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전설의 ‘마장동 괴담’ 추적

고기 사이에 사람 매달아 포를 뜬다고?

[일요시사=사회팀]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일반 시장과 다르게 조직폭력배들의 영향권 밖에 있다. 과거 조폭들은 시장 상인들로부터 자릿세를 받았지만 마장동은 예외였다고 한다. 상인들의 칼 다루는 솜씨가 남다르기 때문에 조폭들이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는 후문. 상인을 위협하던 조폭이 되레 복부에 칼을 맞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소문들은 진실일까.
 

흔히 ‘마장동’ 하면 우시장을 떠올리게 된다. 마장동 우시장은 대표적인 축산물 시장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마장동 축산물 도매시장은 수도권에서 유통되는 고기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3000개가 넘는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이 한우만 취급하는 한우전문 시장으로 알려진다. 고기 맛을 아는 고기 마니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 마장동에는 싸한 괴담이 존재한다. 시장 상인들에게 보호비를 요구하던 조폭들이 마장동 상인들의 칼에 사망하는 등 조폭들이 이곳에서는 칼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상인들에게 당했다는 것이다.

심상찮은
동네 공기

조폭들은 시내 이곳저곳의 시장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며 보호비를 요구하며 횡포를 부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그들의 영향권 밖에 있다. 마장동 괴담에 따르면 과거 1980∼90년대, 마장동에서 보호비와 세금을 요구하던 조폭들이 사망하는 경우가 수십 번이나 있었다고 전해진다.

상인들의 칼 다루는 솜씨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칼로 시작해 칼로 끝나는 일상에 마장동 상인들에게 칼은 장난감이나 마찬가지. 이런 상인들 앞에서는 제 아무리 이름난 조폭이라 해도 힘을 쓸 수가 없었다.

1982년, 한 조폭이 12cm 단검을 들고 한 상인을 위협했다. 그러자 상인은 아주 태연히 “돼지 멱따는 소리 들어봤냐?”라며 조폭의 복부에 칼을 꽂았다고 한다. 만화가 허영만의 <식객>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수십 년간 칼을 잡고 고기를 썰어온 축산시장 상인들이 조폭보다 칼을 더 잘 쓰고, 온갖 동물들을 도축하는 거친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조폭 따위는 겁내지도 않은 경지에 올랐다는 것. 그런데 사실 조폭들이 은퇴 후 고깃집에서 일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에서는 사진을 함부로 찍을 수 없다. 찍더라도 상인 얼굴은 나오지 않게 찍어야 한다는 것. 이름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매스컴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사례는 많지 않다. 일례로 모 방송국에서 고기소비 장려를 위해 이곳에서 일일 봉사체험을 하면서 소개된 적이 있는데, 실제 발골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형기술자는 얼굴을 최대한 가리고 있었다고 한다. 또한 한 아이돌그룹이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취소돼 뮤직비디오 촬영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과거보단 나아진 상태지만 어느 정도 폐쇄적인 분위기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마장동에서는 소 한마리당 몇 그람 나오지도 않는 희귀 부위도 구할 수 있다. 마장동 상인들의 칼 솜씨는 달인 수준이다. 

마장동 상인들은 칼만 잘 다루는 게 아니다. 고기 다루는 노동으로 인해 기본적인 생활근육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를 자랑한다.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힘으로 유명해 ‘임꺽정’으로 불리는 남모(34)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힘의 제왕으로 알려진다. 지난 8년간 출전한 팔씨름 대회에서 단 한 번도 져 본 경험이 없다. 작업장에서 매일 몸집만한 고기를 옮기기 때문에 근육이 붙지 않을 수 없다. 전부는 아니지만 마장동 상인들 대부분은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직업 특성상 가능한 일일 것이다.

칙칙할 거라고 생각했던 마장동 축산물시장이 현대식으로 진화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가봤다. 시장 입구는 여느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장 입구에는 순대와 족발도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보니 오로지 고기로만 가득 차 있었다. 조금 낯선 모습이었다.

좌우를 둘러보니 간판 대부분은 ‘○○축산’ ‘○○상회’ ‘○○식품’ ‘○○유통’ 등이었다. 판매하는 건 축산시장답게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전부였다. 가게 앞에는 갈색 대형고무다라가 즐비했다. 그 안에는 소와 돼지의 각종 부산물이 가득했다.

