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3대 여름 가전 '대해부'

습기 잡고 더 시원하게 ‘뜨거운 전쟁’

[일요시사 = 경제2팀] 박효선 기자 = 일찍 찾아온 무더위로 여름 가전제품 시장이 벌써부터 후끈하다. 특히 제습기 업계 조짐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에는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에어컨과 선풍기 업계도 무더위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증했다. 여름을 앞두고 가전업체들의 뜨거운 전쟁이 예고된다.

“비만 오면 집안 공기 ‘안습’. 매년 장마철이 ‘기습’. 내 얼굴은 언제나 보습보단 ‘우습’. 우리집 습기는 연습 없는 ‘실습’. 축축하게 살지 말고 ‘제습’”

한 제습기 업체의 광고 CM송이다. 올 여름 시장을 뜨겁게 달굴 제품은 제습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 기후 영향으로 제습기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제습기 시장
1조 규모 예감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습기 판매량은 2009년 4만대, 2010년 8만대, 2011년 25만대, 2012년 40만대, 2013년 130만대로 4년만에 약 33배나 치솟았다.

2012년 1200억원(약 40만대 판매규모) 규모였던 국내 제습기 시장은 지난해 4000억원까지 올라섰고 올해에는 2배 수준인 8000억원까지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최소 250만대가 팔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판매 금액으로 보면 연 1조원 규모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내년에는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TV와 함께 1조원 가전제품 시장에 제습기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제습기도 필수가전이 된다.


지난해 여름 고온 다습한 날씨로 제습기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국내 제습기의 가구당 보급률은 12%까지 올라섰다. 업계에서는 올해 제습기 보급률이 23%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제습기는 출시 당시만 해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2000년대 초반 제습기는 전국적으로 연간 1만∼2만대가량만 팔리는 상품에 불과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기후변화의 결과물이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제습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 온난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한반도 기온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0.18도씩 오르고, 강수량은 매년 21mm씩 늘어나고 있다.

제습기, 고온다습 기후에 필수가전
40개 업체 각축…위닉스 아성 도전

또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이 어느 날 갑자기 매년 2∼3배씩 성장하는 이유는 주부들 입소문의 힘이 크다. 위니아만도가 최초로 출시했던 김치냉장고 ‘딤채’와 비슷한 경우다. 위니아가 딤채를 출시했던 때만해도 소비자들에게 김치냉장고는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런데 주부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차 사랑받게 됐다. 제습기도 주부들의 입소문에 의해 급성장한 제품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아열대 기후로 인해 제습기 자체가 필수 가전이 되면서 지난해 폭발적인 수요를 보였다”며 “지난해에는 판매량 예측에 실패했지만 올해에는 물량 확보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올해도 제습기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지역에 따라 최고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등 때 이른 더위로 고온 다습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제습기 구매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춘추전국시대
40개 업체 경쟁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전자업체들은 본격적으로 습기 잡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제습기 업체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대기업뿐 아니라 쿠쿠전자, 리홈쿠첸, 롯데 기공, 파세코 등 중견업체까지 제습기 시장에 가세했다. 약 40개 업체가 제품을 내놓으면서 제습기 시장 파이는 쪼개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가 커지면서 제습기 시장을 독점해왔던 위닉스와 LG전자는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국내 제습기 시장 점유율 1위(지난해 점유율 33%)를 차지하고 있는 위닉스는 2014년 제습기 ‘위닉스뽀송’을 출시하면서 톱스타 조인성을 모델로 내세워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닉스는 2014년 제습기 전 제품의 전력소비등급을 1등급에 맞췄다. 전력소모와 소음 등을 최소화한 인버터 제습기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가격은 지난해 수준에 맞췄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LG전자는 위닉스와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1986년 제습기 사업을 최초로 시작한 LG전자가 28년 만에 처음으로 TV광고를 시작한 것이다. 점유율 1위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다.

LG전자는 TV광고에서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버터 컨프레서’ 기술로 기존 제습기보다 제습 속도가 빨라졌고, 소음도 낮아졌다고 LG전자는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함께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기도 전 지난 3월부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인버터 제습기를 내놓았다.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를 모델로 내세워 광고하고 있다.

중견 가전업체들의 쟁탈전도 치열하다. 위니아만도는 작년 대비 생산 물량을 늘릴 계획이다. 위니아만도는 신형 제습기를 16종이나 새로 내놨다. 올해 제습기 판매량 증가가 확실한 만큼, 다양한 제품군 공급으로 시장 수요에 대비한다는 판단이다.

최근에는 밥솥 시장에서 점유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쿠쿠전자와 리홈쿠첸까지 제습기 전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포화상태인 밥솥 시장에서 벗어나 제습기를 통해 성장 모델을 찾겠다는 의도다.

작년 제습기를 출시한 쿠쿠전자는 4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5배 증가했다. 제습과 공기청정 기능이 함께 들어있는 ‘하이브리드 365’ 제품을 내세워 렌탈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렌탈 서비스 이용 고객은 전체 실적 중 6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습기도 정수기처럼 필터와 내부 청소 등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제습기 렌탈 이용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쿠쿠전자는 예상하고 있다.

