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조희대 <대구지법원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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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K라인에 SKY 출신…새롭지 않은 ‘뻔한 인사’

[일요시사=사회팀] 조희대(56·사법연수원 13기) 대구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으로 내정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법관 후보자로 조 법원장을 임명 제청했다. 조 법원장은 예정대로라면 오는 3월3일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이 된다.




새 대법관에 조희대 대구지법원장의 이름이 오를 예정이다. 대법원의 구성은 아무런 변동이 없어 보인다. 고위 법관 출신 일색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빼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공정 판결 중시
소신 있는 법관


지난 25일 양승태 대법원장은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차한성 대법관의 후임으로 조 법원장을 임명제청 했다.

대법원은 “조 법원장은 대법관에게 필요한 자질을 모두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해박한 법이론과 엄정하고 공정한 재판으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히 보장해 온 정통 법관”이라며 “앞으로 국민과 소통하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어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제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달 16일, 이기수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5명의 법조인을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로 선정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임명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점을 유념하고 심사대상자들에 관한 자료를 충실히 검증함과 아울러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대법관으로서 자질과 능력은 물론 재산·납세·병역·도덕성 등에 있어서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적격자를 추천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당시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는 ▲권순일 법원행정처 차장(54·연수원14기) ▲사공영진 청주지방법원장(55·연수원13기) ▲정병두 법무연수원 연구위원(52·연수원16기) ▲최성준 춘천지방법원장(56·연수원13기)였다.

이기수 위원장은 “이번에 추천한 제청대상 후보자들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따뜻한 인간미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이끌어갈 만한 법률전문가”라면서 “지식과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사법부에 거는 국민의 기대와 열망에 부응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겸비한 인물들”이라며 추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 안팎에서는 위원회가 과거 후보를 3∼4명 추천하던 것과 달리 5명이나 추천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5명이 후보로 추천된 것은 2011년 이홍훈 전 대법관 후임으로 박병대 대법관을 포함한 5명이 추천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후보 추천은 3명이 보통이고 많아야 4명이 되는데, 이번에 이례적으로 5명이 추천된 것은 정병두 검사장을 넣기 위해서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같은 법원의 다른 부장판사도 “검찰이 특정 인사를 대법관 후보로 자신있게 미는 걸로 봐서는 이번에 임명제청이 안되면 다음에 또 대법관 임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야권에서는 정 검사장이 추천된 것을 두고 반대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민주당 박선영 의원을 포함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 8명은 지난달 17일 성명을 내고 “‘용산참사’ 사건과 ‘PD수첩’ 사건에 관여한 사람을 국가권력으로부터 인권을 보호해야 할 대법관 자리에 추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대법관에 검찰 ?을 뒀던 관행은 과거 군사독재 시절의 잔재”라고 주장했다.

재야법조계 인사가 포함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변호사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말하면서 재야법조인 출신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재야법조인을 천거해도 후보자가 되지 않아 변호사단체가 현직 판사들을 추천하는 식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업법관의 승진 구조에 따라 대법관이 충원되다 보니 대법원 구성이 너무 균일화돼 다양한 이익과 생각이 상존하는 국민 일반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법 감정과는 괴리가 있는 판결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TK’바통 터치
선후배 대법관


조 법원장에 대한 평판은 법조인으로서 괜찮은 편이다. 아쉬운 점은 대법원의 다양성이 실종됐다는 것이다. 조 법원장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양승태 대법원장을 제외한 대법관 13명 중 9명이 서울대 법대, 법원장급 고위 법관, 50대 남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게 된다.

고려대 출신 김창석 대법관과 한양대 출신 박보영 대법관을 제외하면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인 것이다. 여성도 박보영 대법관과 김소영 대법관으로 단 2명에 그친다.


양승태 대법원장 후임이자 후배 임명 제청
박 대통령 선택은?…청문회 무사통과할까?


굳이 대법원의 다양성을 찾자면 출신 지역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출신지역은 골고루 분포돼 있다. 서울·경기 2명, 충남 3명 부산·경남 2명, 광주·전남 3명, 제주 1명 등이다.

조 법원장은 경북 경주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차한성 대법관 또한 경북 출신으로 같은 학교를 졸업했다.

