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에 빠지다 ❷경북 안동

'덩실덩실' 800년 이어온 신명나는 ‘탈판’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12세기 중엽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하회별신굿탈놀이를 즐겼다.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서민의 애환과 웃음을 담아 탈춤을 춘 것이다. 양반과 선비로 대변되는 지배계층을 비판하고, 파계승을 통해 종교의 타락을 비꼬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탈춤을 보며 21세기 관객이 웃음을 터뜨린다. 신명과 흥겨움이 가득한 공연은 꼬마관객도 지루할 틈이 없다. 풍산유씨 대종가 양진당과 서애 유성룡 선생의 충효당 같은 고택과 흙담이 아름다운 하회마을을 구석구석 거닐고,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안동한지전시관과 하회세계탈박물관도 들러보자. 안동민속박물관은 안팎이 두루 알차다. 월영교와 안동호반나들이길도 봄볕 아래 걷기 좋다.

‘경북의 흥과 멋’ 담긴 하회별신굿탈놀이
박물관·하회마을 등…전통매력에 푹

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 지정된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안동 하회마을에서 고려 시대(12세기 중엽)부터 마을 사람들이 해온 탈놀이다. 별신굿은 ‘별난 굿’ ‘특별한 굿’을 뜻하는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며 5~10년에 한 번씩 큰 굿판을 벌였기에 붙은 이름이다.
옛날에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 즈음에 마을의 수호신(혹은 서낭신)에게 동신제(당제)를 올렸는데, 별신굿은 5~10년마다 혹은 특별한 주문이 있을 때 열렸다. 굿판에 탈놀이가 곁들여진 것은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함으로, 마을에 재앙이 닥치지 않고 복을 주기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1928년 마지막 별신굿이 있고 40여 년간 중단된 것을 1970년대에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회원들이 복원하여 다시 세상에 선보였다. 지금은 안동을 대표하는 공연 예술이자, 하회별신굿탈놀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일부러 안동에 들를 정도가 됐다. 우리나라 대표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의 근간이기도 하다.

하회탈 고장
‘봄’을 만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당시 지배 계층과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이 아름다운 여인네를 보고 파계하는가 하면, 양반과 선비가 말도 안 되는 싸움을 벌이고, 가난하고 힘없는 할미는 서민의 애환을 대변한다.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탈춤을 하회마을 양반들이 노여워하기는커녕 경제적인 후원까지 해준 것은, 평민들이 굿판을 통해 쌓인 울분을 풀고 불만을 해소함으로써 마을 공동체가 더욱 단단해진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는 연중 상설 공연을 하고, 찾는 이들이 많아 주중에도 공연이 마련된다. 원래는 열 마당이지만 상설 공연에서는 무동 마당, 주지 마당, 백정 마당, 할미 마당, 파계승 마당, 양반·선비 마당 등 여섯 마당을 한 시간가량 선보인다. 소 한 마리를 잡아놓고 춤추는 백정 마당은 힘이 느껴지고, 신세 한탄하며 베 짜는 할미 마당에선 관객도 숨을 죽인다. 초랭이의 촐싹거리는 춤은 어눌한 이매 춤과 함께해 두드러진다. 양반은 “여기에 내보다 더한 양반이 어디 있노?” 하며 신분을 뽐내고, 선비는 학식을 자랑하며 사서삼경보다 나은 팔서육경을 읽었다고 허세를 부린다. 모든 마당이 끝나면 탈을 벗고 인사한 다음 춤을 추며 빠져나가는데, 이때 관객이 한데 어우러져 춤추기도 한다. 풍자와 해학, 웃음과 눈물이 있는 탈놀이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빠져든다. 

 

하회별신굿탈놀이가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탈에 있다. 우리나라 지방마다 고유의 탈춤과 탈이 전해오지만, 국보로 지정된 것은 안동 하회탈 11점과 이웃마을 병산탈 2점이 유일하다(병산별신굿은 전승되지 않음). 하회탈은 12세기 중엽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눈, 코, 입이 선명하고 주름살과 얼굴 표정에 생동감이 넘친다. 턱을 분리해서 제작한 양반, 선비, 중, 백정 탈은 얼굴을 젖히거나 숙이는 등 움직임에 따라 표정 변화가 크다. 하회탈을 깎았다는 허 도령이 마지막 탈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는 바람에 턱이 없는 채 남았다는 이매 탈은 연기자의 입과 턱이 그대로 드러나 더욱 풍부한 연기가 가능하다. 순박한 이매의 함박웃음은 하회 탈춤을 재미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춤판이 벌어지는 동안 배우와 관객이 자연스럽게 소통한다. 백정은 관객을 향해 연신 말을 걸고, 할미는 관객에게 동냥하는 시늉을 한다. 이를 걸립이라 하는데, 풍물과 재주를 부려 돈이나 곡식을 구하는 일을 뜻한다. 실제로 관객이 뛰어나와 불쌍한 할미의 바가지에 돈을 넣어주기도 한다. 관객이 “잘한다” “얼씨구” 같은 추임새를 넣거나 크게 손뼉을 치면 배우들도 흥이 나는 것은 당연지사. 추우나 더우나, 관객이 많거나 적거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절로 박수가 나온다.
탈춤 공연은 현재 하회마을 주차장 옆 임시 공연장에서 펼쳐진다. 마을 안에 자리한 전수관과 공연장 공사가 끝나는 5월 말까지는 임시 공연장 신세를 질 예정이다. 상설 공연은 1~2월은 토·일요일, 3~12월은 수·금·토·일요일 오후 2시에 열린다. 7~9월에는 토요일 오후 7시 안동댐 개목나루, 일요일 오후 7시 낙동강변 음악분수 옆 공연이 더해진다. 

