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가족 가슴에 못질한 사람들 ⑧심상찮은 북풍

여태 가만히 있다가…"냄새 난다"

[일요시사=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월호 참사로 상처받은 대한민국이 또 다시 메가톤급 악재에 부딪혔다. 구멍 난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을 손 볼 겨를도 없이 북한발 안보위협이 먹구름처럼 밀려든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정국은 안갯속이다. 악화된 여론은 반전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내우외환으로 만신창이가 된 대한민국. 정부는 이번에도 실책을 거듭할 것인가.

세월호 침몰 여파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휩싸인 가운데 북한발 안보 위협까지 가시화되는 등 박근혜정부가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2일 국방부는 정례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도발 위협의 징후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4차 핵실험이든 전선(국경)에서 문제가 나든 심각한 분위기인데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는 언급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큰 거 한 방'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우리 군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서 핵실험 준비로 의심되는 활동을 감지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2월 전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핵실험(3차)을 강행한 바 있다.

현재 군은 북한 당국이 대내외적으로 '적들이 상상하기조차 힘든 다음 단계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4월30일 이전에 큰 일이 날 것이다'라고 말한 점 등을 미뤄 실험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군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최종승인만 있으면 핵실험이 즉각 가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된다. 단 과거 전례를 볼 때 핵실험을 가장한 기만전술일 가능성이 변수로 꼽힌다.

브리핑에서 김 대변인은 "(북한의) 구체적인 활동은 공개할 수 없지만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한·미 간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다양한 징후를 평가 중"이라고 말했다. 군은 미국으로부터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방부가 확인되지 않은 북한 내부 정보를 토대로 공식 브리핑에 나선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이번 발표의 배경과 의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쟁점은 두 가지다. 첩보의 진위 여부와 관련한 의혹이 첫 번째이고, 브리핑의 시점과 관련한 의문이 두 번째이다. 먼저 동북아 방위 파트너인 미국 측 반응이 우리 정부와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제이 카니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핵실험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한) 전력이 있어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증거가 있느냐'는 물음에는 "우리(미국)는 북한의 활동에 대해 언제나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젠 사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한 보도를 봤으며 한반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마찬가지로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셈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 역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특별히 발표하거나 확인할 것은 없고 미군과 구체적으로 정보를 공유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느 쪽이건 "한·미간 정보를 긴밀히 공유했다"던 우리 측 입장과는 차이를 보인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우리 측 발표와 배치되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 한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당장에 있을 핵실험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핵실험장을 유지 또는 보수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에 게재된 위성사진을 근거로 핵실험이 임박할 정도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한미연구소는 "지난 19일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북동쪽 갱도 인근에 목재 추정 물건들과 물품 운송용 대형 상자들의 움직임이 보인다"며 "지난 수 주 동안 차량과 장비들의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트레일러 1대가 실험장에서 도로로 나가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미연구소는 "(지난 3차 핵실험을 전후로 한 시점의 사진과 비교해볼 때) 핵실험 준비 초기 단계일 수 있고, 덜 위험한 의도로 보면 유지·보수 작업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핵실험 가능성을 낮게 내다본 외신 보도가 나온 직후 국방부 관계자는 출입기자들과 만났다. 관계자는 "38노스의 사진은 정보당국에서 찍은 것과 달리 흐릿하며 정보당국은 위성사진 외에도 다양한 정보 수집 수단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핵실험장 갱도에 설치된 가림막이 사라졌는데 이는 3차 핵실험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핵실험 당시 갱도 입구에 설치된 가림막을 치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언론 <환구시보> 역시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지난 23일 <환구시보>는 올 3월 말 북한 외무성이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던 것을 짚으며 이같이 전했다. 비슷한 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은 동북아 안보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북한에 대한 설득노력을 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수습 와중에 북한 핵실험 임박설
갑자기 안보 위협…여론 물타기 의혹

핵실험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외교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일종의 협상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을 떠난 27일부터 30일까지가 중대 기로로 점쳐지는데 여기서 진짜 문제는 핵실험의 실체가 부풀려진 것 아니냐는 의문이다.

앞서 밝혔듯 군은 최초 브리핑에서 확인 불가한 첩보를 동원했다. 출처조차 불분명한 멘트인 "큰 거 한 방을 준비하고 있다"가 유력매체를 통해 사실로 둔갑했다. 외교 관례상 상대국의 공식기구 또는 매체의 말을 인용해야 했음에도 무리한 측면이 없지 않다.

