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김연아 피겨인생 희로애락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24 11: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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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사회팀]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무결점 연기를 펼치고도 아쉽게 은메달에 그쳤지만, 전 세계는 감동했다.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를 무사히 마친 그녀는 경기 후 “금메달은 중요하지 않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동안 흘린 땀으로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피겨계의 위대한 역사를 남겼다. 은퇴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계획과 포스트 김연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연아는 지난 21일(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연기가 끝나고 여러 가지 기분이 교차했다. 홀가분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마지막 은퇴 경기에서 실수 없이 마친 것에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얻어 근소하게 앞서 1위에 오른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44.19점을 받아 합계 219.11점을 받았다. 

그러나 한 번의 점프 실수를 저지른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프리스케이팅에서만 무려 149.95점을 받으며 종합 224.59점으로 앞지른 탓에 김연아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김연아는 한 번의 실수도 없는 깨끗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보였다. 반면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는 한 차례 점프 실수를 보였음에도 김연아를 역전했다. 결국 아쉽게도 여자 싱글 2연패는 무산됐다.

 

모든 기술 완벽
전설의 마지막 연기

 

김연아는 기자회견에서 앞서 취재진과 만나 “점수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점수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결과에 만족을 안 하면 어떡하겠느냐”고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자신의 기록에 대해서는 “평소에도 예상을 잘 하지 않고, 신기록 등에도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결과에 대해 오히려 “많이 나왔다”고 말해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어 “준비하면서 체력적, 심리적 한계를 느꼈는데 이겨내고 했다”면서 “내 경기력에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비록 금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실수 없는 무대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었다는 것.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고점인 228.56점을 획득해 금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는 대회 종료 후 은퇴와 현역 연장을 두고 고민을 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정상의 자리에서 박수를 받으며 따날 수 있었지만 ‘위대한 기록’을 위해서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로 정하고 멋진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렇게 그녀의 은퇴소식이 알려지자 이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역에서는 물러나지만 제2의 인생의 막이 열리게 된다. 일단 김연아는 귀국 후 각종 행사, 방송 일정 등을 소화하면서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5월에는 아이스쇼가 예정돼 있다. 

김연아는 지난달 15일 빙상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너무 오랫동안 선수를 해서 올림픽이 끝나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일단 경기 걱정과 다음날의 훈련 걱정 없이 일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가벼운 마음으로 미래를 걱정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시원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도전이다. 그녀는 2012년 7월 선수 복귀 기자회견을 통해 “2011년에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활동을 하면서 IOC 선수위원에 대한 관심과 꿈을 키웠다. 소치 올림픽에서의 현역 은퇴는 새로운 꿈과 도전을 위한 또 다른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홈 어드밴티지 뚫고
세계적 클라스 입증

 

김연아가 IOC 위원을 꿈꾸게 된 것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이 결정적이었다. 김연아는 평창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직접 IOC 총회에 참석해 프리젠터로 나서는 등 평창의 올림픽 유치에 큰 힘을 보탰다. 당시 국제 스포츠 외교 현장을 경험하면서 선수 위원 활동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IOC 위원과 같은 권한 및 혜택을 받는 선수위원은 각 NOC(국가올림픽위원회) 당 한 명만 가능하다. 현재 태권도 대표 출신 문대성 위원이 선수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가운데 김연아 외에 장미란(역도), 진종오(사격) 등도 IOC 선수위원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 선수들은 문 위원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이후에 선수위원에 도전할 수 있다.

 


깃털처럼 우아한 동작과 완벽한 기술 선보여
“역시!” 쏟아진 극찬…전무후무 피겨계 역사

 

또한 김연아는 틈날 때마다 사회봉사,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의 재능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다. 앞으로도 피겨 꿈나무, 소외 계층 등을 위한 자선 사업을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해진다. 김연아 측 한 관계자는 “아직 밑그림도 그리지 않은 단계지만, 김연아가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지속해왔던 자선활동을 더 구체화할 생각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2010년 7월부터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 활동해 다양한 자선, 기부 활동을 펼쳐왔다.

김연아는 경기도 부천에서 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수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 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어린 시절 군포시로 이사한 김연아는 7살인 1996년 과천시의 실내 빙상장을 찾았다가 스케이트를 탔다. 그리고 류종현 코치의 권유로 본격적인 피겨 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전국동계체육대회 등 각종 국내 피겨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김연아는 2002년 4월 처음으로 출전한 국제대회인 슬로베니아 트리글라브 트로피 대회 노비스(13세 이하)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 12살에 트리플 점프 5종(러츠, 플립, 토룹, 룹, 살코)을 완성했다. 

그리고 2003년 14세 때 피겨 스케이팅 국가 대표로 선발돼 신혜숙, 지현정, 김세열 등이 김연아를 코치했다. 
2004년 국제무대에 주니어로 데뷔했다. 헝가리에서 열린 ISU 공인 국제대회인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그 후 중국에서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상위 선수들끼리 겨루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도 2위를 기록하며 한국 피겨 사상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2005년에는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3회전 5종류의 점프를 모두 성공시켜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연아의 경기 프로그램과 갈라 안무는 2006년부터 함께한 데이비드 윌슨이 만들었다. 2006년 1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동계올림픽에는 나이 제한에 걸려 아쉽게도 출전하지 못했다. 2006년 3월에 열린 주니어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는 177.54점으로 24.19점 차이로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국제무대에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이때부터였다. 

 

영광스러운 은퇴
제2의 인생 시작

 

이후에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2006년 11월에 개최된 시니어 대뷔 첫 무대인 스케이트 캐나다에서 3위에 입상했고, 얼마 후 열린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서는 한국 최초로 시니어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그랑프리 1∼6차 대회를 합산한 상위 6명만이 출전할 수 있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김연아는 일본의 아사다 마오를 12점 차로 누르고 우승했다. 

