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욕먹다 끝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10 10: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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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서 버티고 버티다…결국 밀려났다

[일요시사=사회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결국 경질됐다. 잇따른 실언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결과다. 지난 6일 정홍원 총리는 해임 건의를 했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은 전격 해임했다. 툭 하면 구설에 올랐던 윤 전 장관. 그의 잇따른 말실수와 부적절한 행동을 되짚어봤다.




윤진숙 전 장관은 입만 열면 말썽이었다. 해임의 결정적인 원인은 이번 GS칼텍스 여수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된 부적절한 언행 때문이었다. 기름유출 사고를 두고 윤 전 장관은 “1차 피해자는 GS칼텍스”라는 실언을 해 여야의 뭇매를 맞았다. 경질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 결국 장관 자리를 떠나게 됐다.


실언 릴레이
예고된 해임


윤 전 장관은 기름유출 사고 현장에서 손으로 코와 입을 막아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후 이어진 새누리당과의 당정 협의에서 “1차 피해자는 정유사인 GS칼텍스이고 2차 피해자는 어민”이라고 밝혀 여야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치권의 거센 질타도 끊이지 않았다. 엄중한 분위기와 맞지 않게 늘 웃는 모습을 보인 게 화근이었다. 윤 장관의 불성실해 보이는 태도는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불신을 일으켰다. 당연히 비판여론이 거세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1일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송유관 파공 기름유출 사고는 사건 축소에만 급급했던 GS칼텍스와 초동대처에 미숙함을 드러낸 해경, 도선사의 과실 등이 종합적으로 얽힌 인재형 재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4일 여수해경과 GS그룹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여수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사고의 원유유출량은 GS칼텍스가 애초 발표한 추정치인 800L(4드럼)보다 무려 205배나 많은 16만4000L(820드럼)인 것으로 해경 조사 결과 잠정 밝혀졌다.


이번 사고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윤 전 장관이 이끈 해수부는 유출된 기름양이 정확히 얼마인지도 파악하지 못했었다. 오히려 ‘GS칼텍스도 피해를 봤다’ ‘방재 훈련 사정은 잘 모르겠다’ 등의 실언이 이어졌다.

순식간에 많은 기름이 유출되면서 여수의 표정이 매우 어두워졌다. 뒤늦게 나타난 윤 전 장관조차 “보고 받기로는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런데 윤 전 장관은 기름유출 사고현장에서 인상을 찡그리며 코를 막는 행위는 언론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장관의 자질 논란이 들끓었다.




코 막은 사진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윤 전 장관은 JTBC <뉴스9>에 출연해 “독감 때문에 자꾸 기침이 나와 다른 사람에게 옮길까봐 막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내가 배려를 너무 많이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왜 자꾸 구설에 오르는 것 같냐’는 질문에는 “내가 얘기를 해야 언론사가 잘 되나 보다.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에 윤진숙이라는 이름이 뜨면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인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방송 출연이 오히려 논란의 불씨를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후 YTN은 독감 예방법을 소개하며 윤 장관의 사진을 사용하며, ‘독감 예방법 공공장소에서 입 가리고 기침하기’라는 글과 함께 방송을 내보냈다. 뉴스 앵커는 윤 장관의 사진을 가리키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윤 장관 사진인데요. 논란을 떠나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이렇게 입을 가리고 기침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라며 깨알 같은 설명을 했다.

원본사진과 함께 YTN 방송 캡처 사진이 각종 커뮤니티에 오르면서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넘쳐났다. 윤 장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더 커졌다. 급기야 정홍원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사과의 뜻을 표명하기도 했다.

‘윤진숙 때리기’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대부분의 정치 현안에 대해 정치권 입장이 엇갈리게 마련이지만 이번엔 한입으로 윤 장관을 비판했다.


여수 기름유출 사고 대처 과정서 부적절 언행


“봐줄 만큼 봐줬다” 또 구설 오르자 결국 해임


여당인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의원은 6일 최고위원회에서 “윤 장관이 아무리 평소에도 잘 웃는다지만 사고현장 등 웃을 수 없는 상황에도 웃는 장관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과연 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4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와 5일 새누리당 제4정책조정위원회와의 당정협의에서 윤 장관의 ‘웃음 섞인 실언’을 지적한 것이다.

