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 남자들' 사활 건 권력암투 막후

'서열 2위 전쟁' 박·정·김 한판 붙었다

[일요시사=사회팀] 청와대 안팎에서 총칼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은 'VIP(대통령)의 남자' 정윤회씨에게 한 달간 미행 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줬다. 하지만 정씨는 "미행은 없었다"며 역으로 박 회장의 측근을 배후로 지목한 상황이다. 청와대 안에선 '대통령의 복심'이 관련 내사를 무마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거인들 간의 권력암투. 숨겨진 전모는 무엇일까.

지난 23일 <시사저널>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윤회씨가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을 한 달 이상 미행했다고 보도했다. 최고 권력자를 사이에 놓고 '그림자권력'이 맞붙은 것이다.

쫓는 정윤회
쫓기는 박지만

<시사저널>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오토바이를 탄 정체불명의 사람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낌새를 챈 후 같은해 12월 자신의 집 앞에서 오토바이 운전기사를  붙잡았다. 그리고 "왜 나를 미행하느냐"고 추궁했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정윤회의 지시로 미행하게 됐다"고 실토했다.

화가 난 박 회장은 이를 김기춘 비서실장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알렸다. 먼저 박 회장은 김 실장에게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말했다. 이에 김 실장은 "그럴 리 없다"고 답했다.

그래도 분노가 가시지 않았는지 박 회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간부 A씨에게 자신이 미행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A씨는 박 회장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데 과거 박 회장이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을 당시 A씨는 박 회장을 수사한 담당 검사였다. 이 같은 인연으로 둘의 관계가 돈독해졌는지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A씨는 박근혜정부가 출범하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요직을 꿰찼다.


A씨는 즉각 자신의 부하 직원 B씨에게 '박지만 미행 사건'에 대한 내사를 지시했다. B씨는 현직 경찰 신분으로 청와대에 파견된 베테랑 수사관이다. 그는 경찰 내에서 정·관계 인사나 대기업이 연루된 굵직한 사건을 주로 맡았는데 수사력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B씨는 내사 직후 대기발령이 떨어져 사실상 좌천됐다. 현재 B씨는 서울 강북지역 한 일선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B씨의 인사 문제와 관련, 한 여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 측근'이 A씨에게 전화를 걸어 B씨를 (경찰로) 원대 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며 "(미행을 사주한) 정씨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통령 측근'이 내사를 중단시켰던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소문만 무성한
'밤의 비서실장'

그렇다면 내사를 무마한 '대통령 측근'은 누구일까. <시사저널>은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지만 정씨와 친분이 있는 '문고리 3인방'이 이번 사건과 관련돼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서 '문고리 3인방'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을 말한다. 이들은 박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1998년부터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한 '복심 중의 복심'이다.

대외적으로 이들은 정씨와 1998년부터 2004년까지 손발을 맞췄다. 당시 보좌관(일각에서는 비서실장이라는 증언이 있다) 신분으로 박 대통령을 모신 정씨는 2004년 3월 박 대통령이 당 대표가 되자 보좌관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돌연 여의도에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정씨와 관련한 의혹은 이 무렵부터 꼬리를 물었다. 사람들은 정씨를 가리켜 '밤의 비서실장'이라고 불렀다. '막후에서 박근혜를 움직이는 그림자권력'이라는 소문부터 '박정희 일가의 숨겨진 재산관리인'이라는 소문까지 정씨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은 유령처럼 정가를 떠돌았다.

정씨는 박 대통령과 막역한 사이로 전해진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정씨의 부인은 최 목사의 딸 최순실씨로 이들 부부는 서울 강남 일대의 부동산과 강원 평창 인근의 토지를 소유한 부호로 알려져 있다.

정씨 부부는 슬하에 딸을 두고 있는데 정씨의 딸은 국가대표급 승마선수로 서울 소재 한 고등학교에 통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고등학교 한 관계자는 "워낙 고위층 자제가 많아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태민 사위 정윤회, 박지만 미행 의혹
'문고리권력 3인방' 내사 무마 의혹…누가?

