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3대 여름 가전 '대해부'

습기 잡고 더 시원하게 ‘뜨거운 전쟁’

[일요시사 =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여름 가전제품 시장이 벌써부터 후끈하다. 특히 제습기 업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에어컨과 선풍기 업계도 무더위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여름을 앞두고 가전업체들의 뜨거운 전쟁이 예고된다.

“비만 오면 집안 공기 ‘안습’. 매년 장마철이 ‘기습’. 내 얼굴은 언제나 보습보단 ‘우습’. 우리집 습기는 연습 없는 ‘실습’. 축축하게 살지 말고 ‘제습’”

한 제습기 업체의 광고 CM송이다. 올 여름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제품은 제습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 기후 영향으로 제습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습기 시장
1조 규모 예감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습기 판매량은 2009년 4만대, 2010년 8만대, 2011년 25만대, 2012년 40만대, 2013년 130만대로 4년만에 약 33배나 치솟았다.

2012년 1200억원(약 40만대 판매규모) 규모였던 국내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까지 올라섰고 올해에는 2배 수준인 8000억원까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최소 25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판매 금액으로 보면 연 1조원 규모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내년에는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TV와 함께 1조원 가전제품 시장에 제습기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제습기도 필수가전이 된다.

지난해 여름 고온 다습한 날씨로 제습기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제습기의 가구당 보급률은 12%까지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제습기 보급률이 2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습기는 출시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제습기는 전국적으로 연간 1만∼2만대가량만 팔리는 상품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제습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한반도 기온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0.18도씩 오르고, 강수량은 매년 21mm씩 늘어나고 있다.

제습기, 고온다습 기후에 필수가전
40개 업체 각축…위닉스 아성 도전

또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 어느 날 갑자기 매년 2∼3배씩 성장하는 이유는 주부들 입소문의 힘이 크다. 위니아만도가 최초로 출시했던 김치냉장고 ‘딤채’와 비슷한 경우다. 위니아가 딤채를 출시했던 때만해도 소비자들에게 김치냉장고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사랑받게 됐다. 제습기도 주부들의 입소문에 의해 급성장한 제품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아열대 기후로 인해 제습기 자체가 필수 가전이 되면서 지난해 폭발적인 수요를 보였다”며 “지난해에는 판매량 예측에 실패했지만 올해에는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올해도 제습기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지역에 따라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때 이른 더위로 고온 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제습기 구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춘추전국시대
40개 업체 경쟁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전자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습기 잡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제습기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쿠쿠전자, 리홈쿠첸, 롯데 기공, 파세코 등 중견업체까지 제습기 시장에 가세했다. 약 40개 업체가 제품을 내놓으면서 제습기 시장 파이는 쪼개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가 커지면서 제습기 시장을 독점해왔던 위닉스와 LG전자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국내 제습기 시장 점유율 1위(지난해 점유율 33%)를 차지하고 있는 위닉스는 2014년 제습기 ‘위닉스뽀송’을 출시하면서 톱스타 조인성을 모델로 내세워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닉스는 2014년 제습기 전 제품의 전력소비등급을 1등급에 맞췄다. 전력소모와 소음 등을 최소화한 인버터 제습기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가격은 지난해 수준에 맞췄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LG전자는 위닉스와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1986년 제습기 사업을 최초로 시작한 LG전자가 28년 만에 처음으로 TV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점유율 1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LG전자는 TV광고에서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버터 컨프레서’ 기술로 기존 제습기보다 제습 속도가 빨라졌고, 소음도 낮아졌다고 LG전자는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 지난 3월부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인버터 제습기를 내놓았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내세워 광고하고 있다.

중견 가전업체들의 쟁탈전도 치열하다. 위니아만도는 작년 대비 생산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위니아만도는 신형 제습기를 16종이나 새로 내놨다. 올해 제습기 판매량 증가가 확실한 만큼, 다양한 제품군 공급으로 시장 수요에 대비한다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밥솥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까지 제습기 전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포화상태인 밥솥 시장에서 벗어나 제습기를 통해 성장 모델을 찾겠다는 의도다.

작년 제습기를 출시한 쿠쿠전자는 4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배 증가했다. 제습과 공기청정 기능이 함께 들어있는 ‘하이브리드 365’ 제품을 내세워 렌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렌탈 서비스 이용 고객은 전체 실적 중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습기도 정수기처럼 필터와 내부 청소 등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제습기 렌탈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쿠쿠전자는 예상하고 있다.