2007년에는, 주니어 시절부터 그녀를 지도한 김세열 코치에서 캐나다의 브라이언 오서 코치로 변경했다. 2007년 1월에 열린 창춘 동계아시안게임에는 허리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3월 일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참가한 김연아는 영화 <물랑루즈>의 ‘록산느의 탱고’에 맞춰 71.95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이는 당시 최고 기록이었던 미국의 사샤 코언의 71.12점보다 0.83점 높은 기록이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데뷔한 당해연도에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역대 3번째 선수이며, 파이널 우승을 차지한 역대 2번째 선수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2007년 5월부터는 체계적인 훈련을 위해 캐나다 토론토로 연습거점을 옮겨 브라이언 오서와 함께 훈련을 시작했다. 11월에 열린 컵 오브 차이나에서 122.36점으로 자신의 최고기록을 갱신하며 우승했다. 또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컵 오브 러시아에서 새로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12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우승해 2연패를 달성했다. 2008년 초에는 쌓인 피로와 부상으로 인해 힘든 경기에 임했다. 이 시기에는 부상투혼으로 동메달을 땄다. 

이후 10월에 열린 그랑프리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출전해 다시 1위를 탈환했다. 이어 컵 오브 차이나에서도 63.6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컵 오브 차이나의 우승으로 김연아는 그랑프리 대회 5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2008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다.


2009년 2월, 캐나다 밴쿠버에서 개최된 4대륙 선수권대회에서는 다른 선수들의 연습방해로 인한 논란이 일었다. 일본 피겨연맹과 피겨선수들은 연습 방해를 부정했지만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김연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72.24의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2007년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을 경신했다.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된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쇼트 프로그램에서도 마찬가지로 높은 점수를 받아 종합 1위로 금메달을 차지한다. 10월에는 그랑프리 트로피 에릭 봉파르에 출전해 133.70점이었던 프리 스케이팅 세계 최고 기록점을 다시 경신해 133.95점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기록 경신은 계속됐다. 절정은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이었다. 전 세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김연아는 올림픽 한 달 전 얻은 발목부상을 딛고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 기술 점수 44.70점, 예술 점수 33.80점, 합계 78.50점으로 또 다시 세계기록을 경신하면 쇼트 1위를 기록했다. 

 

세계신 끌어안고
더 큰 꿈을 향해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그녀는 세계적인 선수로 인정받으면서 미국 타임지에서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Time 100)에 선정됐다. 또한 미 국무부 장관인 힐러리 클린턴에게 편지를 받고, 평소 존경하던 미셸 콴이 김연아의 아이스 쇼에서 복귀 무대에 서는 등 다방면의 저명인사와도 친분을 쌓기도 했다.

2010년 이후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이스트 웨스트 아이스팰리스와 서울의 고려대학교 빙상장 및 태릉선수촌 빙상장 등에서 훈련했다. 김연아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곳은 올댓스포츠다. 올댓스포츠는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씨가 대표이사로 있다.

 


‘마지막 피날레’ 전 세계가 감탄
은퇴 이후 행보는?…평창 서포터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김연아가 7세 때 빙판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코치, 매니저, 후원자 역할을 도맡았다. 힘들어 그만두려고 하는 김연아의 등을 두르리며 링크로 돌아오게 했고, IMF 사태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힘든 내색 없이 딸을 지원했다. 특히 박씨는 ‘철혈엄마’로도 유명하다. 아침엔 딸의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열었고, 밤엔 과천시민회관 빙상장으로 딸을 데려가 낮에 배운 기술을 복습시켰다. 김연아는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서 “내 딸은 피겨를 시키고 싶지 않다”는 말을 수차례 해왔다.

2010·2011시즌은 김연아가 은퇴를 고민하다 출전을 결정한 시기였기 때문에 연습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세계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에서 안도미키에 밀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년부터는 다시 류종현 코치와 트리플 점프를 가르친 신혜숙 코치가 그녀를 지도했다. 2012년, 김연아는 소치 동계올림픽 현역 연장을 선언하고 여러 대회에 출전했다. 좋은 성적으로 세계선수권 티켓을 획득했다. 그리고 2014년, 한국 피겨 종합선수권 대회에 출전해 80.60점을 기록했다. 비록 비공인 점수였지만 본인이 수립한 세계 신기록인 78.50점보다 2.1점 높은 여자 싱글 사상 최초의 80점 돌파였다.

김연아가 세운 공식 신기록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받은 쇼트 프로그램, 프리 프로그램,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프로그램 합계 점수이며 이 점수는 아직 깨지지 않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포스트 김연아’누구?

 

피겨여왕 김연아가 소치 동계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김연아 키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해진(17·수리고), 박소연(17·신목고), 곽민정(20)이 포스트 김연아로 불린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평창을 향한 가능성을 확인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김해진은 149.48점을 얻어 16위에, 박소연은 142.97점으로 21위에 올랐다. 

김해진과 박소연은 김연아를 롤모델로 삼고 피겨의 꿈을 키운 ‘김연아 키즈’로 알려진다. 두 선수는 김연아가 지난해 3월 런던에서 벌어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무려 3장의 싱글 출전권을 따내면서 예상보다 빨리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차세대 김연아’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곽민정은 허리부상을 포함해 근육파열 후유증, 발목 부상 등으로 재활에 전념 중이다. 올림픽 무대를 경험한 김해진과 박소연 그리고 재활 중인 곽민정이 4년 뒤인 평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쏠리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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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