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배범에 조롱당한 검찰 '굴욕스토리'
수배범에 조롱당한 검찰 '굴욕스토리'
  • 이광호 기자
  • 승인 2014.03.03 09: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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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아봐”큰소리 치다 철창행

[일요시사=사회팀] 과거 탈세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형에 20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60대가 중국으로 도피했다가 생활자금이 떨어지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용의주도하게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는 한편, 검찰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고 약을 올리기도 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수사 기관을 조롱한 것이다.

 

 

 

고액의 벌금을 내지 않고 중국으로 도피한 후 생활자금이 떨어지자 다시 한국으로 입국한 명모(63)씨가 붙잡혔다. 지난 25일 수원지검은 탈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로 기소돼 지난 2009년 4월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돼 형이 확장되자 중국으로 달아난 명씨를 검거했다.

게임으로 100억을

지난 21일 오후 2시께 수원지방검찰청에 4년째 검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도피중인 수배범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명씨로 “나 지금 광교산 정상인데, 다 지켜보고 있으니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고 조롱을 했다.

명씨는 지난 2002년 3월, 수원에 게임아이템 작업장을 마련했다. 20여명의 직원을 고용해 인터넷 게임 ‘리니지’ 등 온라인게임에서 쓰이는 고가의 아이템을 판매했다. 이렇게 5년간 115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소득 신고를 하지 않아서 18억원의 법인세를 피했다. 명씨는 지난 2009년 4월 고법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명씨는 이렇게 기소된 뒤 불복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 당했다. 그리고 고법에서 선고한 형이 확정되자 곧바로 중국으로 달아났다. 4년간 잠적하며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2015년 10월로 연장되고 생활자금까지 떨어지자 명씨는 지난해 12월2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몰래 들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명씨는 자신의 고향인 전남의 한 섬을 찾아가고 이혼한 전 부인과 피부샵을 이용하는 등 여유로운 생활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같은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출국금지 조치와 함께 관련 기록 검토를 통해 검거에 나섰다. 검찰은 명씨의 고향인 전남의 한 섬을 찾아가 그 일대를 뒤졌으나 번번이 검거에 실패했다.

게다가 명씨는 수사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검찰 관계자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자 검찰에 두 차례 전화를 걸어 “나는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며 잡을 수 있으면 잡아봐라”며 말한 뒤 또 다시 전화를 걸어 “설 연휴에 고향에 가보니 경찰이 나를 잡으려고 돌아다니던데 그렇게 쉽게 잡히지 않으니 잡을 수 있으면 잡아보라”고 조롱한 것이다. 전화도 일방적으로 끊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리니지 아이템 팔아 번 수십억원 탈세
도피 중 수사관 자극하다 결국 붙잡혀

명씨는 용의주도하게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검찰의 추적을 피해왔다. 검거의지를 불태운 수원지금 집행과(한생일 과장)는 검찰 수사관 3명으로 검거반을 구성해 특별검거반을 편성했다. 명씨의 가족과 주변인들을 상대로 탐문사수를 벌이며 잠복을 한 끝에 지난 23일 오후 9시30분쯤 수원시 전처 자택 근처에서 명씨를 붙잡아 일당 1000만원짜리 노역장 유치집행을 했다. 명씨는 벌금 20억원을 내지 않아 1일 1000만원으로 환산한 200일 동안 노역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액 벌금 미납자에 대한 특별전담반 편성을 확대해 국가형벌권의 엄정한 집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명씨가 검찰을 조롱한 것 만큼 놀라운 사실이 있다. 그가 리니지 게임아이템 판매로 5년간 115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리니지는 아이템의 가격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심지어 수천만원을 넘어 억대까지도 시세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이템을 사고 싶지만 현금이 없는 게이머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명품 옷이나 가방을 총 동원해 제시하며 아이템 거래를 성사시키기도 한다.

바로 노역장행

이러한 리니지의 게임 환경에 리니지 자체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집단도 있다. 이들은 게임 내 일정 사냥 지역을 통제하며 아이템을 캐낸 뒤 고가에 판매해 수익을 올린다. 특히 게임 내 캐릭터가 사용할 수 있는 ‘진명황의 집행검’은 BMW5 시리즈와 비교되기도 한다. 현 거래가가 1억20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게임 아이템이다. ‘리니지 재테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광호 기자 <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리니지 버그 아이템 논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버그로 발생한 아이템을 판매해 부당 이득을 챙긴 사례가 발각돼 개발사인 엔씨소프트가 제재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는 리니지 게시판에 “오크서버에서 비정상적으로 아이템을 사용하는 행위가 확인되고 있어 조사와 원인 수정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1월 27일 공지하고 직접 조치에 들어갔다.

문제가 발생한 오크 서버는 사용자가 많은 리니지의 대표적인 인기 서버 중 하나다. 게임 내 화폐인 ‘아덴’과 아이템을 창고에 맡긴 뒤 되찾아도 해당 아이템이 회수되지 않고 인벤토리에 계속 들어오는 버그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일부 사용자들이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아이템을 판매하고 이를 현금화하면서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아이템 판매 금액이 20억원대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엔씨 측은 “해당 현상을 악용해 게임 내 아이템에 대한 이득을 취하는 캐릭터에 대해 끝까지 확인해 조치할 것”이라며 “대다수 선량한 이용자들은 해당 현상을 절대 악용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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