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유구무언 패장’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한심한 한국축구…믿었던 국민이 바보다

[일요시사=사회팀] 이광호 기자 =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 홍명보(45) 감독이 이끌었던 축구대표팀이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부진했던 게 사실이다. 홍 감독의 박주영 선발 고집 논란은 월드컵 내내 이어졌다. 공공연한 인맥축구가 한국 축구의 성장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감독의 거취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브라질월드컵 결과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상 첫 원정 월드컵 8강에 도전했던 홍명보호가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2014브라질월드컵 16강은커녕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가장 힘 빠지는 월드컵이었다. 성적 부진에 따른 비판의 화살은 자연스레 홍명보 감독을 향했다. 홍 감독의 지도력은 물론 ‘엔트으리’로 조롱된 ‘의리축구’는 칼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홍명보호 곤조
의리축구 참패
 
홍명보호는 벨기에전을 끝으로 브라질월드컵에서 물러났다. 마지막 경기까지 패배한 후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월드컵에 나오기에는 감독이 가장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홍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점수로 말하기는 좀 어렵다. 다만 가지고 있는 부분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그 가운데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저에 대해 제가 평가하기는 어렵다.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내가 가장 부족했던 거다”라고 말하면서 감독직 사퇴에 대해서는 “알아서 잘 판단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홍 감독은 또 “앞으로 한국 축구는 더 발전해야 한다. 이번 브라질월드컵에서 좋은 경험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영표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라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이번 월드컵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선수 선발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선발 원칙부터 깨졌던 게 문제였다. 지난해 6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은 “소속팀의 활약을 근거로 국가대표를 선발하겠다”라고 천명했다. “홍명보의 아이들도, 박지성도 무임승차는 없다”라며 자신의 선발 원칙을 강조했다.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선수라면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었다. 그러나 홍 감독은 “지금 경기력과 1년 후 경기력을 모두 체크해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소신을 끝까지 지키지 않았다.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이다.
 
부상을 당하거나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박주영(아스날)을 비롯해 윤석영(QPR), 김창수(가시와 레이솔), 지동원(도르트문트), 박종우(광저우 부리), 김진수(호펜하임) 등이 홍명보 감독의 최종 선택을 받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펄펄 난 이명주(알 아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박주호(마인츠)가 제외되면서 파장은 더욱 커졌다. 배우 김보성의 CF 광고를 빗대어 홍명보 감독의 ‘엔트으리’라는 패러디가 봇물처럼 마구 터져나왔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지만 1년여간 홍명보 감독이 걸어온 길은 ‘약속’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원칙을 깼다”라며 정면 돌파를 택했지만 그의 ‘의리축구’는 결과적으로 크게 실패했다. “난 항상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말했는데, 역설적으로 선수들은 그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진 이들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펼치면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무릎 부상 치료 후 봉와직염에 걸린 박주영은 이케다 세이고 피지컬 코치와 함께 특별 관리에 들어갔으나 60분 출전이 한계였다. 홍명보호의 원톱은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서 후반 15분 전후로 매번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박주영의 부진은 홍명보의 의리축구 논란에 더욱 불씨를 키웠다.
 
8강 꿈 안고 브라질 떠났지만…
1무2패 초라한 성적표 ‘침몰’
 
다른 선수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졌다. 손흥민을 제외하곤 특출나게 눈에 띄는 선수가 없었다. 홍명보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는 반전을 기대한 이도 있겠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 발표 이후 홍명보 감독의 베스트11은 변화가 없었다.
 
물은 계속 고여 있었다. 주전을 결정하고 조직력을 강화하는 것도 맞지만 지나치게 변화가 없었다. 그저 이름값에 치우친 모습이었다.
 
경기력이나 컨디션은 후순위였다. 1골 1도움을 올린 이근호(상주)는 조커로 국한됐다. 출전시간도 30분 내외였다. 김신욱(울산)도 제공권 강화에 맞춘 카드로만 쓰였다. 이청용(볼튼), 구자철(마인츠)은 컨디션이 분명 좋지 않았다.
 
결과가 전부는 아니지만, 브라질월드컵 3경기는 분명 실망스러웠다. 홍명보호는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한국축구가 아직 세계축구의 흐름에서 매우 뒤처져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다. 사실 성적 부진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의 공통점이었다. 그렇지만 한국이 최고의 전력을 갖추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쉽게 식지 않을 전망이다.

인맥축구의
처참한 결과
 
앞서 지난달 18일 홍명보호는 브라질 쿠이아바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H조 첫 경기를 치뤘다. 결과는 1-1 무승부. 그나마 박주영과 교체투입 된 이근호가 강력한 슛으로 선제골을 터트려 무사히 경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행운이 따랐지만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한국대표팀의 첫 경기 승리 공식이 22년만에 깨졌다.
 
