간지는 “한국을 실신시켰다”고 보도했다.
 
알제리전 참패 이후 한국의 16강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이미 자력 진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벨기에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의 승산을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벨기에는 러시아를 1-0으로 따돌리고 2연승(승점6), H조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앞서 지난달 18일 러시아와 1-1로 비긴 한국은 대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채 1무1패(승점1, 골득실 -2)로 H조 꼴지로 쳐지면서 3차전인 벨기에전을 승리로 끌고가야하는 애처로운 처지에 내몰렸다. 하지만 벨기에를 다득점으로 이기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안타깝게도 홍명보호는 지난달 27일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배하면서 이번 브라질월드컵 성적을 1무2패로 마무리 지었다. 투혼을 발휘했다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술 '꽝'
기술 '꽝'
체력 '꽝'
 
벨기에전에서 홍 감독은 선발에 변화를 줬다. 김신욱, 김승규가 첫 선발로 나섰다. 그밖의 포지션은 변화가 없었다. 2선에는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이 포진했고 중앙에는 기성용, 한국영이 배치됐다. 수비는 이용, 홍정호, 김영권, 윤석영이 맡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박주영은 벤치에 대기했다.
 
빌모츠 감독의 벨기에는 주전을 대거 제외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신성 야누자이가 첫 선발 기회를 잡은 가운데 미랄라스, 메르텐스가 공격진을 이뤘다. 중원에는 펠라이니, 뎀벨레, 드푸르가 섰다. 수비에선 판데 보레, 판 바이텐, 롬바르츠, 베르통언이 발을 맞췄다. 골키퍼는 쿠르투아였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 진행됐다. 한국은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해 벨기에를 공략했고 벨기에는 메르텐스의 빠른 발로 공격했다. 벨기에가 전반 25분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문전 혼전 중 메르텐스가 노마크 슈팅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크게 떴다. 한국은 전반 30분 기성용의 날카로운 슈팅이 쿠르투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0-0의 흐름이 계속됐고 전반 45분 변수가 발생했다. 벨기에의 드푸르가 거친 파울로 퇴장당했다. 볼 경합 과정서 김신욱에게 축구화 바닥이 보인 위험한 파울을 범했고 주심은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전반은 득점 없이 끝이 났다.

무승 탈락
최악의 성적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영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리고 후반 14분 손흥민의 크로스가 크로스바를 맞고 아쉽게 무산됐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고, 양 팀은 교체로 변화를 줬다. 벨기에는 오리기, 샤들리를 투입했고 한국은 김신욱을 빼고 김보경을 내보냈다.
 
손흥민 대신 지동원까지 투입하며 한국은 총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선제골은 벨기에가 넣었다. 후반 32분 오리기의 슈팅을 김승규가 쳐내자 쇄도하던 베르통언이 재차 차 넣었다. 다급해진 한국은 공격에 모든 걸 걸었다. 그러나 패스 타이밍이 늦었고 슈팅은 빗나갔다.
 
결국 한국은 0-1로 패했고,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한편, 다른 경기에선 알제리와 러시아가 1-1로 비겼다. 알제리는 1승1무1패, 조 2위로 벨기에(3승)와 함께 16강에 올랐다.
 
홍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후 1992년 유공코끼리의 지명을 받았으나 지명권 트레이드로 포항제철 아톰즈에 입단했다. 92년 포항의 K리그 우승에 크게 공헌해 신인 선수 최초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97년 J리그 팀 벨마레 히라츠카로 옮겨 활약하다가 99년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해 그해 J리그 컵 우승에 공헌했다. 그리고 2002년 포항 스틸러스로 잠시 복귀했다가 2003년 미국 메이저 리그 LA갤럭시로 이적했다. 이후 2004년 선수로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홍 감독은 90년 노르웨이와의 친선 경기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데뷔해 총 4번의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다. 월드컵 4회 참가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주장을 맡아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4강을 이룩한 뒤 브론즈 볼을 수상했다. 이후 홍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딕 아드보카트가 감독일 당시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이후 2009년 조동현 감독의 후임으로 U-20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서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맡아 2012년 하계 올림픽 동메달에 기여했다. 이후 최강희의 후임으로 한국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앞서 은퇴 기자회견 당시 홍 감독은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의 길은 행정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행정가의 꿈은 계속 열어놓고 있다고 전해진다.
 
 
<khlee@ilyosisa.co.kr>
 

[홍명보는?]
 
▲서울 출생
▲동북고 졸업
▲고려대 졸업

▲대표선수 경력
  -이탈리아월드컵(90)
  -미국월드컵(98)
  -한일월드컵(02)
  -A매치 출전 128게임

▲프로선수 경력
  -포항제철(92∼96)
  -일본 쇼난 벨마레(97∼98)
  -일본 가시와 엔틀러스(99∼01)
  -포항제철(02∼03년)
  -미국 LA갤럭시(03∼04)

▲지도자 경력
  -대표팀 코치(02∼07)
  -U-23 대표팀 코치(07∼08)
  -올림픽 대표팀 감독(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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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