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골프와 이별하려는 수순?”

리디아 고 스윙코치 교체 비난 후폭풍

최근 뉴질랜드교포인 프로골퍼 리디아 고가 11년간 함께한 코치와 결별한 데 대해 뉴질랜드 내에서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리디아 고가 단순히 코치 한 명을 바꿨을 뿐인데 뉴질랜드 내에선 엄청난 후폭풍이 일고 있다”며 리디아 고를 바라보는 뉴질랜드 국민의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신지은·이미향·이민지 등 쾌속 성장 중
11년 함께한 코치 결별 충격·우려 목소리
가이 윌슨→데이비드 리드베터
“매우 비도덕적” 민감한 반응

최근 글로벌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계약한 리디아 고는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을 가르쳐준 가이 윌슨 코치와 헤어지고 미국의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지도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리디아 고는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박희영(하나금융)의 코치인 리드베터 아카데미의 션 호건에게 배울 예정이다.

리디아를 바라보는 씁쓸한 심경

리디아 고를 ‘국보’로 여겼던 뉴질랜드 팬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타이거 우즈(미국)의 전 캐디로 유명한 뉴질랜드 출신의 스티브 윌리엄스는 “충격적이다. 윌슨은 자기가 해고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우 비도덕적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채널>은 “뉴질랜드 국민의 감정적 반응에는 단순한 코치 교체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며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이는 리디아와 뉴질랜드 사이의 연결고리 또는 국가적 자긍심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리디아가 윌슨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은 뉴질랜드 골프와 인연을 끊겠다는 제스처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한 매체는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 골프를 떠나려는 신호다”고까지 표현했다.
리디아 고가 세계 정상급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게 많은 공을 들인 뉴질랜드는 그가 막상 더 큰 무대로 진출하자 국적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월 프로 전향 기자회견 때 많은 뉴질랜드 취재진은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2016 리우올림픽 땐 어느 나라를 대표해 출전할 계획이냐”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되면 어느 나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느냐” 등 국적 관련 질문들을 쏟아냈다. 당시 리디아는 “뉴질랜드 국적을 바꿀 생각이 없고 올림픽에도 뉴질랜드 대표로 나갈 것”이라며 우려를 잠재웠다.
뉴질랜드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리드베터도 자세를 낮췄다. 리드베터는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좀 망설여진다. 리디아와 윌슨 코치의 관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디아의 스윙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게 아니다. 해오던 것을 잘 이어가도록 가이드만 해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10대 소녀답게 활발한 SNS 활동을 하는 리디아 고도 기사와 SNS 등을 통해 부정적 반응들을 접한 것 같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의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많은 트위터와 기사를 통해 ‘성공을 안겨준 코치를 떠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윌슨이 좋은 코치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내 상황 때문이었다. 어쨌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처럼 리디아 고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골프 무대에서 한류골프 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호주여자오픈은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쳤던 한국선수 또는 교포 선수들에겐 진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류골프가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빅토리아골프장에서 끝난 최종 라운드에서 첫 승에 목마른 최운정(24)은 마지막 홀에서 짧은 버디퍼트를 실패하면서 캐리 웹(호주·39)과의 연장전 승부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톱11에 준우승의 최운정을 비롯, 리디아 고(공동 3위) 신지은(공동 6위) 이미향·이민지(공동 11위) 등 다섯 명이 포진했다.
세계 랭킹 1위를 노리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비롯, 바로 지난 주 유럽여자골프투어(LET)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의 조카 샤이엔 우즈(23), LPGA투어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 우승자 제시카 코르다(21·미국),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 세계랭킹 8위 캐리 웹, 9위 렉시 톰슨(19·미국), 폴라 크리머(27·미국), 모건 프레슬(26·미국), 청 야니(25·대만) 등 세계의 강자들이 총출동한 대회에서 상위랭킹 절반을 한국선수 또는 교포선수가 차지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류 여자골프의 돌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신호로 보인다.

한류 여자골프 돌풍 LPGA 강타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제2의 리디아 고’의 모습들이 두드러졌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골프 유학 중인 한국 국적의 어린 선수와 교포 2세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한류 골프의 맥을 이을 ‘제2의 리디아 고’들이 줄을 잇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공동 혹은 단독 선두로 3, 4라운드를 지배한 이민지를 누가 18살의 아마추어라고 생각하겠는가. 마지막 라운드 후반에서 몇 번의 결정적 실수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여유를 보이며 거침없는 스윙과 머뭇거림 없는 퍼팅, 그리고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멋진 샷을 날리든 실수를 하든 캐디와 교감을 나누며 다음 샷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은 어린 소녀로 보이지 않았다.
이민지는 리디아 고를 능가할 수도 있는 제2의 리디아 고였다. 쟁쟁한 프로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게임을 펼쳐나가는 의연한 자세,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는 능력,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 등 골프천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민지가 도대체 누구인가. 이민지 역시 2월 초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ISPS 한다 뉴질랜드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이미향(21·볼빅)처럼 국내 골프팬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세계 아마추어 골프계에선 리디아 고와 함께 주목받았던 유망주다. 아버지가 클럽 챔피언을, 어머니가 티칭프로 활동을 할 정도로 골프에 일가견이 있는 집안의 딸로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골프로 방향을 틀었다.
이민지는 2012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호주 여자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2월초 열린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16위에 오르더니 지지난주 열린 같은 대회에선 샤이엔 우즈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여자아마추어 랭킹 1위인 교포 오수현(18) 역시 또 다른 제2의 리디아 고다. 이번 대회에선 공동 39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2월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 볼빅 RACV 호주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미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합격자인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세 때부터 골프를 배운 뒤 2005년 호주로 이민 온 오수현은 2009년 역대 최연소인 만 12세에 호주여자오픈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유망주로 부상했다. 지난해 호주주니어골프국가대표로 활약하며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8강에 진출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호주의 주요 아마추어 대회에 여섯 번 참가해 네 번 우승할 정도다.
유난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대 천재 골프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2000년을 전후해 시작된 유학·이주 행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알라로 유명한 박희정(33)이 바로 호주·뉴질랜드 유학 1세대. 1994년 호주 시드니로 유학 간 박희정은 15세 때인 1995년 최연소의 나이로 호주여자주니어대회에서 우승했고, 크고 작은 주니어·아마추어대회에서 42승을 거두었다.

제2의 리디아 고 태극낭자 누가?


2000년대 중반에는 골프유학생이 5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업과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데다 라운드 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중3이던 2004년 호주 골드코스트로 유학을 떠났던 양희영(24·KB금융그룹)은 한국에서 라운드 하기가 힘들어 유학을 결심한 케이스다.
이밖에도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강혜지(23·한화), KLPGA투어의 안신애(23·우리투자증권), 김다나(24·넵스), 김보배(26·한국피엠지) 등도 뉴질랜드 유학파다.
지금은 이런 유학 이주 바람이 수그러들었지만 2000년을 전후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익힌 태극낭자들이 머지않아 세계 유수 투어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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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