조 법원장은 소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엄정하고 공정한 판결을 중시하고,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위해 힘쓴다는 것이다. 일례로 2007년 서울고법 부장 시절, 수원역 노숙 소녀 폭행치사 사건을 맡아 1심에서 유죄를 받은 노숙 청소년 4명을 심리하면서, 이들의 자백에 합리성과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다른 2명까지 향후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 피의자로 지목됐던 30대가 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범인으로 지목됐던 이들 모두가 누명을 벗었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정운)는 지난해 10월10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폭행 혐의로 기소된 노숙자 강모(35·정신지체 2급)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피고인의 자백이 일관되지 않고 증거도 부족해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자백한 이유는 범행을 부인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염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수사기관이 자백을 종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정황도 엿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를 데리고 수원역에서 학교까지 1시간 걸어가면서 폭행장소를 찾아내 학교 담을 넘어 들어갔다는 점을 납득하기 어렵고, 범행장소 인근에 있던 수많은 CCTV에 피해자와 피고인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자백만으로 유죄를 선고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숙자 강씨는 지난 2007년 5월17일 동료 정모(34)씨와 함께 가출해 수원역에서 생활하던 김모양을 인근 고교로 끌고 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됐다. 이후 상해치사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한 정씨가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자 강씨도 재심을 청구한 것이다.

이날 판결로 2007년 5월17일 새벽 수원시 한 고교 화단에서 노숙자 김모양(당시 15세)이 살해된 채 발견된 사건의 피의자로 몰렸던 7명이 모두 누명을 벗게 됐다.


당시 수원남부경찰서는 수원역에서 노숙하던 정신장애인 강씨와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검거한 뒤 자백을 받았다. 이후 강씨는 벌금 200만원, 정씨는 징역 5년이 확정됐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이듬해 1월 수감 중인 한 소년수의 제보를 받아 수사를 벌여 강씨 등은 단순가담에 불과하고 가출 청소년 최모군(당시 18세) 등 5명이 범행을 주도했다며 이들을 김양 살해범으로 붙잡았다.


서울대 법대
대법관 독식


수감 중이던 정씨는 최군 등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는 물론 가출 청소년들도 김양 사망과 아무런 관련이 없고 당시 수원역에 함께 있었다”고 증언했다가 검찰로부터 위증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최군 등은 1심에서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2009년 1월 서울고등법원에 이어 같은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다. 혐의를 인정할 만한 물증과 자백의 경위가 석연치 않아서였다. 또 정씨가 청구한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도 2012년 10월 같은 이유로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3월 공직자 재산내역 공개 당시 배우자 명의의 아파트 7억7300만원을 포함해 9억589만8000원을 신고했다. 본인 명의의 예금자산은 대구은행과 신한은행 등 2485만원이다. 조 법원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까지 약 한 달 정도 소요될 예정이며, 국회 인사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조 법원장은 지난해 12월 법원공무원들이 뽑은 최고 법원장 중 3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86년 서울형사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27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했다.


조 법원장은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구지법 안동지원 판사,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2년 9월부터 대구지방법원장을 지내고 있다. 가족관계는 부인 박은숙 여사와 슬하에 1남2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


‘원칙론자’해박한 법지식·공정 재판 
소수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까지 겸비


그는 법원 내에서 ‘학구파’로 꼽힌다. 성전환자의 법적 지위와 국제거래·해상운송에 관한 다수 논문을 발표하는 등 그의 연구실적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교수 시절, 환경법 판례 교재를 만들고 민사집행법 교재도 전면 수정·보완하는 등 법 이론에 해박한 법조인이다. 이러한 학구열과 더불어 소탈한 리더십의 소유자라는 평도 받는다. 온화한 성품으로 선후배 법관은 물론 일반 직원들과도 허심탄회하게 잘 어울린다는 후문이다.

조 법원장은 병역도 충실했다. 육군 중위로 군생활을 마쳤다. 20세인 장남 창훈씨는 현역병 입영대상자로 알려진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사석에서는 잔정이 많은 판사로 통한다. 그러나 재판에서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대법원 판례와 법리에 충실한 판결을 내리는 원칙론자이면서도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판례에는 과감히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부동산실명제를 어기고 명의신탁을 해놓았다가 나중에 소유권을 되찾으려 한 사람이 냈던 민사소송에서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로 정면 비판하며 “명의신탁은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로서 무효”라는 판결을 내린 것이 대표적이다.


공정·엄정한
선비형 법관


이후 이런 논리가 확산됐다. 자연스레 같은 취지의 판결이 많이 나왔고, 부동산실명법을 확고하게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삼성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 재판을 맡아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은 이건희 회장이 아들에게 경영권을 인계하기 위해 불법적으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를 배정한 사건으로 에버랜드 전·현직 사장들이 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는 유죄를 받았으나, 대법원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2011년 2월 민사 재판에서 이 회장의 배임을 인정해 제일모직에 130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맡았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이 사건의 주임 검사 중 하나가 어린이날에 가족을 모두 데리고 에버랜드에서 접대를 받았다. 그러나 삼성특검의 수사 결과는 무혐의로 밝혀졌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조희대 법원장은?]

▲경북 경주
▲대구 경북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사법연수원 13기
▲서울형사지법
▲서울민사지법
▲미국 코넬대학 교육파견
▲대법원 재판연구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대구지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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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