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③진도발 살생부 리스트

총리가 총대? "됐고! 대통령이 책임져야지"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박근혜정부가 출범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것에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에서는 "어느 정도 사태가 수습되면 내각이 총사퇴할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올 초부터 무성했던 개각설이 구체화된 모습이다. 그러나 "책임질 사람은 따로 있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그야말로 죽느냐 사느냐다.

"대한민국이 침몰하고 있다." 경기 안산에 살고 있는 한 공무원은 지난 24일 새벽 개인 신분으로 합동분향소에 조의를 표한 후 착잡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함께 조문에 나선 다른 공무원들도 100여개의 영정사진을 멍한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몇몇은 눈시울을 붉히다 끝내 터진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죽인 것일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공직사회 곳곳
정부 불신팽배

7급 이하 하위직 공무원들은 서울 곳곳에서 안산으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윗분'들에 대한 성토를 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부실로 일관한 재난구조시스템, 눈치 보기 급급한 중앙 정부부처 책임자들, 대안 없이 아랫사람에게 호통만 치는 청와대. 그들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스스로 보수성향이라고 밝힌 한 공무원은 "그래도 지난 정권 당시 발생한 광우병 사태 때는 정부가 한 일에 비해 욕을 과하게 먹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정부가 잘한 게 하나도 없다"면서 "아무리 욕을 해도 응어리진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무에 속박된 공무원들은 각자의 가슴에 침통함을 안고 이날 자리를 해산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마지막 인사가 무거웠다. 그들은 "우리(공무원)가 욕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퇴근하면 우리 역시 한 시민일 뿐인데 왜 할 말이 없겠냐. 그러니까 (우리가 못하니까) 너네(기자)들이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깊어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사정기관 관계자도 애써 슬픔을 감췄다. 그는 "사실 다수 언론의 보도 행태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말만은 꼭 해야겠다"면서 "(우리가) 부정부패를 잡으면 뭐하나.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유가족들이 이걸 원할까. 아니잖아. 그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할 거면 누님(박근혜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서 책임을 지든 옷을 벗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 전체가 죄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 '모두가 죄인이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누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일까.

실패한 내각
총사퇴 모락

박근혜정부 1기는 사실상 실패한 내각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간 윤창중 성추문 사태,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 등 공직자들의 윤리·준법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이번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위기대응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내며 무능력한 정부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스펙을 위주로 한 박사·고시 출신들이 장악한 관료집단의 한계가 이번 사고를 통해 명확해졌다"며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흔히 '해피아'라고 하는 집단도 따지고 보면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서로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성장한 것"이라며 "조직 내외적으로 봤을 때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여권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그는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장관급 모두가 BH(청와대)에 사표를 던지고, 그중 일부를 수리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면서 "사고 수습이 먼저냐 책임이 먼저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중이지만 아무래도 지방선거 전에 개각이 이뤄져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전했다.


국회에 출입하고 있는 한 정치부 기자 역시 당직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대로 가면 지방선거에서 필패할 거라는 위기감이 당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건이 어느 정도 커졌을 때 미리 선을 긋는 것이 여권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서 복수 관계자가 공통으로 동의한 마지노선은 정홍원 국무총리의 사퇴였다.

정홍원 총리 이하 장관급 줄사퇴 예고
총체적 부실 "물러날 사람 따로 있다"

실제 정 총리는 지난 27일 오전 10시께 서울 세종로정부중앙청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예방에서부터 사고 이후의 초동대응과 수습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을 제 때 처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국민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사퇴의 뜻을 밝혔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비통함에 몸부림치는 유가족들의 아픔과 국민여러분의 슬픔과 분노를 보며 국무총리로서 응당 모든 책임을 지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총리는 그간 박근혜정부의 공식 2인자로 자리했다. 그러나 그가 이번 정부의 실질적 2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국무총리라는 막중한 지위에도 정 총리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청와대 지근에서는 "VIP(박근혜 대통령)가 워낙 권력을 틀어쥐고 흔드는 스타일이다 보니 정 총리 개인의 판단으로 행정 처리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변명도 들린다.

다시 말하면 결재는 뒤에서 박 대통령이 하고 욕은 앞에서 정 총리가 먹는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박 대통령의 독단을 제어하거나 국정운영을 조정해야 할 위치에 있는 정 총리가 제구실을 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사고 수습과정에서 정 총리는 범정부사고대책본부(이하 범대본)를 꾸려 지난 18일부터 현장을 지휘했지만 사망자와 실종자 집계에서 착오를 하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정 총리는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 유관기관을 총괄 지휘하는데 미숙함을 드러냈으며, 부처 간 협조를 이끌어내는데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정 총리는 범대본 본부장이 됐다가 며칠 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본부장 자리를 내주는 등 혼란을 자초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4일 실종자 가족들은 진도군청에 임시 마련된 범대본 상황실을 방문해 "박 대통령이 직접 사고 수습을 총괄하라"며 항의하는 등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가족들은 이 장관을 만나 "정 총리에게 얘기해도 되는 게 없다”며 “총리가 시켰는데도 (현장 공무원들이) 안 하더라"고 화를 냈다. 또 가족들은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죽었는데 무슨 해양수산부 장관이 구조작업을 지휘하고 있냐"며 불신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기 전까지는 아무도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숨은 박근혜
뒤에선 살생부

