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폭탄 주의보> 재계 비자금 실체추적

재계 노심초사…‘검찰 칼바람 어디까지?’

기업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매서운 칼끝이 재계를 정조준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추석을 전후로 시작된 검찰의 기업 비자금관련 수사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미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등 다수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이 실시됐고 그룹 총수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도 줄줄이 검찰로 향하고 있다.

검찰의 초강도 수사가 진행되면서 도마에 오른 기업들은 비자금 논란이 자칫 그룹 전체로 퍼질까 전전긍긍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효성그룹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어지면서 정·재계는 검찰이 현 정부 사돈기업을 상대로 얼마나 날 선 수사를 벌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숨 고르기 하던 검찰 새롭게 빼든 칼날에 재계 일제히 ‘긴장’
그룹 계열사 줄지어 압수수색에 오너 소환까지…다음 타깃은?

재계에 검찰 사정의 칼날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검찰이 최근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잇따라 실시하면서 재벌기업의 비자금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통운, 두산인프라코어, SLS조선, SK건설, 태광그룹, 한진그룹 등 이미 공개적으로 검찰의 도마에 오른 기업만도 여러 곳이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한동안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검찰은 다시 한 번 본격적인 재벌 옥죄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전방위로 퍼지는
검찰 날 선 수사

고 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이에 따른 총장 중도사퇴, 새로 지명된 총장 후보자 낙마 등으로 지난 4개월 동안 검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8월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의 김준규 총장 취임 후 재정비를 끝낸 검찰은 예전보다 더욱 예리해진 칼날로 재벌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검찰이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대한통운이었다.

지난 9월22일 검찰은 국내 굴지의 물류기업인 대한통운 부산지사와 경남·마산지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2부가 대한통운이 물동량이 많은 부산에서 하청업체를 통해 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파악했다. 검찰은 대한통운이 운송, 하역물류, 항만하역 등 물류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부 임직원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 등에 운송물량을 주는 대가로 불법 리베이트를 받거나 운송비용을 부풀리는 등의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일각에서는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이 참여정부 고위 인사에게 뇌물로 전달된 단서를 검찰이 확보했다는 얘기들도 전해진다. 검찰은 수사를 위해 부산지사 기획팀장으로 근무했던 유모 지사장을 소환해 조사하는가 하면 이국동 대한통운 사장을 대상으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의 적극적인 행보에 지난해 대한통운을 인수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칫 ‘불통’이 그룹 전체로 튈까 전전긍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대한통운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기 이전에 발생한 범죄로 그룹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사전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조사과정 중 그룹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같은 날 인천지검은 국내 최대 종합기계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천본사와 공장, 서울사무소, 전산센터 등 4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두산인프라코어가 해군 고속정 엔진 납품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려 8억원대의 ‘검은돈’을 조성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일부가 군 관계자에게 흘러갔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와 함께 지난 2003년부터 국책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해 수십억원대의 국책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 조사 결과 이 중 일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달 30일 인천지검이 해군 고속정 납품 비리와 국책과제 연구비 횡령 혐의로 두산인프라코어 전직 임원 2명을 구속한 것. 구속된 두산그룹 계열 A사 사장 B(58)씨와 두산인프라코어 자문위원 C(58)씨 등 2명은 국책과제 연구비 등 79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임직원 구속 이후 즉시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국책연구비 횡령은 일선에서 오랜 기간 관행적으로 처리되어 왔던 방식으로 잘못된 관행인 만큼 검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적극적인 수습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국책연구비 횡령 혐의가 그룹차원의 비자금 조성 루트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 후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에 발생한 횡령혐의는 그 이전부터 기업 내에서 관행적으로 처리되어 왔던 것”이라며 “이를 두산그룹 차원의 조직적인 비자금 조성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밝혔다. 횡령 및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중견 조선업체 SLS조선에 대한 검찰 조사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 9월15일 창원지검 특수부는 SLS조선과 중공업 등 계열사들이 선박 수주 과정에 공사 금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거액의 돈을 빼돌린 정황을 포착해 경남 통영 본사 등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0월27일에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국철 SLS그룹 회장을 소환 조사하는 한편 서울에 있는 한 계열사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조성된 비자금이 정·관계 로비 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사용처에 대한 집중 조사를 실시 중이며 조만간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전방위로 펼쳐지는 검찰의 날 선 수사에 재계가 바짝 긴장한 가운에 SK건설도 사면초가에 놓였다. SK건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찰에 국세청까지 일제히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9월24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SK건설이 아파트 공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SK건설이 부산 오륙도 SK뷰 아파트를 시공하면서 시행사인 무송종합엔지니어링과 이면계약을 맺고 시행과 시공 수익을 모두 챙겼다는 혐의다. 검찰은 SK건설이 이 같은 방법으로 올린 추가 수익을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고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방국세청도 SK건설이 무송종합엔지니어링과 이면계약을 통해 수익을 낮춰 신고하는 등 세금을 탈루한 정황을 잡고 두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SK건설 측은 ‘이면합의는 존재하지 않고 이행합의만 있었을 뿐 위법사항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SK건설에 대해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의 기업비리 리스트에는 태광그룹도 함께 이름을 올린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는 태광이 올해 초 케이블 방송 사업자 큐릭스를 인수하면서 편법으로 지분을 소유했다는 의혹과 함께 이 과정에서 정치권 로비는 없었는지에 대해 내사 중이다.

