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원로 릴레이인터뷰> ⑤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

"안철수에 민주당 팔아먹었다고? 결국 민주당이 주도권 잡을 것"

[일요시사=정치팀] 여야의 정쟁은 그칠 줄을 모르고, 민생은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2014년 대한민국 정치권의 현주소다. 이럴 때 정치 원로의 충고 한 마디는 망망대해에서 만난 등대의 빛줄기처럼 반갑다. 길을 잃은 정치권의 탈출구는 어디일까? <일요시사>가 준비한 정치 원로들과의 릴레이인터뷰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보자. 이번 호에서는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을 만나봤다.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우리나라 정치의 산 증인이다. 정 고문은 지난 1977년 불과 34살의 나이에 제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후 5선 의원을 지내며 민주당 대표까지 역임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그는 또 40년 가까운 정치 이력 속에서 두 번이나 대선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잠시 정치권에서 물러났던 그는 최근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하 국민동행)'이란 모임을 창립하고 공동대표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모임 멤버들도 범야권 정치원로들로 매우 화려하다. 상도동계의 김덕룡 전 의원과 동교동계의 권노갑 전 의원, 새정치연합 김효석·이계안 공동위원장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정 고문은 길을 잃은 대한민국 정치권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다음은 정 고문과의 일문일답.

- 정 고문님의 제안으로 최근 창립된 국민동행이 정치권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와 역할은 무엇입니까?
▲ 국민동행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시민단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동행의 취지는 경제 민주화와 보편적 복지 등 시대적 소명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인 역할로는 개헌운동과 대통령이 공약을 잘 지키도록 촉구하는 일, 야권이 선거에서 분열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일 등이 있습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국민동행이 정치적 시민단체에 가깝다고 언급하셨지만 최근 홍영기 국민동행 전남상임대표가 목포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사실상 창당은 아닌지요?
▲ 결코 창당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은 국민동행을 탈퇴하도록 권유 할 작정입니다.

- 박근혜정부에서는 유독 정치 원로들의 활약이 눈에 띕니다. 일각에서는 국민동행을 통해 범야권 정치 원로들도 다시 한 번 정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 국민동행에 참여하고 있는 원로들이 전면에 나서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충고하고 도와주는 차원입니다.


- 민주당이 최근 내부 노선투쟁을 겪고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우클릭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의 내부 노선투쟁은 개혁과정입니다. 국민적 지지를 올리고 앞으로 크고 작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비전을 증폭시키는 과정입니다. 앞으로 중도 우파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에 대해서 운동권과 486에서 진보 포기가 아니냐 그런 불만이 나오는 것입니다. 정당이라는 것은 원래 여러 가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거기서부터 하나의 방향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고 오히려 건강한 정당이라고 봅니다.

 

- 지난달 27일 민주당 김기식 의원이 주도하는 혁신 모임인 '더 좋은미래'가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 저는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도 다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주장들도 결국엔 민주당을 잘 이끌어 가보자고 몸부림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선거가 좀 더 가까워지면 이래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선거 치르기 전 준비단계에서 이런 저런 고민이 왜 없겠습니까? 이런 과정을 통해 당이 건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또 깨끗이 털고 힘을 모으면 됩니다.

- 전병헌 원내대표의 조기 퇴진이 필요하다는 보시는지요?
▲ 그런 뜻은 아닙니다. 저는 사실 무엇 때문에 김기식 의원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대여 투쟁이나 대여 대처가 미흡하다는 것인 것 같은데. 저는 단지 당내에서 그런 의견도 나올 수 있다는 그런 뜻입니다. 정당 내에서 그런 논의를 아예 금기시하고 못하게 하는 정당은 민주정당이 아니라는 그런 뜻입니다.

