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시절 민주화운동을 하다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의 셋째 아들 장호준 목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에게 “역사는 지울 수 없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최근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 박 전 대통령이 수록된 것을 두고 박씨가 법원에 게재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는 데 대해 충고를 한 것이다.
정운현 전 한국언론재단 이사는 지난 9일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미국 코네티컷에 거주하는 장호준 목사가 이메일을 통해 보내온 것이라며 장씨의 편지를 공개했다.
‘박지만씨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장 목사는 “자식된 입장에서 아버지의 이름이 친일인명사전에 오르는 것을 막고자 하는 마음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며 “하지만 역사는 결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우려 하면 할수록 더욱 번지는 게 역사”라고 주장했다.
장 목사는 또 “역사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몫이 아니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있었던 역사를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다”라고 충고했다.
마지막으로 장 목사는 “자식에게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지금도 늦지 않았다. ‘친일인명사전’에 대한 게재금지 가처분과 배포금지 신청을 취소하라”며 “그리하는 것이 역사와 후손들 앞에서 지만씨의 모습을 부끄럽지 않게 하는 길이 될 것이다”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