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 여고생 뇌사 사연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18 14: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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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도 유명해서 믿었는데…”

[일요시사=사회팀] 수능을 마친 여고생이 성형수술 도중 의식불명에 빠졌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달째 뇌사상태로 누워있다.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는 퇴사했고, 병원 측은 사건을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유족들과 피해 여학생의 친구들은 신사동 성형외과 사옥 앞에서 의료사고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강남 유명한 성형외과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은 여고생 장모(19)양이 의식불명에 빠진 것이다. 피해 학생은 수능시험을 마치고 지난해 12월9일 사건이 일어난 병원에서 쌍꺼풀과 코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수술을 시작하고 7시간이 경과하자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 119구급차에 실려갔다. 인근 종합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장 양은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병원에 후송된 장 양은 현재까지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인 상태로 누워있다.


친구들 억울함 호소


지난 11일, 장 양의 친구 수십여 명은 버스를 대절해 강원도 삼척에서 올라와 사고 병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병원 측 책임을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다. 학생들은 ‘자식을 둔 모든 부모님께 호소합니다’라는 문구로 ‘삼척 ○○고등학교 3학년 졸업반, 2014 대학 수시 합격을 한 장 양, 2013년 12월9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성형외과 병원에서 눈과 코수술을 받던 중 병원 내에 대기 중인 보호자 동의 없이 전신 마취를 하고 성형수술을 마친 후 그냥 깨어나기만을 기다리며 그대로 방치해 뇌사상태로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의료 과실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줄 것을 병원 측과 관계기관에 다시 한 번 요구합니다’라고 적힌 호소문을 만들어 친구인 장 양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장 양의 당초 수술 예상 시간은 2시간30분이었지만 장 양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급히 강남성모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전신 마취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보호자 동의 없이 마취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보호자 대기실에 보호자가 있는 데도 알리지 않고 수술을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응급실로 그냥 이송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피해학생은 눈이나 입술의 움직임은 있지만 의식은 여전히 없는 상태로 알려진다. 장 양의 가족들은 “병원 측이 부분마취에 대한 동의만 받은 상태에서 수술 중 전신 마취를 했다”며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수술 도중 문제가 발생하자 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해결하려다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놓쳤다고 본 것이다.


가족들은 보호자 동의 없이 전신 마취를 해 장 양이 뇌사상태에 빠졌다며 병원 측을 상대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로 내려보냈다. 지난 12일 강남경찰서는 장 양에게 성형수술을 한 성형외과 의료진 등 4명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병원 측은 과실 인정보다는 병원비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어 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더 큰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진의 과실 여부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가 잠적했다고 복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지만 잠적이 아닌 퇴사로 확인됐다. 사건 직후 고통에 시달리던 집도의가 사표를 낸 것이다.


쌍꺼풀·코 수술 위해 마취했다 의식불명
두 달째 일어나지 못해…당시 집도의 사표


성형외과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집도한 의사가 잠적했다는 것은 오보다. 퇴사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집도의는 의료사고가 처음”이라며 “사고 이후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또한 “집도의는 피해자가 있는 병원에 찾아 가기도 했다”며 “앞으로 병원 측은 모든 걸 공개해 조속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성형외과는 강남 중심가의 21개층(지상 15층, 지하 6층) 전체를 병원으로 쓰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대형병원이다. 또 유명 연예인이 추천하는 성형외과로 알려졌으며 드라마 등의 협찬과 연예인 시술로 알려진 성형외과다. 국내의 대표적인 대규모 성형외과로서 대대적인 광고를 해왔던 점 등에서 논란이 불씨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한 성형외과 관계자는 “유명 성형외과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상황이 더욱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취 관련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개 ‘수면마취’와 연관되는데 이는 성형수술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부분마취보다 강력하고 전신 마취보다는 덜 위험하다는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면마취를 선호한다. 성형수술을 앞둔 사람들은 한편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경우와 수술 도중 마취가 풀릴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400명의 수술환자 중 81%가 수술 전 불안을 경험했다. 그중 65%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할 것을 걱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수술 중·후에 혈압·맥박·산소분압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본적인 모니터 장치를 갖춰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마취에 따른 의료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마취과 의사’가 상주하거나 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특히 가슴 성형, 지방 흡입, 얼굴 윤곽 등 전신 마취가 필요한 큰 수술이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수면 마취는 정맥주사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게 ‘프로포폴(propofol)’이다. 흔히 우유주사로 알려지며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될 만큼 유명해졌다. 프로포폴은 아주 간단하게 주사하는 것만으로 환자를 깊이 재울 수 있어 많은 의사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중독성이 강해 마약성 약물로 지정됐다. 이외에도 해리성(환각성) 마취제인 케타민(ketamine)도 자주 사용된다.


경찰 의료진 수사


수면마취 도중 일어난 사고의 원인은 대개 ‘용량 초과’ 때문인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환자는 의사들이 말하는 적정량을 투입했음에도 정작 환자의 신체는 많은 양으로 인식해 무호흡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된 최근 사례를 보면, 치과에서 수면마취 후 사망한 어린아이, 모발이식수술을 받던 40대 여성의 사지마비 등이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료사고 사각지대

강남 성형외과 1%만 응급장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최동익 의원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전체 성형외과의 응급의료장비 구비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 1091개 성형외과 중 응급의료장비가 없는 성형외과는 839개(76.9%)로 나타났다.

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응급의료장비 설치율은 종합병원의 경우 99.2%였지만 병원급 성형외과의 경우 50%, 의원급 성형외과는 0%로 소규모 성형외과의 경우 모두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서울 강남구는 성형외과만 319개가 있지만 이들 가운데 응급의료장비 구비율은 1.2%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전신 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무분별하게 실시되면서 관련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생긴 이래 최근까지 접수된 성형피해만 873건으로 집계됐다.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2008년 42건에 불과했던 성형관련 피해신고가 지난해 한 해에만 3배에 달하는 13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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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