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조사 들어간> 김지훈 일병 사망 '사건의 재구성'

600만원 주고 억울한 죽음 덮었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군 복무 중 사망한 김지훈 일병. 상관의 가혹행위가 자살의 중요한 이유로 지목됐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군은 순직처리를 약속했다. 유족들은 그 말을 믿었다. 그러나 군은 1년도 못가 약속을 뒤집었다. 유족에게 일반사망을 통보하면서 보상금 600만원을 와서 받아가라고 했다. 김 일병을 괴롭힌 가해자는 징계 없이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사고 책임자는 진급 후 공군본부 요직으로 영전했다. 심지어 그들은 김 일병을 가리켜 정신병자라고 했다.

지난달 21일 고려대학교 안암캠퍼스에 한 장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제갈국현군이 써 붙인 대자보였다. 대자보에서 제갈군은 학교 후배인 김지훈 일병의 사망소식을 알렸다. 김 일병은 지난해 2월 입대한 뒤 5개월 만에 공군 생활관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거부된 순직처리

2013년 7월1일 제갈군은 김 일병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급히 빈소로 달려갔다. 제갈군은 김 일병의 영정사진을 마주한 뒤 오열했다고 했다. 생전 김 일병이 제갈군에게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형 군대 와요. 컴퓨터도 쓸 수 있어요. 좋은 곳이에요"였다.

입대 전 김 일병은 서울 한 식당에서 "잘 다녀오겠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김 일병이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유독 어른스러웠다고 했다. 그랬던 김 일병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평소 나약한 성격은 아니었기에 주변에서 느끼는 충격은 더 컸다. 무엇이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일까.

김 일병은 입대 후 공군훈련소를 거쳐 서울공항(경기도 성남 소재)에 있는 제15특수임무비행단(이하 비행단)으로 근무지를 배정받았다. 비행단 본부단장실 부관병으로 복무 중이던 김 일병은 2013년 7월1일 6장 분량의 메모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김 일병은 사망하기 전날인 6월30일 오후 9시께부터 약 1시간가량 완전군장(20∼30kg)을 메고 연병장을 도는 얼차려를 받았다. 김 일병에게 얼차려를 준 간부는 당시 비행단 소속이었던 한모 중위로 확인된다.

한 중위는 김 일병의 직속상관이다. 그러나 국방부 내부 규정상 한 중위는 임의로 부하에게 얼차려를 줄 수 있는 결정권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 중위는 김 일병과 그의 선임들을 야간에 집합시킨 뒤 연병장 10바퀴를 돌게 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거짓말을 했다"였다. 그렇다면 김 일병이 어떤 거짓말을 했다는 것일까.

같은 날 정오 무렵부터 오후 3시까지 김 일병은 부대로 찾아온 자신의 부모와 면회했다. 당시 면회장에 있던 김 일병은 같은 장소에 있던 선임을 보지 못했다.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김 일병의 선임은 “‘김 일병을 봤다”고 했다. 한 중위는 이를 트집 잡았다.

김 일병은 얼차려를 받으면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 일병의 선임도 "부모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나를 보지 못했을 거다"라고 했다. 그러나 한 중위는 "거짓말을 한다"며 김 일병을 쏘아붙였다.

김 일병은 끝내 "거짓말 했다"고 하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4시 김 일병은 비행단 내 생활관 계단 한켠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일병 사망사건을 조사한 헌병대는 "부검 결과 타살 흔적이 없으므로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김 일병이 목숨을 끊게 된 원인은 따로 있었다. 사망 전날 받은 얼차려도 거짓말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중위는 '대통령 의전 실패'의 책임을 병사들에게 돌렸다. 김 일병의 유족은 "간부인 한 중위가 김 일병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라고 했다.

김 일병은 죽기 전 마지막 업무를 받았다. 비행단 단장인 허모 준장이 입을 정복에 단추를 다는 일이었다. 허 준장이 총책임자로 있던 서울공항에는 때때로 대통령 전용기가 이착륙했다. 공교롭게도 6월30일은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서울공항으로 귀국하는 날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15분께 서울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예상보다 조금 이른 시각이었다.


복무 중 업무상 스트레스로 사망
가혹행위 가해자 징계 없이 전출

문제는 허 준장이 대통령 영접행사에 지각하면서 생겼다. 허 준장의 부관인 한 중위는 정복 단추를 꿰매느라 VIP(대통령)의 변경된 도착 예정시간을 알리는 휴대전화를 받지 못했다. 당연히 허 준장도 대통령의 바뀐 일정을 보고받지 못했다. 한 중위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중위는 "정복 준비가 미비해서 생긴 일"이라며 김 일병을 질책했다. 모든 책임의 화살을 김 일병에 돌린 것이다.

앞서 김 일병은 본부단장실로 차출되기 전 보급대대에서 손꼽히는 병사였다. 허 준장은 이런 김 일병을 본인이 직접 선발했다. 김 일병은 부관실 배속 후 이뤄진 암기력테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직속상관인 한 중위는 김 일병을 길들이기 위해 군대말로 매일 갈궜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야단치며 '네가 문제'라는 식으로 힐난했다. 수많은 지휘관의 계급과 성명을 시간도 안주고 외우라고 했다. 사고 발생 8일 전에는 출근을 늦게 했다는 이유로 완전군장 구보를 시켰다. 김 일병은 한 중위가 자신을 소집했다는 사실을 몰랐지만 한 중위는 집요하게 '군기'를 따져 물었다.

김 일병이 죽기 5일 전 한 중위는 김 일병의 건강 상태를 허 준장에게 보고했다. 김 일병은 "업무 중 생각이 나지 않고 머릿속이 하얘지는 증상이 있다"며 국군수도병원에 외진을 요청했다. 외진 예정일은 7월3일이었다. 그러나 외진 당일 김 일병은 세상에 없었다.

지난해 허 준장은 장례식장에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도 약속했다. 실제로 그해 비행단은 "사망자가 가혹행위에 준하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공군본부에 순직 처리를 요청했다. 김 일병의 유족들은 상급자가 한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군은 유족의 기대를 철저히 배신했다. 공군본부는 올 1월 김 일병의 죽음을 정신질환에 의한 자살로 결론지으며 '일반사망'을 통보했다. 보상금 600만원도 와서 받아가라 했다. 군은 김 일병이 입대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신질환자를 현역으로 입대시킨 뒤 부관병으로 발탁한 이유에 대해선 해명하지 않았다.

허울뿐인 약속

허 준장은 올 초 공군본부 감찰실장으로 영전했다. 계급도 소장으로 높아졌다. 최근 청와대로부터 해당 사건과 관련한 진상파악을 요구받은 그는 자신이 지휘했던 김 일병 사망사건을 다루게 됐다.

한 중위는 어떤 징계도 없이 타부대로 전보 조치됐다. 한 중위의 아버지는 예편한 공군 중령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선 한 중위의 처벌을 놓고 일종의 '전관예우'가 있었을 것이란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은 최근 열린 간부급 회의에서 철저한 사건 재조사를 지시했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지훈 사건' 재심의 될까?


고 김지훈 일병의 아버지인 김경준씨는 지난 6일 "공군본부 법무실 검찰과에서 진정인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방부 조사관과의 면담도 성사됐다"고 밝혔다.

앞서 최차규 공군참모총장은 "유족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해 사건을 처리하라"며 사건 재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따라 공군 측은 자체 재조사 결과 및 별도로 진상을 파악 중인 국가인권위원회의 검토 의견 등을 수렴해 김 일병의 순직처리 여부를 재심의할 방침이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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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