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승부수 던진 정몽준

“박원순 나와!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서울시장>

[일요시사=사회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MJ’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선은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총리와 맞붙는 ‘빅3 매치’가 됐다. 현재로선 MJ가 여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히는 상황.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연대는 악재다. 야권 강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대결을 펼칠 경우 뜨거운 박빙이 예상된다. 정치적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로 27년 정치생활을 마감하게 될지 아니면 차기 대권가도에 날개를 달지, 지켜봐야할 일이다.

 

 지난 2일, 백범광장 김 구 선생의 동상 앞에서 ‘MJ’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경선은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총리와의 3자 구도 윤곽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안개가 걷히면서 대결윤곽이 분명해졌다. 사실 MJ는 올해 초부터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길어진 장고에 간만 본다는 흉까지 들었었다. 그러나 MJ는 자신의 지역구민들과 산행을 하는 등 지역구 의사를 경청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서울시장선거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제부터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탈환을 위한 레이스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당선되면 ‘대박’
낙선하면 ‘쪽박’

앞서 MJ는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고민 끝 행복 시작”이라며 당찬 시작을 예고했다. 이어 서울 우의동의 경전철 공사현장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에게 “요즘 서울은 다소 침체하고 있다. 서울을 살고 싶은 도시, 사랑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출마 배경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주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주택정책과 같이 가야 하는 것이 교통정책”이라면서 주택문제와 교통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MJ는 경쟁 후보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해서는 “김 전 총리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언급을 피했다. 이미 출마선언을 한 이혜훈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저든 이 최고위원이든 시장이 되면 서울시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강연을 마친 뒤 귀국해 10일 이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MJ 35.4%, 김황식 전 총리 25.2%, 이혜훈 최고위원이 7.5%를 보이고 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MJ는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 중 대선과 겹치게 된다. 이와 관련, MJ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서울시장 도전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원론적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MJ가 과거부터 대권도전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2017년 대선이 다가오면 결국 태도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MJ 측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다음 대선은 포기하고 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는 것은 물론 연임까지 이뤄 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권 포기는) 정치인 개인 커리어로 놓고 볼 때는 손해일 수밖에 없지만 나이로 보나 현재 여당 인물군으로 보나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MJ는 현역 의원 중 최다선인 7선 의원이다. 2002년 대선 후보였던 전력을 감안하면 서울시장에 뛰어든 것은 하향 지원인 셈이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여당과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MJ 측 핵심 관계자는 “6·4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은 물론 향후 새누리당의 주도권에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경선을 거쳐 본선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에서 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율 상승세
“승산 있을 것”

홍준표 경남지사는 MJ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박 시장과 겨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MJ가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어려운 지역구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이 됐기 때문에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나 박 시장에 앞서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이혜훈 최고위원이다. 인물 이혜훈보다는 그의 질문이 문제다. 이 최고위원은 줄곧 “대선을 나갈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를 나오면 안 된다. 나올 거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일단 대선은 다음에”
정치생명 건 한 수…여야 양자대결 흥미진진

이와 관련해 세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실제로 대권 후보 경쟁에서 이탈하는 것. 둘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당면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이 다가왔을 때 적당한 핑계를 대고 다른 결심을 하는 것. 셋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는 것 등이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길을 택할 경우 유력한 차차기 대권주자가 될 수도 있지만 4년 후의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두 번째 길을 택할 경우 대선전에서 약점이 하나 생겨버린다. 세 번째 길을 택할 경우엔 당면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약점이 생기게 된다.

사실 MJ는 대중적 인지도와 폭넓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재벌가 출신이라는 약점이 있다. 여기에 다른 약점까지 만들게 된다면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내부 경쟁자는 이 최고위원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음 경쟁자는 김황식 전 총리다. 일각에서는 박심이 김 전 총리를 향해 있다고 본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박심은 ‘필승 인물’을 찾는 것 뿐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 역설적으로 청와대인 것 같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밀린다고 보고 필사적이다”라고 증언한다.

여권에서 현실적으로 서울시장 본선 경쟁력을 갖춘 사람은 이 최고위원보다는 MJ와 김 전 총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국 두 사람의 경선은 ‘재벌가 인사’라는 MJ의 약점과 ‘이명박 정부 사람’이라는 김 전 총리의 약점 중 어느 것이 일반 대중에게 더 악영향을 미칠지를 판별해보는 장이 될 것이다. 이 평가를 거쳐야만 고대하던 서울시장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마지막 경쟁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만만하지 않은 상대다.