아쉬운 무승부가 나온 건 불안한 수비와 골 결정력 때문이었다.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0-4로 대패한 것도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손흥민이 전반전에 러시아의 수비를 교란시키고 빈틈을 만들어 한국에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반면 박주영은 손흥민이 매우 좋은 두 번의 찬스를 줬지만 모두 놓쳐버리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전 경기력은 4:6로 러시아가 이겼다는 평가가 많다. 일본 스포츠전문매체인 <닛칸스포츠>는 “한국이 선제골을 넣었지만 러시아에 따라잡혔다”고 전했다.
 
브라질월드컵 BBC 해설을 맡은 마틴 키언은 “아스널에 박주영이라는 선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박주영은 지난 시즌 아스널에서 단 11분 뛰었다. 그래도 월드컵에서 뛰다니 행운이 가득한 선수”라고 혹평했다.
 
아쉽게 승리는 놓쳤지만 최소한의 목표로 삼았던 승점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대표팀은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첫 경기 이전까지 비공개 훈련으로 일관했던 홍 감독도 훈련장을 모두 공개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홍 감독은 경기 직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줬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고맙다”며 “비록 승리하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준비한 대로 선수들이 잘 해줬다. 전체적으로 조직력이 좋았다”고 했다.
 
앞선 가나와의 평가전 때문이었을까. 러시아전 무승부는 대표팀을 감싸던 무거운 공기를 걷어냈다. 결연함을 넘어 어둡기까지 했던 태극호는 순항하는 듯 보였다. 자연스레 16강 진출의 희망도 품게됐다. 홍 감독이 추구하는 ‘원팀’으로 더욱 결속력이 강화되는 듯했다.
 

그러나 첫 경기 러시아전을 아쉽게 1무로 마무리하면서 알제리전 승리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알제리를 꺾지 못하면 마지막 3차전인 벨기에전에 부담을 갖게 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승리해야만 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경기 전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지휘관으로서 선수들을 독려하고 동기부여를 일으키기 위해 승리하겠다는 말을 할 수도 있었지만, 홍 감독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추측컨대, 승리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러시아 비겨 희망 보이다
알제리·벨기에 졸전 참패
 
홍명보호는 지난달 23일 포르투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주경기장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무려 네 골을 내주고 두 골을 쫓아갔지만 2-4로 완패했다. 예고된 참사였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골키퍼 정성룡의 부진과 수비진의 붕괴로 알제리에 4골을 허용하는 참사를 불러왔다.
 
한국의 오른쪽 측면이 무너지면서 상대 공격수와 골키퍼가 일대일로 맞서는 상황이 두 차례나 연출됐다. 홍 감독이 아끼던 박주영은 슈팅 0개로 별다른 활약 없이 후반 12분 김신욱과 교체되기도 했다. 이후 홍 감독은 이청용을 이근호로, 한국영을 지동원과 교체시켰지만 경기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대표팀은 알제리전에서 수비진의 균열을 나타내면서 상대의 빠른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그나마 손흥민과 구자철이 대표팀의 구겨진 체면을 살렸다.

리더 부재
모래알 조직
 
경기 후 홍 감독은 “최선을 다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력 분석이나 대책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반에 수비가 안 돼 실점을 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고 평가하며 “전술적으로 적극적으로 대응 못했다”고 자책했다.
 
경기 후 알제리 최대 스포츠지 <르 뷔테르>는 “알제리는 한국에 한 수 가르쳤다”며 “사막의 여우들(알제리 축구팀 별칭)이 한국을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뒀다”고 기뻐했다. 또 다른 일간지는 “한국을 실신시켰다”고 보도했다.
 
알제리전 참패 이후 한국의 16강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였다. 이미 자력 진출은 물 건너간 상황이었다. 벨기에는 한국과의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이 가능했다. 한국의 승산을 점치는 전문가는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었다.
 
벨기에는 러시아를 1-0으로 따돌리고 2연승(승점6), H조에서 가장 먼저 16강에 올랐다. 앞서 지난달 18일 러시아와 1-1로 비긴 한국은 대회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채 1무1패(승점1, 골득실 -2)로 H조 꼴지로 쳐지면서 3차전인 벨기에전을 승리로 끌고가야하는 애처로운 처지에 내몰렸다. 하지만 벨기에를 다득점으로 이기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안타깝게도 홍명보호는 지난달 27일 브라질 상파울루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0-1로 패배하면서 이번 브라질월드컵 성적을 1무2패로 마무리 지었다. 투혼을 발휘했다지만 역부족이었다.
 
