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②막 나간 인사들

막말은 기본, 황당한 시추에이션 연발

[일요시사=정치팀] 세월호 침몰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빠져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들이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고 있다. <일요시사>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일부 인사들의 몰상식한 행태를 모아봤다.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을 포함해 승객 476명이 타고 있던 여객선 세월호가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해상에서 침몰했다. 특히 이번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 증상까지 겪고 있다. 그런데 일부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은 이런 국민들의 가슴에 또 한 번 대못을 박았다.

집단 트라우마
가슴에 대못

우선 SNS상에서 정치인들의 경솔한 발언이 국민들과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사고 직후 자신의 SNS에 '현장행' '캄캄바다' '가족' '진도의 눈물' 등의 자작시를 게재해 논란을 일으켰다.

사고 현장에서의 느낌을 짧게 표현했다는 김 지사의 자작시에 일부 누리꾼들은 "이 와중에 시나 쓰고 있다니 지금 백일장 하러 사고 현장에 갔느냐"며 "실종자 가족들은 슬픔에 빠져있는데 운율 맞출 여유도 있냐"고 김 지사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또 실종자 가족들이 더딘 구조 작업에 대해 항의하자 "경기도 지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영향력이 있지만 여기는 경기도가 아니라 힘이 없다"고 발언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난데없는 '색깔론'을 제기해 논란을 일으켰다. 한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에서 "드디어 북한에서 선동의 입을 열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적 애도 분위기에 질펀한 술자리
사망자 명단 앞서 기념사진 촬영까지
사고 현장서 먹자판 벌인 장관도 도마

새누리당 권은희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를 통해 세월호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고 선동하는 이들이 있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이 됐다. 권 의원은 "유가족들에게 명찰을 나눠주려고 하자 그거 못하게 막으려고 유가족인 척하며 선동하는 여자의 동영상이다. 그런데 위의 동영상의 여자가 밀양송전탑 반대 시위에도 똑같이 있다"며 영상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권 의원이 공개한 영상은 합성인 것으로 밝혀졌다. 권 의원은 사실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실종자 부모를 선동꾼이라며 몰아붙인 것이다. 논란이 커지자 권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를 했지만 경찰은 권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장하나 의원은 지난 17일 자신의 SNS에 "선내 진입 등이 이렇게 더뎌도 될까. 이 정도면 범죄 아닐까?"라는 글을 올려 구조대원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미개한 국민"
구조대원이 범죄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은 막내 아들의 '미개한 국민' 발언으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정 의원의 막내아들은 지난 18일 SNS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대통령이 가서 최대한 수색 노력하겠다는데도 소리 지르고 국무총리한테 물세례 한다. 국민 정서 자체가 굉장히 미개하다"는 글을 남겼다. 정 의원은 뒤늦게 해당 발언이 알려지자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발언을 대신 사과했다.

정치인들의 경솔한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새누리당 소속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난 18일 저녁 세종시 조치원읍 모 식당에서 청년당원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 자리에 참석해 구설수에 올랐다.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유 시장에 대해 '경고' 징계처분을 내렸다. '경고'는 가장 가벼운 징계처분이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도 지난 18일 지역 내 한 술자리에 참석해 건배사를 하고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특히 당시 식당 TV에서는 세월호 침몰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김 구청장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구청장 측은 "원래 회식자리가 아니라 식사를 겸한 월례회의 자리였는데 술자리처럼 상황이 됐다"고 해명했다.

민형배 광주 광산구청장도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저녁 공무원들과 술판을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민 청장은 "회계전산과 직원 30여명이 구청 인근 식당에서 식사하는 자리에 잠시 들렀던 것뿐"이라며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새민련 광주시당위원장인 임내현 의원은 지난 20일 광주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에 '국회의원 임내현'이라고 적힌 조끼 등을 착용하고 참석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새민련 이윤석 의원은 경비정을 타고 세월호 침몰 현장에 갔다가 비판을 받았다. 불필요하게 현장을 방문해 구조에 오히려 방해만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게다가 침몰 현장에 가고 싶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는 대부분 묵살된 반면 밤늦게 도착한 이 의원은 보좌진 3명과 함께 곧바로 경비정을 타고 사고해역으로 출항해 특혜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구조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실종자 가족들의 하소연을 전달하기 위해 학부모들과 함께 현장에 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새민련 소속의 경기도의원 후보였던 송영근씨는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기도 했다. 송씨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아님에도 사고가 발생하자 진도로 내려가 실종자 가족 대표를 자처했고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는 사회를 보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를 선거에 이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거세지자 새민련에서는 송씨의 제명을 안건으로 긴급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이었으나 송씨 스스로 탈당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사실상 본인을 홍보하는 선거운동을 펼쳐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야는 세월호 사고로 지방선거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예비후보들이 본인 명의의 세월호 사고 위로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시민단체에서는 최근 이 같은 문자를 보낸 예비후보들 148명(새누리당 102명, 새정치민주연합 46명, 교육감 및 무소속후보 제외)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컵라면에
치킨까지