지난 대선을 전후로 여권 일각에선 "정씨가 서울 생활을 접고 평창으로 간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숨은 실세' 정씨가 정치판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정씨는 딸의 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자주 승마장을 찾았으며, 정씨의 주거지 또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인근인 것으로 알려져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씨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정씨가 지난해 사석에서 술자리를 가졌는데 한껏 호기가 오르자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번 정부의 서열을 말해줄까? 1위는 대통령(박근혜), 2위는 최순실, 3위는 바로 나(정윤회)." 해당 발언의 배경을 놓고 정씨가 농담을 한 것인지 아니면 속내를 드러낸 것인지 관계자는 명확히 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고급 요정에서 나온 비화"라고 설명을 갈음했다.

압구정 로데오거리 외곽에는 정씨가 소유한 빌딩이 있다. 이 빌딩은 ㈜얀슨이 입주한 건물로 유명하다. 정씨는 ㈜얀슨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얀슨의 주소지로 알려진 건물 4층은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 간판도 없었다. 다른 층은 모두 임대된 상황, 정씨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앞서 정씨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미행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제3의 권력'
개입 가능성

그런데 정씨의 인터뷰 중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그는 '미행을 사주했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 그 친구가 그랬나?"라고 제3의 인물을 특정했다. 이어 "내가 하도 기가 막혀서 왜 이런 일에 휘말렸나 생각을 해보니까 박지만 회장 쪽에 ○○○씨라고 있는데 그 친구 문제가 나한테 불똥이 튄 게 아닌가 해서 알려주는 거다"라고 말했다. 여러 정황상 정씨가 지목한 인물은 박 회장의 오랜 측근 C씨로 의심된다.

C씨는 지난 이명박정권의 '실세' D씨와 친분이 있는 인물로 몇 차례 언론을 탔다. 한 야권 인사는 C씨에 대해 "D씨와 박 회장 사이의 다리를 놓았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청와대 지근에 똬리를 틀었던 D씨와 대통령의 동생인 박 회장은 '권력의 주변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그렇다면 정씨는 왜 실세 D씨가 아닌 C씨를 이번 사건의 배후인 듯 밝혔을까.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난 대선 이후 C씨와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세게 붙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며 "그때 생긴 앙금이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시사저널>은 한 여권 인사의 말을 인용, "지난해 현 정부가 출범할 당시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청와대 직원으로 임명되는 것을 비서진(문고리) 3인방이 막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이유 등으로 박 회장뿐 아니라 박 회장과 가까운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렇듯 이번 사건의 발단은 자리싸움. 즉 논공행상 과정에서의 알력다툼이다. 이를 토대로 관련자들의 진술을 종합한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최초 '문고리 3인방'은 C씨가 주도하는 '박지만 측근'의 청와대 장악을 경계했다. 때문에 C씨는 3인방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을 가졌다. 인사에서 배제된 박 회장 측은 칼을 갈았고, 그러던 중 정씨가 3인방의 막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박 회장은 정씨로부터 미행을 당하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박 회장은 이곳저곳에 하소연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3인방은 정씨를 편들면서 박 회장의 심기를 건드렸다. 박지만-정윤회 세력 간의 권력 다툼은 이처럼 대리전으로 시작했다가 1년 만에 양 세력의 좌장이 직접 나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들이 실제 좌장 노릇을 했는지는 미지수. 사정기관 한 관계자는 "청와대 밖 인사에서도 박 회장의 이름이 들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이름을 빌린(혹은 사칭한) 누군가가 외부 인사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다. 정씨 역시 정권 초기 박 회장과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주변인들의 전횡으로 당사자인 박 회장과 정씨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은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

논공행상 둘러싼 갈등 "내 사람 심는다"
12월 전후 관계 변화…채동욱 사태 변수?

