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사건 X파일>

이삿짐 훔친 이삿짐센터 직원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네”
서울 노원경찰서는 이삿짐을 옮기면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혐의로 이삿짐센터 직원 전모(30)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지난해 7월 김모(48)씨의 이삿짐을 나르면서 50만원짜리 금목걸이를 훔치는 등 지난해 1월부터 최근까지 19차례에 걸쳐 금품 1000여 만원 어치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전씨는 보석함에 있는 금품 일부만 가져가는 수법으로 집주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관계 미끼 돈 뜯은 30대 꽃뱀
“공무원생활 하기 싫어?”

공직자에게 접근해 성관계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 꽃뱀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경찰청 광역수사대(대장 장상갑)는 지난 14일 현직 공무원과의 성관계를 미끼삼아 돈을 받아 가로챈 A(37·여)씨와 B(40)씨 등 2명을 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지난달 12일 오후 2시쯤 전남 담양의 한 다방에서 전북지역 모 시청공무원 C(50)씨에게 “낙태수술을 해야 하는데 책임 져라.
 
공무원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해 1억원을 요구한 뒤 15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조사 결과 A씨는 자신이 일하는 식당의 손님이었던 C씨와 친분을 쌓아 지난 4월 성관계까지 맺은 뒤 이를 빌미로 6개월 후부터 휴대전화와 사무실로 C씨에게 17차례나 전화를 걸어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A씨의 사촌오빠 행세를 하며 C씨 집에 찾아가 화분을 부수며 협박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피해자가 공무원 신분이어서 신고하지 못할 것이라는 약점을 이용해 직접 사무실이나 집으로 전화하는 등 대범하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며 통화내역 등을 토대로 여죄를 캐고 있다.

도박빚 갚으려 2명 살해한 일당 검거
도박에 미쳐 친구도 ‘황천길’로

도박빚을 마련하기 위해 도박 친구 2명을 죽이고 암매장한 일당이 범행 2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의료기구 판매원 남궁모(34)씨를 구속하고 달아난 공범 박모(49·무직)씨를 공개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7년 4월 도박판에서 처음 만난 사이로 당시 남궁씨는 2000여 만원, 박씨는 4억6000여 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빚 독촉에 시달리던 이들은 2007년 12월11일, 함께 도박판을 출입하던 오모(당시 52세·무직)씨를 박씨의 서울 송파구 지하 월세방으로 불러 “사채업자 김모(당시 49세)씨가 현금이 많은 것 같은데 죽이고 돈을 빼앗자”고 꾀다가 오씨가 이를 거부하자 둔기로 머리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같은 날 오후 “큰 판이 벌어진다”며 김씨를 박씨의 집으로 유인한 뒤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대라”며 김씨를 마구 때려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사건 발생 사흘 뒤 김씨와 오씨의 사체를 빌린 승합차에 실어 강원도 영월군의 한 국도변 야산에 암매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암매장 지점은 이들이 강원랜드에 드나들며 자주 지나치던 곳이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9월 한 희망근로 근무자가 제초작업 도중 백골 상태의 시신 2구를 발견해 신고하면서 꼬리를 밟혔다.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피해자들과 도박판에서 자주 어울리던 남궁씨와 박씨가 사건 당일 저녁 암매장 지점 근처에서 서로 통화한 기록을 확보하고 검거에 성공했다.

채팅으로 만난 여성에 돈 뜯은 40대 남
“나 잘나가는 사람이야”

