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사이드CC ‘삼성 인수’ 효과는?

“최고 서비스 결합…시세 견인할 것”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레이크사이드CC를 삼성(물산+에버랜드)이 인수했다는 소식에 침체에 빠졌던 골프장업계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며 술렁이고 있다. 서울 강남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의 뛰어난 입지조건과 시설을 지닌 레이크사이드CC가 삼성 에버랜드의 운영 서비스 노하우와 만나 최고 명문으로 탈바꿈하리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벌써부터 골프장 회원권의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 수도권 골프장 시세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 6500억 들여 골프장 인수 ‘왜’?
순위 변동…삼성 ‘6곳 162홀’ 1위로
자금력 탄탄한 기업 골프장에 ‘눈독’
뉴서울·88 등 쌓여있는 골프장 매물

레이크사이드CC는 회원제 18홀(서코스)과 퍼블릭(남코스, 동코스) 36홀 등 3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2008년 한 때 13억원까지 올랐던 서코스 회원권의 시세가, ‘리먼사태’ 이후 장기불황과 골프장 소유주 일가의 경영권 다툼 등의 이유로 하락을 거듭해 3억원까지 떨어졌었다.
하지만 이번 삼성의 인수를 계기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회원권거래소 관계자는 “레이크사이드CC 서코스의 회원권이 440개 구좌인데 상당 기간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서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밝히면서 “이는 회원권시장 전반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삼성이 투자하는 데다 골프장 운영 노하우와 서비스 등이 결합되면 5억원 시세 탈환은 시간문제란 얘기다.

끝없이 떨어지는 회원권 시세

현재 수도권 골프장 가운데 회원권이 가장 비싼 골프장은 경기도 용인의 남부CC로 8억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가평베네스트가 7억6000만원, 이스트밸리가 6억2000만원, 남촌이 5억9000만원으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런 가운데 레이크사이드가 삼성의 손을 거쳐 명문으로 거듭나면 가격이 어디까지 오를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삼성은 이번 레이크사이드 인수로 그동안 국내 골프장 규모 1위인 신안그룹(153홀)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기존의 가평베네스트 27홀, 안성베네스트 36홀, 안양베네스트 18홀, 부산동래베네스트 18홀, 글렌로즈 9홀에다가 이번에 인수한 레이크사이드 54홀을 합쳐 총 162홀을 보유하게 됐다.
레이크사이드는 그동안 접근성에 비해 코스운영이나 서비스의 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아왔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운영하면서 아쉬웠던 서비스의 질을 개선한다면 여기서 얻게 될 시너지효과는 무척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사례로 안성베네스트의 경우 2007년 세븐힐스에서 골프장 명칭을 바꾼 지 1년 만에 106%의 시세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은 레이크사이드를 3500억원에 인수했다고 발표했지만 부채와 회원권 채무까지 합하면 인수 금액은 6500억원 규모다. 그래도 한때 1조원까지 호가하던 매물을 싼값에 사들였으니 삼성으로서는 밑질 게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삼성은 레이크사이드 동코스 주변 8만평에 이르는 유휴부지(임야)까지 활용할 수도 있으니, 여기에 고급빌라를 지어도 사업성이 높을 거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레이크사이드CC 인수를 통해 앞으로 골프장을 비롯한 레저시설 전반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해 해외 레저시설 프로젝트 공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 골프장업계의 상황은 심각하다 못해 처참한 지경이다. 상당수 골프장이 회원권 분양에 실패하고 입회금을 돌려주지 못해 부도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들이 입회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들에 골프장 인수 제의가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뉴서울CC와 국가보훈처의 88CC, 한국광해관리공단의 블랙밸리CC, 한국관광공사의 제주중문CC 등 공기업 소유의 골프장들이 매물로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레이크사이드 인수가 골프장들의 M&A를 촉발하고 침체된 골프장업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는 레이크사이드 운영사인 서울레이크사이드의 지분 100%를 35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매각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과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골프장 부채와 회원권 부채가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골프장은 부지와 주식을 담보로 약 2000억원대의 은행 대출금과 회원권 입회반환금 914억원의 신탁채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채를 포함하면 실제 인수금액은 6500억원대로 불어난다.
레이크사이드는 다른 골프장에는 없는 몇 가지 메리트가 있어 삼성이 인수했다고 골프장 업계는 보고 있다. 첫째, 회원권 분양으로 빚 투성이인 다른 골프장과 달리 재무구조가 비교적 건실하다는 점이다. 총 400만㎡가 넘는 부지에 54홀을 운영하고 있지만 서코스 18홀은 회원제, 36홀은 대중제여서 흑자를 내는 골프장이다.
둘째는 사업부지 내에 유휴부지가 27만㎡나 돼 향후 골프장 사업 외 고급빌라 신축 등 다른 목적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삼성 외에도 G사 등 몇몇 대기업들도 인수작업에 뛰어들었지만 향후 ‘인허가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프장 내 유휴부지를 개발할 경우 관할 용인시와 환경부로부터 산지전용 타당성 조사 및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레이크사이드엔 어떤 메리트가?

