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승부수 던진 정몽준

“박원순 나와!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 <서울시장>

[일요시사=사회팀]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MJ’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경선은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총리와 맞붙는 ‘빅3 매치’가 됐다. 현재로선 MJ가 여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로 꼽히는 상황.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연대는 악재다. 야권 강자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대결을 펼칠 경우 뜨거운 박빙이 예상된다. 정치적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로 27년 정치생활을 마감하게 될지 아니면 차기 대권가도에 날개를 달지, 지켜봐야할 일이다.

 

 지난 2일, 백범광장 김 구 선생의 동상 앞에서 ‘MJ’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공식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여권경선은 이혜훈 최고위원, 김황식 전 총리와의 3자 구도 윤곽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동안 말이 많았던 그의 서울시장 출마를 둘러싼 안개가 걷히면서 대결윤곽이 분명해졌다. 사실 MJ는 올해 초부터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지만 길어진 장고에 간만 본다는 흉까지 들었었다. 그러나 MJ는 자신의 지역구민들과 산행을 하는 등 지역구 의사를 경청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서울시장선거에 나서기 위한 명분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제부터 6·4지방선거 서울시장 탈환을 위한 레이스에 가속도가 붙게 됐다.

당선되면 ‘대박’
낙선하면 ‘쪽박’

앞서 MJ는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 고민 끝 행복 시작”이라며 당찬 시작을 예고했다. 이어 서울 우의동의 경전철 공사현장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재오 의원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에게 “요즘 서울은 다소 침체하고 있다. 서울을 살고 싶은 도시, 사랑하는 도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출마 배경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주택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주택정책과 같이 가야 하는 것이 교통정책”이라면서 주택문제와 교통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MJ는 경쟁 후보로 거론되는 김황식 전 총리에 대해서는 “김 전 총리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언급을 피했다. 이미 출마선언을 한 이혜훈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저든 이 최고위원이든 시장이 되면 서울시를 위해 좋은 일을 많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강연을 마친 뒤 귀국해 10일 이후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거론되고 있는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은 MJ 35.4%, 김황식 전 총리 25.2%, 이혜훈 최고위원이 7.5%를 보이고 있다.

차기 유력 대선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MJ는 만약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 중 대선과 겹치게 된다. 이와 관련, MJ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은 2017년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서울시장 도전이 코앞에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원론적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각에서는 MJ가 과거부터 대권도전 의지를 나타냈기 때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되더라도 2017년 대선이 다가오면 결국 태도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MJ 측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다음 대선은 포기하고 시장에 당선되면 임기를 마치는 것은 물론 연임까지 이뤄 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권 포기는) 정치인 개인 커리어로 놓고 볼 때는 손해일 수밖에 없지만 나이로 보나 현재 여당 인물군으로 보나 차기 대선 후보 1위를 달리고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MJ는 현역 의원 중 최다선인 7선 의원이다. 2002년 대선 후보였던 전력을 감안하면 서울시장에 뛰어든 것은 하향 지원인 셈이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여당과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선택인 것으로 풀이된다. MJ 측 핵심 관계자는 “6·4 지방선거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은 물론 향후 새누리당의 주도권에 중대한 분기점”이라며 “경선을 거쳐 본선인 민주당 소속 박원순 시장과의 대결에서 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지율 상승세
“승산 있을 것”

홍준표 경남지사는 MJ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다면 박 시장과 겨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MJ가 울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어려운 지역구를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선이 됐기 때문에 이같이 전망했다.


그러나 박 시장에 앞서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이혜훈 최고위원이다. 인물 이혜훈보다는 그의 질문이 문제다. 이 최고위원은 줄곧 “대선을 나갈 사람이 서울시장 선거를 나오면 안 된다. 나올 거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해왔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 “일단 대선은 다음에”
정치생명 건 한 수…여야 양자대결 흥미진진

이와 관련해 세 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실제로 대권 후보 경쟁에서 이탈하는 것. 둘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고 당면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후 대선이 다가왔을 때 적당한 핑계를 대고 다른 결심을 하는 것. 셋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고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는 것 등이다.

문제는 어떤 선택을 하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길을 택할 경우 유력한 차차기 대권주자가 될 수도 있지만 4년 후의 일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두 번째 길을 택할 경우 대선전에서 약점이 하나 생겨버린다. 세 번째 길을 택할 경우엔 당면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약점이 생기게 된다.

사실 MJ는 대중적 인지도와 폭넓은 인기를 자랑하지만 재벌가 출신이라는 약점이 있다. 여기에 다른 약점까지 만들게 된다면 결코 쉽지 않은 길을 걸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박원순 서울시장은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내부 경쟁자는 이 최고위원만 있는 게 아니다. 다음 경쟁자는 김황식 전 총리다. 일각에서는 박심이 김 전 총리를 향해 있다고 본다. 엄밀히 말하면 지금의 박심은 ‘필승 인물’을 찾는 것 뿐이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가장 민감한 집단이 역설적으로 청와대인 것 같다”며 “지방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밀린다고 보고 필사적이다”라고 증언한다.

여권에서 현실적으로 서울시장 본선 경쟁력을 갖춘 사람은 이 최고위원보다는 MJ와 김 전 총리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결국 두 사람의 경선은 ‘재벌가 인사’라는 MJ의 약점과 ‘이명박 정부 사람’이라는 김 전 총리의 약점 중 어느 것이 일반 대중에게 더 악영향을 미칠지를 판별해보는 장이 될 것이다. 이 평가를 거쳐야만 고대하던 서울시장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마지막 경쟁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만만하지 않은 상대다.

