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교우·호남향우·해병전우회' 힘빠진 ‘3대 조직’…왜?

대한민국 들었다 놨다…지금은 달라졌다

[일요시사=사회팀]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결집력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이들의 조직력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로 뻗어있다.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는 한국의 대표적인 인맥 줄기다. ‘우주에 떨어뜨려 놓아도 잘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로운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아 전통 조직들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해병대의 정서 공유는 자타가 공인하는 ‘단결력’이다. 힘든 시기에 함께한 고통이 평생 정서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 동네마다 해병대 컨테이너를 찾을 수 있는 이유다. 고대 정서 공유의 특징은 ‘소속감의 편안함’이다. 교우회에 소속돼 있는 것만으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고대 출신들의 특성이라는 것. 호남 정서 공유의 특성은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아따 형님∼’ 한 마디면 여러 뉘앙스를 전달하며 남도 특유의 정서 공유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젊은이여 오라”
그래도 안 모여

고려대교우회, 호남향우회, 해병대전우회는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거대 조직으로 손꼽힌다. 이 세 조직은 중앙회와 함께 각 지역마다 지회를 두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도 지회가 있어 이들의 결집력이 평범하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특히 호남 출신, 해병대 전역, 고려대 학사를 모두 가진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 가도 절대 굶어죽지 않는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다. 새 피가 제대로 수혈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의 오늘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해 해병대를 전역한 A(25)씨는 전역 후 곧바로 대학에 복학했다. 캠퍼스로 돌아온 그는 자연스럽게 해병대전우회 활동을 시작했다. 해병대 기수가 훨씬 높은 선배들의 참여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학내 행사들로 인해 해병대모임은 잦았고 개인 시간에 영향을 미쳤다. 요즘 대학생들에게 광풍과도 같은 스펙 쌓기와는 거리가 먼 행보였다. 그렇다고 해서 해병대 선후배 관계가 싫었던 건 아니었지만 불편함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A씨는 졸업 후 지역 전우회에 가입을 해 봉사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A씨는 “해병대 빨간 명찰이 인생의 큰 힘이 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굳이 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해병대 전역자 B(23)씨는 부대에 있을 때부터 해병대전우회에 대한 많은 말을 들었다. ‘전역하면 다시 이등병으로 돌아간다’는 공포의 말이었다. 말장난으로 하는 이등병이 아닌, 계급으로서의 이등병을 뜻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B씨는 전역하자마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씨? 해병대 11XX기 맞죠? 저는 10XX기인데 ○○관으로 6시까지 오세요.” 전역하면 ‘해피콜(?)’이 온다더니, 사실이었다. 그러나 B씨는 대학 해병대전우회에 가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다시 막내 생활을 다시 겪고 싶지 않았다. 이후 해병대 선배들의 전화를 피하면서 조용히 학교를 다녔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전우회 보다 중요한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앞날 생각에 마음은 급했다. 해병대 자부심은 살아 있지만 선뜩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B씨는 “스펙 쌓기도 바쁜데 어떻게 전우회 활동을 병행할 수 있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C(31)씨는 호남향우회에 가입하라는 부모님의 요구를 줄곧 받아왔었다. 그러나 C씨는 부모님과 달리 호남에서 자라지 않고 서울에서 자랐다.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것이다. 바쁜 시간을 쪼개 향우회 활동을 한다는 게 썩 내키지도, 쉬운 일도 아니었다. 그에게 고향은 서울이었다. C씨는 “서울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고향을 따라 향우회에 가입해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풍속도는 아주 최근의 일은 아니다.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시대의 자화상으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결속력 하면 손가락에 꼽히는 조직이지만 젊은 세대들의 ‘오늘’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끈끈하기로 유명한 고대·호남·해병대에 새 피 수혈이 원활하지 않다. 개인주의적 성향과 경기 불황이 이러한 현실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먹고사느라…”
청년들의 외면

해병대전우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각 지역 해병대전우회 회원이 감소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가입률이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다. 과거에는 해병대 출신 청년들이 지역 선후배들과 함께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최근에는 신입회원이 뜸해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대학 해병대전우회는 어느 정도 반강제적인 면이 있어 신입회원 모집에 큰 어려움이 없지만, 지역 전우회는 강제성이 없어 무작정 회원을 끌어들일 수도 없다. 그래서일까. 현재 지역전우회의 막내가 40∼50대인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해병대전우회 회원의 월 회비는 1만∼2만원 선이다. 전우회 회원이 되면 월례회 참석과 지역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다. 교통정리 및 환경정화 활동 등이다. 행사는 주로 주말에 이루어진다.

끝내주는 조직력…결집력 강하기로 유명
한국 사회 인맥 줄기 ‘패밀리’로 꼽혀

해병대전우회 관계자는 “요즘엔 젊은 친구들 찾기가 어렵다”며 “취업하랴, 직장생활하랴, 바빠서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활동하는 건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즉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상황인 것. 40대부터 70대까지의 회원이 가장 많은 게 현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청년들이 활동하는 곳이 있다. 인천연합회는 20∼30대 회원들의 활동이 나름대로 활발한 편이다. 물론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지부에 비해서는 새로운 피가 꾸준히 수혈되고 있다. 그런데 이것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약해진 모습이라고 한다. 인천연합회의 경우 1990년대 3000여명에 이르던 회비 납부자가 해마다 줄어 지난해에는 500여명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개인주의가 겹치면서 나타나는 시대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렇지만 현재까지 결속력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전해진다.