리홈쿠첸도 최근 2014년형 제습기 2종을 새롭게 출시했다. 신제품 ‘CCD-CD10 시리즈’와 ‘CCD-CD15 시리즈’는 각각 일일 제습량 10ℓ, 15ℓ의 넉넉한 양으로 오랜 시간동안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리홈쿠첸은 자부했다. 지난달에는 롯데기공이 제습기를 출시하며 소비자 가전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렇게 되면서 약 40개의 전자업체가 제습기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업체들이 시장 파이를 나누면서 위닉스와 LG전자의 아성은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제습기 업체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제습기를 만드는 기술이 어렵지 않다보니 시장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제습기는 6∼7월에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에 다들 물량 확보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다재다능 에어컨
삼성 vs LG

에어컨은 최근 제습기의 놀라운 성장에 묻혀 부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여름 필수 가전제품이다. 재작년 시장의 불황으로 주춤한 때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사실상 에어컨 경쟁의 승자가 진정한 여름가전 1위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최근 에어컨 시장의 주요 테마는 ‘힐링’이다.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소리와 향을 부각시키면서 업체들이 ‘힐링’ 마케팅으로 시장몰이에 나서고 있다.

에어컨 시장의 강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예약판매를 진행하면서 지난달부터 ‘힐링’을 내세워 점유율 1위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에어컨 시장의 키워드 ‘힐링’
삼성 vs LG…자존심 건 승부

삼성전자는 ‘휴(休)바람’, LG전자는 ‘내추럴 아로마향’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14년형 삼성 스마트에어컨 Q9000에 채택된 휴바람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쾌하게 느낀다는 한계령 기류패턴을 분석해 적용했다. 특징은 새·파도 등 자연 음향을 함께 들려준다. 한계령의 바람과 소리로 힐링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천연 아로마향을 전달하는 ‘내추럴 아로마’ 기능을 2014년형 휘센 에어컨에 담았다. 올 신제품 30종에 적용하며 LG전자는 ‘스마트에 힐링을 더한 휘센 에어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에어컨 하단부 토출구 안쪽에 레몬·라벤더향 키트를 내장해 원하는 향을 선택할 수 있다. 숲·정원·언덕 3가지 모드로 제공하며 아로마향과 함께 감성적 음악, 은은한 조명까지 설정해 청각·후각·시각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캐리어에어컨과 위니아만도, 동부대우전자 등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에어컨 본연의 기능인 냉방성능에 충실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실속형’ 제품을 선보였다. 캐리어에어컨과 위니아만도의 2014년형 에어컨은 살균 및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것이 돋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에어컨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올해에는 작년만큼의 호황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에어컨 시장은 2011년 좋았고 2012년에 부진했다. 에어컨 시장은 통상 한 해 호황을 누리면 이듬해 불황을 겪는다. 무엇보다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져 이사할 때 새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
조용한 전쟁

그동안 잠잠했던 선풍기 시장도 은근히 치열하다. 정부가 2010년부터 전력난을 덜기 위해 전국 2만여 개 공공기관의 여름철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지도하면서부터다. 더운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은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선풍기를 애용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선뜻 에어컨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무턱대고 에어컨을 켰다가는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뜰한 주부에게는 선풍기가 단연 인기 제품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무더위 관련 제품의 판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선풍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했다. 전기료 부담이 적고 여름철을 맞아 성능이 대폭 개선된 중소업체들의 선풍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선풍기 시장 강자로 불리는 한일전기, 신일산업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통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일전기의 ‘초초미풍 아기바람’ 선풍기는 아기를 위한 '약한 바람'을 내세운 역발상으로 엄마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4월 이후 1개월여의 기간에만 5만대를 판매했다.

최근 가전제품업체 파세코는 공업용 선풍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파세코는 주력사업인 석유난로 사업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여름 가전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이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선풍기, 전력난에 되찾은 인기
날개 없는 제품들 선풍적 반응

최근 선풍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날개 없는 선풍기'다. 지난 2010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혁신적인 선풍기’라고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는 이렇다. 공기가 고리모양의 링을 따라 흐르면 이동속도가 빨라진다. 속도가 높아진 공기의 흐름이 에어포일 모양의 경사를 따라 이동하며 공기를 한 방향으로 보내면서 제트 기류를 형성한다. 이때 주변 공기가 제트 기류에 빨려 들어가면서 바람이 만들어진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2009년 영국의 생활가전 기업 다이슨이 최초로 개발했다. 다이슨은 이달 더 조용해진 날개 없는 선풍기 ‘다이슨 쿨’ 3종을 국내에 출시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다이슨 쿨은 이전 모델보다 소음을 최대 75% 줄여 음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날개 없는 선풍기는 시장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저질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불량 모조품이 쏟아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dklo21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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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