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특집> 유형별 추석나기 비법 <대공개> 베짱이파 3일나기

 
 
온 가족이 모이는 민족 대명절 추석이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달갑지만은 않은 이들도 있다. 취업난 등으로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생활해 오던 ‘베짱이파’들은 오히려 명절이 잔인하기만 하다. 또한 놀기를 좋아하는 ‘원조 베짱이파’들도 예외는 아니다. 온 가족들이 모였지만, 한 번씩 안부를 물어오면 말문이 막히거나 답을 하더라도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친척들이 배려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집에 있는 것이 가시방석인 이들에게는 ‘최악의 연휴’일 한가위. 이 때문에 ‘베짱이파’들은 추석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고심하고 있다. ‘베짱이파’들의 3일 연휴나기 비법을 대공개한다.  

"돈 필요 없어! 몸만 있으면 돼!"

올 추석 연휴는 어느 때보다 짧다. 9월13일부터 15일, 총 2박3일이다. 여기에다 주말까지 껴있다는 점에서 막상 휴일은 단 하루밖에 되지 않는다. 베짱이파들은 나름 ‘환호’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여전히 3일을 어떻게 보낼까라는 생각에 잠겨 있다. 요즘같이 경제가 어렵고, 일자리가 부족한 이상 돈을 벌지 않고 집에서 ‘뒹굴뒹굴’거리는 이들은 가족들의 눈총 아닌 눈총을 받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족들의 조그마한 간섭도 받지 않기 위해 ‘베짱이파’들은 실속 챙기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베짱이파’들의 3일 나기의 특별한 비법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첫째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무슨 말이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방법이다. 식상한 말일 수도 있지만 돈도 없고 딱히 갈 곳도 없는 ‘베짱이파’들에게 이만한 비책이 없다. 단, 어떤 말도 무심히 넘길 수 있는 강철 심장으로 무장해야 한다.
또한 추석 연휴만큼 집안에 먹을거리가 풍성한 때도 없다. ‘언제나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햇쌀과 햇과일 등 한 해 햇빛을 담뿍 담아낸 재료들로 만든 여러 음식들이 넘쳐나는 때가 바로 추석이다. ‘베짱이파’들 역시 한가위 음식을 누릴 권리가 있다. 3년 반 째 취직을 준비하는 ‘백조’, 김모(28·서울 개봉동)씨는 지난 2년 동안의 추석을 떠올리며 올해도 집에서 추석연휴를 보낼 것이라 말한다.
“사실 연휴 첫날은 음식 하느라 바쁘잖아요. 그럴 땐 저에 대한 눈초리도 조금은 덜하니까 옆에서 일 거드는 척 하면서 음식도 먹고 집에 있을 수 있는 구실도 만드는 거죠. 나가면 무조건 돈이잖아요. 그러다가 저녁 즈음 돼서 친척들이 고스톱이나 윷놀이에 빠져 있으면 조용히 방에서 특선영화를 시청하거나 이런 저런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거죠.”
그 동안 눈칫밥에 단련된 ‘베짱이파’ 다운 말이다. 이 외에도 김씨는 “차례까지 지내고 정말 내게 관심의 시선이 쏠릴 것 같다 싶으면 바로 어린 친척 동생들과 놀아준다는 명목으로 용돈을 타서 다 같이 밖으로 나간다”고 추가설명까지 덧붙였다.
취업준비 혹은 아직은 청춘을 즐기고 싶어 사회인과 학생의 중간 위치에 놓여있는 ‘베짱이파’들로선 주머니 역시 두둑하지 못한 터라 어떤 눈초리가 있더라도 요령껏 피해가며 집에 눌러 앉아 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란 것이다.
하지만 도저히 친척들의 눈살과 수군거리는 말을 참아내지 못하겠다 싶을 때에는 밖으로 뛰쳐나오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가는 자칫 ‘노숙자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전 지식과 함께 철저한 스케줄 관리가 필요하다.
우선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각종 사이트에는 명절맞이 경품 등이 넘쳐난다.
그 중에서도 영화표가 가장 많이 풀린다. 혹여 영화사에 다니는 이와 친분이 있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 달 여 전부터 영화 시사회나 뮤지컬 티켓 경품에 응모하는 철저한 준비를 해야 추석에 쏟아져 나오는 영화들을 한 편이라도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라디오, 방송 사이트를 뒤지는 것도 필수다. 정규직 직장을 찾지 않고 ‘프리터’(자유(free)와 아르바이트(arbeiter)의 합성어로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남는 시간에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생활하는 권모(30·경기도 부천시)씨는 ‘베짱이파’가 더욱 즐거운 추석을 보낼 수 있는 데에 방송 및 라디오가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차례 음식·리모컨 장악… 어떤 말도 넘길 “강철 심장 필수”
각종 콘서트 행사 응모 참여, “베짱이파 사연 당첨 1순위”

