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의 보고 ‘민통선’ 100배 즐기기 ④경기 연천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자연은 신의 선물

연천의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은 자연생태와 안보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최적지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합류하는 부근에는 내륙에서 볼 수 있는 강안 주상절리가 있다. 높이 40m, 길이 1.5km에 달하는 주상절리는 트레킹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 비가 내린 뒤에는 절벽에 수십 개 폭포가 생겨 커다란 물줄기를 쏟아낸다. 나룻배마을에서 트랙터를 타고 인적이 드문 민통선 안의 자연을 둘러보자. 태풍전망대와 승전OP는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이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곳이다. 경원선 열차가 북녘으로 달리지 못하고 멈춰선 신탄리역에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푯말이 분단의 아픔을 말해준다. 해발 832m 고대산 정상에 서면 철원평야와 북녘 땅이 바라보인다.

 

인간 손때 닿지 않은 자연의 속살
‘철마는 달리고 싶다’ 분단의 아픔

남과 북을 가로막은 철책과 지뢰, 군부대로 상징되는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은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동시에, 문명 세상의 발길에 차이지 않은 생태계를 품은 자연을 선물한다. 민족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땅이지만, 마냥 슬프지 않은 것은 순수한 자연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금단의 땅
민통선

경기도 최북단이자 최전방 접경 지역인 연천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 자연생태와 안보관광을 즐길 수 있는 최적지다. 연천에서 남북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흐르는 임진강을 따라가면 한탄강과 합류하는 동이리에서 중국의 적벽에 비견할 만한 절벽과 마주한다. 한반도 내륙에서 볼 수 있는 강안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단면이 다각형 기둥 모양인 절리를 말한다. 용암대지에 임진강 물이 흘러들면서 절리 면을 따라 침식되어 수직 절벽이 형성된 것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지질구조에서 신생대의 지질운동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임진강 주상절리는 높이 40m, 길이 1.5km에 달한다. 강을 따라 평화누리길이 펼쳐져 트레킹하며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내린 뒤에는 절벽에 수십 개 폭포가 생겨 커다란 물줄기를 쏟아낸다.
일교차가 클 때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바위 틈 단풍잎이 붉게 물들어 적벽이라고도 부른다.
주상절리에서 임진강 상류로 계속 올라가면 징파나루가 나온다. 자갈이 훤하게 비칠 정도로 물이 맑다고 해서 맑을 징(澄), 물결 파(波)를 쓰는 징파강에 있던 나루. 예전에는 한양과 함경도를 오가는 주요 길목이었으며,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운기 엔진을 단 배가 강을 건너다녔다. 지금은 북삼교와 군남댐이 생기면서 너른 자갈밭으로 변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징파나루 뒤에는 여행객의 발걸음이 잦은 나룻배마을이 자리한다. 계절에 맞는 농사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트랙터를 타고 민통선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굉음을 내는 트랙터 소리에 흠칫 놀라지만, 체험객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도 엿보인다. 민통선 초소에서 수속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면 트랙터는 몸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달린다. 바닥에 연신 부딪혀 엉덩이가 얼얼해도 신이 난다. 


민통선은 사람들의 발길을 불허한 금단의 땅과도 같다. 차량이라야 농부들의 트랙터 몇 대와 군 차량이 간간이 오가는 게 전부다. 1953년 7월 27일 미국과 중국, 소련에 의해 155마일(약 250km) 휴전선이 그어지고, 이듬해 2월에는 미국 육군 사령관 직권으로 DMZ 바깥에 민통선이 정해졌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천천히 달리며 적막한 분위기를 만끽한다. 민통선 안을 마음껏 누비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민통선 출입은 신분증만 있으면 자유롭다. 나룻배마을 체험은 20인 이상 단체에 한해 가능하다. 가족 여행객은 7~8월(월 2~3회) 캠프가 진행될 때 참여할 수 있다. 캠프는 나룻배마을 홈페이지에서 확인·신청하면 된다.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려면 태풍전망대로 가야 한다. 육군 태풍부대에서 관리하는 전망대는 비끼산 정상 수리봉에 위치한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휴전선까지 800m, 북한 초소까지 1.6km에 불과하다. 맑은 날에는 개성이 보인다. 전망대 앞으로 남방 한계선의 철책이 길게 늘어섰고, 그보다 멀리 북방에 휴전선이라 부르는 군사분계선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 사이에 국군과 북한군의 관측소와 초소가 빼곡하다. 사소한 움직임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 트였다.

