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정통 한은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내정자

대통령이 꺼낸 경제 히든카드 ‘먹힐까’

[일요시사=사회팀] 한국은행 신임 총재에 이주열(62) 전 한국은행 부총재가 내정됐다. 그는 35년간 한은에서 일한 ‘정통 한은맨’으로 통한다. 인사청문회는 능력 검증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은 총재 내정 소식에 한은 내부는 반기면서도 미묘하게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 내정자가 취임하게 되면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주열(62) 전 한국은행 부총재를 내정했다. 청와대는 “이 내정자가 한은 업무에 누구보다 밝고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식견과 판단력을 갖췄다”며 내정 배경을 밝혔다. 이 내정자는 “현 시점은 통화 정책을 수행하기 아주 어려운 시기”라며 “앞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시장과 교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한은의 주요 요직을 경험한 정통 한은맨으로 신망을 받고 있다. 그는 한은 생활 대부분을 조사업무와 통화정책 업무를 맡았다는 점에서 통화신용정책의 전문가라는 장점이 발휘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도 강점으로 꼽히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 부총재 내정
수십년 경력자

신임 한국은행 총재 후보에 이주열 전 부총재가 내정되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 안팎의 관심이 높다. 이 내정자는 통화정책의 전문성은 물론 조직관리 측면에서도 적임자라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기업과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통화정책 전문가이면서 시장주의자로도 유명하다. 다만 한은에 오래 머물렀던 경력에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큰 무리 없이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한은 내부에서는 대체적으로 이 내정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이성태 전 한은 총재 이후 4년 만에 내부 출신 인사가 총재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직원들과의 소통 능력도 뛰어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주변에서 떠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조사 연구나 통화정책과 관련해 많은 경험이 있는 분이며 뉴욕 사무소에 뽑혀갈 정도로 업무 능력도 탁월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오랜 기간 한은에 근무하면서 직원들로부터도 신망을 받고 있다”며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도 이 내정자 소식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임 총재보다는 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명확히 하면서 시장과의 소통에도 신경을 써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시장과 정부 사이에서의 가교 역할에 좀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직관리나 통화정책이 다소 편향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시점은 그 어느 때보다 통화정책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 전환기를 어떻게 맞이할지 주목된다. 대내적으로는 가계부채 문제와 저물가 기조 지속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 내수부양을 통한 성장회복 등 통화정책 운용 측면에서 엇박자 신호가 곳곳에 잠재해 있다. 이 내정자는 부담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중요한 시기임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간담회를 통해 “총재 후보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IB들은 이 내정자를 중립적 기조로 평가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은 이 내정자 임명 소식에 금리 인상과 금리 인하 가능성 모두 낮아진 것으로 진단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내정자가 전임자보다 내부 견해에 더 귀를 기울일 것으로 전망하고, 한은이 올해 성장과 물가 예상을 감안하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앞서 JP모건도 이 내정자를 컨센서스 스타일의 정책 결정자로 평가하고 거시경제 데이터와 금융시장 여건을 중시할 것으로 판단했다. 도이치뱅크는 이 내정자를 베테랑으로 비유하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오는 19일로 예정돼 있는 인사청문회가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한국은행 인사청문회다. 이 내정자의 청문회를 주관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여·야는 아직까지 개인신상에서 문제 삼을만한 것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재위 여당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 측은 이 내정자가 한국은행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과 내부 평가가 좋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부드럽게 청문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민주당 측도 이 내정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청문요청안이 접수되고 이를 검토해봐야겠지만 아직까지 이 내정에 대한 신상문제는 크게 문제삼을 만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기재위 김현미 민주당 의원실 측은 이번 청문회가 정책위주의 질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생산적인 청문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의 흠집내기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 요직 두루 거친 통화정책 전문가 정평
내부 반기면서도…대폭 물갈이설에 설왕설래

이 내정자의 경우 정권과 유착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개인 신상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선 그를 중도파 혹은 강경파로 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은 내부 출신이기 때문에 ‘중도적 매파’로 보고 있다”며 “그의 성향이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이 드러날 인사 청문회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한은 직원들은 첫 인사청문회를 겪는 만큼 긴장과 걱정이 가득하다. 한은은 이번 총재부터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므로 신임 총재 후보자가 임명되기 전부터 인사청문 관련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짜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막상 후보가 내정된 이후에는 이 내정자와 협의해 인사청문 준비팀을 구성하고 있다. 국회 서면 사전질의에 대한 답변 준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역대 첫 청문회
무사통과 점쳐져