권씨는 “추석 즈음을 앞두고 각 방송 인터넷 사이트에서 수도권 혹은 경기도 일대나 각 지방에서 행해지는 지방행사 및 음악축제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좌석 응모를 실시한다”며 “이 때 조금만 감성적으로 쓰면 거의 당첨이 되는데 이럴 때 취업을 하지 않아 부모님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을 지니고 있는 ‘베짱이파’만의 사연이 굉장히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라디오도 마찬가지. 각종 콘서트 및 행사의 티켓을 추첨해 배부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무조건 응모하고 보라는 것이 권씨의 말.
또한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각종 행사도 많이 열리는 만큼 인터넷 서핑을 많이 할수록 ‘베짱이파’들의 연휴는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스포츠 경기도 즐기는 법이 따로 있다. 교통비만 있으면 한창 인기 있는 프로야구도 공짜로 즐길 수 있다. 9회 말까지 치러지는 프로야구 경기는 7회 말 즈음이 되면 무료로 입장이 가능한 것. 경기 말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경기장에는 밖에도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 것이 보통. 7회 말까지 야구 경기장 밖에서 전광판으로 관람하다 들어가서 경기 말미를 응원할 수 있다.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곳이라면 책이나 PMP, MP3 등을 챙겨 야구장으로 나선 뒤 야외에서 여유로움을 즐기다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기장 주변은 공원처럼 조성되어 있으니 자전거나 인라인을 타는 것도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에 더없이 좋은 방법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추석 연휴에라도 바쁜 사람이 되어 보는 것도 좋다. 바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방법이다. 평소에 취업도 잘 되지 않을뿐더러 취업을 이유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추석 연휴는 돈도 벌고 구설수가 많은 집에서도 나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만약 PC방이나 책 대여점, DVD 대여점을 자주 간 덕에 단골이 되었거나 주인과 친분이 있다면 더욱 좋다. 업소 주인들도 휴일을 챙겨야 하는데 추석만한 특수에 집을 비울 수는 없기 때문. 이런 이유로 대부분 업소 주인들은 단골손님 등 가게에 자주 오며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추석 단기 아르바이트생으로 환영한다. 휴학 후 3년 째 고향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박모(26·경기도 수원시)씨 역시 마찬가지. 공부하느라 바쁜 날들이지만 추석 연휴에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집안 전체가 부산스럽기도 하지만 명절이란 생각 때문에 박씨 자신도 공부에 집중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씨는 3년 내내 추석이면 동네 책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학생 때부터 드나들며 주인과 친하게 지내 온 박씨는 추석 연휴에 고향에 가야 하는 주인이 곤란해 하는 말을 듣고 3년 전에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나섰다. 박씨 부모님 역시 책 대여점은 손님이 없으면 조용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흔쾌히 허락했다고. 물론 박씨가 책 대여점에서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화책부터 시작해 무협소설, 에로소설 등 갖가지 즐길 거리가 있기 때문.
박씨는 “집에 있으면서 이도 저도 못하느니 아예 책 대여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게 며칠 간의 휴일을 준다는 생각을 한다”며 “또 공부한답시고 부모님께 용돈을 타서 쓰는 입장이라 적은 돈이라도 내가 버는 돈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단골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도 있지만 아예 단기성 아르바이트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에는 집에서 놀고먹는 ‘베짱이파’지만 친척들의 눈살을 온 몸으로 받고 있는 것보다는 아예 밖에서 몸이 힘든 게 났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추석에 붐비는 영화관이나 스포츠 경기장 등에서 단기로 주차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추석 연휴에 바쁜 마트 및 과일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고향에 내려 간 친구들을 대신해 아르바이트를 맡아주는 ‘베짱이파’도 있다.
물론 명절이면 집으로 돌아오는 고향친구들 중 직장인이 된 친구에게 빌붙어 오랜만에 술자리를 즐긴다거나 부모님의 고향에 가지 않는 친구 집으로 피신해 자신의 친척들보다는 친구 부모님의 눈초리를 받는 게 낫다는 ‘베짱이파’도 있다.
하지만 어떤 명절을 보내든 ‘베짱이파’들에게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열심히 몸을 움직이는 ‘개미파’도 있을 테지만 ‘베짱이파’도 자신의 위치에서 나름의 최선을 해 온 사람들이니 이번 한가위만큼은 넉넉한 마음으로 ‘베짱이파’들에게 간섭의 말 한마디, 호기심의 시선 한 번 아끼는 것은 어떨까.