휴전선 사이
남북의 현실

전망대 너른 터에는 군인들이 종교 집회를 할 수 있는 교회, 성당, 성모상, 법당, 종각 등이 있고, 한국전쟁 전적비, 소년전차병 기념비가 세워졌다. 전시관에는 임진강 필승교에서 수습한 북한 사람들의 생필품과 일용품, 휴전 뒤 여러 차례 침투한 무장간첩이 사용한 침투 장비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태풍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임진강 평화습지원이 있다. 군남홍수조절지로 인해 두루미 서직지가 사라져 새로 조성한 인공 습지다. 민통선 안에 둥지를 틀어 겨울철에 두루미 무리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인위적인 기교가 더해졌지만, 태초의 자연이 남아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노란 원추리가 무리를 이루고, 데이지와 창포가 곳곳에 피어 아름답다. 두루미의 먹이가 되는 율무를 재배하는 밭도 있다.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대치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상승OP와 승전OP가 있다. 현재 상승OP는 부대 사정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승전OP만 출입 가능하다.
OP(Observation Post, 초소)는 전망대와 달리 육군 25사단이 북한군의 활동을 관측하기 위해 운용하는 최전방 관측소다. 망원경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우리 군 관측소와 북한군 관측소의 거리가 가까워 북한 땅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연천을 지나 북쪽으로 달리던 경원선 열차의 남쪽 종착지가 백마고지역이다.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열차는 반세기가 넘도록 북녘으로 가지 못한다. 백마고지역과 옛 철원역까지는 철길이 놓였으나, 휴전선 너머 평강 사이에는 철길이 없어진 상태다. 신탄리역 근처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푯말이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신탄리역에서 해발 832m 고대산에 오르면 철원평야와 북녘 땅이 바라보인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임진강 주상절리→나룻배마을→태풍전망대→임진강 평화습지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승전OP→임진강 주상절리→나룻배마을→징파나루
· 둘째 날 : 신탄리역 철도 중단점→고대산→태풍전망대→임진강 평화습지원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연천군 문화관광 www.iyc21.net/_yc/tour/a06_b01_c01.asp
· 나룻배마을 www.narubea.kr


문의 전화
· 연천군청 문화관광체육과 관광팀 031)839-2061
· 나룻배마을 031)833-5005
· 신탄리역 031)834-8887


대중교통 정보
경원선 열차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전곡에 도착, 백학행 버스를 타고 임진강 주상절리에 갈 수 있다. 그러나 태풍전망대, 승전OP 등을 함께 돌아보기에는 배차 간격이나 도보 시간이 용이하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자가운전 정보

의정부→동두천→한탄강 건너기 전 한탄대교사거리 좌회전→고능사거리 좌회전→37번 국도 문산·적성 방면→적성→어유지리→임진강 주상절리


숙박 정보
· 초성모텔 : 청산면 청신로, 031)835-2610 (굿스테이)
· 조선왕가 한옥호텔 : 연천읍 현문로, 031)834-8383, www.royalresidence.kr
· 허브빌리지 클럽플로라 : 왕징면 북삼로20번길, 031)833-3322, www.herbvillage.co.kr


식당 정보
· 언덕너머매운탕 : 쏘가리민물매운탕, 군남면 솔너머길, 031)833-0447
· 하남식당 : 매운탕, 전곡읍 선사로, 031)832-0625
· 경춘막국수 : 막국수, 신서면 연신로20번길, 031)834-9595
· 약수식당 : 순두부, 신서면 연신로, 031)834-8331


주변 볼거리
연천 전곡리선사유적, 재인폭포, 허브빌리지, 임진강번지점프&캠핑장, 숭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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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