당정회의에서 여수 기름 유출사고의 1차 피해자가 GS칼텍스라고 말한 윤 장관은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특히 새누리당 이현재 의원이 “GS칼텍스가 가해자지 왜 피해자냐”고 질책하자 윤 장관이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 최선의 초동 조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윤 장관은 중간 중간에 웃어 질책을 받은 것이다.


입 열 때마다…
정치권 일파만파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윤 전 장관의 즉각적인 경질을 촉구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고위정책회의에서 “윤 장관은 장관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가벼운 처신과 언행을 보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이 최근 공직자가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에게 상처를 주면 책임을 묻겠다고 약속했는데 윤 장관의 언행이 이에 딱 들어맞는 만큼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정애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윤 장관을 임명하기 전에 ‘모래밭 속 진주’라고 극찬했지만 지금은 ‘해양4차원장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문제의 국무위원들을 즉각 경질하고, 내각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여야 정치권에서 윤 전 장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6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한 정홍원 국무총리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정 총리는 윤 전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권 행사 의향에 대해선 즉답을 피하며 거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이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정 총리는 고심 끝에 윤 전 장관 해임안을 건의했고, 불과 2시간 만에 해임조치가 마무리됐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정홍원 국무총리로부터 해임 건의를 받고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전화로 해임을 건의받고 그 자리에서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청와대의 즉각적인 행동으로 풀이된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오후 4시30분에 해양수산부 대회의실에서 공공기관장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었으나 회의 시작 약 20분 전에 청사를 떠났다. 대신 손재학 해양수산부 차관이 회의에 참석했다.

부적절한 처신으로 전격 경질된 것과 관련, 여야는 수긍하면서도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뉘앙스가 달랐던 것이다. 새누리당은 윤 전 장관의 해임 여파가 개각론으로 튈까 조심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현오석 경제부총리 등 경제관료들도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함진규 새누리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장관으로서 무책임하고 부적절한 언행을 보인 윤 장관의 해임은 적절하다”고 말했다.

반면 이윤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윤 장관의 경질은 만시지탄”이라며 “박 대통령은 민심을 받아들이는데 너무 오래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청문회 때부터 부적격 논란이 있었지만 박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고 인사실패를 인정하는데 1년이 걸렸다”면서 “밀실인사, 땜질식 인사로 현 난국을 극복할 수 없다. 이 일을 계기로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포함해 전면적 인사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주라더니…
다시 흙 속으로


총리가 해임건의권을 행사한 사례는 2003년 10월 고건 전 총리가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었던 최낙정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해임건의를 한 것이 유일했다. 당시 최 전 장관은 취임 14일 만에 낙마했다. 따라서 정 총리의 해임건의는 역대 두 번째로 기록됐다. 공교롭게도 두 차례의 해임건의 대상이 모두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건의 사유 또한 ‘부적절한 발언’으로 같다.

윤 전 장관은 진 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 이어 현 정부 들어 물러난 두 번째 각료다. 박 대통령은 부처 산하 연구기관에 있던 무명의 연구자인 윤 전 장관을 발탁하면서 ‘흙 속의 진주’라고 극찬했다. 그러나 윤 전 장관은 청문회 때부터 기초적인 질문에도 대답을 못해 자질 논란을 키웠다. 그가 역점을 두고 있던 북극항로 개척 사업은 해운업계로부터 ‘사업성이 떨어지는 탁상행정’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의 기이한 언행 퍼레이드는 지난해 4월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시작됐다. 청문회가 시작되자 그는 해맑은 얼굴로 “죄송합니다. 제가 떨려야 하는데 발표를 워낙 많이 해서….”라며 당찬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본격적인 청문회가 시작되자 윤 전 장관의 황당한 행동이 이어졌다. 의원들은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해양 수도가 되기 위한 비전’을 묻는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윤 전 장관은 “해양…”이라고 말한 뒤 웃음을 터뜨렸다.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수산은 전혀 모르십니까”라고 묻자 윤 전 장관은 “아니, 전혀 모르는 건 아니고요”라고 말한 뒤 또 웃었다. 단순히 웃음이 문제가 아니었다. 윤 전 장관은 진지한 자리에서 장난을 밥먹듯이 했다.