지난 25일 MBC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단일후보로 내세울 경우를 가정한 양자대결에서는 박 시장이 41.9%, MJ가 40.7%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MJ는 박 시장을 겨냥해 “서울의 인구가 1000만 명 밑으로 떨어지는 등 활기가 떨어지면서 걱정”이라며 “(박 시장은) 말로만 서민을 이용하는 정치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은 “새누리당 출신으로서 (MJ의) 이런 말씀, 정말 시민들에게는 모독적으로 들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반박했다.

사실 MJ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패배할 경우 차기 대권가도와 더불어 정치인생에 치명적인 내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백지신탁제도…
돈이냐 권력이냐


그러나 MJ가 친박 주류의 지지를 받고 경선에서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다. MJ와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이다. MJ와 박 대통령은 장충초교 동창이다. 당시에는 모르고 지냈지만 둘은 1964년 2월 초등학교를 함께 졸업한 동기동창으로 알려진다.

그러다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양재 테니스클럽에서의 교류였다. 사적으로는 친밀해 보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악연의 연속이었다. 과거 세종시 원안을 고집하던 박 대통령을 향해 미생지신(고지식함을 빗댄 표현)이란 고사성어까지 인용해 비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원안 추진이 당론이라고 공언한 MJ가 소신을 바꿨다며 판단력에 오류가 있는 것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결국 MJ와 박 대통령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2007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는 MJ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당내 경선이 치열해질수록 둘의 관계는 더 멀어졌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MJ는 지난 2011년 8월 펴낸 자서전 <나의 도전 나의 열정>에서 박 대통령과 얼굴을 붉힌 사례를 소개했다. 자서전에 따르면, 2009년 9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 취임 후 박 대통령과 국회 커피숍에서 회동한 적이 있다.

회동 후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에서 박 전 대표(박 대통령)가 선거를 도울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을 받았고, 이에 MJ는 “박 전 대표도 마음속으로 우리 후보들이 잘되기를 바라시지 않겠는가”라고 답했다.

현대중공업 지분 문제 부각
‘백지신탁’그룹 지배력 상실


당시 보도가 난 후 MJ는 박 대통령의 항의 전화를 받았고, “화를 내는 박 전 대표의 전화 목소리가 하도 커서 같은 방에 있던 의원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보는 바람에 민망했다”고 회고했다. 이외에도 몇 가지 일화가 더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친박 주류에서는 용꿈을 꾸고 있는 MJ가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할 경우에 발생할 조기 레임덕을 우려하고 있다. 잠룡 속성상 현직 대통령과 마찰이 잦을수록 지지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사소한 충돌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빅매치를 앞두고 뒷말이 무성한 가운데,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MJ가 보유한 지분에 대한 백지신탁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백지신탁제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 있는 주식을 처분하거나 대리인에게 위탁하고 간섭할 수 없게 하는 제도다.

그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은 717만7769주(지분율 10.15%)로 26일 종가기준 약 1조6186억원에 달한다. 서울시장에 당선될 경우 공직자윤리법 주식백지신탁제도에 따라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보유주식은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 한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 평가액이 총 3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취임 1개월 내에 처분하는 것이 원칙이다. 직무 관련성은 안전행정부 산하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의에서 결정된다. 현대중공업은 본사가 울산에 위치해 있고 선박·건설기계 제조 등 수출위주 업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서울시와의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 호텔현대 등은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대해 MJ 측은 내심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되길 바라는 눈치다. 그는 지난달 말 방미 일정 이후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과의 만남을 소개하며 “재산이 50조인 블룸버그 전 시장도 심사를 받았지만 직무 관련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만약 주식을 전량 매각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를 중심으로 한 현대중공업의 지배구조도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수석부장에 대한 주식 증여도 불가능하다. 공직자 윤리법은 직계존속의 주식도 백지신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MJ가 보유 지분을 그룹 내 비영리 재단에 증여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아산나눔재단은 현대중공업의 지분 2.65%와 0.6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긴장하는 정치권
뚜껑 열어봐야…

MJ는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맞선 노무현 대통령과 단일화에 나섰다가 결국 대통령후보 경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성급한 행보 때문에 높았던 국민적 지지도가 반토막나는 시련을 겪은 바 있다.

추락한 지지율은 울산에서 서울 동작구로 지역구를 옮기고 한나라당 대표를 맡으면서 다시 정상궤도로 올렸다. 더 큰 정치적 모험을 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았다는 평도 나온다. 그가 직접적으로 밝힌 적은 없으나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과거와 달리 진중하고 무거워 보인다.

MJ의 핵심관계자는 “서울시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뒤 2022년에도 기회가 온다면 그때 대권에 나서는 가능성까지 닫아둘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변화는 MJ의 말에서 느껴진다. 그는 출마를 결심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서울시장으로서 일할 기회가 생기면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말을 통해 시정에 대한 지론을 짐작해 볼 수 있다. “88올림픽과 월드컵 때 서울이 많이 발전했고 서울이라는 브랜드가 알려졌지만 요즘의 수도는 다소 침체되고 있다고 느낀다”며 “서울이 단지 일자리가 있어서 사는 도시가 아니라 살고 싶은 도시, 사랑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도시개조·주택환경 개선·교통정책 개선에 나서겠다는 것이 서울시장에 나서는 그의 포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정몽준 의원은?]

▲부산 출생
▲중앙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 학사, M.I.T경영대학원 석사,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대한축구협회 회장
▲FIFA(국제축구연맹) 부회장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FIFA 명예 부회장
▲제13∼19대 국회의원(7선)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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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