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시리즈> 김성수 기자가 파헤친 비밀 [제29탄] ㈜둘리나라 ‘둘리’

‘탁상행정’이 빚은 비극…국민캐릭터 ‘둘리’ 죽였다!

[일요시사=경제1팀] 총체적 불황 속에서도 유독 잘나가는 ‘절대 강자’가 있다. 막강 브랜드를 앞세운 기업들이다. 기업 수익과 직결되는 브랜드 경쟁력으로 확보한 아성은 어느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견고하다. 하지만 ‘1등 브랜드’에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분명 존재한다. 
소비자 눈을 가린 ‘구멍’이 그것이다. <일요시사>는 대한민국 산업의 발전 방향 모색과 소비자들의 정당한 권리 차원에서 히트상품의 허점과 맹점, 그리고 전문가 및 업계 우려 등을 연속시리즈로 파헤쳐 보기로 했다.




캐릭터 산업은 ‘황금알 낳는 거위’다. 그 시장이 엄청난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캐릭터 시장은 2005년 4조3000억원, 2006년 4조4000억원, 2007년 4조7000억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지난해엔 약 5조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불법복제품까지 포함하면 국내 캐릭터 시장은 이를 훨씬 상회할 것이란 게 업계의 추산이다.
이 시장을 개척과 동시에 주도하는 ‘국민 캐릭터’가 ‘아기공룡 둘리’다. 사람 나이로 치면 올해 26세인 둘리는 수요가 한정돼 있는 ‘신생 캐릭터’들과 달리 유아·어린이는 물론 성인들에게까지 두루 사랑받은 장수 캐릭터이기도 하다. 캐릭터업계 관계자는 “한국 캐릭터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 캐릭터 시장을 95% 이상 점유하고 있는 미국, 일본, 프랑스, 영국, 캐나다 등엔 미치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수십년 동안 이어 온 세계적인 캐릭터는 유아뿐만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국내 캐릭터 중 거의 유일하게 둘리가 그렇다”고 말했다.
1억년 전 남극에서 빙하를 타고 온 둘리와 다른 행성에서 지구로 온 도우너, 아프리카 서커스단에서 도망쳐 나온 또치와 음치 가수 지망생 마이콜. 이들이 고길동 가족과 살면서 펼쳐지는 좌충우돌 이야기를 다룬 아기공룡 둘리의 인기는 시대를 초월한다. 토종 캐릭터들의 맏형인 둘리는 1983년 김수정 작가가 월간 만화잡지 <보물섬>에 처음 연재한 이래 TV만화, 극장용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선보여 왔다.
특히 캐릭터의 브랜드화 인식이 전무했던 1980년대 중반부터 식품류, 문구류, 의류 등 별의별 상품에 둘리와 그 친구들의 얼굴이 달려 나왔다. 1980∼90년대만 해도 미국, 일본 등 외국 캐릭터 일색이던 국내 시장에 토종 캐릭터의 불씨를 지핀 것. 둘리가 찍힌 상품들은 그야말로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동안 둘리 캐릭터 상품은 1500여 종 가까이 만들어졌고 각종 한국 캐릭터 선호도 조사와 브랜드 가치 순위에서 항상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도봉구 190억원 투입 ‘둘리 테마존’ 전면 백지화
“제 맘대로 추진” 계약 파기…구청 업무처리 비판

김 작가는 1995년 아예 ㈜둘리나라를 설립했다. 그는 “지속적이고 세계적인 캐릭터로 성장시키기 위해 조직적인 활동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회사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둘리나라는 둘리의 캐릭터 라이선싱과 애니메이션 제작 등을 주로 한다. 현재 70여 개 업체와 캐릭터 라이선싱 계약을 맺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 26부작으로 제작된 새 버전이 공중파를 타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둘리 사업이 늘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둘리 테마존’ 조성 계획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자리 잡을 국내 최대 캐릭터 사업이 무산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것. 도봉구청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이 사업은 올해 상반기 착공 예정이었지만 공사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수포로 돌아갔다.
최선길 도봉구청장은 ‘도봉산 관광브랜드화 프로젝트’를 임기 중 최대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사업건의서를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제출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둘리 테마존’이다. 도봉구청은 2007년 1월 쌍문동 산 241번지 일대 5022㎡(약 1522평)에 19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둘리 테마존’을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봉구청은 이를 위해 ㈜둘리나라와 둘리 캐릭터 무상사용 계약을 체결했다.

토종 캐릭터 ‘맏형’

시대·나이 초월 인기

국내 첫 만화 마을로 꾸며질 ‘둘리 테마존’은 ▲둘리의 머리 모양을 본뜬 원형의 둘리미술관 ▲만화책이 펼쳐진 모양의 3층짜리 어린이도서관 ▲만화 속 인물인 고길동과 무명 가수 마이콜의 쌍문동 집 등이 들어설 계획이었다. 또 둘리길, 고길동길, 희동이길, 또치길 등도 조성하기로 했다. 

도봉구청이 둘리를 선정한 것은 원작의 무대가 쌍문동이기 때문이다. 만화 배경에 둘리가 살고 있는 고길동의 집과 작은 하천이 나오는데 그곳이 쌍문동과 우이천이다. 김 작가도 이 지역에 20년 이상 거주한 토박이다. 