대통령이 극찬한 ‘흙 속의 진주’
청문회 때부터 자질 논란 일어 
국민여론 악화…정치권 융단폭격


당시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도 마찬가지로 속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경 의원이 “국무위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묻자 윤 전 장관은 “조정, 어 그런 역할”이라고 대답하며 얼버무렸다. 이어 경 의원이 “국무회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고 있느냐”고 묻자 윤 장관은 “장관님들을 우선…”이라며 또 얼버무렸다.

답답한 마음에 경 의원은 “뭐 하나 자신감 있게 답하는 게 없다. 어떤 자리에 간다고 통보 받으면 기본적으로 공부하고 가는 게 도리다. 윤 후보자가 국무회의에서 오늘 같은 태도로 답변하면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일을 신뢰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게 동료의원들의 똑같은 심경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전 장관의 실언은 장관 임명 이후 수차례 반복됐다. 그의 고질병이었다. 여권 일각에서조차 “윤 장관을 감싸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윤 전 장관은 “우리 어업에 대한 GDP(국내총생산) 성장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는 김춘진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을 받았을 때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GDP 성장이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지난해 5월 취임 첫 행보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서는 “장관님 프로필을 꿰고 있다”는 한 상인의 말에 “제가 인기가 높습니다. 워낙 유명해져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러한 실언이 이어지자 여론은 악화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돋보이는 입술에 붉은 립스틱, 정돈되지 않은 단발머리, 코 끝에 걸쳐진 안경 등은 그의 이미지를 더욱 깎았다. 하지만 이후 윤 전 장관의 모습이 달라졌다. 곳곳에 변신을 시도한 흔적이 확인된 것이다.

눈에 띄게 붉은 입술로 호탕하게 웃었던 임기 초와 달리, 은은한 화장에 절제된 디자인의 정장을 입었다. ‘이제 좀 장관같네’ 당시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윤 전 장관에게 ‘이미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붉은색 립스틱 대신 은은한 컬러의 메이크업을 했고, 와인색 뿔테 안경으로 포인트를 주기도 했다. 헤어스타일에도 불륨을 줘 세련미를 더 했다. 그리고 답답했던 셔츠가 아닌 목선이 드러난 블라우스에 파스텔톤의 실크 스카프를 매치해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치아가 보이게 웃는 웃음도 자제했다. 윤 전 장관의 변신은 계속 이어졌다. 이후 로열블루 컬러의 정장과 진주목걸이를 매치해 여성 장관으로서의 위엄을 한껏 살렸다.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위트 있는 빨간 장화를 착용했다.

한 패션 전문가는 “여성 정치인으로서 스카프와 액서서리를 이용한 세련된 연출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성에 대한 카리스마 연출과 목주름 등 신체적인 단점 보완은 다소 아쉽다”고 덧붙였다.

윤 전 장관의 변신에는 ‘비밀 과외’가 있었다고 한다. JTBC는 윤 전 장관이 청와대의 권유로 10여일간 아나운서 전문학원에서 걸음걸이부터 화법, 화장법 등을 배웠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단기 과외로 놀라운 발전을 보여줬지만, 그간의 언행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위기의 해수부
다시 살아날까


윤 전 장관은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여고와 신라대(옛 부산여대)를 졸업한 뒤 경희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연안관리, 해양환경 등이 주요 전공 분야이며 경희대, 한성대, 충북대 등에서 강의를 하는 등 주로 학계에서 활동했다.

국무총리실 물관리 대책위원, 국토해양부 정책자문위원, 여수 엑스포 비상임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하면서 해양수산 분야 정책 수립에 기여했다. 연안관리법, 해양환경관리법, 해양수산발전기본법 등 해양수산 분야 법안 마련에도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알려진다.

1997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들어간 뒤 해양정책연구부장, 해양정책연구본부장을 거쳐 해양연구본부장을 지냈다. 그는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 초대 장관에 임명됐지만 임기 내내 논란을 일으키다 결국 ‘가벼운 입’ 때문에 10개월 만에 경질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윤진숙 전 장관은?]

▲부산 출생
▲신라대(옛 부산여대) 지리교육학사
▲경희대 지리학 석·박사
▲한국수로학회 부회장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연구본부장
▲국토해양부 중앙연안심의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아카데미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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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