이번 미행사건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김 실장의 역할이다. 막후 권력인 정씨 등과 달리 김 실장은 자타공인 살아있는 권력이다. 그런데 <시사저널>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김 실장은 "그런 일(미행을 사주한 일)이 없다"고 했을 뿐 미행 사건을 직접 챙기지 않았고, 청와대의 내사가 방해받고 있는데도 "난 그런 지시(내사를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떠넘기는 등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지난해 8월 김 실장은 청와대로 입성한 후 '1인 독주체제'를 굳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력을 일원화하는 과정에서 3인방을 제압했다는 소문도 심심치 않게 돌았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실제 3인방은 김 실장의 통제범위 밖에서 고유 업무를 처리했다고 한다.

외부적으로 김 실장은 권력기관을 차례로 접수하며 공을 세웠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갈등설을 막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 김 실장이 강공 일변도로 나갈 때 청와대 3인방이 이를 견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 초 '김기춘 사퇴설'이 대두됐을 때 관련 배경을 놓고 "김 실장 흔들기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인방은 건재한데 김 실장은 계속해서 위기론이 나온다. 권력암투의 승자가 누군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혼란의 12월
무슨 일 있었나


실제로 '청와대 직원'이 김 실장의 지시라고 꾸며, 내사를 무마하려 했음에도 김 실장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박 회장이 민정수석실에 미행을 알린 시점(2013년 12월)과 '김기춘 사퇴설'이 처음 등장한 시점(2014년 1월)은 묘하게 일치한다.

비슷한 시기(2013년 12월∼2014년 1월) 청와대는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으로 출범 후 가장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청와대에 근무한 조모 행정관의 혐의가 최초 밝혀진 날은 2013년 12월2일, 우연인지 필연인지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은 이 비서관이었다.

'채동욱 뒷조사'에는 이 비서관이 있는 총무비서관실과 교육문화수석실, 고용복지수석실, 민정수석실이 동원됐다.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공직자 감찰 차원에서 개인정보를 조회했다"고 해명했다.

만약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관련 정보를 컨트롤해야 할 사람은 단 한 명. A씨다. 그런데 A씨는 굳이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업무 협조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A씨가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윗선'의 의지가 있었던 것일까.

미행과 뒷조사. 각각 다른 사건을 놓고 나란히 '키맨'이 된 A씨와 3인방. 이들 뒤에서 각각 숨을 죽이고 있는 박 회장과 정씨. 얽히고설킨 이들의 파열음이 청와대 안팎에서 감지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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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단독] 김건희 일가 연루 의혹 ‘선라이즈F&T’ 주주명부 공개