골프장 측은 이미 유휴부지 일부(동코스 13번홀, 14번홀 주변)를 개발하기 위해 벌목을 완료한 상태다. 골프장의 원형보전지 비율 20% 규정을 지켜도 유휴부지 중 상당수가 개발여력이 충분하다. 유휴부지 대부분이 산 중턱에 있어 코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권이 확보돼 1채당 20억∼30억원대의 고급빌라를 지어도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다.
세 번째, 레이크사이드는 에버랜드와 인접해 있어 이를 연계하면 향후 한국을 대표하는 레저·골프단지로 키울 수 있다. 레이크사이드와 에버랜드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할미당산을 가운데 두고 남과 북쪽에 있다. 지도상 직선거리는 2㎞가 채 되지 않는다. 위치상 향후 대규모 테마파크 조성 등 다양한 개발사업이 가능하다. 두 곳의 부지를 합하면 여의도 면적의 3배가 넘는 초대형 ‘골프·레저 클러스터’가 서울 강남에서 40분대 거리에 만들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삼성이 당장 개발에 착수하기보다는 향후 경제상황 등을 지켜보며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그룹 산하의 삼성에버랜드는 안양·안성·가평베네스, 글렌로스 등 90홀, 삼성물산은 동래베네스트와 레이크사이드 등 72홀을 소유하게 됐다.
삼성은 골프장에 베네스트(Benest)라는 이름을 브랜드화하고 있다. 최고를 나타내는 ‘베스트(best)’와 둥지를 나타내는 ‘네스트(nest)’의 합성어다.
그러나 1968년 개장해 국내 최고의 골프장으로 손꼽히는 안양CC는 안양베네스트GC로 부르다 2012년 코스를 리뉴얼해 지난해 재개장하면서 옛날 이름인 안양CC로 되돌렸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안양은 삼성 골프장의 랜드마크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어 전통을 지키자는 차원에서 베네스트를 붙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레이크사이드도 삼성 골프장 브랜드인 ‘용인베네스트’로 바꾸지 않고 기존 이름을 계속 가져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현 레이크사이드CC 인력 및 운영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골프장 골프·레저 클러스터


현재 삼성, 신안에 이어 골프장 보유가 많은 곳은 한화그룹(126홀), 에머슨 퍼시픽그룹(117홀), 레이크힐스그룹(117홀) 등으로 5개 기업이 100홀 이상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GS그룹이 각각 90홀을 갖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다음달 충남 태안에 36홀 규모의 현대더링스코스를 개장해 해비치제주(36홀)와 해비치서울(18홀)을 합쳐 보유 골프장이 90홀로 늘어난다. 현대차는 태안에 추가로 72홀 골프장 인허가를 받은 상태여서 모두 완공되면 삼성처럼 162홀이 된다.
골프장은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레저업 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에는 반드시 가져야 할 ‘필수아이템’이다.
롯데는 경북 성주의 헤븐랜드CC(18홀)를 2008년 말 인수해 스카이힐성주로 바꿨고 2012년 입회금을 모두 돌려준 뒤 퍼블릭으로 재개장했다. 현대차가 갖고 있는 해비치서울은 2005년 11월 군인공제회에서 사들인 것이다.
한화는 일본 나가사키현의 오션팰리스CC(18홀)를 2004년 말에 인수했다. 신안그룹은 2011년 현대성우리조트로부터 오스타CC(36홀)를 사들여 당시 업계 1위로 부상한 바 있다. SK그룹은 2010년 제주 핀크스골프장을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700억원에 사들였다. 2009년에는 한국야쿠르트가 경기 동두천 다이너스티CC(18홀)를 인수해 ‘티클라우드CC’로 이름을 바꿨다.
앞으로는 회원권 분양이 안 돼 막대한 골프장 건설비용을 받지 못한 건설사들의 인수도 이어질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강원 홍천의 클럽 모우골프장을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2200억원에 인수했다. 현대엠코는 강원 춘천의 오너스, 한솔건설은 경남 양산의 양산CC, 삼부토건은 경남 사천의 타니CC, 대우건설은 춘천의 파가니카CC 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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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