'제3지대 신당' 새누리당 어부지리 막아
민주당 정신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것

-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문재인 의원이 구원 등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지금은 문재인 의원의 등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의원은 대선 패배의 책임자이고, 당사자입니다. 국회의원직도 그만 두고 자숙하는 자세가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벌써 다음 대선 운운해서 민주당을 국민들로부터 희화화시키고 있는 판에 구원투수 등판은 더욱 더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문재인 의원이 등판한다고 해서 지방선거를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 표면적으로 민주당의 계파싸움이 극대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이른 바 친노와 비노 간의 대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486과 비486 간의 대결로 보여 집니다. 저는 민주당의 계파갈등이 극심하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울타리 안에서라면 선의의 경쟁은 얼마든지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계파 이기주의로 흐르는 일은 없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민주당은 현재까지도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개입을 직접 지시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정황상 증거만 있을 뿐이지요. 반대로 이석기 의원의 경우 1심에서 이미 유죄판결까지 받은 상황이지만 민주당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며 제명안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너무 이중적인 태도는 아닌지요.
▲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은 이승만 정권 당시 3·15 부정선거처럼 국가기관이 개입된 국기문란 사건입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특검을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박 대통령을 위해서 댓글을 단 것입니다. 법률적으로 또 최소한 정치 도덕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또 수사과정에서 검찰총장 밀어내기 등 수사 축소 논란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석기 사건은 재판 중인 사건입니다. 1심이 유죄로 끝났지만 항소심이 얼마 안 있으면 있을 테니까 이왕 기다리는 거 그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입니다. 민주당이 종북세력과 손을 잡는다는 오해는 불식시켜야 하지만 좀 더 큰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내 개인으로는 이석기 의원이 정치에서 떠나는 게 맞다는 생각도 합니다. 저도 그 사람이 진짜 종북인지 확실히는 모릅니다. 다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석기 의원은 종북적인 색채가 짙다는 것입니다. 민주당하고 거리를 둬야 하는 건 맞지만 국회에서 아예 쫓아낼 것인가 이런 것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판 결과가 확실히 나오면 그때 가서 쫓아내도 늦지 않다는 것입니다.

 


- 여당이 요구하는 이석기 제명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지방선거에는 불리한 것 아닌지요?
▲ 민주당 내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성급하게 재판 중인 것을 나서서 미리 뭐 이럴 것은 없습니다. 이제 2심, 3심 하고 있는 중 아닙니까? 이왕 하는 거 성급할 건 없다 이 말입니다. 그러나 종북세력과 분명히 선을 긋는 자세는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 이로 인해 촉발되고 있는 민주당 내부에 종북 세력이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민주당 내에 법을 어기는 종북세력이 있었다면 수사기관이 가만 두었겠습니까? 단지 종북세력이 포함되었던 진보세력과 선거 때 연대 또는 단일화한 적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는 종북세력과 단호히 선을 그어 나가면 되는 일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취임 1주년에 대해 평가해 주신다면?
▲ 저는 솔직히 박근혜 대통령이 합격점은 못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중요 공약이 전부 후퇴했습니다. 지금 여론조사에서 박근혜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50%이상 나오고 있는데 저는 어디까지나 민주당이 잘못해서 반사이익을 얻는 거지 박근혜정권이 잘하고 있어서 지지율이 나오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솔직한 얘기로 저는 박근혜정권이 뭘 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국내 정치에서는 완전히 낙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는 지난 대선 당시 가장 큰 화두였고 시대적 소명인데 대선 이후 약속한 것들은 모두 뒤로 물리고 있습니다. 경제성장 역시 재벌경제를 바탕으로 한 성장은 이게 벌써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봅니다. 지난 대선 때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라든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길래 사실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당선되고 나선 기본적인 것들을 다 뒤집고 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앞으로 제대로 자리만 잡으면 박근혜정부의 지지율도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봅니다.

- 대선공약 파기, 부정대선 의혹, 인사 실패 등등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은 무척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지지율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우선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서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듯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현재 민주당은 과감한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과감한 혁신을 끌어나갈 지도력이 미흡합니다.

