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골프 2013시즌 투자기업 성적표

기업의 선수마케팅 ‘대박과 쪽박 사이’

2013 국내 프로골프 투어가 끝났다. 남자투어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일찌감치 마감했다. 여자투어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2013시즌이 끝나자마자 대만과 중국에서 2014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2013년 시즌은 지난해 12월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선수들은 4개월가량 휴식을 취하면서 2014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쾌청-대박-씁쓸’ 회사별 극명한 대조
시즌 내내 슬럼프 빠진 선수 ‘먹튀’ 논란


지난 한해 골프시장은 뜨거웠다. 특히 여자골프의 경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박인비가 6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국내투어에선 1인 독주가 아닌 춘추전국시대를 열며 팽팽한 경쟁구도를 형성했다. 팬들은 즐거웠다. 남자골프는 아직 여자골프의 인기에 비해 많이 떨어지지만 부활의 날개를 힘껏 펼쳤다.
이런 가운데 선수들을 후원하는 기업들도 다양해졌다. 많은 기업 중에서도 금융사들의 후원이 가장 활발했다. 금융사 스폰서들의 2013 성적표는 어떠했을까?
최근 프로골프투어 개최와 선수 후원 등 대대적인 골프마케팅이 전개되고 있지만 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효과가 적어 한숨 쉬고 있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선수 후원은 특히 예상 밖의 활약으로 대박이 날 수 있는 반면, 슬럼프로 거액을 날릴 위험도 도사린다. 실제 지난 시즌 내내 슬럼프에 빠져 ‘먹튀’ 논란에 오른 선수도 적지 않다.

‘인비효과’ KB금융

최고의 대박을 터뜨린 곳이 바로 KB금융그룹이다. 2012년 LPGA투어에서 상금퀸까지 등극했지만 스폰서 없이 백의종군했던 박인비(25)에게 지난해 5월 날개를 달아줬다. 계약 전까지 메이저 1승을 포함해 일찌감치 시즌 2승을 수확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던 시기였다.
계약 직후부터는 말 그대로 훨훨 날았다. LPGA투어 역사상 메이저 3연승의 금자탑을 쌓으며 지구촌 골프계의 화두가 됐다. KB금융 측은 박인비 경제효과를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했다. 계약금이 연간 최대 5억원, 인센티브까지 포함해 10억원가량이 투입된 데 비하면 투자 대비 무려 300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양용은(41)과 정재은(24), 안송이(23) 등 다른 소속선수들은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해 대조를 이뤘다. 2009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PGA챔피언십에서 아시아선수 최초로 메이저 우승을 일궈낸 양용은은 2011년 KB금융에 둥지를 틀었지만 이후 오랜 내리막길이다. 2013시즌에는 특히 19차례 등판에서 10차례나 ‘컷 오프’되는 최악의 성적이다. 2012년부터 2년 연속 ‘톱10’ 진입조차 없다.
KB금융은 더욱이 앞으로는 적극적인 골프마케팅에 나서기에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최근 직원의 횡령사고와 해외지점 부당대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각종 불법과 비리가 포착되면서 올해에는 골프마케팅에 수십억원의 돈을 쏟아 붓기가 만만치 않다. 관련업계에서는 프로대회 개최까지 위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롯데마트·한화 ‘최악’

