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교우·호남향우·해병전우회' 힘빠진 ‘3대 조직’…왜?

대한민국 들었다 놨다…지금은 달라졌다

[일요시사=사회팀]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결집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조직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맥 줄기다. ‘우주에 떨어뜨려 놓아도 잘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로운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아 전통 조직들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해병대의 정서 공유는 자타가 공인하는 ‘단결력’이다. 힘든 시기에 함께한 고통이 평생 정서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동네마다 해병대 컨테이너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고대 정서 공유의 특징은 ‘소속감의 편안함’이다. 교우회에 소속돼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고대 출신들의 특성이라는 것. 호남 정서 공유의 특성은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따 형님∼’ 한 마디면 여러 뉘앙스를 전달하며 남도 특유의 정서 공유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젊은이여 오라”
그래도 안 모여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거대 조직으로 손꼽힌다. 이 세 조직은 중앙회와 함께 각 지역마다 지회를 두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도 지회가 있어 이들의 결집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호남 출신, 해병대 전역, 고려대 학사를 모두 가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 가도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해병대를 전역한 A(25)씨는 전역 후 곧바로 대학에 복학했다. 캠퍼스로 돌아온 그는 자연스럽게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해병대 기수가 훨씬 높은 선배들의 참여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학내 행사들로 인해 해병대모임은 잦았고 개인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광풍과도 같은 스펙 쌓기와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해병대 선후배 관계가 싫었던 건 아니었지만 불편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A씨는 졸업 후 지역 전우회에 가입을 해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A씨는 “해병대 빨간 명찰이 인생의 큰 힘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병대 전역자 B(23)씨는 부대에 있을 때부터 해병대전우회에 대한 많은 말을 들었다. ‘전역하면 다시 이등병으로 돌아간다’는 공포의 말이었다. 말장난으로 하는 이등병이 아닌, 계급으로서의 이등병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B씨는 전역하자마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씨? 해병대 11XX기 맞죠? 저는 10XX기인데 ○○관으로 6시까지 오세요.” 전역하면 ‘해피콜(?)’이 온다더니, 사실이었다. 그러나 B씨는 대학 해병대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막내 생활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이후 해병대 선배들의 전화를 피하면서 조용히 학교를 다녔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전우회 보다 중요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앞날 생각에 마음은 급했다. 해병대 자부심은 살아 있지만 선뜩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B씨는 “스펙 쌓기도 바쁜데 어떻게 전우회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C(31)씨는 호남향우회에 가입하라는 부모님의 요구를 줄곧 받아왔었다. 그러나 C씨는 부모님과 달리 호남에서 자라지 않고 서울에서 자랐다.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것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향우회 활동을 한다는 게 썩 내키지도, 쉬운 일도 아니었다. 그에게 고향은 서울이었다. C씨는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고향을 따라 향우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속도는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결속력 하면 손가락에 꼽히는 조직이지만 젊은 세대들의 ‘오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끈끈하기로 유명한 고대·호남·해병대에 새 피 수혈이 원활하지 않다. 개인주의적 성향과 경기 불황이 이러한 현실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먹고사느라…”
청년들의 외면

해병대전우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각 지역 해병대전우회 회원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가입률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 과거에는 해병대 출신 청년들이 지역 선후배들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최근에는 신입회원이 뜸해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대학 해병대전우회는 어느 정도 반강제적인 면이 있어 신입회원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지역 전우회는 강제성이 없어 무작정 회원을 끌어들일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현재 지역전우회의 막내가 40∼50대인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해병대전우회 회원의 월 회비는 1만∼2만원 선이다. 전우회 회원이 되면 월례회 참석과 지역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교통정리 및 환경정화 활동 등이다. 행사는 주로 주말에 이루어진다.

끝내주는 조직력…결집력 강하기로 유명
한국 사회 인맥 줄기 ‘패밀리’로 꼽혀

해병대전우회 관계자는 “요즘엔 젊은 친구들 찾기가 어렵다”며 “취업하랴, 직장생활하랴, 바빠서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활동하는 건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즉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 40대부터 70대까지의 회원이 가장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청년들이 활동하는 곳이 있다. 인천연합회는 20∼30대 회원들의 활동이 나름대로 활발한 편이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지부에 비해서는 새로운 피가 꾸준히 수혈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약해진 모습이라고 한다. 인천연합회의 경우 1990년대 3000여명에 이르던 회비 납부자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500여명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개인주의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시대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결속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전해진다.