청문회 단골 지적사항인 재산내역과 관련해서는 분산투자가 눈에 띈다. 이 내정자의 총재산은 2012년 공개 기준 14억3571만원으로 전년보다 줄었지만, 이는 서울 동작구 소재 아파트 시세 하락 때문으로 금융자산은 매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조성과 증식 등에 대해서는 지적될 만한 사항은 보이지 않지만, 저축은행 사태 당시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저축은행에 분산투자한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저축은행이 대거 퇴출됐던 2011∼2012년 당시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7개 저축은행에 8개 계좌를 두고 대부분 5000만원 미만을 분산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금자보호법상 저축은행 예금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금융기관별로 1인당 5000만원까지 보호된다. 이 내정자는 2010∼2012년 본인 명의로 옛 진흥저축은행에 4518만∼4995만원의 예금이 있었다. 비슷한 기간 배우자는 솔로몬·서울·동부·더블유·현대스위스저축은행에 각각 4500만∼4962만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진흥저축은행에는 5263만원이 예금됐고, 2011년 5000만원이던 한신저축은행 예금은 이듬해 2078만원으로 줄었다. 이 내정자 부부가 보유했던 8개 저축은행 계좌 가운데 5개는 영업정지 저축은행(솔로몬·진흥·서울·더블유)에 만들어졌다. 이 내정자는 2009년 4월부터 2012년 4월까지 한은 부총재로서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의결하는 금융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바 있다.

이 내정자 본인은 공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했지만 자녀의 병역문제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병역회피 여부는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의사인 아들(32)은 인대 파열로 군대를 면제 받았다. 이 내정자는 이에 대해 “(아들이) 운동경기 중 큰 부상을 당했다”며 “청문회에서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가 청문회를 무사 통과할 경우 별도의 인준절차를 거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곧바로 한은 총재에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김중수 총재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다.

그가 총재로 취임하게 되면 인사와 조직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요직을 거쳤다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을 복귀시키고 ‘한은의 혼’이라 불리는 조사국과 옛 정책기획국·금융시장국 등의 핵심 라인이 재부상할 것이라는 등의 시나리오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내정자가 단기간에 조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어차피 박원식 부총재와 강준오·강태수·김준일 부총재보 등의 임기가 내년 4월이면 끝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조직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지만 예전으로 되돌리기도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경우 조직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이 내정자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지난 리먼사태 때 확인된 것처럼 필요 시 정부와 유연하게 협조하는 인물로 알려진다. 때로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아끼지 않았다. 지난 2004년 원화가치·유가·실업률이 모두 치솟으며 일명 3고를 겪었던 당시, 조사국장이었던 이 지명자는 정부가 실시했던 고환율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물가상승을 부추겨 무리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경제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원화가치 상승을 어느정도 용인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한 언론을 통해 한은 고유의 정체성 침해를 경계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2005년 재경부 인사가 콜 금리 동결 과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을 때도 강한 어조로 비판했었다. 그는 “금리 조정 시 과거에도 정부는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었다”면서 “정부는 금리정책과 관련해 금통위의 독립성을 존중해야 하며 금통위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무대 경험 전무
약점이라면 약점

한은 부총재 시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정부가 매달 금통위에 참석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지키는 것이며 결국 금통위원들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내부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김중수 총재 산하 한은 조직에 대한 비판은 당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때로는 한은에 쏟아지는 비판에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첫 연대 출신 총재…이미 검증된 능력자
한은에만 오래…‘우물 안 개구리’우려도