리홈쿠첸도 최근 2014년형 제습기 2종을 새롭게 출시했다. 신제품 ‘CCD-CD10 시리즈’와 ‘CCD-CD15 시리즈’는 각각 일일 제습량 10ℓ, 15ℓ의 넉넉한 양으로 오랜 시간동안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리홈쿠첸은 자부했다. 지난달에는 롯데기공이 제습기를 출시하며 소비자 가전시장에 재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렇게 되면서 약 40개의 전자업체가 제습기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업체들이 시장 파이를 나누면서 위닉스와 LG전자의 아성은 조만간 깨질 것으로 보인다. 제습기 업체가 급증한 이유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제습기를 만드는 기술이 어렵지 않다보니 시장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많이 생겨났다”며 “제습기는 6∼7월에 가장 많이 팔리기 때문에 다들 물량 확보에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다재다능 에어컨
삼성 vs LG


에어컨은 최근 제습기의 놀라운 성장에 묻혀 부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여름 필수 가전제품이다. 재작년 시장의 불황으로 주춤한 때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사실상 에어컨 경쟁의 승자가 진정한 여름가전 1위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최근 에어컨 시장의 주요 테마는 ‘힐링’이다. 기본적인 기능을 넘어 소리와 향을 부각시키면서 업체들이 ‘힐링’ 마케팅으로 시장몰이에 나서고 있다.

에어컨 시장의 강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벌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예약판매를 진행하면서 지난달부터 ‘힐링’을 내세워 점유율 1위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에어컨 시장의 키워드 ‘힐링’
삼성 vs LG…자존심 건 승부

삼성전자는 ‘휴(休)바람’, LG전자는 ‘내추럴 아로마향’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14년형 삼성 스마트에어컨 Q9000에 채택된 휴바람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상쾌하게 느낀다는 한계령 기류패턴을 분석해 적용했다. 특징은 새·파도 등 자연 음향을 함께 들려준다. 한계령의 바람과 소리로 힐링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LG전자는 업계 최초로 천연 아로마향을 전달하는 ‘내추럴 아로마’ 기능을 2014년형 휘센 에어컨에 담았다. 올 신제품 30종에 적용하며 LG전자는 ‘스마트에 힐링을 더한 휘센 에어컨’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에어컨 하단부 토출구 안쪽에 레몬·라벤더향 키트를 내장해 원하는 향을 선택할 수 있다. 숲·정원·언덕 3가지 모드로 제공하며 아로마향과 함께 감성적 음악, 은은한 조명까지 설정해 청각·후각·시각적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했다.


캐리어에어컨과 위니아만도, 동부대우전자 등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점유율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 업체는 에어컨 본연의 기능인 냉방성능에 충실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실속형’ 제품을 선보였다. 캐리어에어컨과 위니아만도의 2014년형 에어컨은 살균 및 공기청정 기능을 강화한 것이 돋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해 에어컨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올해에는 작년만큼의 호황을 누리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에어컨 시장은 2011년 좋았고 2012년에 부진했다. 에어컨 시장은 통상 한 해 호황을 누리면 이듬해 불황을 겪는다. 무엇보다 전세 계약이 2년 단위로 이뤄져 이사할 때 새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날개 없는 선풍기
조용한 전쟁

그동안 잠잠했던 선풍기 시장도 은근히 치열하다. 정부가 2010년부터 전력난을 덜기 위해 전국 2만여 개 공공기관의 여름철 실내온도를 28도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지도하면서부터다. 더운 사무실에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은 전력소비를 줄이기 위해 선풍기를 애용하고 있다.

가정에서도 선뜻 에어컨 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있다. 무턱대고 에어컨을 켰다가는 전기료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뜰한 주부에게는 선풍기가 단연 인기 제품이다.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무더위 관련 제품의 판매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선풍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했다. 전기료 부담이 적고 여름철을 맞아 성능이 대폭 개선된 중소업체들의 선풍기가 눈길을 끌고 있다.

선풍기 시장 강자로 불리는 한일전기, 신일산업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통망 확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일전기의 ‘초초미풍 아기바람’ 선풍기는 아기를 위한 '약한 바람'을 내세운 역발상으로 엄마들의 큰 지지를 얻고 있다. 4월 이후 1개월여의 기간에만 5만대를 판매했다.

최근 가전제품업체 파세코는 공업용 선풍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파세코는 주력사업인 석유난로 사업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여름 가전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이를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선풍기, 전력난에 되찾은 인기
날개 없는 제품들 선풍적 반응

최근 선풍기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날개 없는 선풍기'다. 지난 2010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혁신적인 선풍기’라고 소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날개 없는 선풍기의 원리는 이렇다. 공기가 고리모양의 링을 따라 흐르면 이동속도가 빨라진다. 속도가 높아진 공기의 흐름이 에어포일 모양의 경사를 따라 이동하며 공기를 한 방향으로 보내면서 제트 기류를 형성한다. 이때 주변 공기가 제트 기류에 빨려 들어가면서 바람이 만들어진다.

날개 없는 선풍기는 2009년 영국의 생활가전 기업 다이슨이 최초로 개발했다. 다이슨은 이달 더 조용해진 날개 없는 선풍기 ‘다이슨 쿨’ 3종을 국내에 출시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다이슨 쿨은 이전 모델보다 소음을 최대 75% 줄여 음향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날개 없는 선풍기는 시장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저질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불량 모조품이 쏟아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dklo21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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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