서울 송파경찰서는 지난 16일 부동산 컨설팅을 한다며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이를 빌미로 돈을 뜯어낸 혐의(강제추행 등)로 김모(42)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월초부터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알게 된 여성들에게 자신을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건축설계사’라고 소개하면서 “부동산 업무 때문에 자주 외국에 나가곤 하는데 면세점에서 선물을 사다주겠다”고 속이고 만나 자신의 승용차나 모텔로 유인해 강제로 추행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성추행한 이들에게 “딸이 소아암에 걸려 수술을 해야 하는데 부동산 매매대금이 입금되면 갚을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말하며 7명으로부터 총 2000만원 상당의 돈을 받아 가로챘던 것으로 드러났다. 돈이 없다고 하는 여성에겐 “남편에게 성관계 사실을 알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피해자들에게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가족들에 사실이 알려질 것이 두려워 김씨가 금품을 요구하는 것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김씨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애인 친척 협박해 돈 뜯으려 한 20대
“돈 안주면 아들 죽일거야”

광주 남부경찰서는 “돈을 주지 않으면 아들을 죽이겠다”고 애인의 친척을 협박한 D(27)씨를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했다.D씨는 지난 9월11일 오후 2시쯤 광주 남구지역 공중전화를 이용해 애인의 고모인 E(51·여)씨에게 “현금 2억원을 주지 않으면 당신과 아들을 죽여버리겠다”고 전화를 걸고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내는 등 3회에 걸쳐 협박한 혐의다.

조사결과 D씨는 애인의 고모가 부유하다는 사실을 알고, 평소 집안 사정을 파악해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D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애인 친구 부모를 비슷한 방법으로 협박해 구속 수감된 사실을 확인하고 면담을 통해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돈 노리고 원장 살해 계획 짠 수련원 원생
정신수양은 고사하고 욕심만 가득

정신 수양을 위해 수련원에 모인 원생들이 원장 살해를 기도하고 원생 간 집단 성관계를 강요하는 등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광주시 북구 한 수련원 회원 71명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 중에는 의사, 교사, 공무원 등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07년 12월부터 몇 달 동안 원장을 살해해 수련원을 장악할 목적으로 엽기적인 범행을 저질러왔다. 이들은 수련원 원장에게 독극물을 넣은 음식을 먹여 살해하려 했으며 원생들을 자기편으로 포섭하기 위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여했다.

뿐만 아니라 회원들에게 70여 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강요해 그 장면을 촬영,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이들은 수련원 헌금함에서 18억5000만원을 훔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중 일부가 처음부터 수련원에 헌금액이 많다는 점을 노리고 운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모텔 옆방 여학생 유인해 성폭행한 10대
성폭행범으로 돌변한 ‘오빠’

자신이 투숙한 모텔의 옆방에 있던 10대 여학생을 ‘함께 술을 마시자’며 꼬여 성폭행한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지난 16일 모텔 내 자신이 투숙한 옆방의 여학생을 유인, 성폭행한 혐의(청소년의 강간 등)로 A(16)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A군은 지난 6월29일 오전 5시쯤 인천 남동구 간석3동 한 모텔에서 자신이 투숙한 방의 옆방에 있던 B(13)양에게 ‘함께 술을 마시자’며 유인한 뒤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고등학교를 중퇴한 A씨는 또 다른 범죄 혐의로 서울 영등포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폰 문자메시지 해킹 일당 적발
돈만 내면 문자메시지 ‘뚝딱’

대전지검 특수부는 지난 15일 의뢰인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몰래 엿볼 수 있도록 해주고 15억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로 정모(38)씨 등 심부름센터 업주와 개인정보판매상 등 15명을 구속기소하고 김모(30)씨 등 2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7년부터 최근까지 650여 명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해킹하고 5500여 명의 개인정보를 팔아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가입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이용, 휴대전화 기기 일련번호 등을 알아낸 뒤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휴대전화 고유번호(ESN) 생성프로그램으로 휴대전화를 복제했다. 이어 해당 이동통신사의 문자서비스 사이트에 회원가입 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의뢰인에게 알려주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휴대전화 판매 대리점 직원들이 개인정보를 조회해 이들에게 넘겨준 정황도 포착됐다. 심부름센터로 위장한 이들은 의뢰인으로부터 250~300만원을 받아 개인정보판매상에 120만원, 휴대전화 복제전문가에게 30만원가량을 넘겨줬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