금호·두산·SLS
꼬리 잡힐라 ‘쉿!’

검찰은 지난 3월 태광 계열사 티브로드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유흥업소 접대를 한 사건을 수사한 기록과 인수 관련 서류 등 각종 자료를 확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외에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한진그룹 계열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 부동산 취득 및 증여 내역 등의 자료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도마에 오른 모든 기업이 국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가운데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은 단연 효성그룹이다. ‘MB사돈기업’으로 유명한 효성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이 다시 재기되면서 정치권은 매일같이 날 선 공방으로 검찰 조사를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 한 블로거를 통해 효성그룹 3세들이 수백억원대의 해외 부동산을 취득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구입 자금의 출처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SK·태광·한진 검찰 내사에 가슴 ‘철렁’
MB사돈그룹 효성 ‘비자금의혹’ 연일 도마 


효성 측은 “개인 보유자금과 은행 대출, 미국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개인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계 관계자들은 “조현준 효성 사장, 조현상 전무의 주식 배당금과 급여가 적지 않은 규모라고 하더라도 구입 자금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조성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며 “불법적으로 조성된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문제가 불거지자 검찰은 뒤늦게 내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10여 일간의 내사 끝에 지난 2일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 의해 발표된 수사결과는 조 사장의 LA 주택과 샌프란시스코·샌디에이고 콘도 3건, 3남 조 전무의 하와이 콘도, 조장래 효성 전무에게 무상 양도한 효성아메리카 주택 등 5건의 부동산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이 장관은 이와 관련 “해당 부동산 구입의 위법 여부에 대한 법리검토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사에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새로운 혐의점이 있다면 철저히 재수사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검찰이 효성에 대한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은 “시간 끌지 말고 당사자를 불러 재수사하겠다는 것이 맞다. 나중에 외국 나갔다는 얘기하지 마라”고 질타했다.

효성 비자금 의혹
정·재계 관심집중

일각에서는 지난 2006년 불거진 효성 비자금 의혹이 올 1월 일부 임원의 개인 횡령혐의로만 밝혀져 수사가 조기 종결된 점을 지적하며 “검찰이 현 정부의 사돈그룹에게 이번에도 특혜를 주려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효성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재계에서도 관심사항이다. 이 장관이 공개적으로 재수사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만큼 재계는 효성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면적인 조사가 어느 수위까지 진행될지에 관심을 모으는 분위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검찰의 전방위적 기업 수사에 재계가 잔뜩 얼어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칼날이 MB사돈기업에는 어느 정도 예리하게 적용될 지 궁금하다”며 “이후 효성의 비자금 수사가 재계 전체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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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