갈수록 증폭되는 평택 논란 이제야 공개된 소소한 흔적 쉽게 거두지 못하는 의심 의미심장 세력 교체 과정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소문이 어느덧 사실처럼 인식되고 있다. 명확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파편적인 의혹이 덧씌워진 양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으며, 흐름을 파악할 만한 유의미한 흔적이 이제야 겨우 나왔을 뿐이다. 증폭된 의혹 뒤편에서 여전히 진실은 빼꼼히 잘 보이지 않는다. 2010년 9월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황해경제자유구역에 자리 잡은 유일한 농산물 가공 업체로, 그간 심심치 않게 밀수 의혹을 받아왔다. 가공 목적으로 수입한 농산물을 가공 없이 시중에 유통시켜 엄청난 차익을 봤다는 꼬리표가 뒤따랐다. 의혹하는 눈초리 선라이즈에프앤티가 취급했던 대다수 농산물이 고관세 품목이라는 점은 이 같은 의혹을 부채질했다. 그간 선라이즈에프앤티는 ▲녹두 ▲콩나물콩 ▲다대기(혼합양념) ▲생강 ▲마늘 ▲참깨 ▲팥 ▲서리태 등 높은 세율이 붙는 고관세 품목을 주로 수입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예로 콩나물콩의 경우 그대로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면 487% 관세가 부과되지만, 콩나물 재배 목적으로 수입하면 27%만 반영된다. 평택세관에 몸담았던 다수의 전직 세관공무원이 기업 출범 및 운영에 관여했다는 점도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부정적으로 보게 만들었다. 심지어 선라이즈에프앤티 이사진에 포함됐던 특정 세관 출신 임원이 한때 다이아몬드 밀수 사건에 이름이 오르내린 사례도 존재한다. 수년 전부터는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선라이즈에프앤티의 밀수 의혹을 수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공익 제보자 이성열씨가 재판에 연루되는 과정에서 김건희씨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거론됐던 게 이 같은 흐름에 불을 지핀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평론가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최근 ‘평택항’을 언급하자,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은 사실처럼 받아들여질 정도가 됐다. 장 소장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뉴스쇼>가 운영하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김건희씨 일가의 수상한 물건 수입 의혹과 관련한 이야기를 전했다. 장 소장은 “최은순씨가 주인으로 있는 농수산물 수입업체에서 이상한 것을 들고 오려고 하다가 걸려서 (김건희) 오빠와 김건희씨가 그것을 무마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상한 (일들을 했다고 한다)”며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부적절한 물건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선라이즈에프앤티의 폐업이 알려지자, 의혹은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양상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국세청 사업자 과세 유형 조회 결과 지난 10일자로 폐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폐업자로 조회된 지난 10일은 김건희 특검법이 공포된 시기와 맞물린다. 물론 꾸준히 의혹이 제기된 것과 별개로, 김건희씨 일가와 선라이즈에프앤티 간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확실한 단서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주주명부가 지금껏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게 의혹과 진실을 구분 짓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일요시사>가 최초 입수한 주주명부는 간접적으로나마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로 작용할 여지를 남긴다. 의문 해소 첫 단추 2022년 10월 작성된 ‘카리나에프앤티(선라이즈에프앤티에서 2020년 9월 상호 변경) 주주명부’를 검토한 결과 주주는 총 17명, 발행주식은 91만8400주(1주당 5000원)로 확인됐다. 2010년 9월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선라이즈에프앤티는 수차례 증자를 거쳤고, 해당 시기에 자본금을 45억9200만원으로 늘린 상태였다. 일단 주주명부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다. 대신 경영권 교체 과정이나마 엿볼 수 있을 뿐이다. 법인 등기와 주주명부를 교차 검증한 결과를 토대로 추정하면, 표면상 선라이즈에프앤티 지배 세력은 ‘전직 세관공무원(설립~2018년 중순)→지엔티에이치(~2020년 중순)→킴스에O엔O(~2022년 초순)→동OO앤에스(~2025년 6월)’ 순으로 변경된 흐름이다. 첫 번째 경영권 교체는 ‘펀딩하이 연체 사건’과 함께 발생했다. 펀딩하이는 중국·동남아시아에서 농산물을 수입하는 업체에 돈을 빌려 주고, 투자자들에게 15% 이상 수익을 보장하는 펀딩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P2P 업체였다. 그러나 펀딩하이는 2018년 6월20일 ‘마늘 시즌2-17차(모집 금액 3억원, 차주 승리산업)’ 펀딩 상품의 연체를 시작으로 ▲세척 당근 시즌2-18차(모집금액 5억원, 차주 지엔티에이치) ▲김치 펀딩 2차(모집금액 1억2000만원, 차주 상아농산) ▲번데기 펀딩 1차(모집금액 1억8000만원, 차주 월량완코리아) 등에서 차주의 투자금 상환 실패를 알렸다. 연체 금액은 ▲지엔티에이치 29억원 ▲승리산업 33억원 ▲상아농산 11억8000만원 ▲월량완코리아 1억8000만원 등 총 75억6000만원에 달했다. 급기야 펀딩하이는 연체율 100%를 찍은 채 영업을 중단했다. 상환 실패 이후 차주 사이에 관련성이 드러났다. 