고려대교우회는 매해 6000여명의 졸업생들에게 신규회원 자격을 준다. 때문에 자연스레 회원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고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려 3만여명의 동문들이 회비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2만6000여명만 회비를 냈다. 고대 동문은 30만여명으로 알려진다.

고대 교우회 관계자는 “동문들에게 지속적으로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며 “호소문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원을 늘려서라도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을 늘릴 생각이라고”밝혔다. 고대 교우회는 별다른 수입 없이 동문들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평생회비를 내는 회원에게는 몇 가지 혜택이 제공되지만, 회비 액수가 크기 때문에 이 회비를 내는 사람은 소수다.

호남향우회는 해병대전우회와 고대교우회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청년층의 무관심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국에 5800여개의 광역회와 지회를 두고 있는 호남향우회도 신규회원이 줄고 있어 고민이다. 한때 호남 출신 인구 1150만명 중 30% 가까이 차지했던 향우회 회원이 현재는 10% 이하로 줄었다고 전해진다.

3대 조직 향한
불편한 시선들

호남향우회 관계자는 “향우회 행사를 하면 대부분 노인들이 참석한다”며 “신규회원 수가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호남인데, 본인은 서울에서 태어났다며 서울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호남향우회는 회원제와 비회원제로 나뉜다. 회원제를 실시하는 곳은 경기도 의왕시 호남향우회로 알려진다. 이곳은 연회비를 내지만, 대부분은 비회원제로 운영되며 별도의 회비는 없다. 회비 없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지만 임원들의 쾌척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으로 손꼽히던 ‘고대·호남·해병대’가 고령화와 개인주의라는 시대적 변화에 부딪히며 위축을 겪고 있다. 불황 속 경쟁주의 일색인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정서 차이도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조직들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회원 감소로 젊은피 절실
강해지는 개인주의에 흔들
독특한 조직 문화도 변화


이러한 현상은 고대·호남·해병대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일반 기업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합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연, 지연 등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끌어주고 밀어주기 관행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의 대표적인 정통 조직들의 문화가 주춤한 반면 새로운 인맥 라인이 부상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광진구에 위치한 대원외고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학교의 동문회의 경우 고교 동문회로는 이례적으로 20∼30대가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번 모이면 300여명 이상이 모인다고 전해진다. 매년 참가자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어고 동문회가 부상하는 것은 기존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느슨하고, 사회 각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인맥을 쌓기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연예인들의 팬클럽 모임 등이 기존 3대 모임에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자발적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규모도 규모지만 각종 봉사활동 참여와 더불어 취미 이상의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이렇지만, 한때 고대교우회·호남향우회·해병대전우회는 한국의 ‘3대 패밀리’와 함께 ‘3대 마피아’로 불렸다. ‘패밀리’는 혈연을 연상케 하는 응집력을 표현한 명칭이었고, ‘마피아’는 거기에 더해 구성원이 공유하는 사적 이익과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집행력에 초점을 맞춘 호칭이었다. 하지만 이 세 집단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고대교우회는 ‘고대생답다’ ‘투박하고 촌스럽다’ ‘끈끈하고 질기다’ ‘한국적 인간관계의 화신들이다’ 이런 학풍을 어떤 사람은 지방출신 비중이 높고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적 구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지정학적 분석도 있다.

호남향우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소외됐던 특정 지역주민들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향우회를 올바로 볼 수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된 편견과 여러 가지 제약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전두환 정권 시기 탱크와 대치하면서 죽음의 냄새를 함께 맡았던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집단적 기풍이라고 볼 수 있다. 전남도청 건물에 아직도 남아있는 총탄 자국이 호남인들의 가슴 속 상처를 전해준다.


그래도…
뭉쳐야 산다?

해병대전우회는 특정한 체험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결집력의 근거는 ‘군생활’이다.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된다. 이들의 자부심은 개인 차량이나 지역 행사장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순진무구함도 느껴지는 순정마초이기도 하다.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를 매개로 연결된 이익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고대교우회와 비견될 수 있는 패밀리는 ‘TK’가 유일하다. 뚜렷한 실체는 없지만 TK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대구, 경북 사람들 모두를 TK라는 인적 네트워크 범주에 뭉뚱그려 집어넣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호남향우회, 고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 일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낯뜨거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집단주의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공동체 구성 원리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