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⑧심상찮은 북풍

여태 가만히 있다가…"냄새 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대한민국이 또 다시 메가톤급 악재에 부딪혔다. 구멍 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손 볼 겨를도 없이 북한발 안보위협이 먹구름처럼 밀려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정국은 안갯속이다. 악화된 여론은 반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우외환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에도 실책을 거듭할 것인가.

세월호 침몰 여파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북한발 안보 위협까지 가시화되는 등 박근혜정부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2일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도발 위협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4차 핵실험이든 전선(국경)에서 문제가 나든 심각한 분위기인데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큰 거 한 방'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우리 군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핵실험 준비로 의심되는 활동을 감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2월 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핵실험(3차)을 강행한 바 있다.

현재 군은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적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다음 단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4월30일 이전에 큰 일이 날 것이다'라고 말한 점 등을 미뤄 실험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종승인만 있으면 핵실험이 즉각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 과거 전례를 볼 때 핵실험을 가장한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은 "(북한의) 구체적인 활동은 공개할 수 없지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징후를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미국으로부터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 내부 정보를 토대로 공식 브리핑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이번 발표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첩보의 진위 여부와 관련한 의혹이 첫 번째이고, 브리핑의 시점과 관련한 의문이 두 번째이다. 먼저 동북아 방위 파트너인 미국 측 반응이 우리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한) 전력이 있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미국)는 북한의 활동에 대해 언제나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한 보도를 봤으며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특별히 발표하거나 확인할 것은 없고 미군과 구체적으로 정보를 공유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건 "한·미간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다"던 우리 측 입장과는 차이를 보인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우리 측 발표와 배치되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당장에 있을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핵실험장을 유지 또는 보수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게재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핵실험이 임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미연구소는 "지난 1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북동쪽 갱도 인근에 목재 추정 물건들과 물품 운송용 대형 상자들의 움직임이 보인다"며 "지난 수 주 동안 차량과 장비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트레일러 1대가 실험장에서 도로로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미연구소는 "(지난 3차 핵실험을 전후로 한 시점의 사진과 비교해볼 때) 핵실험 준비 초기 단계일 수 있고, 덜 위험한 의도로 보면 유지·보수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내다본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국방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관계자는 "38노스의 사진은 정보당국에서 찍은 것과 달리 흐릿하며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외에도 다양한 정보 수집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핵실험장 갱도에 설치된 가림막이 사라졌는데 이는 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핵실험 당시 갱도 입구에 설치된 가림막을 치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환구시보>는 올 3월 말 북한 외무성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던 것을 짚으며 이같이 전했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설득노력을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수습 와중에 북한 핵실험 임박설
갑자기 안보 위협…여론 물타기 의혹

핵실험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일종의 협상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27일부터 30일까지가 중대 기로로 점쳐지는데 여기서 진짜 문제는 핵실험의 실체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앞서 밝혔듯 군은 최초 브리핑에서 확인 불가한 첩보를 동원했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멘트인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가 유력매체를 통해 사실로 둔갑했다. 외교 관례상 상대국의 공식기구 또는 매체의 말을 인용해야 했음에도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언론계 안팎에선 정부가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배경을 놓고 '물타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악화된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정부가 '만능열쇠'인 북한을 집어든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던 시점에 의도적으로 남북 긴장국면을 조성했다는 주장은 다각도로 힘을 받고 있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북풍' 조작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북한발 이슈가 터졌을 경우 야권보다는 여권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브리핑을 한 건 국방부지만 관료조직문화상 청와대 허락 없이 유관 부처가 튀는 행동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왕창 부풀리기?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북핵 문제가 대두되면 될수록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안보장사'를 했다가 수습하지 못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일각의 주장대로 북한이 흉흉한 민심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박근혜정부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의 이중행보
핵실험 한다면서 조의문?

북한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조의의 뜻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남측에 보냈다. 지난 23일 통일부는 "북한이 적십자회중앙위원회 명의로 된 전통문을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보내왔다"며 "답신은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전통문 발신은 국가 간 외교적 관례 행위이며,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는 것으로 통일부는 전했다. <석>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