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 대한민국 신 소주전쟁 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2.03 10: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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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vs 지역구' 연초부터…물고 물리는 주류 난타전

[일요시사=사회팀] 와인, 수입맥주들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민의 술이 '소주'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연초를 맞아 전국 소주 시장을 둘러싼 주류업체의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 1·2위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전국구로, 지방 업체들은 수도권으로의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 펼쳐지는 소주 전쟁을 들여다봤다.





국내 소주시장은 1강 2중 7약 체제로 정리된다. 하이트진로가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독주하고 있고 롯데주류와 무학이 13∼15%의 점유율로 치열한 2·3위 전쟁을 치르고 있다. 그 뒤를 금복주, 보해양조, 대선주조, 더맥키스컴퍼니, 충북소주, 한라산 소주, 보배 등 지역 업체가 따르고 있다.

먼저 전체 시장의 35%를 차지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증류주는 '참이슬'이다. 2001년부터 세계 증류주 판매량 부문에서 1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무학 수도권 진출에
발목잡힌 롯데주류

참이슬과 참이슬의 전신인 '진로'가 소주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 지는 꽤 오래됐다. 1924년 평안남도 용강군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를 전신으로 하는 진로는 1970년 국내 소주시장 1위에 오른 이래 44년째 한 차례도 정상을 내주지 않았다.

진로는 1998년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25도이던 알코올 도수를 23도로 낮췄다. 2004년에는 21도인 '참이슬 후레쉬'를 선보였고 참이슬 후레쉬의 도수는 19.5도까지 내려갔다. 그사이 현재 '빨간거' '오리지날'이라고 불리는 참이슬도 20.1도로 순해졌다.


참이슬은 이름처럼 특유의 깨끗한 맛을 강조하기 위해 도입한 대나무 숯 여과공법을 통해 잡미와 불순물을 제거했다. 지난 2012년 1월에는 100% 천연원료로 깨끗함을 강조하는 리뉴얼 제품을 선보이며 소주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이슬 시리즈에 첫 번째로 도전장을 내민 건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은 세계 최초로 알칼리 환원수를 소주에 사용하는 승부수를 띄워 2006년 처음 발매되자마자 소주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2007년에는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워 '흔들어라 캠페인'을 시작, '회오리주' '효리주' 열풍으로까지 이어졌다. 품질·브랜드 마케팅 3박자가 어우러진 처음처럼은 출시 1년 만에 시장 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리는 쾌거를 이뤘다. '부드러운 19도 처음처럼'을 중심으로 '순한 16.8도 처음처럼' '진한 20도 처음처럼'을 판매하고 있다.

치고 올라가던 롯데주류에 제동을 건 것은 수도권 진출에 발동을 건 '무학'이다. 무학은 지난해 말 창원2공장 준공을 통해 월 최대 7000만 병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완비하고 수도권 진출을 위한한 본격적인 준비에 나섰다. 무학의 주력 소주는 ‘좋은데이'. 지난 2006년 16.9도의 저도소주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 후 이듬해인 2007년 1283만8140병이 판매됐고, 지난해 3억3000만병 판매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였다. 7년 동안 누적 판매량은 11억696만682병에 달한다. 도수가 낮은 만큼 '가볍게 한잔'을 즐기는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좋다.





무학은 좋은데이로 수도권지역만큼이나 치열한 소주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부산을 치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원래 부산은 소주를 주문하면 별말 없이 '시원(C1)'을 가져다 줄 정도로 대선주조가 패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영악화로 푸르밀,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 등으로 주인이 계속 바뀌면서 점유율이 대폭 떨어졌고 부산 시민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틈에 무학이 부산 소주시장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2009년 17%에 불과했던 부산 지역 점유율은 2011년 63%로 대폭 늘었다.

그러는 동안 대선주조는 부산향토기업 BN그룹에 인수됐다. 인수 전 기존 20도에서 19.5도로 순해진 '시원'은 리뉴얼돼 19도로 낮아졌으며 추가로 신제품 '즐거워예'를 출시하고 기업 정상화에 매진 지난해 중순 즐거워예의 제품명을 '예'로 변경하고 올해 초 C1과 예의 중간 도수인 18도짜리 신제품 '시원블루'를 출시하는 등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힘쓰고 있다.