전술 '꽝'
기술 '꽝'
체력 '꽝'
 
벨기에전에서 홍 감독은 선발에 변화를 줬다. 김신욱, 김승규가 첫 선발로 나섰다. 그밖의 포지션은 변화가 없었다. 2선에는 손흥민, 구자철, 이청용이 포진했고 중앙에는 기성용, 한국영이 배치됐다. 수비는 이용, 홍정호, 김영권, 윤석영이 맡았다.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박주영은 벤치에 대기했다.
 
빌모츠 감독의 벨기에는 주전을 대거 제외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신성 야누자이가 첫 선발 기회를 잡은 가운데 미랄라스, 메르텐스가 공격진을 이뤘다. 중원에는 펠라이니, 뎀벨레, 드푸르가 섰다. 수비에선 판데 보레, 판 바이텐, 롬바르츠, 베르통언이 발을 맞췄다. 골키퍼는 쿠르투아였다.
 
치열한 중원 싸움이 진행됐다. 한국은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해 벨기에를 공략했고 벨기에는 메르텐스의 빠른 발로 공격했다. 벨기에가 전반 25분 결정적 기회를 놓쳤다. 문전 혼전 중 메르텐스가 노마크 슈팅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크게 떴다. 한국은 전반 30분 기성용의 날카로운 슈팅이 쿠르투아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0-0의 흐름이 계속됐고 전반 45분 변수가 발생했다. 벨기에의 드푸르가 거친 파울로 퇴장당했다. 볼 경합 과정서 김신욱에게 축구화 바닥이 보인 위험한 파울을 범했고 주심은 망설임 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전반은 득점 없이 끝이 났다.

무승 탈락
최악의 성적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한국영을 빼고 이근호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다. 그리고 후반 14분 손흥민의 크로스가 크로스바를 맞고 아쉽게 무산됐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고, 양 팀은 교체로 변화를 줬다. 벨기에는 오리기, 샤들리를 투입했고 한국은 김신욱을 빼고 김보경을 내보냈다.
 
손흥민 대신 지동원까지 투입하며 한국은 총공격을 펼쳤다. 그러나 선제골은 벨기에가 넣었다. 후반 32분 오리기의 슈팅을 김승규가 쳐내자 쇄도하던 베르통언이 재차 차 넣었다. 다급해진 한국은 공격에 모든 걸 걸었다. 그러나 패스 타이밍이 늦었고 슈팅은 빗나갔다.
 
결국 한국은 0-1로 패했고, 조별리그서 탈락했다. 한편, 다른 경기에선 알제리와 러시아가 1-1로 비겼다. 알제리는 1승1무1패, 조 2위로 벨기에(3승)와 함께 16강에 올랐다.
 
홍 감독은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를 졸업하고 곧바로 상무에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후 1992년 유공코끼리의 지명을 받았으나 지명권 트레이드로 포항제철 아톰즈에 입단했다. 92년 포항의 K리그 우승에 크게 공헌해 신인 선수 최초로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97년 J리그 팀 벨마레 히라츠카로 옮겨 활약하다가 99년 가시와 레이솔로 이적해 그해 J리그 컵 우승에 공헌했다. 그리고 2002년 포항 스틸러스로 잠시 복귀했다가 2003년 미국 메이저 리그 LA갤럭시로 이적했다. 이후 2004년 선수로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홍 감독은 90년 노르웨이와의 친선 경기에서 처음으로 국가대표로 데뷔해 총 4번의 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다. 월드컵 4회 참가는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대표팀 주장을 맡아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4강을 이룩한 뒤 브론즈 볼을 수상했다. 이후 홍 감독은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딕 아드보카트가 감독일 당시 수석코치로 발탁됐다.
 
이후 2009년 조동현 감독의 후임으로 U-20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고 좋은 경기를 보여주면서 올림픽 대표팀 감독까지 맡아 2012년 하계 올림픽 동메달에 기여했다. 이후 최강희의 후임으로 한국대표팀 감독에 올랐다. 앞서 은퇴 기자회견 당시 홍 감독은 행정가의 길을 걷겠다고 공언했지만 그의 길은 행정가와는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행정가의 꿈은 계속 열어놓고 있다고 전해진다.
 
 
<khlee@ilyosisa.co.kr>
 

[홍명보는?]
 
▲서울 출생
▲동북고 졸업
▲고려대 졸업

▲대표선수 경력
  -이탈리아월드컵(90)
  -미국월드컵(98)
  -한일월드컵(02)
  -A매치 출전 128게임

▲프로선수 경력
  -포항제철(92∼96)
  -일본 쇼난 벨마레(97∼98)
  -일본 가시와 엔틀러스(99∼01)
  -포항제철(02∼03년)
  -미국 LA갤럭시(03∼04)

▲지도자 경력
  -대표팀 코치(02∼07)
  -U-23 대표팀 코치(07∼08)
  -올림픽 대표팀 감독(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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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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