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조희대 <대구지법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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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라인에 SKY 출신…새롭지 않은 ‘뻔한 인사’

[일요시사=사회팀] 조희대(56·사법연수원 13기) 대구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으로 내정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로 조 법원장을 임명 제청했다. 조 법원장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3일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이 된다.




새 대법관에 조희대 대구지법원장의 이름이 오를 예정이다. 대법원의 구성은 아무런 변동이 없어 보인다. 고위 법관 출신 일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빼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공정 판결 중시
소신 있는 법관


지난 25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 법원장을 임명제청 했다.

대법원은 “조 법원장은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해박한 법이론과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해 온 정통 법관”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이기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5명의 법조인을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 선정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임명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유념하고 심사대상자들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검증함과 아울러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대법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은 물론 재산·납세·병역·도덕성 등에 있어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적격자를 추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는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54·연수원14기) ▲사공영진 청주지방법원장(55·연수원13기)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2·연수원16기)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56·연수원13기)였다.

이기수 위원장은 “이번에 추천한 제청대상 후보자들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인간미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이끌어갈 만한 법률전문가”라면서 “지식과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겸비한 인물들”이라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위원회가 과거 후보를 3∼4명 추천하던 것과 달리 5명이나 추천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5명이 후보로 추천된 것은 2011년 이홍훈 전 대법관 후임으로 박병대 대법관을 포함한 5명이 추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 추천은 3명이 보통이고 많아야 4명이 되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5명이 추천된 것은 정병두 검사장을 넣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부장판사도 “검찰이 특정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자신있게 미는 걸로 봐서는 이번에 임명제청이 안되면 다음에 또 대법관 임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서는 정 검사장이 추천된 것을 두고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 박선영 의원을 포함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용산참사’ 사건과 ‘PD수첩’ 사건에 관여한 사람을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해야 할 대법관 자리에 추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관에 검찰 ?을 뒀던 관행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재야법조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말하면서 재야법조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재야법조인을 천거해도 후보자가 되지 않아 변호사단체가 현직 판사들을 추천하는 식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법관의 승진 구조에 따라 대법관이 충원되다 보니 대법원 구성이 너무 균일화돼 다양한 이익과 생각이 상존하는 국민 일반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는 판결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TK’바통 터치
선후배 대법관


조 법원장에 대한 평판은 법조인으로서 괜찮은 편이다. 아쉬운 점은 대법원의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조 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것이다. 여성도 박보영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으로 단 2명에 그친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이자 후배 임명 제청
박 대통령 선택은?…청문회 무사통과할까?


굳이 대법원의 다양성을 찾자면 출신 지역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출신지역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경기 2명, 충남 3명 부산·경남 2명, 광주·전남 3명, 제주 1명 등이다.

조 법원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차한성 대법관 또한 경북 출신으로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조 법원장은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엄정하고 공정한 판결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해 힘쓴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서울고법 부장 시절, 수원역 노숙 소녀 폭행치사 사건을 맡아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노숙 청소년 4명을 심리하면서, 이들의 자백에 합리성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다른 2명까지 향후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 피의자로 지목됐던 30대가 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범인으로 지목됐던 이들 모두가 누명을 벗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지난해 10월1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노숙자 강모(35·정신지체 2급)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해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한 이유는 범행을 부인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염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이 자백을 종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정황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를 데리고 수원역에서 학교까지 1시간 걸어가면서 폭행장소를 찾아내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갔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고, 범행장소 인근에 있던 수많은 CCTV에 피해자와 피고인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자백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숙자 강씨는 지난 2007년 5월17일 동료 정모(34)씨와 함께 가출해 수원역에서 생활하던 김모양을 인근 고교로 끌고 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이후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정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자 강씨도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이날 판결로 2007년 5월17일 새벽 수원시 한 고교 화단에서 노숙자 김모양(당시 15세)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던 7명이 모두 누명을 벗게 됐다.


당시 수원남부경찰서는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정신장애인 강씨와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한 뒤 자백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벌금 200만원, 정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이듬해 1월 수감 중인 한 소년수의 제보를 받아 수사를 벌여 강씨 등은 단순가담에 불과하고 가출 청소년 최모군(당시 18세) 등 5명이 범행을 주도했다며 이들을 김양 살해범으로 붙잡았다.


서울대 법대
대법관 독식


수감 중이던 정씨는 최군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물론 가출 청소년들도 김양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당시 수원역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가 검찰로부터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최군 등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200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같은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혐의를 인정할 만한 물증과 자백의 경위가 석연치 않아서였다. 또 정씨가 청구한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2012년 10월 같은 이유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3월 공직자 재산내역 공개 당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 7억7300만원을 포함해 9억589만8000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예금자산은 대구은행과 신한은행 등 2485만원이다.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국회 인사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원공무원들이 뽑은 최고 법원장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27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조 법원장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2년 9월부터 대구지방법원장을 지내고 있다. 가족관계는 부인 박은숙 여사와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원칙론자’해박한 법지식·공정 재판 
소수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


그는 법원 내에서 ‘학구파’로 꼽힌다.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와 국제거래·해상운송에 관한 다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그의 연구실적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환경법 판례 교재를 만들고 민사집행법 교재도 전면 수정·보완하는 등 법 이론에 해박한 법조인이다. 이러한 학구열과 더불어 소탈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도 받는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후배 법관은 물론 일반 직원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잘 어울린다는 후문이다.

조 법원장은 병역도 충실했다. 육군 중위로 군생활을 마쳤다. 20세인 장남 창훈씨는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알려진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사석에서는 잔정이 많은 판사로 통한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법원 판례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원칙론자이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판례에는 과감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부동산실명제를 어기고 명의신탁을 해놓았다가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으려 한 사람이 냈던 민사소송에서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로 정면 비판하며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엄정한
선비형 법관


이후 이런 논리가 확산됐다. 자연스레 같은 취지의 판결이 많이 나왔고, 부동산실명법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재판을 맡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배정한 사건으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011년 2월 민사 재판에서 이 회장의 배임을 인정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임 검사 중 하나가 어린이날에 가족을 모두 데리고 에버랜드에서 접대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특검의 수사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조희대 법원장은?]

▲경북 경주
▲대구 경북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13기
▲서울형사지법
▲서울민사지법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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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