지난 25일 MBC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단일후보로 내세울 경우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는 박 시장이 41.9%, MJ가 40.7%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MJ는 박 시장을 겨냥해 “서울의 인구가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활기가 떨어지면서 걱정”이라며 “(박 시장은) 말로만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새누리당 출신으로서 (MJ의) 이런 말씀, 정말 시민들에게는 모독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사실 MJ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패배할 경우 차기 대권가도와 더불어 정치인생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지신탁제도…
돈이냐 권력이냐


그러나 MJ가 친박 주류의 지지를 받고 경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MJ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MJ와 박 대통령은 장충초교 동창이다. 당시에는 모르고 지냈지만 둘은 1964년 2월 초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기동창으로 알려진다.

그러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양재 테니스클럽에서의 교류였다. 사적으로는 친밀해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과거 세종시 원안을 고집하던 박 대통령을 향해 미생지신(고지식함을 빗댄 표현)이란 고사성어까지 인용해 비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원안 추진이 당론이라고 공언한 MJ가 소신을 바꿨다며 판단력에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결국 MJ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는 MJ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해질수록 둘의 관계는 더 멀어졌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MJ는 지난 2011년 8월 펴낸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박 대통령과 얼굴을 붉힌 사례를 소개했다. 자서전에 따르면, 2009년 9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취임 후 박 대통령과 국회 커피숍에서 회동한 적이 있다.

회동 후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에서 박 전 대표(박 대통령)가 선거를 도울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에 MJ는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시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현대중공업 지분 문제 부각
‘백지신탁’그룹 지배력 상실


당시 보도가 난 후 MJ는 박 대통령의 항의 전화를 받았고,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는 바람에 민망했다”고 회고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일화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친박 주류에서는 용꿈을 꾸고 있는 MJ가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경우에 발생할 조기 레임덕을 우려하고 있다. 잠룡 속성상 현직 대통령과 마찰이 잦을수록 지지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소한 충돌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빅매치를 앞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MJ가 보유한 지분에 대한 백지신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백지신탁제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을 처분하거나 대리인에게 위탁하고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은 717만7769주(지분율 10.15%)로 26일 종가기준 약 1조6186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공직자윤리법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따라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보유주식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 평가액이 총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취임 1개월 내에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직무 관련성은 안전행정부 산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현대중공업은 본사가 울산에 위치해 있고 선박·건설기계 제조 등 수출위주 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서울시와의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 호텔현대 등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MJ 측은 내심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길 바라는 눈치다. 그는 지난달 말 방미 일정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의 만남을 소개하며 “재산이 50조인 블룸버그 전 시장도 심사를 받았지만 직무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를 중심으로 한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도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에 대한 주식 증여도 불가능하다. 공직자 윤리법은 직계존속의 주식도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J가 보유 지분을 그룹 내 비영리 재단에 증여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은 현대중공업의 지분 2.65%와 0.6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긴장하는 정치권
뚜껑 열어봐야…

MJ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선 노무현 대통령과 단일화에 나섰다가 결국 대통령후보 경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성급한 행보 때문에 높았던 국민적 지지도가 반토막나는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추락한 지지율은 울산에서 서울 동작구로 지역구를 옮기고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다시 정상궤도로 올렸다. 더 큰 정치적 모험을 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았다는 평도 나온다. 그가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과거와 달리 진중하고 무거워 보인다.

MJ의 핵심관계자는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2022년에도 기회가 온다면 그때 대권에 나서는 가능성까지 닫아둘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화는 MJ의 말에서 느껴진다. 그는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서울시장으로서 일할 기회가 생기면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말을 통해 시정에 대한 지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88올림픽과 월드컵 때 서울이 많이 발전했고 서울이라는 브랜드가 알려졌지만 요즘의 수도는 다소 침체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서울이 단지 일자리가 있어서 사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 사랑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시개조·주택환경 개선·교통정책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 서울시장에 나서는 그의 포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정몽준 의원은?]

▲부산 출생
▲중앙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 학사, M.I.T경영대학원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대한축구협회 회장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FIFA 명예 부회장
▲제13∼19대 국회의원(7선)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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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