사고 수습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의 경솔한 발언과 행동도 연일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16일 사고 직후 세월호 실종자들이 있는 전남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실종자 가족들이 차가운 바닥에 앉아 슬퍼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되면서 '황제 라면'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라면을 놓고 먹은 테이블은 의사와 군 의료진이 진료와 치료를 할 때 사용하던 테이블인 것으로 알려지며 더 큰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 장관이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니고 끓여 먹은 것도 아니다"라며 두둔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서 장관은 지난 18일 경기도 안산의 한 장례식장에 마련된 단원고등학교 학생 이모군의 빈소를 찾았다가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서 장관의 한 수행원이 빈소 앞쪽에 앉아 있던 유족에게 "장관님 오십니다"라고 전하자 유족이 곧바로 "장관 왔다고 유족들에게 뭘 어떻게 하라는 뜻이냐"며 거칠게 항의해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서 장관은 조문을 마치고 "제가 대신 사과 하겠습니다"라고 짧게 말한 뒤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못말리는 SNS 실언 퍼레이드
문제 터지면 무조건 사과부터


정부 안전 정책을 총괄하는 안전행정부 강병규 장관은 세월호 사고 당일 현장에 도착해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실종자 숫자 파악도 제대로 못한 시점에서 치킨이 넘어가느냐는 비판이었다. 이어 안행부의 송모 국장은 지난 20일 사망자 명단 앞에서 동행한 공무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려다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안행부는 3시간 여만에 송 국장을 곧바로 직위해제했다. 안행부는 다음날 제출된 송 국장의 사표도 즉시 수리했다. 물의를 일으킨 송 국장은 박근혜 정권의 첫 훈장 수여자로 알려져 국민들을 더욱 씁쓸하게 했다.

지난해 2월 열린 제1회 국민권익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행정안전부 소속이던 송 국장은 홍조근정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송 국장은 사무관 시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재난관리법률 제정 작업의 실무를 맡았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급차 출퇴근
시체장사 막말

사고 현장에 파견된 보건복지부 직원들은 구급차를 출퇴근 용도로 이용해 물의를 빚었다. 구급차는 희생자, 구조자, 실종자 가족을 이송하거나 실종자 가족의 실신 등 위급상황 발생에 대비해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다. 복지부 측은 "짐이 많아 차량 없이는 이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전남도에 업무지원 차량을 요청했더니 구급차가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2일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 구조 작업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해경 간부가 직위해제되기도 했다. 목포해경 소속 모 간부는 지난 17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초기 대응이 미진했던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해경이 못한 게 뭐가 있느냐. 80명 구했으면 대단한 것 아닌가"라고 답해 논란을 일으켰다. 극우논객으로 알려진 지만원 씨는 세월호 참사는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시체장사라는 황당한 음모론을 제기해 유족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냈다.

 

<mi737@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세월호 사태에도 조용히 틈새 선거운동

지방선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여야의 선거운동이 모두 중단됐다. 각 당 지도부는 당분간 선거운동은 물론이고 당을 상징하는 색상의 점퍼를 입는 것까지 금지시켰다. 

하지만 선거판 물밑에서는 틈새 선거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부 후보는 아예 당 상징색과 거리가 먼 하얀색 점퍼를 입고 선거 운동에 나섰고, 대중과 접촉하기 보단 지역 유력 인사들을 대면 마크하는 선거 운동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참에 부족한 공약을 보완하거나 향후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집중하는 후보가 있는가하면 세월호 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내보 낼 보도자료나 인터뷰 스케줄을 잡는데 주력하는 후보들도 있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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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