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골프와 이별하려는 수순?”

리디아 고 스윙코치 교체 비난 후폭풍

최근 뉴질랜드교포인 프로골퍼 리디아 고가 11년간 함께한 코치와 결별한 데 대해 뉴질랜드 내에서 충격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골프채널>은 “리디아 고가 단순히 코치 한 명을 바꿨을 뿐인데 뉴질랜드 내에선 엄청난 후폭풍이 일고 있다”며 리디아 고를 바라보는 뉴질랜드 국민의 씁쓸한 심경을 전했다.

신지은·이미향·이민지 등 쾌속 성장 중
11년 함께한 코치 결별 충격·우려 목소리
가이 윌슨→데이비드 리드베터
“매우 비도덕적” 민감한 반응

최근 글로벌 매니지먼트 회사인 IMG와 계약한 리디아 고는 다섯 살 때부터 자신을 가르쳐준 가이 윌슨 코치와 헤어지고 미국의 데이비드 리드베터의 지도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리디아 고는 세계 2위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과 박희영(하나금융)의 코치인 리드베터 아카데미의 션 호건에게 배울 예정이다.

리디아를 바라보는 씁쓸한 심경

리디아 고를 ‘국보’로 여겼던 뉴질랜드 팬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타이거 우즈(미국)의 전 캐디로 유명한 뉴질랜드 출신의 스티브 윌리엄스는 “충격적이다. 윌슨은 자기가 해고당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매우 비도덕적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골프채널>은 “뉴질랜드 국민의 감정적 반응에는 단순한 코치 교체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며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이는 리디아와 뉴질랜드 사이의 연결고리 또는 국가적 자긍심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리디아가 윌슨에게 해고를 통보한 것은 뉴질랜드 골프와 인연을 끊겠다는 제스처로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실제로 뉴질랜드의 한 매체는 “리디아 고가 뉴질랜드 골프를 떠나려는 신호다”고까지 표현했다.
리디아 고가 세계 정상급의 선수로 올라설 수 있게 많은 공을 들인 뉴질랜드는 그가 막상 더 큰 무대로 진출하자 국적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 10월 프로 전향 기자회견 때 많은 뉴질랜드 취재진은 “한국에서 태어났는데, 2016 리우올림픽 땐 어느 나라를 대표해 출전할 계획이냐” “한국 기업의 후원을 받게 되면 어느 나라를 기반으로 활동하느냐” 등 국적 관련 질문들을 쏟아냈다. 당시 리디아는 “뉴질랜드 국적을 바꿀 생각이 없고 올림픽에도 뉴질랜드 대표로 나갈 것”이라며 우려를 잠재웠다.
뉴질랜드의 반응이 심상치 않자 리드베터도 자세를 낮췄다. 리드베터는 <골프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도 좀 망설여진다. 리디아와 윌슨 코치의 관계를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디아의 스윙을 새롭게 바꾸겠다는 게 아니다. 해오던 것을 잘 이어가도록 가이드만 해 줄 것이다”고 설명했다.
10대 소녀답게 활발한 SNS 활동을 하는 리디아 고도 기사와 SNS 등을 통해 부정적 반응들을 접한 것 같다. 리디아 고는 뉴질랜드의 한 방송사와 인터뷰에서 “많은 트위터와 기사를 통해 ‘성공을 안겨준 코치를 떠나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하지만 내 경우는 다르다. 윌슨이 좋은 코치가 아니어서가 아니라 미국에서 활동해야 하는 내 상황 때문이었다. 어쨌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도할 것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처럼 리디아 고가 세계 각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골프 무대에서 한류골프 붐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호주여자오픈은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쳤던 한국선수 또는 교포 선수들에겐 진한 아쉬움을 남겼지만 한류골프가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하는 날이 머지않았음을 보여주었다.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빅토리아골프장에서 끝난 최종 라운드에서 첫 승에 목마른 최운정(24)은 마지막 홀에서 짧은 버디퍼트를 실패하면서 캐리 웹(호주·39)과의 연장전 승부 기회를 놓쳤다. 그러나 톱11에 준우승의 최운정을 비롯, 리디아 고(공동 3위) 신지은(공동 6위) 이미향·이민지(공동 11위) 등 다섯 명이 포진했다.
세계 랭킹 1위를 노리는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을 비롯, 바로 지난 주 유럽여자골프투어(LET)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거둔 타이거 우즈의 조카 샤이엔 우즈(23), LPGA투어 개막전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 우승자 제시카 코르다(21·미국), 스테이시 루이스(28·미국), 세계랭킹 8위 캐리 웹, 9위 렉시 톰슨(19·미국), 폴라 크리머(27·미국), 모건 프레슬(26·미국), 청 야니(25·대만) 등 세계의 강자들이 총출동한 대회에서 상위랭킹 절반을 한국선수 또는 교포선수가 차지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한류 여자골프의 돌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신호로 보인다.