 

탈놀이가 끝나면 느긋한 걸음으로 하회마을을 둘러본다. 안동 하회마을은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으며, 우리네 역사가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곳이다. 풍산유씨의 동성 마을로,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S자로 휘감아 흘러 물돌이(하회)라 했다. 마을에는 풍산유씨 대종가 양진당(보물 306호), 서애 유성룡 선생의 종택 충효당(보물 414호),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멋을 보여주는 화경당(북촌댁) 등 빼어난 고택이 즐비하다. 흙과 돌로 반듯하게 쌓아 올린 담장과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 정겨운 초가, 수령 600년에 이르는 삼신목, 강변에 자리한 만송정 솔숲, 절벽 위에서 마을을 굽어볼 수 있는 부용대 등 볼거리로 가득하다.

 

안동시내에서 하회마을로 들어가는 길에 들러보면 좋은 곳이 두 군데 있다. 먼저 안동한지전시관은 닥나무에서 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는 한지 공장, 한지 제품과 공예품을 전시·판매하는 전시관, 하회탈을 비롯해 다양한 한지 공예품을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관 등이 한군데 모여있어 흥미롭다. 하회탈 모형에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바른 다음 색깔 한지로 장식하는 탈 만들기 체험이 인기다. 하회마을 주차장을 지나 매표소 가는 길에 자리한 하회세계탈박물관은 하회탈을 비롯한 우리나라 각 지역의 탈, 아시아와 유럽 등 세계의 탈을 함께 전시해 비교하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21세기 속
조선시대

안동은 ‘지붕 없는 박물관 도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역사 유적과 고택이 많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는 선조의 유교적인 삶을 한눈에 그려볼 수 있다. 출생부터 관혼상제까지 삶의 궤적에 따라 전시물이 구성되었다. 야외 박물관에는 석빙고, 선성현객사, 돌담집, 초가, 초가도토마리집, 까치구멍집 등 고가 20여 채가 마을을 이루듯 모여 있다. 

 

야외 박물관과 강 서쪽을 이어주는 월영교는 낮에도 좋지만,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이나 달 밝은 밤에 더 운치 있다. 월영교에 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며 안동호반나들이길로 접어든다. 지난 12월에 완공된 이 산책로는 법흥교까지 2km 남짓한 거리로, 강바람을 느끼며 가볍게 걷기에 그만이다. 

 

안동의 맛으로는 헛제삿밥, 안동찜닭, 간고등어구이, 안동국시 등이 있다. 주전부리가 생각난다면 안동역 맞은편에 자리한 하회탈빵이나 정도너츠 안동점, 미슐랭에서도 인정한 맘모스제과가 제격이다.


자료제공 = 한국관광공사
www.visitkorea.or.kr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안동한지전시관→하회세계탈박물관→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 공연→하회마을→월영교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 안동한지전시관→병산서원→하회세계탈박물관→하회별신굿탈놀이 상설 공연→하회마을(숙박)
· 둘째 날 : 안동민속박물관→안동호반나들이길→월영교→임청각, 군자정→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www.hahoemask.co.kr
· 안동 하회마을 www.hahoe.or.kr
· 안동민속박물관 www.adfm.or.kr
· 하회세계탈박물관 www.mask.kr
· 안동한지전시관 www.andonghanji.com


문의 전화
· 안동시청 체육관광과  054)840-6392
·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054)854-3664
· 안동하회마을관리사무소  054)854-3669
· 하회마을 관광안내소  054)852-3588
· 안동민속박물관  054)821-0649
· 하회세계탈박물관  054)853-2288
· 안동한지전시관  054)858-7007


대중교통 정보
기차> · 
청량리-안동: 하루 8회(06:40~21:13)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5회(06:00~23: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8회(06:10~22: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버스>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정보
중앙고속도로 서안동 IC→경서로 6km→상리길 3.2km→안교사거리 하회마을 방면 좌회전→지풍로 4.6km→하회삼거리 하회마을 방면 좌회전→하회마을 주차장(주차 후 도보 15분 혹은 셔틀버스 이용)


숙박 정보
· 안동파크호텔 : 안동시 경동로, 054)853-1501, www.andongparkhotel.com
· 다우모텔 : 풍산읍 장터중앙길, 054)858-9100
· 농암종택 : 도산면 가송길, 054)843-1202, www.nongam.com
· 북촌댁 : 풍천면 하회북촌길, 054)853-2110, www.bukchondaek.com
· 안동군자마을 : 와룡면 군자리길, 054)852-5414, www.gunjari.net


식당 정보
· 묵향 : 한우구이·불고기, 안동시 경동로, 054)840-7710~1
· 까치구멍집 : 헛제삿밥, 안동시 석주로, 054)821-1056
· 옥류정 : 간고등어정식, 풍천면 전서로, 054)854-8844~5, www.안동맛집옥류정.kr
· 추임새파크 : 안동찜닭, 풍천면 전서로, 054)853-4001


축제와 행사 정보
·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 2014년 9월26일~10월5일, 안동 시내 일원(탈춤공원 및 하회마을),
                                         www.maskdance.com

주변 볼거리
안동댐, 온뜨레피움,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유교문화박물관, 이육사문학관, 도산서원, 안동군자마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