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특집> 파란의 6·4 지방선거 후폭풍 ①힘 받는 '청와대 플랜'

세월호 역풍에 휘말린 '박근혜호' 순풍에 돛 다나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궁지에 몰렸던 박근혜정부가 기사회생했다. 6·4 지방선거에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면죄부도 함께 쥐었다. 보수층의 굳건한 지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박근혜 대통령. 이제 안팎의 관심은 '국가개조'에 쏠린다. 무엇을 어떻게 개조하겠다는 건지 박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법을 세우겠다"는 의지만큼은 어느 때보다 강력해 보인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로 아이들을 포함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었다. 구조작업이 지연되면서 야권을 중심으로 무능한 정권론이 부상했다. 유족들은 매일 밤 진도 앞바다를 바라보며 눈물을 뿌렸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도 함께 울었다. 청와대는 "재난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라는 말로 헛발질했다. 박근혜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말마다 거리를 매웠다.

세월호의 눈물
박근혜의 눈물

지난달 차기 국무총리로 내정된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자진사퇴했다. 내려올 줄 모르던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를 전후로 20% 가까이 빠졌다. 당시만 해도 '집권 2년차 레임덕'이라는 호들갑이 허언이 아닌 듯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느꼈던 위기감은 상당했다고 했다. 한 국회 출입기자는 청와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여권 입장에서) 대통령이 나오지 않으면 선거에서 진다. (선거법상) 대통령의 입이 안 되면 '칼(문책성 인사나 야권을 겨냥한 공안수사 등)'을 써서라도 뭔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선거의 여왕'은 입을 열지 않았다. '칼'도 쓰지 않았다. 다만 '눈'으로 보여줬다. '박근혜의 눈물'은 궁지에 몰린 여권이 쓸 수 있는 최상의 카드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엔 대통령의 치적을 홍보하는 동영상까지 올라왔다. 그날로 전국 곳곳에는 "대통령을 지켜주세요"란 피켓이 등장했다.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피켓 전면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큼지막하게 나붙었다. 피켓 속 박 대통령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는 호소는 망설이고 있던 보수층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돌렸다. '세월호의 눈물'로 시작해 '박근혜의 눈물'로 끝난 선거였다.

정권심판론
너무 일렀다

개표결과 여야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는 성적표가 나왔다. 표면적인 결과는 새누리당의 패배였다. 전국 17개 시·도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모두 8곳에서 이겼고, 새정치민주연합은 9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민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 3곳 중 새누리당은 경기와 인천을 얻어 서울을 사수한 새정치민주연합과 균형을 이뤘다. 또 새누리당은 여권의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을 지켜냄으로써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했다.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은 선거였다.

당선자의 윤곽이 가려진 5일까지 박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박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가개조'란 국정과제를 또 한 번 명확히 했다. 이날 민 대변인은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한 이번 선거결과는 그 자체가 국민의 소중한 민의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한 표 한 표에 담긴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여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국가개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년차 레임덕 위기서 벗어나
세월호발 정권심판론 잠재워

청와대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가 나쁘지만은 않은 눈치다. 대체로 여권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역대 지방선거와 비교했을 때도 여당이 17곳 중 8곳을 가져 간 건 나름 선방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가장 최근 있었던 2010년 지방선거와 비교하면 박근혜정부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렸다. 당시 여당은 전체 16곳 중 6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반색하는 대목은 인천을 탈환했다는 사실이다. '친박'의 대표주자인 유정복(새누리당) 후보는 현 인천시장인 송영길(새정치민주연합) 후보를 꺾고 인천의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했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안전행정부장관을 역임했던 안 후보는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줄곧 송 후보에게 박빙열세를 보이던 안 후보는 본선에 돌입하자 예상 밖의 응집력을 보였다.

안 후보의 출마는 그가 청와대 내각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에게 부담이었다. 안 후보의 상대는 현직 프리미엄이란 후광을 업고 있는 송 후보였다. 송 후보는 야권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꼽힐 만큼 만만한 적수가 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세월호 참사라는 돌발변수까지 발생했다. 정권심판론이란 그늘에서 안 후보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인천 민심은 결국 안 후보를 선택했다. 해석하기에 따라 박근혜정부에 면죄부를 준 것으로 이해됐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이 박 대통령에게 없음을 확인하는 징표이기도 했다.

