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염수정 추기경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20 13: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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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어른…“내가 모범 보여야죠”

[일요시사=사회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71·세례명 안드레아) 대주교가 새 추기경이 됐다. 염 추기경은 고 김수환 추기경,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추기경에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는 ‘가난한 이와 함께하는 교회’를 강조하며 “아시아 및 북한 복음화에 사명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천주교계는 들썩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를 새로운 한국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로써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서임된 염 추기경은 정진석 추기경과 함께 복수 추기경 시대를 열게 됐다. 새 추기경들의 서임식은 다음 달 22일 로마 바티칸에서 열린다.

“흩어진 양들
하나로 모으겠다

파격적인 행보로 늘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2일 한국교회에 깜짝 소식을 전했다.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으로 염수정을 지목한 것. 다음 날인 13일, 염 추기경은 급작스러운 임명 발표에 적지 않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모두 웃고 있지만 나만 웃을 수가 없다”고 털어놔 추기경으로서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 주변 신부들에게 “부족한 사람이니 많이 기도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염 추기경은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주교관에서 열린 추기경 임명 발표식에서 “교회는 시대의 징표를 탐구하고 이를 복음의 빛으로 해석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며 “이 시대의 징표가 무엇이고, 어떻게 복음의 빛으로 밝혀야 할지를 끊임없이 찾아갈 수 있도록 주님께 지혜와 용기를 청한다”고 말했다. ‘시대의 징표’, 즉 교회의 시대적 사명을 찾는 게 화두인 셈이다.

염 추기경은 “주님께서는 저를 착한 목자로 세우면서 양들을 사랑하도록 명하셨다”며 “착한 목자가 해야 할 첫 직무는 뿔뿔이 흩어져 있는 양들을 모두 하나로 모으는 것”이라고 했다.

쪼개지고 충돌하며 갈등하는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향한 일침이기도 했다. 염 추기경은 우리 사회의 화두는 뭔가라는 물음에 “각자의 바벨탑을 쌓고 있다는 점이다. 그걸 통해선 하나가 될 수 없다. 하느님께선 그런 바벨탑을 부수고 흩어놓으셨다. 그렇게 무너지고 흩어지고 난 뒤에 인류는 하나가 됐다. 거기에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길이 있다. 그걸 깊이 들여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염 추기경은 새 추기경으로서의 품위와 겸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축하식에 앞서 도착한 전임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에게 상석을 양보했다. 이들은 서로 상석을 양보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라며 상석을 비워두는 미덕을 발휘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정진석 추기경은 “한국교회의 괄목할 만한 발전에 대한 보편교회의 관심과 국제적 위상 향상을 세 번째 추기경 서임으로 확인할 수 있다”며 “교회와 국민 전체가 기대가 커 어깨는 무겁겠지만 하느님께서 선택하셨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뒤를 밀어주실 것”이라고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종교계도 염 추기경 탄생을 축하했다. 원불교 남궁성 교정원장은 축전문을 통해 “염수정 대주교께서 추기경에 임명되심을 원불교의 전교도와 더불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추기경 임명은 한국종교계의 경사라는 것.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유경석 한국회장은 “한국에서 세 번째 추기경이 탄생하신 것은 가톨릭을 넘어 우리 한국사회는 물론 아시아의 경사입니다”라고 축하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총무원장은 “염수정 서울대교구 대주교님이 한국인으로서 세 번째 추기경 자리에 오르시는 것을 지혜와 자비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한국 불자들과 함께 축하드립니다”라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염 추기경에게 축하전화를 했다. 박 대통령은 염 추기경과의 통화에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고,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고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전했다.

여야 정치권도 염 추기경 서임 소식에 축하의 뜻을 전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우리나라는 5년 만에 다시 2인 추기경 시대를 열게 됐다”며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 탄생을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복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도 서면브리핑을 통해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을 국민들과 함께 축하드린다”며 “염 추기경의 서임은 한국 교회의 기쁨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의 큰 기쁨이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행렬이 이어졌다.

김수환·정진석 이어 한국 세 번째 추기경
교리 ‘엄격’정치 ‘신중’중도 보수 성향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3월 즉위 이후 처음으로 추기경을 서임하는 것으로 바티칸 교황청이 서임한 19명의 새 추기경은 한국, 필리핀,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영국, 니카라과, 캐나다, 코트디부아르,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아이티, 부르키나파소, 세인트루시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선출했다.