한류 여자골프 돌풍 LPGA 강타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제2의 리디아 고’의 모습들이 두드러졌다. 호주와 뉴질랜드에 골프 유학 중인 한국 국적의 어린 선수와 교포 2세 선수들의 활약을 보며 한류 골프의 맥을 이을 ‘제2의 리디아 고’들이 줄을 잇고 있음을 절감할 수 있었다.
공동 혹은 단독 선두로 3, 4라운드를 지배한 이민지를 누가 18살의 아마추어라고 생각하겠는가. 마지막 라운드 후반에서 몇 번의 결정적 실수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여유를 보이며 거침없는 스윙과 머뭇거림 없는 퍼팅, 그리고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멋진 샷을 날리든 실수를 하든 캐디와 교감을 나누며 다음 샷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등은 어린 소녀로 보이지 않았다.
이민지는 리디아 고를 능가할 수도 있는 제2의 리디아 고였다. 쟁쟁한 프로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게임을 펼쳐나가는 의연한 자세, 주변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게임에 집중하는 능력, 그리고 탄탄한 기본기 등 골프천재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민지가 도대체 누구인가. 이민지 역시 2월 초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ISPS 한다 뉴질랜드오픈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이미향(21·볼빅)처럼 국내 골프팬들에겐 다소 낯설지만 세계 아마추어 골프계에선 리디아 고와 함께 주목받았던 유망주다. 아버지가 클럽 챔피언을, 어머니가 티칭프로 활동을 할 정도로 골프에 일가견이 있는 집안의 딸로 호주 퍼스에서 태어난 그녀는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하다 골프로 방향을 틀었다.
이민지는 2012년 US여자주니어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호주 여자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2월초 열린 볼빅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는 공동 16위에 오르더니 지지난주 열린 같은 대회에선 샤이엔 우즈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호주여자아마추어 랭킹 1위인 교포 오수현(18) 역시 또 다른 제2의 리디아 고다. 이번 대회에선 공동 39위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2월 호주 퀸즐랜드주 골드코스트에서 열린 유럽여자골프투어 볼빅 RACV 호주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미 L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수석합격자인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세 때부터 골프를 배운 뒤 2005년 호주로 이민 온 오수현은 2009년 역대 최연소인 만 12세에 호주여자오픈 출전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유망주로 부상했다. 지난해 호주주니어골프국가대표로 활약하며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8강에 진출하는가 하면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호주의 주요 아마추어 대회에 여섯 번 참가해 네 번 우승할 정도다.
유난히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10대 천재 골프소녀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2000년을 전후해 시작된 유학·이주 행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코알라로 유명한 박희정(33)이 바로 호주·뉴질랜드 유학 1세대. 1994년 호주 시드니로 유학 간 박희정은 15세 때인 1995년 최연소의 나이로 호주여자주니어대회에서 우승했고, 크고 작은 주니어·아마추어대회에서 42승을 거두었다.

제2의 리디아 고 태극낭자 누가?


2000년대 중반에는 골프유학생이 500여 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학업과 골프를 병행할 수 있는 데다 라운드 환경이 좋았기 때문이다. 중3이던 2004년 호주 골드코스트로 유학을 떠났던 양희영(24·KB금융그룹)은 한국에서 라운드 하기가 힘들어 유학을 결심한 케이스다.
이밖에도 LPGA투어에서 활동 중인 강혜지(23·한화), KLPGA투어의 안신애(23·우리투자증권), 김다나(24·넵스), 김보배(26·한국피엠지) 등도 뉴질랜드 유학파다.
지금은 이런 유학 이주 바람이 수그러들었지만 2000년을 전후해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골프를 익힌 태극낭자들이 머지않아 세계 유수 투어의 주인공으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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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