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땀과 기계음 ‘절묘한 조화’
지난 2일 평택시 포승면 현대모비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 시스템(MDPS) 공장. 입구에 들어서려는 순간 다시 되돌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시죠”란 공장 관계자의 제지에 준비돼 있는 실내화로 후딱 갈아 신었다.
깔끔한 공장 내부는 군말을 필요 없게 했다. 한마디로 공장이 공장이 아니었다. 연구소, 그것도 청정시설에 가까웠다.
MDPS는 기존의 ‘파워핸들’에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모델이다. 유압이 아닌 전기로 핸들을 제어하는 장치를 말한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핸들은 순전히 운전자의 힘에 의해 조정됐다. 여기서 유압식인 파워핸들을 거쳐 MDPS로 발전된 것이다.
MDPS는 전기모터, 인공지능 전자제어장치, 최첨단 광학식 센서 등으로 이뤄져 최적의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핸들을 돌리면 센서가 감지해 차량 앞바퀴의 회전방향과 속도 등을 조절하는 원리다.
밸브 등의 미장착으로 유압식보다 차지하는 공간이 작아 5kg 이상 가볍다. 또 엔진의 연료소모도 없다. 따라서 연비가 3∼5% 정도 향상되고 이산화탄소 발생도 적다. 이를 유류비로 환산하면 연간 약 10∼15만원 절약된다. MDPS를 장착한 차는 신형아반떼에 머물고 있지만, 고유가 시대에 안성맞춤이란 판단을 한 정몽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앞으로 기아차의 포르테 등 전 차량에 장착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
는 미국·독일·일본 등 일부 선진국 업체들만 기술을 갖고 있는데, 현대모비스가 기술 도입 3년 만인 2006년 초 1백%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양산하고 있다”며 “2002년 국내 차량 적용률은 5% 정도였지만 올해 30%, 2012년 60%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MDPS 기술의 핵심은 센서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공정을 거쳤다. 센서에 미량의 먼지라도 묻으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센서 제작 공정은 모두 ‘클린룸’에서 진행됐다. 클린룸은 반도체 공장에 버금가는 시설을 자랑했다. 출입하는 직원들은 모두 청정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해야 출입이 가능했다.
현대모비스 MDPS 공장 클린룸의 청정도는 1백∼1천 클래스(1ft³내 0.5㎛ 이상의 먼지 1백∼1천개 이하)로 유지된다. 반도체 공장의 청정도도 1백∼1천 클래스 수준이다. 일반 대기 먼지가 30만∼3백만 클래스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먼지 없는 천국’이다.
MDPS 공장 관계자는 “MDPS 클린룸의 공정은 반도체, 인공위성 부품 제조 공정과 비슷하게 진행된다”며 “클린룸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 및 자재도 에어 샤워, 솔벤트 세척 등을 거친 뒤 반입된다”고 설명했다.
MDPS 공장에서 12km 떨어진 현대모비스 아산 모듈공장도 클린 시설을 자랑했다. 직원들의 비지땀과 쉴새 없는 기계음의 절묘한 조화가 인상적이다. 아산공장 역시 여느 공장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여기저기 재고가 널부러져 있는 흔적도 없고, 바닥에 그 흔한 휴지 한조각도 찾아 보기 힘들다.
직원들의 행동반경은 1m 내외가 고작이다. 그래서인지 표정엔 여유마저 흐른다. 왔다갔다 분주해야 할 지게차도 이 여유를 타고 차분한 움직임이다. 아산공장 관계자는 “일반 공장의 경우 보통 사람이 기계에 맞추느라 정신없는 광경이지만 현대모비스 모듈공장은 기계가 사람에 맞추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인간의 실수를 시스템이 만회하고, 시스템의 오류를 사람이 잡아내는 공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공장의 낯선(?) 풍경은 완전자동화 시스템 덕분에 가능했다. 모듈이란 완성차 부품을 개별단위가 아닌 조립 영역·분야 또는 기능별로 결합해 완성차 생산라인에 직접 공급하는 부품의 단위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산업에 모듈을 도입한 현대모비스는 아산공장을 통해 섀시모듈·운전석모듈·프런트엔드모듈 등 자동차 3대 핵심모듈을 생산하고 있다.
파워핸들 진화모델 MDPS 공정 “반도체 뺨치네”
자동차 3대 핵심모듈 생산 최첨단 시스템 자랑
아산공장은 현대차 생산라인에 맞춰 모듈과 부품을 공급하는 ‘직서열 방식’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인근 현대차 아산공장과 전산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가능하다.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에 모듈 발주를 전산으로 전송하면, 모듈공장 생산라인이 곧바로 제작에 들어간다. 조립을 마친 모듈은 지체없이 완성차라인에 투입된다. 이 과정이 종료되는 시간은 90분에 불과하다.
아산공장 관계자는 “아산공장의 직서열 방식 시스템은 정해진 시간 안에 납품하는 도요타의 생산방식보다 효율적이고 진화된 수준”이라며 “아산공장을 모델로 중국, 북미, 유럽 등에 해외 모듈생산기지를 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아산공장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랜저 운전석모듈만 사양이 3천종류가 넘지만 이중삼중의 안전장치로 시간과 순서 사이의 작은 틈도 놓치지 않는다.
아산공장은 ▲컨베어벨트를 타고 새로운 부품이 조립·장착될 때마다 차량정보에 의해 정해진 부품이 제대로 장착되고 있는지를 작업자가 모니터에서 ‘OK’와 ‘NG’로 식별하는 ‘최첨단 바코드시스템’ ▲AV기기, 에어백, 배터리 경고 등 전기로 작동하는 전장부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검사하는 IT기술의 완성판 ‘에코스시스템’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모양이나 구조가 다른 이종부품을 적재적소에 장착하기 위한 이종방지시스템인 ‘모니터링시스템’과 ‘식별등시스템’등을 가동해 ‘불량 제로’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여러 부품의 결속 부위를 검증하는 ‘체결력관리시스템’, 액슬과 변속기에 주입되는 오일의 양을 확인하는 ‘오일자동주입시스템’, 파워스티어링(파워핸들)과 브레이크의 배관를 검사하는 ‘배관에어리크관리’, 파워펌프·에어컨 컴프레서·얼터네이터 벨트의 장력을 검사하는 ‘벨트장력관리시스템’등 운전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첨단시스템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모듈공정의 최고·최대 주안점은 첫째도 운전자의 안전, 둘째도 운전자의 안전”이라며 “이를 위해 최첨단 시스템에 따라 나사 하나 볼트·너트 하나까지도 정확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