지엔티에이치와 승리산업에서 대표이사였던 윤석호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60%, 100% 보유 중이었다. 또한 월량완코리아 사내이사로도 등재돼있었다. 연체가 발생한 직접적인 사유는 선라이즈에프앤티를 대상으로 한 지분 투자였다. 지엔티에이치는 펀딩받은 금액을 농산물을 들여오는 데 쓰지 않고,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매입하는 데 활용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를 계기로 지엔티에이치는 2018년 6월경 주식 16만1400주를 확보한 선라이즈에프앤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확보한 이후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명단에 변화가 목격됐다. 선라이즈에프앤티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사내이사와 부친에 이어 회사에 몸담았던 대표이사를 대신해 지엔티에이치가 끌어들인 얼굴들이 등기임원 자리를 꿰찼다. 정작 지엔티에이치는 연체 발생 넉 달 후인 2018년 10월 보유 중이던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에 넘겼다. 펀딩하이 투자자들과의 소송전이 불거지자 중국에 본거지를 둔 우군에 주식을 양도한 모양새였다. 거듭되는 교체 수순 두 번째 경영권 교체는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의 주체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에 본적을 둔 킴스에O엔O는 2022년 10월 기준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10만8200주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의 친인척이 보유한 주식 13만2800주를 합산하면 우호 주식은 24만주 안팎이다. 기존 지엔티에이치 측 우호 세력(란릉현래보식품유한공사 16만1400주+마송재 3만주)과 비교해 5만주 가까이 격차를 벌린 셈이다. 킴스에O엔O 측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을 대량 매입한 시기는 2020년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이 무렵 선라이즈에프앤티 등기임원 구성이 크게 요동쳤다는 점을 통해 짐작 가능한 사안이다. 실제로 지엔티에이치가 지배력을 발휘하던 2018년 7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던 김정일 대표는 2020년 3월 해임됐다. 2018년 9월 취임했던 또 다른 대표이사 역시 당해 10월을 넘기지 못한 채 사임했다. 공석이 된 주요 등기임원 자리는 킴스에O엔O 측 인물로 채워졌다. 킴스에O엔O 대표이사가 2020년 10월 선라이즈에프앤티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해당 시기에 사외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 전원이 새 얼굴로 교체됐다. 킴스에O엔O에 이어 지배 세력으로 등장한 곳은 식료품 제조업을 영위하는 동OO앤에스였다. 이 회사는 2022년 10월 기준 주주명부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지분율 44.64%)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로 등재돼있다. 여기에 우호 세력(글로O포O 1만주+김성수 2만주+김종봉 788주)의 주식을 합산하면 지분율은 50%에 육박한다. 동OO앤에스는 사실상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인수하고자 만든 업체로 비쳐질 여지를 남긴다. 2022년 2월 출범 당시 자본금 10억원짜리였던 동OO앤에스는 불과 두 달 만인 2022년 4월14일 자본금을 21억원으로 두 배 이상 키웠다. 공교롭게도 동OO앤에스가 설립 이후 8개월 사이 선라이즈에프앤티 주식 41만주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20억5000만원이었다. 이는 동OO앤에스 자본금 21억원이 선라이즈 주식 41만주를 매입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게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는 기존 61만8400주였던 발행주식을 2022년 4월22일 91만8400주로 30만주 확대했다. 동OO앤에스가 자본금을 21억원으로 확충한 지 8일 만이다. 선라이즈에프앤티가 발행주식을 30만주 늘린 덕분에 동OO앤에스는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주식 41만주를 확보한 형국이다. 동OO앤에스가 선라이즈에프앤티를 지배하는 위치로 올라설 무렵에 선라이즈에프앤티 임원 구성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동OO앤에스 대표이사가 사내이사, 글로O포O 대표이사가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고, 김성수 대표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이후 김성수 대표는 선라이즈에프앤티 폐업 전까지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되짚어보는 연결고리 한편 일각에서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는 지엔티에이치 측이 지배력을 상실한 이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나마 킴스에O엔O 혹은 동OO앤에스와의 연관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김건희씨 일가에서 선라이즈에프앤티에 관여한 직접적인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만약 영향력을 행사했다면 그 시기를 2021년 이후로 특정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항간에 떠도는 마약 적발 여부는 2022년 근방으로 얘기가 오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eaty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