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원의 수원8경 수묵화에 담긴 정조의 효사상 기획전

3월4일부터 10일까지 7일간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미술관

 [일요시사=사회2팀] 정조의 효사상을 일깨우고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김대원 작가의 수묵화 「수원8경」 기획전이 오는 3월 4일부터 3월 10일까지 7일간 종로구 월전미술문화재단 한벽원 미술관에서 열린다.
<수원8경>은 예로부터 수원 화성의 아름다운 8경치를 뜻하는 말로, 정조가 화성을 완공한 뒤 축하연을 할 때 김홍도에게 수원의 봄과 가을의 아름다운 경치 8개씩을 그려 바치도록 명하였다고 한다. 김홍도는 춘8경 5폭과 추8경 3폭으로 ‘화봉팔관도’를 그렸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이〈수원8경〉으로 불리면서 수원의 명소가 됐다.
이번 전시회는 외형적으로는 화산두견, 나각망월, 화홍관창, 남제장류, 북지상련, 광교적설, 서호낙조, 팔달제경 등 「수원8경」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면에는 정조의 부모에 대한 효심과 백성들에 대한 애민 사상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건축한 화성의 아름다움이 작품마다 보기 좋게 녹아있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 화성은 정조의 효사상과 화려함, 실용성을 고루 갖춘 동양 성곽의 백미로 꼽힌다.
이번 「수원8경」 전은 다른 전시회와 달리 정조의 효사상을 후손들에게 일깨우기 위해 8개의 작품마다 상세한 스토리텔링을 곁들여 전시장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과 함께 이해를 돕도록 했다.
한편 역사적 비극 인물인 사도세자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정조의 애끓는 효심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정조는 왕위에 올라 비통하게 죽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사도’라는 명칭을 폐하면서 ‘장헌’으로 추존했다. 1899년에는 다시 장조(莊祖)로 추존되었다. 사도세자의 묘는 처음 양주 남쪽 중량포 배봉산 기슭(현재 서울시립대 부근)에 조성되었다가 1789년 배봉산에 있던 아버지의 무덤을 수원 화산으로 이장하고 현릉원이라 명명했다.

수원의 이름도 화성으로 변경했다. 이후에 정조는 부친의 곁에 잠들겠다는 유지를 남겨 화산에 융건릉이 만들어지고 원찰인 용주사를 크게 지었다. 특히 ‘수원8경’ 중『화산두견(花山杜鵑)』은 이렇듯 아비를 그리는 정조의 효심이 배어있고 극상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한편 작가 김대원은 현장사생을 바탕으로 한 실경산수를 즐겨 그려왔다. 작가는 시골출신이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선천적이며 경험적인 시각과 감각을 갖고 있다. 작가가 자연경관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을 분석하기 보다는 자연과 조화하려는 그는 서정성이 강조되고 우리식의 조용한 관조의 시각을 지닌 그림들이 대부분이다. 그의 미적 감각은 고향인 안동에 젖줄을 대고 있다. 흔히 접하는 고가(古家)와 수목의 풍경에 매료된 유년의 경험이 그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셈이다. 우리 전통문화의 정수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려는 작가는 지난 86년부터 수원 경기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으며, 그의 눈에 수원 화성이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이를 위해 학생들과 함께 수원화성 사생을 꾸준히 하면서 우리 문화유산의 경관을 화폭에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상의 흔적과 빛나는 문화 유산을 자신의 작픔 세계에 녹이려고 노력하였고,『수원8경』또한 이러한 맥락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김대원의『수원8경』은 부모에 대한 효심이 약화된 요즈음 정조의 지극한 효심(孝心)을 본받고 효를 일깨우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특히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이 더욱 그 가치를 발하고, 모든 이들이 문화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한다. 더 나아가 김대원의 그림이 지역 사회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좋은 문화콘텐츠가 될 것이다.

 

김해웅 기자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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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