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골프와 이별하려는 수순?”

리디아 고 스윙코치 교체 비난 후폭풍

최근 뉴질랜드교포인 프로골퍼 리디아 고가 11년간 함께한 코치와 결별한 데 대해 뉴질랜드 내에서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리디아 고가 단순히 코치 한 명을 바꿨을 뿐인데 뉴질랜드 내에선 엄청난 후폭풍이 일고 있다”며 리디아 고를 바라보는 뉴질랜드 국민의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신지은·이미향·이민지 등 쾌속 성장 중
11년 함께한 코치 결별 충격·우려 목소리
가이 윌슨→데이비드 리드베터
“매우 비도덕적” 민감한 반응

최근 글로벌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계약한 리디아 고는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을 가르쳐준 가이 윌슨 코치와 헤어지고 미국의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지도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리디아 고는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박희영(하나금융)의 코치인 리드베터 아카데미의 션 호건에게 배울 예정이다.

리디아를 바라보는 씁쓸한 심경

리디아 고를 ‘국보’로 여겼던 뉴질랜드 팬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타이거 우즈(미국)의 전 캐디로 유명한 뉴질랜드 출신의 스티브 윌리엄스는 “충격적이다. 윌슨은 자기가 해고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우 비도덕적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채널>은 “뉴질랜드 국민의 감정적 반응에는 단순한 코치 교체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며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이는 리디아와 뉴질랜드 사이의 연결고리 또는 국가적 자긍심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리디아가 윌슨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은 뉴질랜드 골프와 인연을 끊겠다는 제스처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한 매체는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 골프를 떠나려는 신호다”고까지 표현했다.
리디아 고가 세계 정상급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게 많은 공을 들인 뉴질랜드는 그가 막상 더 큰 무대로 진출하자 국적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월 프로 전향 기자회견 때 많은 뉴질랜드 취재진은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2016 리우올림픽 땐 어느 나라를 대표해 출전할 계획이냐”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되면 어느 나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느냐” 등 국적 관련 질문들을 쏟아냈다. 당시 리디아는 “뉴질랜드 국적을 바꿀 생각이 없고 올림픽에도 뉴질랜드 대표로 나갈 것”이라며 우려를 잠재웠다.
뉴질랜드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리드베터도 자세를 낮췄다. 리드베터는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좀 망설여진다. 리디아와 윌슨 코치의 관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디아의 스윙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게 아니다. 해오던 것을 잘 이어가도록 가이드만 해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10대 소녀답게 활발한 SNS 활동을 하는 리디아 고도 기사와 SNS 등을 통해 부정적 반응들을 접한 것 같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의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많은 트위터와 기사를 통해 ‘성공을 안겨준 코치를 떠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윌슨이 좋은 코치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내 상황 때문이었다. 어쨌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처럼 리디아 고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골프 무대에서 한류골프 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호주여자오픈은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쳤던 한국선수 또는 교포 선수들에겐 진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류골프가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빅토리아골프장에서 끝난 최종 라운드에서 첫 승에 목마른 최운정(24)은 마지막 홀에서 짧은 버디퍼트를 실패하면서 캐리 웹(호주·39)과의 연장전 승부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톱11에 준우승의 최운정을 비롯, 리디아 고(공동 3위) 신지은(공동 6위) 이미향·이민지(공동 11위) 등 다섯 명이 포진했다.
세계 랭킹 1위를 노리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비롯, 바로 지난 주 유럽여자골프투어(LET)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의 조카 샤이엔 우즈(23), LPGA투어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 우승자 제시카 코르다(21·미국),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 세계랭킹 8위 캐리 웹, 9위 렉시 톰슨(19·미국), 폴라 크리머(27·미국), 모건 프레슬(26·미국), 청 야니(25·대만) 등 세계의 강자들이 총출동한 대회에서 상위랭킹 절반을 한국선수 또는 교포선수가 차지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류 여자골프의 돌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신호로 보인다.

한류 여자골프 돌풍 LPGA 강타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제2의 리디아 고’의 모습들이 두드러졌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골프 유학 중인 한국 국적의 어린 선수와 교포 2세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한류 골프의 맥을 이을 ‘제2의 리디아 고’들이 줄을 잇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공동 혹은 단독 선두로 3, 4라운드를 지배한 이민지를 누가 18살의 아마추어라고 생각하겠는가. 마지막 라운드 후반에서 몇 번의 결정적 실수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여유를 보이며 거침없는 스윙과 머뭇거림 없는 퍼팅, 그리고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멋진 샷을 날리든 실수를 하든 캐디와 교감을 나누며 다음 샷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은 어린 소녀로 보이지 않았다.
이민지는 리디아 고를 능가할 수도 있는 제2의 리디아 고였다. 쟁쟁한 프로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게임을 펼쳐나가는 의연한 자세,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는 능력,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 등 골프천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민지가 도대체 누구인가. 이민지 역시 2월 초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ISPS 한다 뉴질랜드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이미향(21·볼빅)처럼 국내 골프팬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세계 아마추어 골프계에선 리디아 고와 함께 주목받았던 유망주다. 아버지가 클럽 챔피언을, 어머니가 티칭프로 활동을 할 정도로 골프에 일가견이 있는 집안의 딸로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골프로 방향을 틀었다.
이민지는 2012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호주 여자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2월초 열린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16위에 오르더니 지지난주 열린 같은 대회에선 샤이엔 우즈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여자아마추어 랭킹 1위인 교포 오수현(18) 역시 또 다른 제2의 리디아 고다. 이번 대회에선 공동 39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2월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 볼빅 RACV 호주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미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합격자인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세 때부터 골프를 배운 뒤 2005년 호주로 이민 온 오수현은 2009년 역대 최연소인 만 12세에 호주여자오픈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유망주로 부상했다. 지난해 호주주니어골프국가대표로 활약하며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8강에 진출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호주의 주요 아마추어 대회에 여섯 번 참가해 네 번 우승할 정도다.
유난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대 천재 골프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2000년을 전후해 시작된 유학·이주 행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알라로 유명한 박희정(33)이 바로 호주·뉴질랜드 유학 1세대. 1994년 호주 시드니로 유학 간 박희정은 15세 때인 1995년 최연소의 나이로 호주여자주니어대회에서 우승했고, 크고 작은 주니어·아마추어대회에서 42승을 거두었다.

제2의 리디아 고 태극낭자 누가?


2000년대 중반에는 골프유학생이 5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업과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데다 라운드 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중3이던 2004년 호주 골드코스트로 유학을 떠났던 양희영(24·KB금융그룹)은 한국에서 라운드 하기가 힘들어 유학을 결심한 케이스다.
이밖에도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강혜지(23·한화), KLPGA투어의 안신애(23·우리투자증권), 김다나(24·넵스), 김보배(26·한국피엠지) 등도 뉴질랜드 유학파다.
지금은 이런 유학 이주 바람이 수그러들었지만 2000년을 전후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익힌 태극낭자들이 머지않아 세계 유수 투어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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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