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③진도발 살생부 리스트

총리가 총대? "됐고! 대통령이 책임져야지"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정부가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에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에서는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되면 내각이 총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무성했던 개각설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다.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 경기 안산에 살고 있는 한 공무원은 지난 24일 새벽 개인 신분으로 합동분향소에 조의를 표한 후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함께 조문에 나선 다른 공무원들도 100여개의 영정사진을 멍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몇몇은 눈시울을 붉히다 끝내 터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인 것일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공직사회 곳곳
정부 불신팽배

7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은 서울 곳곳에서 안산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윗분'들에 대한 성토를 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실로 일관한 재난구조시스템, 눈치 보기 급급한 중앙 정부부처 책임자들, 대안 없이 아랫사람에게 호통만 치는 청와대. 그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스스로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한 공무원은 "그래도 지난 정권 당시 발생한 광우병 사태 때는 정부가 한 일에 비해 욕을 과하게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부가 잘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아무리 욕을 해도 응어리진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무에 속박된 공무원들은 각자의 가슴에 침통함을 안고 이날 자리를 해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마지막 인사가 무거웠다. 그들은 "우리(공무원)가 욕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퇴근하면 우리 역시 한 시민일 뿐인데 왜 할 말이 없겠냐. 그러니까 (우리가 못하니까) 너네(기자)들이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기관 관계자도 애써 슬픔을 감췄다. 그는 "사실 다수 언론의 보도 행태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말만은 꼭 해야겠다"면서 "(우리가) 부정부패를 잡으면 뭐하나.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유가족들이 이걸 원할까. 아니잖아. 그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누님(박근혜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서 책임을 지든 옷을 벗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전체가 죄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 '모두가 죄인이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일까.

실패한 내각
총사퇴 모락

박근혜정부 1기는 사실상 실패한 내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간 윤창중 성추문 사태,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등 공직자들의 윤리·준법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이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위기대응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며 무능력한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스펙을 위주로 한 박사·고시 출신들이 장악한 관료집단의 한계가 이번 사고를 통해 명확해졌다"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흔히 '해피아'라고 하는 집단도 따지고 보면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서로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성장한 것"이라며 "조직 내외적으로 봤을 때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장관급 모두가 BH(청와대)에 사표를 던지고, 그중 일부를 수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면서 "사고 수습이 먼저냐 책임이 먼저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지만 아무래도 지방선거 전에 개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한 정치부 기자 역시 당직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거라는 위기감이 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건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미리 선을 긋는 것이 여권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복수 관계자가 공통으로 동의한 마지노선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였다.

정홍원 총리 이하 장관급 줄사퇴 예고
총체적 부실 "물러날 사람 따로 있다"

실제 정 총리는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서울 세종로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며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그간 박근혜정부의 공식 2인자로 자리했다. 그러나 그가 이번 정부의 실질적 2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지위에도 정 총리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청와대 지근에서는 "VIP(박근혜 대통령)가 워낙 권력을 틀어쥐고 흔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정 총리 개인의 판단으로 행정 처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변명도 들린다.

다시 말하면 결재는 뒤에서 박 대통령이 하고 욕은 앞에서 정 총리가 먹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독단을 제어하거나 국정운영을 조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정 총리가 제구실을 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 총리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이하 범대본)를 꾸려 지난 18일부터 현장을 지휘했지만 사망자와 실종자 집계에서 착오를 하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정 총리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 유관기관을 총괄 지휘하는데 미숙함을 드러냈으며, 부처 간 협조를 이끌어내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 총리는 범대본 본부장이 됐다가 며칠 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본부장 자리를 내주는 등 혼란을 자초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4일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군청에 임시 마련된 범대본 상황실을 방문해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고 수습을 총괄하라"며 항의하는 등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이 장관을 만나 "정 총리에게 얘기해도 되는 게 없다”며 “총리가 시켰는데도 (현장 공무원들이) 안 하더라"고 화를 냈다. 또 가족들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데 무슨 해양수산부 장관이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숨은 박근혜
뒤에선 살생부