무학의 시장지배력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경남 지역이다. 경남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무학은 2005년 5월 자일리톨을 첨가한 '화이트소주'(19.5도)를 출시하면서 경남지역 점유율을 85%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화이트소주는 특유의 높은 산소포화도로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확고한 위치에 올랐지만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2년 5월 부산·경남 지역에 새로운 소주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서민의 술 소주시장 '1강 2중 7약'
참이슬 전성시대…절반 이상 점유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브랜드는 '쏘달'. '쏘주가 달달하다'는 의미의 쏘달은 지역에 특화된 제품과 철저한 지역 마케팅을 바탕으로 출시 이후 하루 평균 5500병씩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의미 외에도 '쏘주의 달인' '쏘주로 달리자' '쏘주로 달래자' 등 소주를 마실 때 젊은 세대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중의적으로 표현, '젊은 소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충북 지역은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충북소주(2011년 롯데주류 인수) 연합군의 대결로 치열하다. 애초 충북지역 자도주는 향토소주인 ‘백학소주’였다. 하지만 1997년 대선주조에 인수됐고 충북도민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충북 출신의 장덕수 전 충북소주 사장이 2004년 다시 인수하면서 관심이 되살아나는듯 했지만 다시 2011년 롯데주류로 인수되면서 관심은 완전히 사라졌다.

약해진 지역색은 좋은 먹잇감이 됐다. 하이트진로가 영업망과 유통조직을 정비하며 강하게 치고 들어왔고 참이슬이 충북 지역 대표 소주로 떠올랐다. 롯데주류는 충북소주의 '시원한 청풍'(19.5도)과 인수한 충북소주 공장에서 처음처럼을 생산, 동시 공략에 나선 상황이다.

시원한 청풍은 세종대왕이 요양을 하며 지냈다고 하는 세계 3대 명수 초정리 광천수로 만들어졌으며 목넘김이 부드럽고 덜 취하는 느낌으로 지역 여성들과 어르신에게 인기가 좋다. 충북 지역에서는 이 술을 주문할 때 "시원청풍 주세요" 혹은 "시원 주세요"라고 말해 부산의 시원소주와 혼동이 빚어지기도 한다.

전북 지역의 향토 소주회사인 보배는 지난해 8월 하이트진로에 흡수합병됐다. '하이트소주' '보배로' 등을 생산하는 보배는 현재 전북 지역 시장점유율 25%를 기록 중이다. 나머지 75% 중 60%는 하이트진로가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전북은 하이트진로 시대인 셈이다.

지역 소주 업체가 강세를 보이는 지역은 충남, 광주 전남, 경북, 제주 등이다. 특히 전남 지역과 경북 지역은 지역 소주 외에 다른 브랜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우선 광주 전남 지역 패권은 보해양조의 '잎새주'가 쥐고 있다. 지하 253m의 천연암반수에 유기농 메이플시럽을 함유해 목 넘김이 좋고 자극이 없어 마시기에 가장 편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잎새주(19.5도)는 홈그라운드 시장점유율 85%를 기록, 전남 지역 독보적인 존재다. 보해양조는 전남 목포를 연고지로 1950년 고 임광행 전 회장이 설립한 주류전문기업으로 잎새주, 매취순, 복분자주 등의 전통 주류 제품을 선보여 왔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광주 전남 지역 시장 공세에 나섰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BN에 인수
과거 영광 찾기

경북 지역은 금복주 '참소주'(19도)가 약 85%의 점유율로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월 평균 80만병 이상이 이 지역에서 팔려나간다. 금복주는 2005년부터 여성 모델을 달력에 실어 배포하면서 기업 인지도를 끌어 올렸다. 광고 모델에는 한예슬, 이보영, 이수경, 손담비, 박한별, 이다해 등이 출연했으며 달력은 매년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최근 신동엽의 '변태' 같은 광고로 화제가 되고 있는 홈 믹싱주 '맥키스'를 생산하는 더맥키스컴퍼니는 지난해 창사 40주년을 맞은 선양의 새 사명이다. 선양은 지난해 9월 사명을 더맥키스컴퍼니로 변경했다. 선양은 1973년 충남 공주 중동 소재 금강소주를 주축으로 충청도 33개 소주회사가 모여 설립된 향토 기업이다.





