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현대모비스 평택·아산공장‘불량 제로’의 비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완성차 큰그림’엔 현대모비스 모듈사업이 밑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현대모비스 없이 현대·기아차도 없다’는 게 정 회장의 생각. 부품과 모듈이 완성차 품질을 좌우한다고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정 회장의 ‘현장 경영’ ‘글로벌 경영’엔 항상 현대모비스 공장이 빠지지 않는다. 세계 유명 자동차업체뿐만 아니라 전자산업 글로벌 기업들도 현대모비스 시스템을 벤치마킹할 정도다. 대내외의 관심을 받으면서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모듈화 전초기지인 평택공장과 아산공장을 찾았다.

비지땀과 기계음 ‘절묘한 조화’

지난 2일 평택시 포승면 현대모비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MDPS) 공장. 입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다시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시죠”란 공장 관계자의 제지에 준비돼 있는 실내화로 후딱 갈아 신었다.
깔끔한 공장 내부는 군말을 필요 없게 했다. 한마디로 공장이 공장이 아니었다. 연구소, 그것도 청정시설에 가까웠다.
MDPS는 기존의 ‘파워핸들’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다. 유압이 아닌 전기로 핸들을 제어하는 장치를 말한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핸들은 순전히 운전자의 힘에 의해 조정됐다. 여기서 유압식인 파워핸들을 거쳐 MDPS로 발전된 것이다.
MDPS는 전기모터, 인공지능 전자제어장치, 최첨단 광학식 센서 등으로 이뤄져 최적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핸들을 돌리면 센서가 감지해 차량 앞바퀴의 회전방향과 속도 등을 조절하는 원리다.
밸브 등의 미장착으로 유압식보다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 5kg 이상 가볍다. 또 엔진의 연료소모도 없다. 따라서 연비가 3∼5% 정도 향상되고 이산화탄소 발생도 적다. 이를 유류비로 환산하면 연간 약 10∼15만원 절약된다. MDPS를 장착한 차는 신형아반떼에 머물고 있지만, 고유가 시대에 안성맞춤이란 판단을 한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기아차의 포르테 등 전 차량에 장착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
는 미국·독일·일본 등 일부 선진국 업체들만 기술을 갖고 있는데, 현대모비스가 기술 도입 3년 만인 2006년 초 1백%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양산하고 있다”며 “2002년 국내 차량 적용률은 5% 정도였지만 올해 30%, 2012년 60%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MDPS 기술의 핵심은 센서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공정을 거쳤다. 센서에 미량의 먼지라도 묻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센서 제작 공정은 모두 ‘클린룸’에서 진행됐다. 클린룸은 반도체 공장에 버금가는 시설을 자랑했다. 출입하는 직원들은 모두 청정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해야 출입이 가능했다.
현대모비스 MDPS 공장 클린룸의 청정도는 1백∼1천 클래스(1ft³내 0.5㎛ 이상의 먼지 1백∼1천개 이하)로 유지된다. 반도체 공장의 청정도도 1백∼1천 클래스 수준이다. 일반 대기 먼지가 30만∼3백만 클래스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먼지 없는 천국’이다.
MDPS 공장 관계자는 “MDPS 클린룸의 공정은 반도체, 인공위성 부품 제조 공정과 비슷하게 진행된다”며 “클린룸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 및 자재도 에어 샤워, 솔벤트 세척 등을 거친 뒤 반입된다”고 설명했다.
MDPS 공장에서 12km 떨어진 현대모비스 아산 모듈공장도 클린 시설을 자랑했다. 직원들의 비지땀과 쉴새 없는 기계음의 절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아산공장 역시 여느 공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여기저기 재고가 널부러져 있는 흔적도 없고, 바닥에 그 흔한 휴지 한조각도 찾아 보기 힘들다.
직원들의 행동반경은 1m 내외가 고작이다. 그래서인지 표정엔 여유마저 흐른다. 왔다갔다 분주해야 할 지게차도 이 여유를 타고 차분한 움직임이다. 아산공장 관계자는 “일반 공장의 경우 보통 사람이 기계에 맞추느라 정신없는 광경이지만 현대모비스 모듈공장은 기계가 사람에 맞추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인간의 실수를 시스템이 만회하고, 시스템의 오류를 사람이 잡아내는 공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장의 낯선(?) 풍경은 완전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모듈이란 완성차 부품을 개별단위가 아닌 조립 영역·분야 또는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의 단위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산업에 모듈을 도입한 현대모비스는 아산공장을 통해 섀시모듈·운전석모듈·프런트엔드모듈 등 자동차 3대 핵심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파워핸들 진화모델 MDPS 공정 “반도체 뺨치네”
자동차 3대 핵심모듈 생산 최첨단 시스템 자랑
▲액슬, 서스펜션 등 자동차뼈대를 구성하는 섀시모듈은 2백30여개 ▲계기판, 오디오 등 운전석 부근 운전석모듈은 70여개 ▲앞범퍼, 램프 등으로 이뤄진 프런트앤드모듈은 30여개 부품이 하나로 합쳐져 완성된다. NF쏘나타와 TG그랜져 등에 장착되는 모듈을 생산하는 아산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57초마다 1대 분량을 소화하는 셈이다.
아산공장은 현대차 생산라인에 맞춰 모듈과 부품을 공급하는 ‘직서열 방식’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인근 현대차 아산공장과 전산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가능하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에 모듈 발주를 전산으로 전송하면, 모듈공장 생산라인이 곧바로 제작에 들어간다. 조립을 마친 모듈은 지체없이 완성차라인에 투입된다. 이 과정이 종료되는 시간은 90분에 불과하다.
아산공장 관계자는 “아산공장의 직서열 방식 시스템은 정해진 시간 안에 납품하는 도요타의 생산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진화된 수준”이라며 “아산공장을 모델로 중국, 북미, 유럽 등에 해외 모듈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아산공장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랜저 운전석모듈만 사양이 3천종류가 넘지만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로 시간과 순서 사이의 작은 틈도 놓치지 않는다.
아산공장은 ▲컨베어벨트를 타고 새로운 부품이 조립·장착될 때마다 차량정보에 의해 정해진 부품이 제대로 장착되고 있는지를 작업자가 모니터에서 ‘OK’와 ‘NG’로 식별하는 ‘최첨단 바코드시스템’ ▲AV기기, 에어백, 배터리 경고 등 전기로 작동하는 전장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IT기술의 완성판 ‘에코스시스템’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모양이나 구조가 다른 이종부품을 적재적소에 장착하기 위한 이종방지시스템인 ‘모니터링시스템’과 ‘식별등시스템’등을 가동해 ‘불량 제로’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여러 부품의 결속 부위를 검증하는 ‘체결력관리시스템’, 액슬과 변속기에 주입되는 오일의 양을 확인하는 ‘오일자동주입시스템’, 파워스티어링(파워핸들)과 브레이크의 배관를 검사하는 ‘배관에어리크관리’, 파워펌프·에어컨 컴프레서·얼터네이터 벨트의 장력을 검사하는 ‘벨트장력관리시스템’등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첨단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듈공정의 최고·최대 주안점은 첫째도 운전자의 안전, 둘째도 운전자의 안전”이라며 “이를 위해 최첨단 시스템에 따라 나사 하나 볼트·너트 하나까지도 정확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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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