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의 맹주’ 정운찬 총리에게 세종시 문제 훈수
과거 충청권의 맹주로 군림했던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오랜만에 정치권의 주목을 받았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목전에 두고 김 전 총재를 찾았기 때문이다.
정 총리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김 전 총재의 자택을 찾아 뇌졸중으로 투병해 온 김 전 총재를 병문안했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를 앞두고 행정부처 이전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는 김 전 총재의 지원을 얻겠다는 것.
30여 분간 진행된 대화에서 김 전 총재는 국정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세종시 문제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세종시 문제에 대해 “천천히 서두르라”며 “서 있던 사람이 ‘다리 아프니까 앉아서 얘기하자’고 말할 때까지 기다리고 설득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이에 대해 김 전 총재 측은 “김 전 총재는 원론적으로 행정부처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세종시 문제는)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들어 충청도 사람들이 ‘배신당한 게 아니냐’는 반감을 많이 갖고 있으니 (정부가)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대응해야 한다는 게 김 전 총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김창영 총리실 공보실장은 “김 전 총재의 입장은 ‘충청도 사람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고 수정안만 좋으면 설득이 가능하니까 천천히 서둘러라’라는 것이었다”고 전해 미묘한 차이를 뒀다.
한편, 이날 회동에서 한층 호전된 김 전 총재의 건강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08년 12월 뇌졸중 증세로 입원했으며 퇴원 후에도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해왔다. 하지만 이날은 지팡이를 짚고 혼자 걸을 정도로 건강이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총재 측은 “최근에는 가족들과 밖에 나가서 식사도 한다”며 “먼 곳이면 휠체어를 타고 가까운 곳은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