소는 천엽, 생간, 소머리 등이었고 돼지는 곱창, 막창 등이었다. 특히 선지를 만들기 위해 피를 식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덩어리진 피를 바라보니 기분이 묘했다. 바닥 곳곳에는 군데군데 피로 얼룩져 있었다. 몇몇 상인들은 재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칼갈이로 칼을 갈고 있었다.


칼 갈면서
주검 기다려

그런데 이런 모습은 양반이었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상인들의 리어카에는 소의 머리가 가득했다. 도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이내 머리 잘린 소의 주먹만 한 눈과 마주쳤다. 잘린 머리에는 핏기가 가득했다. 움직일 때마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평소 즐겨먹던 소머리국밥이 떠오르면서 측은지심마저 들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조금 당황했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이곳 광경을 바라보는 게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장동 상인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다. 그저 과업의 일부다. 소와 돼지의 주검을 옮기는 상인들의 몸짓과 표정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과거 상인들 칼솜씨에 조폭도 찍소리 못해 
축산시장 맴도는 무서운 소문들…진실은?

대부분의 가게는 깔끔하게 포장한 한우를 앞세우고 있었다. 간간이 호객행위도 있었다. “삼촌 뭐 찾아? 일루와 맞춰줄게” “아들 소야 돼지야? 선물하게?” “멀리 가지 마시고 구경하고 가요. 막 잡았어요.”

붉은 앞치마를 두른 마장동 축산물시장 상인들은 고기를 나르느라 바쁜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누구 하나 쉬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칼로 고기를 다듬거나 기계로 고기를 자르거나 고기 덩어리를 옮기거나 부산물을 분리하고 있었다. 정신없이 분주한 모습이었다.

시장 길을 쭉 걸어가다 보니 매우 낯선 부산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모(72) 할머니는 작은 공간에서 소 부산물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 중 봉투에 담긴 쭈글쭈글한 부위가 궁금했다. 한 봉지에 1000원, 핏기가 가득했다. 도대체 무엇일까. 장 할머니는 ‘소골’이라고 했다. “소골이여 소뇌라고, 삶아도 먹고 소골탕으로도 먹어” ‘소뇌를 먹는다?’ 다소 충격적이었다. 소는 버릴 게 없다는 말이 맞았다.

평일 낮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고기를 사러 온 사람들, 먹으러 온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무엇보다도 복잡한 차량 통행량에 놀랐다. 걸어가기 힘들 정도로 많은 차량들이 오가고 있었다. 대부분 화물차, 택배차량이었다. 그만큼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었다.

주부 박모(52)씨는 인근에 있는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자주 들른다. 다른 곳보다 최소 2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우’라서 더욱 마음에 든다. 가계부담도 적을 뿐더러 먹자골목에서 먹는 고기 맛이 꿀맛이기 때문에 자주 찾는 편이다. 특히 부드러운 채끝살과 등심을 추천한다고.
 

 박씨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는 웬만하면 마장동에서 구매한다”면서 “먹어보면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질 좋은 고기를 싼 값에 먹을 수 있는 것이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것이다.

현재 도축장은 도시·군 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서울에서 사라지고 도·소매가 중심을 이룬다.

서울 동부지역의 명물인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수도권 축산물 공급의 60∼70%를 담당하고 있다. 3000여개 이상의 점포가 자리잡고 있으며 종사원 숫자만 해도 1만여명에 달한다. 연간 유동인구는 200만여명에 이른다. 단일 육류시장으로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규모로 알려진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의 하루는 새벽 2시에 시작된다. 부천, 안성, 안양, 음성 등지에서 도축된 소와 돼지가 들어온다. 보통 오후에 경매가 이뤄지는데 당일 오후와 다음날 새벽에 두 번에 걸쳐 마장동 축산물시장으로 배달된다.

배달된 소와 돼지는 바로 부위별 해체작업을 시작한다. 해체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정확한 명칭은 식육처리기능사지만 마장동에서는 ‘정형사’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마장동’은 말목장이라는 뜻으로 목장 맞은편이라는 뜻의 면목동, 목장 안 넓은 들판이란 뜻의 장안평, 암말을 기르던 동네라는 뜻의 자양동이 그 예다.

시대에 발맞춰
개방형으로 변화

이렇게 말목장이 있던 곳에 도축장이 들어서면서 우시장이 만들어졌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지난 1963년 서울 종로구 숭인동의 도축장이 마장동으로 옮겨오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하루 평균 한우 800∼1000마리, 돼지 2000여 마리가 도축돼 취급되며, 수도권 축산물 공급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도축장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됐던 축산물시장은 여전히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키며 국내 최대규모의 육류시장으로 존재하고 있다. 양마장, 도축장, 우시장, 고기 도매상, 마장동 축산물시장으로 발전해 온 역사의 궤적이 있다.