- 정 고문님께서는 대표적인 개헌론자로 평가됩니다. 국민동행의 모임 취지에도 '독점적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운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개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의 정치가 삐뚤어지고 파행이 되는 것은 모두 대통령에게 권한이 너무 집중되어서입니다. 그래서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대통령제하에서는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나라가 이 나라입니다.
대통령의 권한이 분산되어야 합니다. 개헌만 한다면 우리나라 정치개혁의 8할 이상은 성공한 것입니다. 개헌을 통해 근원적인 정치개혁이 이뤄집니다.

 

- 개헌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왜 개헌을 하지 못했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 저희도 개헌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김대중, 김종필의 정치연대가 내각제 개헌을 전제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와 국민적 공감대 미성숙 등으로 개헌이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직접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습니다.

"문재인 구원 등판론? 일단 잠자코 있어야"
개헌 성공하면 정치개혁 8할은 이룬 것

- 개헌론자들 사이에서도 '4년 중임제'와 '내각제'로 의견이 갈리고 있는데 정 고문님이 생각하시는 개헌의 방향은 무엇입니까?
▲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이나 내각제 개헌이 정답입니다. 4년 중임제는 임기 5년을 4년 씩 두 번 가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인 대통령의 권한 축소, 권한 분배와는 거리가 먼 개헌운동입니다.

- 앞서 언급하신 것처럼 '권력의 집중'은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 된 지금의 양당체제도 개혁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요?
▲ 절대로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양당체제에는 권력이 더 집중되어야 합니다. 현제 양당이 무슨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없습니다. 양당의 권한을 모두 합쳐도 대통령이 가진 권한의 10분의 1만도 못합니다.

- 지난 2일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제3지대 신당'을 창당하기로 했습니다. 평가를 하신다면.
▲그러지 않아도 야당간 분열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 충고하고 조율해줄 작정이었습니다. 스스로들 미리 알아서 하니까 정말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잘 협조해서 좋은 결과 이루기를 바랍니다.

-국회 내 126석을 가진 민주당과 단 2석의 새정치연합이 5:5의 비율로 합당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당연히 민주당 인사들은 불만이 좀 있을겁니다. 그런데 사실상 5:5는 불가능합니다. 과거 사례를 보면 큰당과 작은당이 합칠 때 다 5:5로 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론 그렇게 잘 안됐습니다. DJ 시절에도 전부 5:5라고 말해 놓고 한쪽으로 쏠렸죠. 산술적으로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서 5:5란 창당 정신을 뜻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민주당이 양보한다는 표시로도 해석되고요.

-민주당의 정체성이 없어졌다, 민주당을 팔아먹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괜히 시비 걸려는 사람들 얘깁니다. 저는 거꾸로 봅니다. 안철수 쪽의 정체성이 없어지면 없어졌지 결코 민주당의 정신이 없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수차례 이합집산을 지켜봤지만 결국 주된 정당이 주도권을 쥐게 돼 있습니다. 민주당내 경쟁하려는 집단이 시비를 걸 수 있지만 대국적으로 대단히 잘된 일입니다.


- 마지막으로 정치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입니까?
▲ 소통을 통해서 정치가 복원되어야 합니다. 박근혜정부 들어서 정치가 없어졌고 또 여야 간에 소통이 없어지므로 정치다운 정치가 없어졌습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가 오죽하면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겠습니까? 청와대와 야당과의 소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무장관을 복원시키자고 했는데 청와대는 그것도 시큰둥한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시대적 소명을 잘 알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건가? 여야 정치인들이 공통분모를 갖고 정치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후배 정치인들이 자괴성 발언을 자주 합니다. "우리나라 정치는 너무 후진적이야." "아무리 해도 안 변해."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제가 정치를 시작한지가 한 40년이 되는데 속도는 늦지만 분명히 정치는 조금씩 조금씩 발전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서양에서 800년 동안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 제도를 우리나라는 해방 후 60년간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겪고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것도 굉장히 자랑스럽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이나 국민들은 정치인들은 다 못된 놈들이라고 비판하지만 너무 절망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대신 그만큼 더 노력을 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정대철 고문은?>

▲한양대학교 조교수
▲제9·10·13·14·16대 국회의원
▲평화민주당 대변인
▲새정치국민회의 부총재
▲민주당 대표
▲민주당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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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