언론계 안팎에선 정부가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한 배경을 놓고 '물타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 여파로 악화된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정부가 '만능열쇠'인 북한을 집어든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정부의 무능함을 탓하는 비난 여론이 확산되던 시점에 의도적으로 남북 긴장국면을 조성했다는 주장은 다각도로 힘을 받고 있다. 야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북풍' 조작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실제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두고 북한발 이슈가 터졌을 경우 야권보다는 여권에 더 유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브리핑을 한 건 국방부지만 관료조직문화상 청와대 허락 없이 유관 부처가 튀는 행동을 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왕창 부풀리기?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북핵 문제가 대두되면 될수록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쓸데없이 '안보장사'를 했다가 수습하지 못할 경우 더 큰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여권 일각의 주장대로 북한이 흉흉한 민심을 이용해 남남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박근혜정부가 기사회생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북한의 이중행보
핵실험 한다면서 조의문?

북한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조의의 뜻을 담은 전화통지문을 남측에 보냈다. 지난 23일 통일부는 "북한이 적십자회중앙위원회 명의로 된 전통문을 대한적십자사 앞으로 보내왔다"며 "답신은 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날 통지문에서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어린 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전통문 발신은 국가 간 외교적 관례 행위이며, 특별한 정치적 의미는 없는 것으로 통일부는 전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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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여당발 검찰과의 전쟁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후폭풍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과 검찰의 시각이 크게 엇갈리면서 서로를 향해 날을 겨누는 형국이다. 검찰청은 내년 9월 폐지될 시한부 운명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을 필두로 이참에 검찰의 뿌리를 뽑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을 등에 업고 버티기에 나선 검찰의 반발 또한 만만치 않아 당분간 양측 간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검이 대장동 사건에 대한 항소 시한을 넘기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비롯해 ▲남욱 변호사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판결에 항소하지 않은 것이다. 꺾이거나 되치거나 검찰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불이익변경 금지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됐다.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수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화살은 곧바로 이재명 대통령에게로 향했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에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데, 이미 대장동 민간업자 재판에서 무죄가 나온 만큼 항소 포기로 인해 추가로 다툴 여지를 차단했다는 게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여기에 대통령실이 항소 포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재명 면죄부’라고도 주장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비서관 4명 중 3명,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법제처장, 국정원 기조실장까지 모두 이 대통령의 변호인 출신”이라며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사건 주요 피고인 정진상, 김용, 이화영 등을 특별 면회하면서 ‘검찰은 증거가 없다’는 발언으로 회유를 시도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역시 “국가의 유례없는 사법 정의 포기 사태는 이재명정부의 책임”이라며 “공소 사실의 핵심에 무죄 선고가 난 사건에 검찰이 항소를 포기한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통령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진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부 출범 이후 대검찰청 차장검사로 승진한 노만석 검찰총장을 겨냥해서는 책임론이 불거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항소 시한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일동에 대해 일부 무죄가 선고되는 등 다툼의 여지가 있는 1심 판결에 대해 “관행대로 항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이를 전해 들은 대검 수뇌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노 대행은 지난 9일 “대장동 사건은 일선 검찰청의 보고를 받고 통상의 중요 사건의 경우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역시 대장동 일동에 대해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만큼 항소 포기가 ‘적절한 판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항소 포기 지시는 없었다”고 일축했다. 화약고에 불붙인 ‘항소 포기’ 후폭풍 이재명·노만석·정성호 몽땅 도마 위로 정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이진수) 법무부 차관에게 대장동 사건 관련으로 어떤 지시를 했느냐’는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질문에 “노 검찰총장 직무대행에게 지휘권을 행사할 수도 있으니 항소를 알아서 포기하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정 장관은 총 3번 정도 대장동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언급하며 “(두 번째인) 11월6일 목요일에는 국회에서 예결위 종합질의가 있어 국회에 왔는데, 예결위 끝나고 대검에서 항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 의견을 들었다”며 “당시 ‘중형이 선고됐는데 신중한 판단을 해야 하지 않는가’란 정도의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날인 11월7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저녁에 예결위가 잠시 휴정돼 검찰에서 항소할 것 같다는 구두 보고를 식사 중에 받았고, 그날 저녁 예결위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항고하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대목을 놓고 국민의힘은 “신중한 검토(판단)가 곧 항소 포기인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법무부가 사실상 외압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이 8글자에 모든 것이 함축적으로 들어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임을 전제로 하며 검찰에 지시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일선 검사를 중심으로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를 통해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이번 결정으로 대장동 일당 등 민간업자에게 수천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이 돌아간 점을 꼬집었다.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팀을 이끌었던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막힌 타이밍 검찰 안팎에서 책임론이 확산하자 결국 노 대행은 항소 포기 논란이 불거진 지 닷새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자 일선 검사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항소 포기 과정에 대한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해당 입장문은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작성됐다. 