이 내정자는 연세대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던 지난해 12월 한 언론 기고에서 한국 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 그는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현 시점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바꿔 추가적인 완화 조치로 대응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면 과감하고 적극적인 정책  운용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과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국가 주도 경제계획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언급하며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를 신뢰하고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시 경제를 바라보는 그의 관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금리요구를 인상하는 목소리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내정자는 강원도 원주 출생으로 원주 대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해 해외조사실장·조사국장·정책기획국장을 거쳐 2007년 부총재보, 2009∼2012년 부총재를 역임했다. 재직 기간 중 유학을 떠나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하기도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은총재에 임명된 8명 중 7명은 서울대 출신이었다. 20대 이경식 총재만 유일하게 고려대 출신이었으며, 이외의 대학 출신자는 전무했다. 그 이전에도 미국·일본 대학이나 서울대 출신이 다수를 차지했다. 이 내정자가 25대 총재로 취임하게 되면 역대 한은 총재 중 처음으로 연세대 출신의 총재가 된다.
강원도 원주 출신의 이 내정자는 또 강원도 출신 두 번째 한은 총재가 될 전망이다. 1987년 이후 한은 총재의 출신지는 서울 2명, 부산 2명, 전북 2명, 강원 1명, 경북 1명으로 다양했다.

친기업·친시장주의
통화정책 편향 우려

한은 총재는 많은 고위직 중에서도 글로벌 감각이 특히 요구되는 자리다. 경제 및 금융 관련 다양한 국제회의에 수시로 참석해 의견을 주고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수준 높은 영어구사 능력은 기본이다. 이 내정자의 어학능력은 국제적 업무를 수행하는 데 문제될 게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는 한은 입사 후 한은 뉴욕사무소에서 3년간 수석조사역을 지내기도 했다. 부총재 당시에는 ADB(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 등 다수의 국제회의에 참석했다.

한은 관계자는 “맡은 보직마다 다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한은 이사급 이상의 직위를 맡을 정도가 되면 영어 의사소통에 대한 문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내정자의 국제적 네트워크는 김 총재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 총재는 총재직을 맡기 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사를, 총재로 임명된 후에는 BIS(국제결제은행) ACC(아시아지역협의회) 의장직을 맡는 등 다양한 국제적 역할을 수행하며 한은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반면 이 내정자는 정통 한은맨으로 상대적으로 국제 업무를 해본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국제 업무에 관심을 얼마나 쏟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노력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과거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때도 관여했기 때문에 필요할 때 충분히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제협력도 총재 혼자서 할 수 있는 성격의 일이 아니기 떄문에 글로벌 감각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이주열 내정자는?]