누구보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청와대는 이 같은 분위기를 파악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개각은 기정사실이며 그 수준과 방법, 시기를 놓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가 고심했던 것으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들은 "가뜩이나 총체적인 난맥상에서 총리가 바뀌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며 "지금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고 비난했다. 또 "이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인가"라며 "총리 이하 내각은 우선 상황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총리 개인의 사퇴가 아닌 내각 총사퇴 카드로 여권을 압박했다. 최근 있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모든 국무위원이 함께 물러남으로써 상황을 수습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말했다. 발언 전 설 의원은 "지금은 사고 수습 중이라 이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파장은 컸다. 


그러나 현 부총리는 "지금은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최우선인 만큼 여기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은 총리 사퇴 얘기를 할 수 있어도 아직 행정부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고 사퇴 얘기가 나오더라도 사고 수습 이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정 총리가 사퇴하자 관가는 술렁이고 있다.

정 총리와 나란히 경질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장관이나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임명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청와대가 앞장서 옷을 벗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즉 이들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는 한 내각 총사퇴는 공염불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강 장관과 관련한 첩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찍어내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피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도 여당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정권의 신임이 비교적 두터운 상황이라 경질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장관급 인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까닭이다.

박근혜정부 최대 위기…MB 광우병 때 흡사
정치권 지방선거 앞두고 내각 총사퇴 요구

물론 상식적으로 봤을 때 경질의 빌미는 충분하다. 서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는 진도체육관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샀다. 그러나 청와대는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쭈그려 앉아 먹은 것"이라며 서 장관을 두둔했다고 한다. 여러 정황상 청와대는 서 장관의 해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재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정부 매뉴얼상 국가적인 사고나 무력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면 국가안보실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토록 돼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가 '재난' 상황이므로 청와대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해양수산부의 해양사고 매뉴얼을 공개하며 김 실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꾸려지는 중앙사고본부를 비롯해 수색구조본부, 국방부, 환경부 등 유관기관보다 상위 보고체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관계기관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보고 받고, 다시 지시를 내리는 '컨트롤타워'인 것이다. 김 실장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책임회피 급급
윤리의식 마비

그렇지만 이번 개각 리스트에 김 실장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실장을 징계하는 건 청와대의 사고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까닭이다. 구조 과정에서 미흡함을 보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역시 같은 이유로 살생부에서 배제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청와대발 살생부는 각 부처 장관들은 있지만 청와대 핵심참모는 없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청와대 지근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란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한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청와대 내 정보 보고체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 사태 전개를 보니 그런 의심이 더 든다"며 "사고가 터진 직후 청와대가 잘못된 보고를 받고 낙관론을 펼친 것도 그렇고, 대통령의 상황 파악이 현장 상황과 시간차를 보였던 것도 그렇고, 어쩌면 '그분'을 너무 의식해서 중간 전달이 왜곡된 건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청와대 내 보고체계를 뒤틀고 있는 '제3의 인물'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이상기류 '박지만 라인' 몰락?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사표를 제출해 수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지난 22일 청와대가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조 비서관은 본인 인생의 다른 길을 걷기 원해 사표를 제출했다"며 이같이 알렸다. 조 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하기 1주일 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됐으며, 지난 1년여간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조 비서관이 급작스러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사임 배경으로 정권과 관련한 정보를 외부로 표출시킨 것에 대한 문책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그는 최근 비위사실이 있는 청와대 행정관들의 원대복귀 논란과 관련해 감찰 내용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조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 비서관의 사임을 청와대 내 '박지만 라인'의 몰락으로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관련 댓글 관여 의혹을 받아온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연제욱 국방비서관은 지난 21일 군 장성 정기인사에서 교육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보직 변경됐다. 그는 청와대 파견 전인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군사이버사령관으로 근무했으며, 군 사이버사 정치 댓글 사건의 몸통으로 의심돼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인사를 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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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