국가개조론
밀어 붙인다

'오거돈 바람'이 불었던 부산도 끝내는 친박 중진인 서병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선거 전 서 후보는 오거돈 후보와 여론조사에서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을 벌였다. 위기감을 느낀 서 후보는 선거일이 임박하자 노골적인 '박근혜 마케팅'을 했다. "도와주십시오"라는 읍소에 부산 시민들은 변화보다는 '인정'을 택했다.

그러나 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부산에서 오 후보가 거둔 성적은 놀랍다. 최종득표율 49.3%, 서 후보와의 표 차이는 1.4%에 불과했다. 비록 야당 간판을 달고 나오지는 않았지만 오 후보의 선전은 부산 시민들이 당만 보고 찍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반대로 박 대통령을 전면에 앞세운 서 후보 입장에서는 부끄러운 진땀 승부였다.

유권자들은 '세월호 민심'을 투표로 보여줬다. 그러나 그것이 정권의 붕괴나 조기 레임덕으로 이어지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1년 6개월만의 레임덕은 너무 심하지 않냐. 지방선거로 심판하기에는 시기가 너무 빨랐다. 유권자들이 조금 더 기다리자는 쪽이었던 것 같다. 만약 지방선거가 1년 뒤에 있었다면 결과가 또 달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처럼 국민들은 박 대통령을 재신임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앞길은 산적한 과제로 첩첩산중이다. 당장 국정운영의 변곡점이자 '미니 총선'으로 불리는 7·30 재보궐선거가 눈앞에 있다. 차가워진 민심을 외면했다가는 언제든 정권심판론이 타오를 수 있다.

국가개조 드라이브
공직사회 틀어쥐고
철권통치 재현할까

우선 박 대통령은 정권심판론에 맞서 국가개조론을 통해 난맥상을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세월호 참사 후 '관피아 색출'을 첫 번째 후속조치로 내놓은 게 대표적인 예다. 검찰 등 사정기관을 최대한 활용해 "무너진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이다.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관피아 색출'을 필두로 한 고강도 공직사회 개혁에 당분간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관피아 색출과 관련해서는 공직사회 내부에 강한 반발이 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관피아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이 문제인데 이 정부는 기관들만 닦달해서 성과를 내려한다"며 "공직사회가 경직될수록 득을 보는 건 국민이 아닌 절대 권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박 대통령이 공직사회 장악에 나선 배경에 '철권통치'에 대한 환상이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윗사람의 지시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고, 공무원을 주물러 이를 바탕으로 정국 운용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계산이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속셈을 알면서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쏘아올린 국가개조의 방향과 속도는 후임 총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일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법관의 쇼크를 경험한 청와대는 도덕성을 중점으로 두고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황우여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총리 후보로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당사자가 고사할 경우는 의외의 선택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유력 후보로 검토되고 있는 김 지사는 청와대로 입성할 경우 박 대통령과 얼마만큼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능력 면에서는 합격점이지만 국가개조의 각론에서 기존 청와대 비서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불안요소다.

한편 청와대는 공석 중인 국가정보원장 지명과 조각 수준의 내각개편을 위한 후보자 물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방선거 전까지만 해도 '탕평인사' 얘기가 나왔지만 선거 결과 여권의 중심부인 대구에서 고전하면서 소홀했던 'TK 달래기'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힘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보수층의 결집을 확인한 박 대통령이 다시 '줄푸세'  카드를 꺼낼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큰 틀에서 박 대통령은 경기부양에 높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자리 창출, 경제혁신3년계획 등의 경제정책이 골자다. '통일대박론' 역시 궁극적으로는 경제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었다는 전언이다.

TK 달래기
경기부양 사활

하지만 구체적인 경기부양안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종국에는 '규제완화'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 내수 진작을 위해 다방면으로 세금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주로 '절세'를 지지하는 보수·부유층의 표를 모으는 효과가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박 대통령이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느냐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의 유임 여부에서 판가름 날 예정이다. 만약 김 실장이 유임된다면 사회전반적인 사정 드라이브가 좀 더 가속화될 것이고, 김 실장이 교체된다면 경기 부양에 좀 더 힘을 주게 될 확률이 높다.

청와대 입장에서 그나마 다행인 건 어떤 실정을 하던 박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40%의 '국민'이 등 뒤에 있다는 사실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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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