▲강원도 원주 출생
▲원주대성고 졸업
▲연세대 경영학 학사,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경제실 실장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수석조사역
▲한국은행 조사국 해외조사실 실장
▲한국은행 조사국 국장
▲한국은행 정책기획국 국장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
▲한국은행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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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좌우로 열린 윤영호 게이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를 둘러싼 정치권 로비·금품 제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통일교 특검’이 본궤도에 올랐다. 여야는 통일교의 정치권 금품 지원 의혹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법을 각자 발의한 뒤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와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31일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법의 국회 통과)을 설(내년 2월17일) 연휴 전에 반드시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정치인 줄줄이 특검 수사의 초점은 정치인 개개인의 비위 여부를 넘어, 통일교가 어떻게 조직적으로 정치권에 접근해 정책·인사·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이나 뇌물 제공이 있었는지 여부도 핵심이다. 수사선상에는 통일교 지도부와 핵심 실무 라인은 물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실명이 거론된 정치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종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정치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검은 출범과 동시에 통일교 내부 자금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수사의 출발점은 통일교 고위 간부였던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과 관련된 자료다. 윤 전 본부장은 검찰·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에게 현금과 고가 물품이 전달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이 진술의 신빙성을 가리기 위해 통일교 본부 및 산하 단체 회계, 자금 집행 내역, 내부 문건을 대거 확보해 분석 중이다. 통일교 측은 “조직 차원의 불법 지시는 없었다”며 일부 인사의 개인적 일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으나, 특검은 지도부 보고·승인이 있었는지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보고 있다. 이번 특검이 주목받는 이유는 수사의 외연이 정치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와 수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의원, 광역단체장, 정부 인사들의 이름이 잇따라 등장했다. 민주당에서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임종성 전 의원, 강선우 의원,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이름이 언론 보도에서 거론됐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성동 의원, 김규환 전 의원 등이 수사 관련 기사에 등장했다. 이들 대부분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통일교와의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이었다”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특검은 진술과 물증을 대조해 사실관계를 가려내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계열에서 가장 먼저 거론된 인물은 전 전 장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2018년 전후 통일교 고위 인사로부터 현금 또는 고가 물품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이 수사 과정에서 나왔다. 여야 각자 특검법 발의 후 협의키로 여야 막론 정교 유착 전모 밝혀지나 해당 의혹은 윤 전 본부장의 진술을 통해 처음 알려졌고, 이후 경찰과 특검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핵심 쟁점은 실제 금품 전달 여부와 함께, 당시 전 전 장관의 직무와 관련된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은 관련 보도 직후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해 오고 있다. 같은 당의 임 전 의원 역시 통일교 정치권 로비 의혹 명단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의 경우 구체적인 금액이나 전달 시점이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통일교 측이 “여야 정치인 다수에게 자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과정에서 실명이 언급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특검이 임 전 의원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해 소환 조사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쟁점은 통일교와의 관계가 단순한 접촉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 금품수수로 이어졌는지다. 임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강 의원은 금품수수보다는 ‘접촉·관리 대상’ 의혹으로 이름이 거론됐다. 보도된 통일교 관계자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언급에서 강 의원의 이름이 등장했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다. 해당 보도들은 통일교 측이 정치권 인사들을 분류·관리하며 접근 전략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하는 맥락에서 강 의원을 언급했다. 현재까지 강 의원과 관련해 현금이나 물품 제공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는 없다. 그는 통일교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전면 부인했다. 노 전 실장 역시 통일교 인사 간 통화 녹취 또는 내부 문건에서 이름이 언급됐다는 언론 보도로 연관 의혹이 제기됐다. 그의 경우도 금품수수 의혹보다는, 통일교가 ‘영향력 있는 정치·권력 인사’로 인식하고 접촉을 시도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노 전 실장 측은 통일교와의 불법적 관계나 금품수수는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계열에서는 권 의원이 통일교 특검 국면에서 가장 무겁게 거론된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이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또는 현금 성격의 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는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매체는 압수수색이나 계좌 추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권력 과시 여야 통일? 쟁점은 자금이 실제로 전달됐는지, 전달됐다면 정치자금으로 신고됐는지, 그리고 대가성이 있었는지 여부다. 권 의원 측은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통일교 측이 관리·접촉 대상으로 삼았던 정치인 명단 관련 보도에서 이름이 등장했다. 