이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하고 책임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어제 배포한 입장문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의 항소 의견을 보고받고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뒤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의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책임 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등 8개 대형 지청을 이끄는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냈다. 이들은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며 “그간 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입장문, 법무부 장관의 설명만으로는 항소를 포기한 구체적 경위가 설명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적·행정적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정치 검사들의 반란을 분쇄하겠다”며 검찰의 집단 반발을 ‘항명’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대한 징계를 예고했다. 현재 일반 공무원은 6단계 징계 처분(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이 가능하지만, 검사는 파면에 해당하는 징계 규정이 없다. 검사에 대한 징계는 검사징계법에 따라 이뤄지는데, 이를 ‘검사 특혜법’이라고 지적하며 폐지하겠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정치 검사들의 반란에 철저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사실상 검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정 법무부 장관께 강력히 요청한다. 항명 검사장 전원을 즉시 보직 해임하고 이들이 의원면직하지 못하게 징계 절차를 바로 개시하라”며 “항명에 가담한 지청장과 일반 검사들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김 원내대표가 검사징계법 폐지 법률안·검찰청법 개정안을 각각 국회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검찰 징계는 당론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항소 포기 논란 이후 박재억 수원지검장에 이어 송강 광주고검장이 연달아 사의를 표명했지만 민주당은 “사표를 수리하지 말고 징계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퇴로를 막았다. 항명? 투쟁? 법무부 내부에서 집단행동에 나선 일부 검사장을 대상으로 평검사 보직이동을 하거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으로 형사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 측에서는 “보복용 강등”이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지만 법무부는 “검사장은 직급이 아닌 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강등·징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검사장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며 징계의 타당성을 주장했지만, 일선 검사들은 항소 포기 판단 경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요청한 것이 어떻게 항명이냐며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이 앞다퉈 일선 검사장을 향해 “빨리 나가라”고 윽박지르던 것과 달리 최근 지도부는 숨 고르기에 돌입한 모양새다.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이정부와 대장동을 엮어 공격하는가 하면, 이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순방 성과가 묻힐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톤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이 순방을 떠난 17일부터 이틀간 공개 석상에서 검사 항명, 징계 등 관련 현안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 등 일부 최고위원이 내란전담재판부 도입을 주장했으나 당은 “지도부 차원의 의견은 아니”라며 거리를 뒀다. 정 법무부 장관 역시 지난 18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사장 징계 검토 관련 질문에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을 위해 법무부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자세를 택했다. 낮은 볼륨을 유지하는 지도부와 달리 의원 개개인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정 법무부 장관의 ‘검찰조직 안정’ 발언에 대한 질문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넘어가는 것이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방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이어 “정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와 검찰 전체를 총괄하는 수장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신 것 같다”면서도 “다만 중요한 것은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 민주당이 내세우는 원칙은 항명 검사에 대한 징계로, 그 원칙을 지키는 것이 국민 여론이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몰아붙이던 지도부 잠시 숨 고르기 이제는 각개전투…검사들도 ‘부글’ 민주당이 다수 석을 차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집단 항명 검사장 18인’ 전원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항소 포기 결정에 반발하는 검사장 18명을 겨냥해 “헌정 질서의 근본인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검찰조직의 지휘 감독체계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비판하며 법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지난 19일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조국혁신당·무소속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검찰의 집단 항명은 정치적 집단행동으로 헌정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의 행동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었으며 법이 명백히 금지한 공무의 집단행위, 즉 집단적 항명”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피고발인 18명은 모두 각 검찰청을 대표하는 검사장급 고위 공무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누구보다 강하게 요구되는 위치에 있다”며 “그런데 이들은 서로 합의해 공동성명을 작성하고 이를 동시에 내부망과 언론에 공개했다. 이는 다수가 결집해 실력으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집단적 압력 행위”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압박이 거세지자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뒤 검사들이 반격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권력이 교체됨에 따라 검사의 태도 역시 손바닥 뒤집듯 바뀌고, 만일 보수 세력에게 정권이 넘어갈 경우 검사의 날이 다시 이 대통령을 향할 것이란 점에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10월 해체 예정인 검찰청이지만 막강한 권력을 지니던 시절의 관행을 버리지 못한다면 이들을 중심으로 정치 검찰의 모습을 한 또 다른 집단이 탄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검사 인사권은 법무부에 있다”며 이번 사안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논란의 중심으로부터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며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대통령실 외압’은 궁지에 몰린 국민의힘의 프레임”이라며 “만약 5년 뒤에 검찰이 반기를 들면 그때는 (이 대통령의 거취를) 국민 여론에 맡기면 된다. 지난 몇 년간 수십번의 압수수색과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를 전부 국민이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피바람 과도기 이 모든 과정을 놓고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과도기”라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를 통해 “검찰이 하나의 권력으로 등장해 민주주의를 유린했다. 그 대상을 개혁하는 일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고, 이정부는 그걸 시스템으로 헤쳐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은 혁명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혁명은 싹을 자르면 되지만 그건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검사 징계, 검찰개혁을 놓고 같은 진보라 하더라도 결이 다르지 않나. 다양한 논의와 의견을 두들겨 맞춰서 하나의 안을 만드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혁안은 보수도 일정 정도 동의를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시스템 개혁이라는 건 단칼에 두부처럼 잘리는 게 아닐뿐더러 이정부가 끝날 때까지 (개혁을) 시도하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일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