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③> 추석 이후 ‘팡’ 터진다

‘병풍’ 앞세우고 ‘성매매 전쟁’ 뒤따르고

연달아 터진 병역비리 대대적 수사, 감시 이어질 듯
병역비리 연루자 수백명 줄소환…‘병풍’ 불 우려
고향 길 방해한 신종플루 10월 감염 확산 우려도


설레고 들뜬 기분으로 추석을 기다리는 이들이 많다. 경제사정과 신종플루, 짧은 연휴 등의 이유로 고향 길을 주저하는 분위기에도 여전히 한가위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최대의 명절이다. 그러나 마음 놓고 추석을 즐기기엔 불안한 기운들이 여기저기에 도사리고 있다. 추석 이후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신종플루 공포, 대대적인 병역비리 수사가 몰고 올 병풍, 성매매 특별법 재점검 등 다가올 과제들이 숱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것 중 하나는 병역비리 논란이다. 최근 잇달아 불거진 병역비리 사건은 추석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검찰은 이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 착수를 준비 중에 있어 병역비리와 연관된 이들을 떨게 하고 있다.
이번 병역비리는 지난달 시작됐다. 이른바 ‘환자 바꿔치기’ 수법으로 병역기피자들에게 돈을 받고 병역을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준 윤모(31)씨가 덜미를 잡히면서부터였다.

환자 바꾸고 어깨 빼고
또 불거진 병역비리

윤씨는 지난 2006년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사무실을 차리고 인터넷 게시판에 ‘비밀 상담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가 상담방에 모집한 이들은 신체검사 등급을 조작해 병역을 면제받으려는 의뢰자들. 신체검사 등급 조작에는 김모(26)씨의 진단서가 큰 역할을 했다.

갑자기 심장 박동이 급격히 높아져 발작을 일으키는 발작성 신부전증이란 희소질환을 앓고 있는 김씨는 병역면제까지 받을 수 있는 자신의 병을 다른 이들에게 빌려 주는 방식으로 병역비리에 가담했다. 이른바 ‘환자 바꿔치기’ 수법을 이용한 것.


발작성 신부전증은 희소병인데다 언제 증상이 발생할지 모르는 병이기 때문에 신체검사에서 들킬 위험성이 거의 없어 병역비리로 이용하기엔 제격이었다.

김씨는 갑자기 발작이 일어나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신분 확인이 철저한 낮 시간은 되도록 피했고 밤늦은 시간에만 진단서를 끊기 위해 병원을 찾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원에 간 그는 자신의 건강보험카드가 아닌 다른 이의 건강보험카드를 내밀고 진단서를 끊었다. 병역 면제를 원하는 병역 기피자의 보험카드를 내민 것이다.

그리고 진단서를 윤씨에게 전달했고 윤씨는 이를 돈을 받고 의뢰인에게 전달했다. 의뢰인은 진단서를 들고 병무청을 찾았고 이를 본 병무청은 별다른 의심 없이 병역 면제 또는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내리거나 입영을 연기하기도 했다.

처음 윤씨에게 돈을 주고 병역비리를 저지른 이들은 3명으로 드러났지만 경찰조사가 깊어지면서 연루자는 점점 늘어만 갔다. 113씨의 도움으로 신체검사 일정을 연기한 기록이 나온데다 안구나 척추 등 다른 신체부위 질병을 가장해 병역 면제 등을 받은 정황 또한 포착된 것이다.

병역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브로커 윤씨와 접촉한 정황이 있고 병역 면제 또는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을 받은 12명이 척추나 안구 이상 진단을 받은 사실을 확인, 이들의 병역처분 과정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씨가 저지른 병역비리수사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터져 나온 또 다른 방식의 병역비리는 ‘어깨 탈골수술’을 이용한 비리다. 이 사건에는 연예인, 프로선수 등 유명인들까지 수사선상에 올라 더욱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습관성 어깨 탈골수술을 이용해 병역을 회피하려 한 사람들과 멀쩡한 이들을 환자로 만드는 것을 도와준 정형외과의가 적발되면서 병역비리는 확대될 조짐을 보였다.


경기 일산경찰서는 병역기피 의혹을 받고 있는 203명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이들 가운데는 간부 공무원, 프로 축구선수, 아이돌 그룹 출신 가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산경찰서는 9월23일 현재 203명 중 150명을 소환해 조사하는 것으로 1차 소환 조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월 병무청으로부터 신체검사에서 4∼6급 처분을 받은 입영대상자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203명의 보험금 지급내용 등을 파악한 뒤 소환조사를 시작한 이후 이날까지 모두 150여 명을 불러 조사했다.

이처럼 병역비리 조사가 확대되는 가운데 병역기피자들의 어깨 탈골수술을 해온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병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비리와 병원은 무관하다는 것을 주장했다.

병원 측은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일이다. 병역 기피를 목적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 전부터 탈골 상태를 조장했는지 의학적으로 알 수 없다”며 병역비리 연루를 반박했다.