그의 경우도 구체적인 금품 전달 사실이 확인됐다는 보도보다는,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접점 인사’로 분류됐다는 정황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수사기관은 통일교 자금과의 실질적 연결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 전 의원 역시 불법 자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이들 사례를 시기별로 정리하면 공통적인 흐름이 드러난다. 2018년 전후 통일교 내부에서 정치권 로비를 담당하는 실무·재정 라인이 가동됐다는 진술이 나오고, 2022년 이후 통일교 지도부 관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과거 정치권 접촉 내역이 재조명됐다. 2024~2025년에는 경찰 수사와 특검 출범을 계기로 통일교 고위 인사 진술, 녹취, 내부 문건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며 정치인 실명 보도가 잇따랐다. 의혹의 유형을 나누면 세 가지로 첫째, 전재수·권성동처럼 현금 또는 정치자금 성격을 띤 자금 제공 의혹이 직접 제기된 경우다. 둘째, 임종성처럼 통일교 측 진술에서 ‘자금 전달 대상’으로 언급됐으나 구체성이 아직 부족한 경우다. 셋째, 강선우·노영민·김규환처럼 통일교 내부 녹취나 문건에서 ‘접촉·관리 대상’으로 거론된 경우다. 특검은 이 세 유형을 종합해 통일교의 정치권 접근이 우발적이었는지, 아니면 계획적·조직적이었는지를 판단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특검의 법적 판단은 몇 가지 체크 리스트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자금 또는 물품이 실제로 정치인 또는 그 측근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한 물증(계좌 흐름, 현금 출처, 구매 내역)이 확보되는지 여부다. 줬다는데 안 받았다 또 해당 정치인의 직무와 관련된 청탁이나 편의 제공 요구가 있었는지, 즉 대가성이 입증되는지다. 이어 자금이 개인 차원의 일탈이 아니라 통일교 지도부 또는 조직의 승인·묵인 아래 이뤄졌는지 여부다. 또 정치자금으로 볼 경우 신고 누락이 있었는지, 뇌물로 볼 경우, 공소시효와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다. 현재까지 통일교 특검에서 거론된 정치인들과 관련한 보도는 모두 ‘의혹 제기’ 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특검이 이 사안을 개별 정치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종교단체가 정치권을 상대로 벌인 장기적 로비 구조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 소환과 기소 여부에 따라 파장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통일교 특검이 향하는 끝이 어디인지, 그리고 정치권 전반의 신뢰 문제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 수사의 또 다른 축은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를 둘러싼 고가 선물 수수 의혹이다. 통일교 측이 명품 가방과 귀금속 등을 전달하며 각종 편의를 기대했다는 의혹이다. 이 사안은 정치인 대상 로비와는 별도의 트랙에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다만 특검은 통일교 지도부가 동일한 자금·조직 라인을 활용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며, 두 사건을 구조적으로 연결해 보고 있다. 특검이 들여다보는 ‘로비 방식’은 전통적인 봉투 전달에 국한되지 않는다. 통일교 및 연계 단체들은 국제회의, 평화 포럼, ‘평화대사’ 위촉 행사 등을 통해 정치인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문제는 이 같은 공식 행사 뒤편에서 현금·물품 제공이나 정치적 대가성 요구가 있었는지다. 특검은 행사 전후 일정, 면담 기록, 수행 인력 동선, 통신 기록 등을 종합 분석해 접촉의 성격을 규명하고 있다. 특히 정치자금법상 신고되지 않은 후원이거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될 경우 청탁금지법·뇌물죄 적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파장 관리에 고심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하나같이 “접촉은 공식 행사 차원” 레퍼토리 반복···한 입서 나온 증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불법이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원칙론을 내세웠다. 여권과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경계론도 제기된다. 그러나 특검 수사 대상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확대되면서, ‘편파 수사’ 논란은 힘을 잃는 분위기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성패가 ‘대가성 입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단순한 친분 관계나 종교 행사 참석만으로는 처벌이 어렵고, 금품 제공과 구체적 직무 행위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 문제도 변수로 작용한다. 특검이 초기부터 강제수사에 나선 배경에는 이 같은 시간적 제약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교 특검은 한국 정치사에서 반복돼온 ‘종교-정치 유착’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종교의 자유와 정치의 독립성이라는 헌법적 가치가 어디에서 충돌하는지, 그 경계선을 명확히 그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수사가 개인 처벌에 그칠지, 아니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통일교 특검이 던진 질문은 “정치가 누구의 돈과 조직에 의해 움직였느냐?”다. 특검의 칼끝이 어디까지 향할지, 그 결과가 한국 정치의 신뢰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핵심 피고인·피의자로는 통일교 지도부(한학자 총재)와 통일교 고위 간부(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이 거론된다. 한 언론은 특별검사팀 발표를 인용해 한 총재가 통일교 자금의 유용 및 증거인멸 지시, 정치자금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됐고, 김건희(전 영부인)씨 및 권 의원(국민의힘) 등에게 전달된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자금이 수사의 초점이라고 전했다. 특히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측은 2022년 1월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 2022년 7월 김씨에게 명품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 등이 ‘수사기관 주장’으로 적시돼있으며, 당사자들은 부인 취지 입장을 밝혀왔다. 로비 자금의 ‘규모’ 논란을 키운 장면은 통일교 핵심 시설(가평 천정궁) 압수수색 과정에서 거액 현금이 발견됐다는 보도였다. <MBC>는 특검 압수수색 당시 한학자 총재 개인 금고에서 외화 포함 약 280억원 상당 현금이 확인됐다며, 이 돈이 통일교 회계와 별개로 관리된 자금이라는 점 때문에 ‘정치권 로비 자금’ 의심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2022년 지방선거 전후 ‘정치 후원금’ 형태의 지원 의혹으로는, 법정 진술을 인용해 유상범 의원(국민의힘), 백경현(경기 구리시장), 김진태(강원도지사) 등의 이름과 액수가 거론됐다고 알려졌다. 또 나온 김건희 통일교 로비 의혹의 ‘작동 방식’으로 자주 지목되는 것은 산하·연계 조직의 외피를 통한 접점 확보다. 예컨대 UPF(천주평화연합) 같은 NGO 성격 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월드서밋 등)를 주최하고, ‘평화대사’ 위촉 등으로 정치인·지자체 관계자·지역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이 반복된다. UPF가 권역을 나눠 주요 인사를 접촉·관리하는 구조였다는 의혹을 전하며, 자금 집행과 조직적 접촉이 실제 정치자금 제공이나 청탁과 연결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