대표 브랜드인 'O2린'(19.2도)은 전체 소주 시장 점유율이 3.5%로 업계 6위 규모지만 충남 지역에서만큼은 65%대 점유율로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천안·아산 지역의 경우 'O2린'만 판매하는 식당이 천안 100여개, 아산 70여개 등 170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이 지역 1위 브랜드인 참이슬(천안 85%, 아산 83%)과 격차가 큰 상태다.

제주 지역은 1950년 창업한 '한라산'이 유일하게 소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80%가 넘는 도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1950년 문을 연 옛 '한일소주'의 명맥을 잇는 소주로 1993년 출시된 이래 속칭 '하얀 소주'로 불리는 '한라산소주'는 21도로 독한 소주 애호가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1997년 출시 이후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한라산물 순한 소주'는 최근 순한 소주 추세에 맞춰 올 초 기존 19도에서 18.5도로 더욱 순해진 저도소주 '한라산 순한'으로 재탄생됐다.

보해양조 잎새주
광주·전남 독점

마지막으로 강원 지역 자도주는 처음처럼의 전신 '경월'이다. 1926년 강릉에 강릉합동주조가 설립되면서 '경월'소주가 생산되기 시작, 당시 시장점유율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없지만 약 90%에 육박하는 강원도민이 경월을 마셨다.

그 뒤 1993년 강릉합동주조가 두산에 인수되면서 '그린소주'가 출시됐고 1999년 '뉴그린', 2001년 '산소주', 2006년 처음처럼이 출시됐다.


하지만 롯데주류로 주인이 바뀐 뒤 처음처럼은 '강원도 술'이라는 인식이 도민들 사이에서 약해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참이슬에 밀려 만년 2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산소주'를 리뉴얼해 '산처럼'이라는 제품을 강원도 지역 특화 상품으로 출시했지만 이마저도 강원도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지역 자도주의 인기가 떨어지는 추세다. 아직까지도 지역 패권을 쥐고 있는 자도주 업체가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도주 구입제도'가 사라진지 약 20년이 흐른 만큼 지역색은 점점 옅어질 전망이다.

지난 1973년 정부는 소주시장의 과당경쟁과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한 도에 하나의 소주업체만을 허용, 1976년에는 주류도매상들이 전체 소주 구입량의 50% 이상을 그 지역 소주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했다. 이에 힘입어 지방 업체들이 무섭게 성장했고 자도주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무학-롯데주류 2위 싸움 치열
대기업 공세에 차별화로 승부

그러나 이 같은 자도주 구입제도는 1996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에 따라 폐지됐고 현재는 소주의 전국 유통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기업에 흡수합병되거나 인수되는 등 업체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제품명이 변경됐을지언정 제품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역에 근거를 둔 소주업체들이 대형마트를 통해 전국에 소주를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1·2위 업체에 맞서기 위한 소주맛 차별화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대선주조는 시원을 만들 때 숙성 과정에서 클래식 음악을 틀어준다. 소주 숙성탱크에 스피커를 달아 72시간 이상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방식이다. 소주를 숙성시킬 때 클래식을 들려주면 음악을 들은 물 분자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는데 여기에 알코올 분자가 결합하면 술맛은 훨씬 부드러워지고 쓴 뒷맛은 줄어든다는 게 대선주조 측 설명이다.

더맥키스컴퍼니는 O2린을 생산하면서 산소용존공법을 이용한다. 대전 대둔산 자락 숲에서 자연산 산소를 포집한 뒤 농축해 3번에 걸쳐 소주에 용해시키는 것. 소주에 주입된 산소는 소주의 맛을 부드럽고 산뜻하게 만들고 숙취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강원서 태어나
도민들에 외면

금복주는 참소주를 만들면서 첨단고순도정밀여과공법을 사용한다. 주정에 남아 있는 미량의 휘발성 물질을 활성탄의 수많은 미세 구멍을 통해 흡수해 부드러운 소주를 만든다는 것.

한라산소주의 한라산물 순한 소주는 섭씨 0도 이하에서 냉각시키는 첨단공법이 사용된다. 미국 켄터키주에서 특별 주문한 오크통에 넣어 장기간 숙성시킨 원액으로 제조한 소주의 잡미와 향을 없애기 위해 섭씨 0도 이하에서 여과한다.

보해양조의 잎새주에는 숙성촉진공법이라는 기술이 적용된다. 고구마나 감자, 수수에서 추출한 일반 주정에다 쌀, 보리 등 곡물주정을 섞어 순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공법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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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