2013년 초 나이키로부터 10년간 최대 2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잭팟’을 터뜨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골프채에 대한 부적응으로 세계 최고의 ‘먹튀’가 됐다.
이 같은 사례가 국내에도 있다. 우선 LG다. 김자영(21)을 국내 최고 대우로 모셨지만 소득이 전혀 없었다. 미모에 지난해 3승을 수확하는 기량까지 더해 ‘오빠부대’를 이끌었던 선수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우승사정권에조차 들지 못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톱10’ 진입이 딱 1차례에 불과했고, 상금랭킹 3위에서 지난해는 36위(1억원)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전 소속사와의 계약해지 문제가 법정다툼으로 이어지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기업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KLPGA 투어 흥행카드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셈이다.
박유나(26)와 장수연(19) 등 5명이나 되는 선수들을 거느린 롯데마트도 성적이 시원찮았다.
권지람(19), 김현수(21), 홍진의(22) 등 젊은 피에 기대를 걸었지만 대어로 성장하지는 못했다.
한화도 비슷하다. 한화는 유소연(23)을 후원하면서 재미를 봤던 골프구단의 성공모델이었다. 유소연과 계약 해지 이후 김송희(25)와 윤채영(26)을 포함해 신인 발굴을 목적으로 무려 12명이나 되는 구단을 꾸렸지만 아무 성과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최경주(41)와 최나연(26)을 후원하는 SK텔레콤과 박세리(36)가 소속된 KDB금융그룹도 사정이 엇비슷하다. SK텔레콤은 경쟁사인 KT의 장하나(21)가 상금퀸과 대상 등 개인타이틀을 싹쓸이하는 모습을 바라만 봤다.
미래에셋은 국내에서는 유일한 소속선수인 김세영(20) 덕을 톡톡히 봤다. 장하나와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무엇보다 시즌 내내 드라마틱한 역전승부로 화제를 모았다.

KB금융 각종 비리로 골프마케팅 제동
무명 김세영의 반란에 미래에셋 ‘방긋’


미래에셋 ‘대박’

미래에셋은 지난해 K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세영 덕에 대박이 났다. 2012년까지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던 김세영은 첫 대회인 롯데마트여자오픈과 최다 상금액을 자랑하는 한화금융클래식, 메이저대회인 메트라이프·한국경제KLPGA챔피언십 등 주목도가 높은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미래에셋은 진정한 투자가 어떤 것인지를 골프마케팅을 통해 보여줬다. 이밖에도 수 년 전부터 후원하는 신지애가 LPGA투어 개막전인 호주여자오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발목 잡힌 하나금융

하나금융그룹은 골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국내 선수뿐만 아니라 외국 선수들도 후원한다. ‘글로벌 금융회사’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아울러 국내 유일의 LPGA투어 대회도 매년 알차게 준비한다. 하지만 지난해 선수 마케팅은 아쉬움이 남는다. 하나금융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유소연과 계약했다. 지난해까지 한화 소속이었던 유소연이 시장에 나오자 ‘거금’을 투자해 계약했다. 그런데 유소연은 지난해 무관에 그쳤다. 게다가 우승 문턱에서 여러 번 기회를 놓쳐 ‘2위 징크스’까지 생겼다. 다행히 박희영이 지난해 7월 열린 LPGA투어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해 간신히 체면치레는 했다.

정관장·하이트진로 성공

정관장은 이보미가 일본(JLPGA)투어에서 2승을 거두면서 일본에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양수진도 KLPGA투어에서 우승하며 제몫을 해 투자한 돈이 아깝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역시 국내에서 전인지가 메이저대회인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하고 막판까지 신인상 경쟁을 펼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아 홍보에 큰 도움이 됐다. 전미정은 일본에서 1승을 거두며 제 역할을 해줬다. 신한금융그룹은 강성훈이 시즌 막판 2개 대회 연속 우승하고 상금왕에까지 등극하면서 역전 홈런을 터뜨렸다.

넵스, 하이마트 무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대체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아든 기업으로는 넵스가 꼽힌다. 넵스는 지난해 김자영, 양수진 등 ‘특급선수’들을 거느리며 ‘후원 대박’을 터뜨렸으나 지난해는 비교적 무명선수들과 계약하면서 저조한 성적이 우려됐다. 그러나 김다나가 우승을 거두면서 회사의 ‘알리미’ 역할을 충실히 해줬다.
6명의 선수를 거느리고 있는 하이마트도 김지현의 우승으로 간신히 체면치레를 했다. 볼빅은 국내에서 여자선수 9명, 남자선수 3명 등 총 12명을 후원했으나 한 명도 우승하지 못했다. 대신 이일희가 LPGA투어에서 우승을 하고 최운정과 포나농 파트룸(태국) 등이 좋은 활약을 보여 이를 만회했다.
LIG는 기대했던 양제윤과 최혜용이 부진하며 최악의 시즌이 예상됐으나 마지막 대회에서 이민영이 간신히 ‘위너스클럽’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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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