수도권 물량 60∼70% 담당 ‘축산물 메카’
거친 모습 지우고 현대화로 이미지 개선

하지만 1998년 도시개발로 인해 아파트와 초등학교가 들어서면서부터 마장동 도축장의 역사는 35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2000여개 고기 도매상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으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특유의 비린내와 어둡고 지저분한 분위기, 주차난 탓에 외면을 받아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성동구는 지난 2004년 23억원을 들여 재래시장 환경개선 사업을 통해 마장동 축산물시장을 1년여간 정비했다. 이름도 우시장에서 축산물시장으로 바꿨다. 이후 상당부분 현대식 시장으로 변모했다. 전기·통신시설, 하수관로 등 기반설비도 정비했다. 또 소방도로를 만들어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가들의 화재위험을 예방했다.


 571m의 중앙통로에 천막 지붕을 세워 비나 눈이 와도 시민들이 편리하게 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시장 특성에 맞춰 가게 양 끝에 붉은색 차광막을 덧댔다. 고기를 신선하게 보관하고 진열할 수 있는 냉장 쇼케이스를 설치하고, 간판도 규격화해 한층 깔끔해진 시장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상인들은 급속도로 변해가는 유통환경에 발맞추고자 신선도는 물론 축산물 ‘3정 운동’(정품·정량·정찰제), 반품과 교환이 가능한 소비자센터 운영, 무료시식회, 명절맞이 합동세일, 축산물시장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지하철 2호선 용두역과 5호선 마장역 인근에 위치해 있다. 시장의 입구는 북문, 서문, 남문 총 3군데다.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전국의 축산농가에서 매시간 배송되는 축산물과 수입육을 취급한다. 원산지와 가격표시가 의무화 되어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고기를 고를 수 있다.

한우 꽃등심 1++등급의 가격이 100g 당 8000원, 삼겹살 100g 당 1500원 정도로 시중 마트보다 저렴하다. 이외에도 치맛살, 살치살, 안창살 등 각종 특수부위를 취급하고 있어 취향별로 다양한 고기를 구매할 수 있다.

모든 가게에는 ‘한우 모듬’ 세트가 있다. 4인 기준으로 10만원 정도로 매우 인기가 많은 구성이다. 그리고 차돌박이, 생간, 천엽 등은 그냥 서비스로 준다. 보통 매장에서 고기를 구매하고 식당으로 올라가 상차림 값을 내고 식사를 한다. 여러 정육점이 함께 운영하는 직영식당은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가 많다. 상차림비는 어른 4000원, 어린이 2000원 정도다. 식당은 대개 오전 11시부터 새벽 2시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직장인들의 회식장소로도 인기가 많다.

비린내 진동하는
서민들 삶의 터전

과거에는 마장동 사람이 80% 외지인이 20%였지만 요즘엔 입소문을 타 외부인의 발걸음이 80%에 육박한다고 전해진다. 활기를 잃어가는 일반 시장과 달리 마장동 축산물시장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상인들의 서비스도 예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마장동 축산물시장 내 한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33)씨는 “손님들이 부쩍 늘어 서비스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믿고 먹을 수 있는 신선한 고기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좋은 한우 고르는 법
“등급에 속지 마세요”

보통 한우는 특별한 날 먹는다. 고기의 질이 좋은 만큼 가격도 비싼 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우라고 무턱대고 먹는 건 곤란하다. 등급을 자세히 살펴야 한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급을 먹어야 한우를 제대로 먹은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정형사(쇠고기 발골)들에 따르면 한우는 등급이 전부가 아니다. 보통 한우의 등급은 A, B, C, D 등급으로 나뉜다. A는 고기의 함량이 많다. B는 고기와 지방이 적절히 섞여 있다. C는 지방의 함량이 살짝 더 많다. D는 등외로 육우를 이야기한다.

여기서 등급은 다시 ++, +, 1, 2, 3으로 나누어진다. 소비자들이 고기를 선택할 때는 B와 C도 괜찮다고 한다. 무조건 등급에 의존하는 게 아닌, 자신의 육류섭취 취향에 따라 고기를 고르는 게 좋다. 또한 고기를 선택할 때에는 선홍빛인지, 마블링 즉, 지방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지, 지방보단 고기가 많은지를 꼼꼼히 따지면 좋은 고기를 고를 수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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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