A병원의 의료인 3명의 변호를 맡고 있는 길영인 변호사는 “소환 조사 한 번 없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사전에 공표하고 이를 보도케 해 인권을 유린당함은 물론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길 변호사는 또 “A병원이 개원 이래 지난 6월까지 수술 건수가 5823명이었는데 경찰이 유독 203명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수술의 적절성 논란이 계속되자 경찰은 전문기관에 추가로 자료분석 요청을 검토하는 등 혐의 입증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처럼 병역비리 수사는 급물살을 타며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잊힐 만하면 병역관련 비리가 터지는 데는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있기 때문이란 생각에서다.

또 최근 몇 년간 적발된 병역비리 사범 중 정식 재판에 회부된 비율이 계속 낮아진 조사결과도 나와 솜방망이 처벌이 병역비리 사범을 증가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이번에 터진 사건으로 인해 병역과 관련된 법과 제도 등의 개선이 요구될 것으로 보여 추석 이후에도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신종플루 공포 확산
추석 이후가 절정?

추석이 지나는 것을 더욱 두렵게 만드는 또 하나는 확산되는 신종플루 공포다. 특히 추석 이후 10월 초순부터 신종플루가 더욱 기승을 보일 것으로 예고되면서 공포는 극에 달한 상태다.

신종플루 공포는 추석 고향 길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속버스나 기차 등 사람이 많은 곳에서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고향 길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에서 고향 행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는 설문조사로도 나타난다. 커리어가 직장인 1085명을 대상으로 ‘추석 귀성계획’에 대해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39.6%가 고향에 가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고향 행을 포기한 사람들 중 27.2%가 ‘자신이나 가족이 신종플루에 걸릴 것이 걱정돼서’라고 응답한 것.

특히 꾸준히 늘어나는 신종플루 사망자는 다가올 감염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9월23일 현재 신종플루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10명. 이날 71세의 남성이 신종플루 감염에 의해 숨이 끊어지면서 사망자는 두 자리 수로 늘어났다.


신종플루 공포를 더욱 확산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사망한 10명 가운데 2명이 만성질환자, 임산부, 노인 등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는 젊고 건강한 사람들에게 신종플루는 스쳐 지나가는 병이라는 기존 발표를 뒤엎는 결과다.

설령 감염이 되더라도 감기처럼 쉽게 이겨낼 거라며 안심했던 비 고위험군조차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전염병의 공포는 커지는데 당국의 대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충분한 양의 백신이 공급될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치료약 확보에 대한 논란도 가라앉지 않은 상황인 탓이다.

개인위생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공기로 전염되기 쉬운 신종플루의 감염을 막는 데엔 무리가 있다는 연구 결과에도 별다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여전히 ‘손 씻기 캠페인’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에 의존해 감염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리고 이 같은 지적은 감염자가 더욱 확산될 기미를 보이는 추석 이후 더욱 폭발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이하 특별법)과 관련된 논란 역시 추석 이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고된다. 특별법이 만들어진 것은 2004년 5월23일. 꼬박 5년이 지난 지금 특별법에 대한 성과를 인정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풍선효과로 인해 암암리에 이뤄지는 변종 성매매가 더욱 늘어났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적발된 성매매 사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에 단속된 성매매 사범은 특별법 시행 첫해인 2004년 1만6947명이었다가 2005년엔 1만8508명, 2006년 3만4795명, 2007년 3만9236명, 지난해 5만1575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올해도 1∼8월에만 4만8735명이 적발됐다.

성매매 장소도, 포주도, 성매매 여성도 다양화되고 있다. ‘홍등가’로 불리던 성매매 집결지가 줄어든 반면 불빛도 간판도 없는 곳에서 교묘하게 성매매가 일어나고 있었다.

경찰이 지난 4월6일부터 2주간 성매매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전체 적발자 3306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7%가 마사지 휴게텔에서 단속됐다. 이어 안마시술소가 19.7%,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가 7.5%를 차지했고 성매매 집결지에서 단속된 인원은 3.7%에 그쳤다는 결과가 이를 보여준다.

성매매로 돈을 버는 여성의 나이와 계층도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특별한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몸을 팔아야 하는 여성들이 성매매에 나섰다면 지금은 단순한 이유로 보다 쉽게 성매매에 뛰어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5년 동안 뭐했어?”
무용지물 성매매특별법

인터넷을 통해 성인남성들과 만나 조건만남을 가지는 청소년들, 키스방이나 대딸방 등 유사성행위업소를 전전하다 결국 돈의 유혹에 넘어가 안마시술소 등의 성매매 업소에서 몸을 파는 여대생들, 노래방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성매매를 하는 주부 등이 그들이다.

성매매의 규모도 커졌다. 호텔과 룸살롱이 연계해 대규모의 성매매업소를 만들어낸 ‘풀살롱’의 등장이 그것이다.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의 직원을 고용하고 기하급수적인 매출을 얻어온 기업형 성매매업소들은 지금도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성매매특별법은 실효성 없이 부작용만 늘었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그에 대한 논란은 폭발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추석이 지난 뒤 성매매업소에 대한 검경의 대대적 단속과 함께 법 자체에 대한 재개정 논의 또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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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