누구보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청와대는 이 같은 분위기를 파악했다고 전해진다. 때문에 개각은 기정사실이며 그 수준과 방법, 시기를 놓고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가 고심했던 것으로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정 총리의 사의 표명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들은 "가뜩이나 총체적인 난맥상에서 총리가 바뀌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겠냐"며 "지금 이 시점에서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이며 비겁한 회피"라고 비난했다. 또 "이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인가"라며 "총리 이하 내각은 우선 상황 수습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총리 개인의 사퇴가 아닌 내각 총사퇴 카드로 여권을 압박했다. 최근 있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은 "모든 국무위원이 함께 물러남으로써 상황을 수습할 것을 대통령에게 건의해야 한다"고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말했다. 발언 전 설 의원은 "지금은 사고 수습 중이라 이런 말씀을 드리기 어렵지만"이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파장은 컸다. 


그러나 현 부총리는 "지금은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최우선인 만큼 여기에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총리실 관계자 역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은 총리 사퇴 얘기를 할 수 있어도 아직 행정부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지금은 사고 수습이 우선이고 사퇴 얘기가 나오더라도 사고 수습 이후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정 총리가 사퇴하자 관가는 술렁이고 있다.

정 총리와 나란히 경질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 장관이나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은 임명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 청와대가 앞장서 옷을 벗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즉 이들 스스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는 한 내각 총사퇴는 공염불에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강 장관과 관련한 첩보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찍어내기'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피고 있다.

서남수 교육부장관도 여당발 살생부에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정권의 신임이 비교적 두터운 상황이라 경질될지는 미지수다. 다른 장관급 인사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까닭이다.

박근혜정부 최대 위기…MB 광우병 때 흡사
정치권 지방선거 앞두고 내각 총사퇴 요구

물론 상식적으로 봤을 때 경질의 빌미는 충분하다. 서 장관은 실종자 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는 진도체육관에서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샀다. 그러나 청와대는 "라면에 계란을 넣어 먹은 것도 아니고 쭈그려 앉아 먹은 것"이라며 서 장관을 두둔했다고 한다. 여러 정황상 청와대는 서 장관의 해명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역시 "재난 컨트롤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정부 매뉴얼상 국가적인 사고나 무력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면 국가안보실이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토록 돼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가 '재난' 상황이므로 청와대의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해양수산부의 해양사고 매뉴얼을 공개하며 김 실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국가안보실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꾸려지는 중앙사고본부를 비롯해 수색구조본부, 국방부, 환경부 등 유관기관보다 상위 보고체계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관계기관으로부터 모든 정보를 보고 받고, 다시 지시를 내리는 '컨트롤타워'인 것이다. 김 실장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책임회피 급급
윤리의식 마비

그렇지만 이번 개각 리스트에 김 실장이 포함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김 실장을 징계하는 건 청와대의 사고 책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는 까닭이다. 구조 과정에서 미흡함을 보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 역시 같은 이유로 살생부에서 배제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청와대발 살생부는 각 부처 장관들은 있지만 청와대 핵심참모는 없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두고 청와대 지근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란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한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청와대 내 정보 보고체계가 매끄럽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이번 사태 전개를 보니 그런 의심이 더 든다"며 "사고가 터진 직후 청와대가 잘못된 보고를 받고 낙관론을 펼친 것도 그렇고, 대통령의 상황 파악이 현장 상황과 시간차를 보였던 것도 그렇고, 어쩌면 '그분'을 너무 의식해서 중간 전달이 왜곡된 건 아닌지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즉 잘못된 상황 판단으로 초기 대응이 늦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청와대 내 보고체계를 뒤틀고 있는 '제3의 인물'이 드러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 이상기류 '박지만 라인' 몰락?

조응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최근 사표를 제출해 수리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지난 22일 청와대가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브리핑을 통해 "조 비서관은 본인 인생의 다른 길을 걷기 원해 사표를 제출했다"며 이같이 알렸다. 조 비서관은 사표를 제출하기 1주일 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출범 당시 민정수석실 소속 공직기강비서관에 임명됐으며, 지난 1년여간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그러나 조 비서관이 급작스러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사임 배경으로 정권과 관련한 정보를 외부로 표출시킨 것에 대한 문책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그는 최근 비위사실이 있는 청와대 행정관들의 원대복귀 논란과 관련해 감찰 내용을 외부로 유출했다는 소문에 시달리고 있다. 아울러 조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조 비서관의 사임을 청와대 내 '박지만 라인'의 몰락으로 연결시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국군사이버사령부 정치 관련 댓글 관여 의혹을 받아온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 연제욱 국방비서관은 지난 21일 군 장성 정기인사에서 교육사령부 부사령관으로 보직 변경됐다. 그는 청와대 파견 전인 지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군사이버사령관으로 근무했으며, 군 사이버사 정치 댓글 사건의 몸통으로 의심돼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인사를 한 것"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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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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