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현대상사 회장 내정
현대오일뱅크 인수전 역할 관심
‘비운의 황태자’정몽혁 전 현대정유(현대오일뱅크) 사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최근 인수한 현대종합상사 회장으로 정 전 사장을 내정했다. 2002년 현대정유를 떠난 지 7년 만에 범현대가 품으로 돌아온 셈이다. 정 전 사장은 내년 1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
경복고와 미 캘리포니아대를 졸업한 정 전 사장은 현대석유화학 사장, 현대정유 사장 등을 거쳐 조명설비업체인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회장, 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인 메티아 사장을 지냈다.
정 전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신영씨의 외아들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는 사촌 간인 셈이다.
동아일보 기자를 지낸 정씨는 1962년 독일 유학 중 세상을 떠났다. 이후 정 창업주는 조카인 정 전 사장을 각별하게 보살폈다. 정 전 사장이 1993년 30대 초반의 나이로 현대석유화학과 현대정유 사장을 맡을 수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정 전 사장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현대정유 경영권을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IPIC)로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가 2005년부터 최근까지 메티아 사장으로 재직한 것도 사촌 형인 정몽구 회장의 배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번 정 전 사장의 현대종합상사 회장 선임 역시 범현대가의 ‘끌어안기’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몽준 대표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이유에서다.
정 대표와 정 전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현대상사 인수를 앞두고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나아가 현대중공업이 추진할 현대오일뱅크 인수전에서 정 전 사장의 역할에도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두고 IPIC와 법정 싸움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