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받는 트랜스젠더 사연

긴 생머리 휘날리는 군인…정체는?

[일요시사=사회팀] 트랜스젠더도 예비군훈련을 받는다. 황당한 이야기지만 사실이다. 군 전역 후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는 수술을 했다 할지라도 일반 남성과 동일하게 예비군 훈련을 받게 된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긴 생머리의 여성이 동원훈련장에 나타나 일반 남성들과 2박3일을 동고동락하기도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당황시켰다. 이 사진 속에는 실내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군들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익숙한 교회의자와 얼룩무늬 전투복 차림의 예비군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긴 생머리의 여성이 함께 앉아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군필’ 트랜스젠더였다.

그녀들은 ‘군필’

사진의 진위를 두고 한때 논란이 일었다.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그중에는 ‘아내가 대신 예비군에 나온 것 같다’는 말도 나왔다. 본인 외에는 예비군 훈련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 그리고 ‘여군’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여군은 군복무를 마치면 퇴역처리가 되기 때문에 예비군 훈련을 받지 않는다. 결국 사진 속 여성은 트랜스젠더로 좁혀졌다.

트랜스젠더가 예비군 훈련장에 나타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군입대 전 수술을 하지 않고 입대 후 군생활을 마친 뒤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군필 후 커밍아웃을 한 이들의 주민번호는 뒷자리는 1로 시작하므로 법적으로는 남성이다. 몸은 여성이지만 남성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지난여름, 직장인 A(26)씨는 2박3일간 동원훈련을 받기 위해 군부대로 향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예비군 훈련장에 입소했다. 그런데 다소 낯선 향기를 풍기는 사람이 있었다. 긴 머리, 긴 속눈썹, 고운 살결, 심지어 화장까지 한 영락없는 여성이 전투복을 입고 서 있던 것이다. 예비군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속닥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예비군만 당황한 건 아니었다. 입소를 위해 주민등록증을 검사하던 현역병도 놀란 표정이었다. 민증을 검사하던 현역병은 상황실로 달려갔다. 이내 대대장 및 간부들이 집합했다. 간부들도 놀란 기색이었다. 이들은 급하게 회의를 한 뒤, 트랜스젠더로 밝혀진 이를 배려하기로 결정했다. 일반 예비역들과 다른 격실로 배치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라도 규정상 훈련 면제나 열외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것이 최선의 조치였다. 그래서 그는 2박3일 동안 훈련소 의무실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그리고 남들과 똑같이 탄띠를 매고 소총을 들고 훈련에 임했다. 특별한 사고는 없었다. 단지 뒷말이 무성했을 뿐이었다. 그는 훈련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유유히 사라졌다고 전해진다.

대학생 B(24)씨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당일치기 대학생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도착한 훈련소에서 전투복을 입고 있는 여성을 만났다. 그는 두 눈을 의심했다. 여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에게 건너 들어보니, 캠퍼스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트랜스젠더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열외 없이 모든 훈련에 임했고 다른 학생들처럼 PX도 자연스럽게 이용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이어져 안타까웠다는 후문이다.

전역후 뒤늦게 성전환 수술
일반 남성과 동일하게 훈련
동원 2박3일 동고동락하기도

이렇듯 예비군 훈련장에서 군필 트랜스젠더를 만나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다. 비록 트렌스젠더지만 군 생활을 겪었던 사람들이기에 훈련의 의무가 있다. 특히 특정 지역에서는 군필 트랜스젠터가 유독 많다고 전해진다.

특전사 출신의 한 동대장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트랜스젠터 예비군에 대해 알고 있다”며 “특히 용산구 쪽 동대장들을 통해 트랜스젠더 예비군 관련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소 밀집지역에 유난히 많다”면서 “그쪽에서는 아예 단체로 차에서 내려 훈련에 참가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지역 군필 트랜스젠더들은 화장도 잊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에게 훈련 면제나 열외는 없다. 군필자에게 예비군 훈련은 의무이기 때문이다. 다소 불편한 상황이 연출되겠지만 간부들도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트랜스젠더의 예비군 훈련 면제 및 열외는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술 여부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애매한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 트랜스젠더 슈퍼모델로 화제가 됐던 최한빛은 과거사 고백을 통해 군면제에 얽힌 사연을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 최한빛은 한 방송을 통해 입영신청을 했었지만 면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남자들과 샤워를 하고 자야 하는 생활이 너무 감당이 안될 것 같았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최한빛은 “결국 정신과 진단을 가지고 무작정 병무청을 찾아갔다”며 “병무청 관계자가 ‘이 얼굴로 군대 갈 생각을 했냐’며 ‘성형은 어디서 했냐’고 물어봤다. 나는 ‘성형을 하지 않았다’고 솔직히 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후 군면제를 받았고 수술을 한 뒤 법원에서 호적 정정 및 개명 신청까지 마쳐 법적 절차를 밟아 여성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후 꾸준히 모델로 활동 중이다.

성 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바라보는 인식이 날이 갈수록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수원에서는 대중목욕탕 ‘여탕에 여장남자가 들어왔다’는 황당한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김모(31)씨를 붙잡았지만 성전환 수술을 한 트랜스젠더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에게 어떤 법을 적용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호적정정을 하지 않아 법적으로는 남성이 맞았지만 성전환 수술로 여성의 몸을 가진 트랜스젠더였기 때문이다.

면제·열외 불가

경찰은 남성이 고의를 가지고 여장을 한 채 여탕에 입장했다면 성폭력특례법 혹은 주거침입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지만 수술까지 한 김씨를 순수한 남성으로 보기 어려웠다. 결국 경찰은 적용법조를 상의한 끝에 김씨에게 경범죄처벌법상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출입구에서 표를 끊지 않은 채 여탕에 들어온 사실이 확인됐고 김씨의 사정을 알게 된 여성 신고자가 최대한 관대한 처분을 해달라고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 첫 번호를 1번에서 2번으로 바꾸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FTM트랜스젠더’란?
‘상남자’ 꿈꾸는 여자들

트랜스젠더 중 여성의 육체지만 남성의 정신을 가진 사람을 ‘FTM(Female to male)’ 트랜스젠더라고 한다. 즉 여성으로 태어났지만 남성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남성만이 갈 수 있는 군대에 입대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진정한 남성으로 거듭나기 위해 군 입대를 희망하지만 FTM트랜스젠더는 법적으로 군 입대가 허용되지 않는다. 평범한 남자와 동일한 대우를 받고 싶어하는 마음에 불만을 표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해진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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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