고려대교우회는 매해 6000여명의 졸업생들에게 신규회원 자격을 준다. 때문에 자연스레 회원 수는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은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고대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는 무려 3만여명의 동문들이 회비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2만6000여명만 회비를 냈다. 고대 동문은 30만여명으로 알려진다.

고대 교우회 관계자는 “동문들에게 지속적으로 우편물을 보내고 있다”며 “호소문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임원을 늘려서라도 회비를 납부하는 동문을 늘릴 생각이라고”밝혔다. 고대 교우회는 별다른 수입 없이 동문들의 회비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평생회비를 내는 회원에게는 몇 가지 혜택이 제공되지만, 회비 액수가 크기 때문에 이 회비를 내는 사람은 소수다.

호남향우회는 해병대전우회와 고대교우회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지만 청년층의 무관심이라는 측면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전국에 5800여개의 광역회와 지회를 두고 있는 호남향우회도 신규회원이 줄고 있어 고민이다. 한때 호남 출신 인구 1150만명 중 30% 가까이 차지했던 향우회 회원이 현재는 10% 이하로 줄었다고 전해진다.

3대 조직 향한
불편한 시선들

호남향우회 관계자는 “향우회 행사를 하면 대부분 노인들이 참석한다”며 “신규회원 수가 예전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는 호남인데, 본인은 서울에서 태어났다며 서울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전했다. 호남향우회는 회원제와 비회원제로 나뉜다. 회원제를 실시하는 곳은 경기도 의왕시 호남향우회로 알려진다. 이곳은 연회비를 내지만, 대부분은 비회원제로 운영되며 별도의 회비는 없다. 회비 없이 운영하는 것이 가능한가 싶지만 임원들의 쾌척하는 금액이 크기 때문에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조직으로 손꼽히던 ‘고대·호남·해병대’가 고령화와 개인주의라는 시대적 변화에 부딪히며 위축을 겪고 있다. 불황 속 경쟁주의 일색인 현실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의 정서 차이도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조직들의 앞날을 위협하고 있다.

회원 감소로 젊은피 절실
강해지는 개인주의에 흔들
독특한 조직 문화도 변화


이러한 현상은 고대·호남·해병대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일반 기업은 물론 공직사회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합리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학연, 지연 등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끌어주고 밀어주기 관행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의 대표적인 정통 조직들의 문화가 주춤한 반면 새로운 인맥 라인이 부상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광진구에 위치한 대원외고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학교의 동문회의 경우 고교 동문회로는 이례적으로 20∼30대가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 번 모이면 300여명 이상이 모인다고 전해진다. 매년 참가자가 늘고 있는 모양새다.

외국어고 동문회가 부상하는 것은 기존 조직보다 위계질서가 느슨하고, 사회 각계의 우수한 인재들과 인맥을 쌓기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연예인들의 팬클럽 모임 등이 기존 3대 모임에 뒤지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자발적으로 똘똘 뭉친 이들은 규모도 규모지만 각종 봉사활동 참여와 더불어 취미 이상의 소속감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상황이 이렇지만, 한때 고대교우회·호남향우회·해병대전우회는 한국의 ‘3대 패밀리’와 함께 ‘3대 마피아’로 불렸다. ‘패밀리’는 혈연을 연상케 하는 응집력을 표현한 명칭이었고, ‘마피아’는 거기에 더해 구성원이 공유하는 사적 이익과 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강한 집행력에 초점을 맞춘 호칭이었다. 하지만 이 세 집단은 비슷하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고대교우회는 ‘고대생답다’ ‘투박하고 촌스럽다’ ‘끈끈하고 질기다’ ‘한국적 인간관계의 화신들이다’ 이런 학풍을 어떤 사람은 지방출신 비중이 높고 여학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적 구성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도심에서 상대적으로 멀어 자기들끼리 어울리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는 지정학적 분석도 있다.

호남향우회는 정치, 경제적으로 소외됐던 특정 지역주민들의 ‘생존전략’이라는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적 요인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향우회를 올바로 볼 수 없다. 과거 박정희 정권 때부터 시작된 편견과 여러 가지 제약에 시달렸던 사람들이 전두환 정권 시기 탱크와 대치하면서 죽음의 냄새를 함께 맡았던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집단적 기풍이라고 볼 수 있다. 전남도청 건물에 아직도 남아있는 총탄 자국이 호남인들의 가슴 속 상처를 전해준다.


그래도…
뭉쳐야 산다?

해병대전우회는 특정한 체험을 공유하는 공동체다. 결집력의 근거는 ‘군생활’이다. 비슷한 고통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하나가 된다. 이들의 자부심은 개인 차량이나 지역 행사장 등에서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순진무구함도 느껴지는 순정마초이기도 하다.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부를 매개로 연결된 이익집단과는 거리가 멀다.

결속이라는 측면에서 고대교우회와 비견될 수 있는 패밀리는 ‘TK’가 유일하다. 뚜렷한 실체는 없지만 TK의 힘은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대구, 경북 사람들 모두를 TK라는 인적 네트워크 범주에 뭉뚱그려 집어넣을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호남향우회, 고대교우회, 해병대전우회 일원이 될 수 있지만 이를 낯뜨거워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집단주의라는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공동체 구성 원리를 일깨워준다는 점에서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일각에서는 나온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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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