이런 인연으로 최 구청장은 2007년 9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가운데 최초로 둘리에게 ‘명예호적’까지 부여했다. ‘둘리 테마존’ 조성 등 구정 홍보활동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둘리 호적등본엔 주인공인 둘리와 만화에 등장하는 여러 캐릭터들의 신상명세가 기재됐다. 물론 이들의 호적상 본적지는 쌍문동이다.

당시 도봉구청 측은 “국내 첫 만화마을인 ‘둘리 테마존’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명소로 건립될 것”이라며 “서울시 심사를 거쳐 2009년 상반기에 착공해 2011년 어린이날에 완공된다”고 설명했다. 최 구청장도 “국내 최초로 특정 만화 주인공이 중심이 된 테마사업이 조성되는 도봉구가 캐릭터 관광산업의 발원지가 될 것”이라며 “서울의 새로운 명소를 개발해 관광객 1200만 시대를 여는 서울 문화 프로젝트에 일조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올해가 다 가도록 ‘감감무소식’이더니 결국 좌초된 것으로 드러났다. 양측은 재협상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전했지만 일단 계약 자체는 파기된 상태다. 도봉구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도봉구청과 ㈜둘리나라는 지난 2월 서로 합의하에 둘리 캐릭터 사용 계약을 전면 파기했다. ‘둘리 테마존’의 첫 삽을 뜨기 직전 저작권과 운영권 등을 두고 맞선 양측의 의견 차이로 사업을 접은 것. 둘리의 명예호적도 발급 서비스가 중단됐다.

저작권·운영권 이견
“행정불신 자초한 꼴”

㈜둘리나라 관계자는 “둘리 캐릭터 활성화와 공익에 초점을 맞춰 이미지 사용료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시설물, 포스터, 책자 등 사업 일체의 디자인은 회사 또는 김 작가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며 “그러나 도봉구청이 원작자 측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독자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계약이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구청의 요청으로 재계약을 놓고 다시 상의하고 있지만 성사 여부는 아직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구청의 아마추어식 어설픈 행정이 낳은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관련 전문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밀어붙인 전형적인 ‘탁상 행정’이란 지적이다. 도봉구청은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설계 현상공모 등에 수억원의 예산을 이미 소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민은 “그동안 구청에서 떵떵거린 대규모 사업이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질지 꿈에도 몰랐다”며 “2년 넘게 사업을 진행하면서 퍼부은 막대한 혈세 등의 재정적 손실과 기대가 컸던 주민들의 상실감을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첫 삽도 뜨지 못했는데…”
공사전 수억원 예산 소요


쌍문동 한 부동산중개인은 “구청의 둘리사업 발표 이후 예정지 주변 땅·집값이 크게 요동치는 등 투기 바람까지 거세게 일었다”며 “공무원들의 업무처리 미숙으로 행정 불신을 자초했다”고 꼬집었다. 도봉구청 측은 행정 미숙에 대해 어느 정도 시인했다. 

구청 담당자는 “2년 넘게 사업이 진행되면서 담당자가 여러 번 바뀌는 등의 문제로 혼선이 있었던 것은 부인하지 않겠다”며 “㈜둘리나라와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본 계약은 철회됐으나 재협상 여지가 남은 만큼 무산이 아닌 잠정 보류로 해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 둘리를 내세운 대형 프로젝트가 뒤집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04년 강원도 평창 일대에 3만9600㎡(약 1만2000평) 규모의 테마펜션, 둘리박물관, 만화 체험관 등을 중심으로 한 종합리조트 시설인 ‘둘리 테마파크’가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역시 무산된 바 있다. 

당시 국내 최대 캐릭터 사업이란 점에서 언론은 물론 콘텐츠 산업 전체가 떠들썩했다. 그러나 ㈜둘리나라에 이 사업을 제의한 시공사인 K사가 둘리를 앞세워 “수배에 이르는 높은 프리미엄을 보장한다”는 과장 광고로 1년여 간 투자자들을 모은 뒤 슬그머니 발을 빼 사기 분양 논란이 일었다. 둘리 캐릭터를 믿고 선뜻 투자를 결정한 투자자들은 프리미엄 수익금은 고사하고 원금도 되돌려 받지 못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단기간 성과에 급급”

큰 사업 잇달아 무산

이에 “둘리 캐릭터 사용만 허용했을 뿐 전체 사업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한 ㈜둘리나라는 2005년 ‘둘리 테마파크’가 착공 시기를 한참 넘기는 등 사업이 지지부진하자 K사 측에 계약 파기를 통보했다. ㈜둘리나라도 캐릭터 계약금 중 20% 정도를 K사로부터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둘리나라 관계자는 “자꾸 이런 일이 생겨 유감이지만 솔직히 대규모 사업들이 계약 직전 무산된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사업 주체들이 캐릭터의 성장잠재력이 아닌 단기간 성과에 급급해 문제가 생기는데 회사로선 당연히 캐릭터 보호·육성 차원에서 꼼꼼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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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