이번에 새로 선출된 19명의 추기경 가운데 염수정 추기경을 비롯한 16명은 80세 미만으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석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스페인, 이탈리아, 세인트루시아 출신 추기경 3명은 80세 이상이므로 이 선거권을 가지지 못한다. 이번 새 추기경 서임으로 콘클라베에 참석해 교황 선거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은 염수정 추기경을 포함해 123명으로 알려진다.

교황 보좌하는
최고의 성직자

염 추기경의 첫 공식 대외 일정은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출한 가톨릭 수도회인 예수회 수장 아돌포 니콜라스 총장을 면담하는 것이었다. 염 추기경과 니콜라스 총장은 서울대교구와 한국 가톨릭교회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만남에서는 교황 방한과 남북 화해에 대한 기대가 화제가 됐다.

니콜라스 신부는 “만약 교황께서 한국을 방문하면 한국 교회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방한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교회 신자들, 사제들과 함께 간절히 교황님 방한을 바라고 있다”며 “총장님께서 많이 기도해 달라”고 전했다.

그간 염 추기경은 보수 성향으로 원칙주의자라 불렸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11월 명동 대성당 미사에서 정의 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의 시국 발언과 관련해 “사제들이 정치·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밝혀 진보성향 사제단의 정치 참여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최근 염 추기경은 <가톨릭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모든 사람들이 화해하고 일치하고 공존하는 사회가 되도록, 서로 사랑하며 살도록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겠다”고 밝혀 그간 보수 성향으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은 염 추기경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염 추기경은 경기도 안성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아버지 염한진(갈리스도)과 어머니 백금월(수산나)의 5남1녀 가운데 셋째로 태어났다. 고조부 염석태(베드로)는 우리나라에 천주교회가 창립될 무렵인 1850년 순교했다. 특히 조부모의 신앙심이 두터워 백금월 여사가 시집을 오자 염 추기경의 할머니는 “지금까지 우리 집 안에 성직자가 없었지만 너희 대에서 성직자가 나와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말씀을 가슴에 새겨둔 염 추기경의 어머니는 셋째를 뱃속에 가졌을 때부터 “이 아이는 성모님께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염 주교가 태어난 뒤에도 스스로 모범적인 신앙생활을 하면서 자녀를 봉헌하겠다는 약속을 매일 기도로 바쳤다.

동성중학교에 다니던 염 추기경은 고등학교 시험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경향잡지를 보고 소신학교 입학 안내문을 보고 신학교에 갈 뜻을 넌지시 비치자 온 가족이 반겼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이때를 회상하며 “아들 앞에서는 한 번도 내색하지 않았지만 성직자로 바치겠다는 기도에 응답을 받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은 가톨릭대 신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70년 사제품을 받고 서울 불광동성당과 당산동성당 보좌신부를 거쳐 73년부터 77년까지 성신고등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이태원과 장위동, 영등포 본당 주임 신부 등을 거쳐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과 신학과 조교수를 맡아 가톨릭 교육에 힘을 쏟았다. 92년부터 98년까지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을 맡아 서울대교구의 운영에 큰 기여를 했으며, 서울대교구 제15지구장 겸 목동 성당 주임 신부를 거쳐 2001년 12월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임명돼 2002년 1월 주교품을 받았다.


5년 만에 열린
복수 추기경 시대

또한 서울대교구 총대리 주교로 임명돼 교구장을 보필했으며, 교구 생명위원장과 매스컴위원장, 중서울지역담당 교구장 대리, 주교회의 상임위원,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감사 등을 맡기도 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의 유지를 잇는 옹기장학회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도 맡았다.

2012년 5월에는 서울대교구장 계승이 결정돼 같은해 6월 착좌식을 가졌다. 이때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진석 추기경의 서울대교구장 사임 요청을 수락하고 서울대교구 총대리로 당시 주교였던 염 대주교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염 추기경의 세례명은 ‘안드레아’로 두 동생인 염수완·염수의 신부도 현재 서울대교구 내 본당에서 주임사제로 사목하고 있다.

사제 정치참여 비판한 ‘원칙론자’
보수 성향 보여 “갈등 치유할 것”

‘추기경’이라는 용어는 그레고리오 대교황(590~604년) 때에 교회법 용어로 채택됐다. 추기경의 추기는 중추가 되는 기관을 뜻하며, 경은 높은 벼슬에 대한 경칭이다. 추기경의 어원은 라틴어의 ‘카르디날리스’다. 카르디날리스는 문에 다는 경첩·부채의 구심점이 되는 사북을 의미한다.


