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 삼양그룹 '친일'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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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독부 완장' 떼고 싶지만…

[일요시사=경제1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2014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그 세 번째는 삼양의 '친일'이다.





삼일절과 현충일·광복절이 그다지 달갑지 않은 기업들이 있다.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몰락한 기업이 태반. 그런가하면 아직 떵떵거리는 기업도 많다. 아직 청산되지 못한 친일의 역사가 재계에도 깊게 뿌리박힌 셈이다.

뚜렷한 족적

물론 후손들에게 선대의 과오나 오점을 무턱대고 지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 하지만 부의 세습이 이뤄지는 재계 특성상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출발부터 남달랐던 기업은 어디일까.

친일 논란 기업하면 삼양그룹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일제 때 '완장'을 찼던 고 김연수 창업주 때문이다. 고 김성수 동아일보 창업주의 동생으로 호남 대지주였던 김 창업주는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국내 기업에 근대적 경영기법을 처음 도입했다. 1924년 삼양그룹을 설립한 이후 1961년 전국경제협의회(전국경제인연합회 전신) 회장을 맡는 등 재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문제는 '친일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일제 당시 주요기구 관직에 이름을 올렸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이하 친일반민족위)에 따르면 김 창업주는 1941년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관인 중추원 참의로 임명돼 해방될 때까지 활동했다. 그는 중추원 회의에서 "일본정신의 체득, 황도정신의 삼투를 통해 정신적 방랑자인 반도 민중을 구제·재생시키자"는 취지의 참의답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창업주 일제 때 주요기구들 관직 맡아
친일반민족 행위자 낙인…재산 몰수도

또 총독부 시국대책조사위원, 만주국 명예총영사, 국민총력연맹 후생부장, 조선임전보국단 간부 등의 '일제 직함'도 보유했었다. 게다가 1935년엔 총독부가 발간한 <조선공로자명감>에까지 등재됐다. 친일반민족위는 "김 창업주는 1937년 중일 전쟁 발발 이후 거액의 국방헌금을 헌납하는가 하면 1944년 전쟁 지원을 위한 조선항공공업주식회사를 설립했다"며 "대학생들을 상대로 학도병 지원을 권유하는 연설을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김 창업주는 1948년 시작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부터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다"는 정상참작으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친일반민족위는 2009년 6월 일제에 적극 동참했다는 이유로 김 창업주를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규정했다. 친일반민족위는 이어 2010년 2월 "친일행위로 얻은 재산을 몰수한다"며 김 창업주가 보유했던 전북 고창군 땅 1만여㎡(약 3030평)를 국가에 귀속했다.

김 창업주의 후손들은 발끈했다. 김 창업주의 손자 김모씨는 친일반민족위 처분에 불복, 고창 땅을 몰수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김씨는 "김 창업주의 행위는 일제 말 총독부의 강요에 저항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극적·피동적으로 한 것"이라며 "오히려 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고 만주에 농장을 개척해 유랑하는 농민들을 정착하게 하는 등 간접적으로 독립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발끈한 후손들 
소송서 모두 패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창업주의 땅을 친일재산으로 분류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김 창업주가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로 임명돼 재직하는 등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본 것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2심 재판부는 "일제의 강압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임명돼 실질적으로 활동한 것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며 "기업가나 유력인사로서의 통상 범위를 넘어 독립운동에 적극 참여했다고도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었다.

김 창업주의 일제 당시 행적을 둘러싼 친일 관련 소송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친일반민족위가 김 창업주를 친일인사로 지명하자 그의 후손 30여명은 2009년 9월 이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들은 "김 창업주는 일제의 침략전쟁이나 황국신민화를 위해 나선 적이 없다"며 "김 창업주가 일제 총독부의 강요로 민족기업인 경성방직 이름으로 국방헌금을 낸 적이 있지만, 이는 일제의 강요해 의한 것으로 민족기업 존립과 종업원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반박했다.

친일반민족위가 국방헌금을 낸 행위를 법인이 아닌 김 창업주 개인의 행위로 일방적으로 단정하고 친일의 낙인을 찍었다는 것. 따라서 재량권을 일탈하고 남용한 친일반민족위의 처분이 취소돼야 한다는 게 유족들의 요구였다. 유족들은 오히려 김 창업주가 독립운동을 지원한 민족기업가인 점을 강조했다. 이들은 "김 창업주는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대는가 하면 독립운동가에게 자금과 도피처를 제공하고 징병을 피해 온 수많은 젊은이들도 공장에 숨겨줬다"고 항변했다.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2010년 12월 "김 창업주의 친일행위가 인정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기업인으로서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해 당시 조선총독부 총독 등 일제하의 권력자의 위협이나 강압에 못 이겨 일제의 식민통치에 가담했다는 사정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삼양그룹 측은 친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난감할 수밖에 없다. 자칫 불똥이 튀어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회사 관계자는 "역사가 깊은 기업 치고 친일 논란에서 자유로운 기업이 없지만, 그래도 '일본'얘기만 나오면 화들짝 놀란다"고 귀띔했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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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