추석 때 삼가해야 할 발언 <이모저모>
시어머니! 제발 이것만은…
추석 연휴를 맞아 이색적인 설문조사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야후 미디어가 ‘시어머니, 이럴 때 서운하다’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던 것.
실제 지난달 26일부터 진행 중인 설문조사(야후 미디어) 결과, 총 3천18명 중 33%(1천6명)가 친정 가려는데 시누이 기다렸다가 보고 가라고 할 때’라고 응답했다. 그 뒤를 31%(9백30명)가 ‘똑같이 맞벌이 하는데, 아들 얼굴만 반쪽됐다며 안쓰러워할 때’를 비롯해 ‘아들 얼굴만 보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할 때(16%, 4백82명)라고 말했다.  
이 밖에 시댁에 점수 따는 방법으로는 단연 돈이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총 1천4백20명 중 8백78명(62%)가 뽑았던 것. 그 이외에 묵묵히 일한다가 16%(2백22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가족들의 듣기 싫은 잔소리를 피하는 노하우’로는 총 1천40명 가운데 과반수가 넘는 54%(5백57명)가 ‘대꾸하면 더 괴롭다.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그 뒤를 ‘솔직히 내 생각을 이야기한다’가 21%(2백14명), ‘소리 소문 없이 눈앞에서 사라진다’가 18%(1백92명)를 차지했다.


베짱이파. 추석 선물 고르기 비법 공개
1만원 미만이면 만사 OK
추석연휴가 시작되면 선물 등이 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베짱이파들에겐 이러한 풍습이 내심 부담스럽다. 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선물 등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저가용 선물 세트’를 찾을 수밖에 없다.  
부천에 살고 있는 ‘백수’ 박모씨는 “집에서 놀다 보니 생활비도 빠듯하기만 하다. 추석연휴이니만큼 고향은 못 내려가더라도 선물을 해야 될 것이 아니냐”며 “다행히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내세워 ‘저가용 선물’을 해드릴 생각이다. 대신 꼭 필요한 생필품 등을 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모씨가 말하는 저가용 선물로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과일, 생활용품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 최근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1만원이하의 선물세트가 늘어났다. 정육선물세트도 1만원 이하의 초저가 선물세트가 전년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던 것.
특히 인터넷 쇼핑몰에서 수시로 ‘9천9백원 선물세트’ 이벤트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베짱이파들에겐 초저가형 선물세트는 큰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에 살고 있는 문모씨는 “초저가형 선물을 이미 구매했고, 부모님께 보낸 상태다. 나름대로 활용성 있는 선물을 보내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면서도 “구매비도 택배비가 더 나올까 겁이 난다”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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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