추기경은 서임되는 즉시 추기경단 특별법에 따라 교황 선거권을 포함한 모든 권리를 갖게 된다. 통상 교황이 성 베드로 광장에서 공개 추기경회의를 열어 서임장을 낭독해 새 추기경을 정식으로 서임하면 새 추기경은 신앙 고백과 교회에 대한 충성 서약 등을 하게 된다. 교황은 새 추기경에게 붉은 모자를 씌워 준다. 이것은 추기경의 고귀한 품위의 표상이다.

다음날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새 추기경과 함께 미사를 공동 집전하며 이때 추기경 반지를 수여한다. 복장은 모두 붉은색이다. 추기경은 합의체적으로 또는 개별적으로 교황을 보필할 의무를 갖는다. 추기경단의 모든 회합은 반드시 교황이 소집하고 주재한다.

추기경의 가장 큰 권한은 교황 선출이다. 교황의 선종이나 사임으로 사도좌 공석 상태가 되면 15∼20일 사이에 콘클리베를 개시한다. 교황 선거는 오전, 오후 두 번의 투표로 콘트라베는 3분의 2의 다수결이 나올 때까지 계속되는데 선거는 보통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에게만 선출권이 부여된다. 이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할 수 없게된다. 선거에 관련된 모든 기록은 교황청 고문서실에 보관된다.

일단 추기경으로 임명되면 추기경으로서 신분상의 지위는 종신직이다. 하지만 80세가 되면 법률상 자동적으로 교황 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직무가 끝난다.

추기경의 숫자는 13∼15세기에는 30명 이내로 일정하지 않았으나 16세기 들어 70명으로 늘어났다. 이후 교황 요한 23세가 1962년 추기경 수를 80명으로 늘렸다. 우리나라는 69년 당시 김수환 서울대교구장이 추기경에 서임되면서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했다. 이후 2006년 2월 정진석 당시 서울대주교가 두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독실한 집안서
성직자 꿈 품어

염 추기경이 서임됨에 따라 상징표지인 ‘문장’도 새로 만들어졌다. 기본적으로 대주교 때 문장과 거의 비슷하지만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모자와 술의 색깔이 녹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고 술의 단이 4단에서 5단으로 늘었다. 주교의 사도적 권위를 상징하는 모자 아래 5단의 술은 추기경을 상징하며, 십자가는 한국 순교자들의 십자가(칼과 차꼬)로 생명과 부활을 상징한다.

방패 왼쪽의 무지개는 하느님의 구원을 상징하며, 사랑(보라)과 희망(청색)과 믿음(녹색)을 의미한다.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새 생명의 전령사이자 주님의 성령을 상징한다.

가운데 큰 별은 성모 마리아와 예수님을 상징하고, 푸른 하늘빛 바탕 위에 두 개의 작은 별은 평화통일을 이뤄야 할 남한과 북한을 뜻한다. 방패의 붉은 바탕은 정의를, 노랑은 평화를, 청색은 희생과 나눔을 의미하고 가운데 손을 잡은 듯 이어가는 문양은 사랑의 연대를 의미한다.

구원과 미래 젊은이들의 꿈과 비전은 정의와 평화, 희생과 나눔의 깊은 연대 속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표상한다. 닻 십자가와 알파 오메가는 모든 희망과 염원이 궁극적으로 하느님의 계획 안에서 이뤄진다는 신앙고백을 아로새긴 것이다.

‘아멘. 오십시오. 주 예수님!’(Amen. veni. Domine Jusu!)이란 말은 묵시룩 맨 마지막에 나오는 것으로 염 추기경의 사목표어다. 염 추기경은 사제서품 때부터 마라나타라는 이 기도문을 사제생활의 모토로 삼아왔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염수정 추기경은?]

▲경기도 안성 출생
▲사제수품 후 불광동·당산동본당 보좌
▲성신고등학교 교사, 부교장
▲이태원본당 주임
▲장위동·영등포동본당 주임
▲카톨릭대학교 성신교정 사무처장
▲서울대교구청 사무처장
▲사무처장 겸 청담동본당 주임
▲사무처장 겸 세종로본당 주임
▲제15지구장 겸 목동본당 주임
▲주교수품 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서울가톨릭청소년회 이사장, 한마음운동본부 이사장,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이사장
▲평화방송·평화신문 이사장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겸 총대리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중서울지역담당
▲서소문 역사문화공원·순교성지 조성위원회 위원장
▲서울대교구 교구장 임명
▲서울대교구 교구장 착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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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