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②막 나간 인사들

막말은 기본, 황당한 시추에이션 연발

[일요시사=정치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들이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고 있다. <일요시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몰상식한 행태를 모아봤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을 포함해 승객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특히 이번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 증상까지 겪고 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

집단 트라우마
가슴에 대못

우선 SNS상에서 정치인들의 경솔한 발언이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사고 직후 자신의 SNS에 '현장행' '캄캄바다' '가족' '진도의 눈물' 등의 자작시를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짧게 표현했다는 김 지사의 자작시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 와중에 시나 쓰고 있다니 지금 백일장 하러 사고 현장에 갔느냐"며 "실종자 가족들은 슬픔에 빠져있는데 운율 맞출 여유도 있냐"고 김 지사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또 실종자 가족들이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해 항의하자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여기는 경기도가 아니라 힘이 없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난데없는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서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질펀한 술자리
사망자 명단 앞서 기념사진 촬영까지
사고 현장서 먹자판 벌인 장관도 도마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고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권 의원은 "유가족들에게 명찰을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 척하며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이다. 그런데 위의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다"며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권 의원이 공개한 영상은 합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권 의원은 사실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 부모를 선동꾼이라며 몰아붙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권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했지만 경찰은 권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장하나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선내 진입 등이 이렇게 더뎌도 될까.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는 글을 올려 구조대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개한 국민"
구조대원이 범죄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막내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 의원의 막내아들은 지난 18일 SNS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는 글을 남겼다. 정 의원은 뒤늦게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발언을 대신 사과했다.

정치인들의 경솔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소속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난 18일 저녁 세종시 조치원읍 모 식당에서 청년당원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유 시장에 대해 '경고'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가장 가벼운 징계처분이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도 지난 18일 지역 내 한 술자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고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당시 식당 TV에서는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구청장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구청장 측은 "원래 회식자리가 아니라 식사를 겸한 월례회의 자리였는데 술자리처럼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저녁 공무원들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민 청장은 "회계전산과 직원 30여명이 구청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는 자리에 잠시 들렀던 것뿐"이라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민련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지난 20일 광주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 등을 착용하고 참석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민련 이윤석 의원은 경비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갔다가 비판을 받았다. 불필요하게 현장을 방문해 구조에 오히려 방해만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게다가 침몰 현장에 가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대부분 묵살된 반면 밤늦게 도착한 이 의원은 보좌진 3명과 함께 곧바로 경비정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출항해 특혜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하소연을 전달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현장에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민련 소속의 경기도의원 후보였던 송영근씨는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송씨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아님에도 사고가 발생하자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 대표를 자처했고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는 사회를 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자 새민련에서는 송씨의 제명을 안건으로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었으나 송씨 스스로 탈당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사실상 본인을 홍보하는 선거운동을 펼쳐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는 세월호 사고로 지방선거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예비후보들이 본인 명의의 세월호 사고 위로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최근 이 같은 문자를 보낸 예비후보들 148명(새누리당 102명, 새정치민주연합 46명, 교육감 및 무소속후보 제외)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컵라면에
치킨까지

사고 수습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경솔한 발언과 행동도 연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사고 직후 세월호 실종자들이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슬퍼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되면서 '황제 라면'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라면을 놓고 먹은 테이블은 의사와 군 의료진이 진료와 치료를 할 때 사용하던 테이블인 것으로 알려지며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라며 두둔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서 장관은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이모군의 빈소를 찾았다가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 장관의 한 수행원이 빈소 앞쪽에 앉아 있던 유족에게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전하자 유족이 곧바로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이냐"며 거칠게 항의해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서 장관은 조문을 마치고 "제가 대신 사과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못말리는 SNS 실언 퍼레이드
문제 터지면 무조건 사과부터


정부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 강병규 장관은 세월호 사고 당일 현장에 도착해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실종자 숫자 파악도 제대로 못한 시점에서 치킨이 넘어가느냐는 비판이었다. 이어 안행부의 송모 국장은 지난 20일 사망자 명단 앞에서 동행한 공무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행부는 3시간 여만에 송 국장을 곧바로 직위해제했다. 안행부는 다음날 제출된 송 국장의 사표도 즉시 수리했다. 물의를 일으킨 송 국장은 박근혜 정권의 첫 훈장 수여자로 알려져 국민들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1회 국민권익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행정안전부 소속이던 송 국장은 홍조근정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송 국장은 사무관 시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재난관리법률 제정 작업의 실무를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 출퇴근
시체장사 막말

사고 현장에 파견된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구급차를 출퇴근 용도로 이용해 물의를 빚었다. 구급차는 희생자, 구조자, 실종자 가족을 이송하거나 실종자 가족의 실신 등 위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짐이 많아 차량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남도에 업무지원 차량을 요청했더니 구급차가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2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작업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해경 간부가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목포해경 소속 모 간부는 지난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초기 대응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극우논객으로 알려진 지만원 씨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시체장사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해 유족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사태에도 조용히 틈새 선거운동

지방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여야의 선거운동이 모두 중단됐다. 각 당 지도부는 당분간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점퍼를 입는 것까지 금지시켰다. 

하지만 선거판 물밑에서는 틈새 선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후보는 아예 당 상징색과 거리가 먼 하얀색 점퍼를 입고 선거 운동에 나섰고, 대중과 접촉하기 보단 지역 유력 인사들을 대면 마크하는 선거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참에 부족한 공약을 보완하거나 향후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는 후보가 있는가하면 세월호 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내보 낼 보도자료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데 주력하는 후보들도 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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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