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좌지우지하는 골프룰 위반

“몰랐나? 속였나?”

지난해 10월 제56회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우승을 목전에 둔 1위 선수가 한순간 공동 2위로 내려앉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이 선수는 눈 앞에서 우승 트로피와 상금 3억원을 허탈하게 날려 보내야만 했다.

지난해 10월 충남 천안 우정힐스컨트리클럽(파71·7208야드)에서 열린 제56회 코오롱 한국오픈 골프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우승을 목전에 둔 김형태(36)는 뒤늦게 룰 위반이 결정돼 공동 2위로 내려앉았다.
13번홀(파3) 해저드 안에서 샷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볼을 치기 전에 클럽 헤드가 땅에 닿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김형태는 경기를 마친 뒤 스코어카드에 사인을 하지 않고 항의했다. 1시간 넘게 비디오 판독을 하고, 현장조사를 한 끝에 2벌타가 주어졌다.
결국 김형태는 승복했고, 우승자 강성훈(26·신한금융그룹)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상금 3억원이 날아간 순간이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심판이 따로 없다. 경기위원은 단지 플레이어의 문제 제기가 있을 때 룰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선수는 양심에 따라 스스로 심판의 역할을 하고 때로는 갤러리나 TV를 보는 시청자들에 의해 판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형평성 논란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하는 룰 위반 판정. 아마추어 골퍼에겐 ‘양심 불량’으로 끝나지만 프로선수에겐 ‘돈과 명예’를 잃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룰 위반 사례를 모아봤다.
웹 심슨(미국)은 지난해 10월 셋째주에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우승해 통산 4승을 달성했다. ‘베테랑’ 반열에 오른 심슨도 룰 위반으로 두 차례나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
심슨은 지난 2009년 밥호프클래식에서 강풍으로 볼이 저절로 움직이는 바람에 벌타를 받아 생애 첫 승 기회를 날렸다. 2011년 취리히클래식에서도 비슷한 상황으로 또다시 우승문턱에서 좌절했다. 논란이 일자 영국왕립골프협회(R&A)는 규칙을 개정해 지난해부터 바람에 의해 볼이 움직여도 벌타를 받지 않도록 했다.
이안 폴터(잉글랜드)는 2010년 12월 열린 유럽프로골프투어 두바이 월드챔피언십 연장전에서 ‘볼을 마크 위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마크가 뒤집히면서 공이 움직였다’며 자진 신고했다. 1벌타를 부과 받은 폴터는 결국 로베르토 카르손(스웨덴)에게 우승컵을 헌납했다.
시청자 제보로 인해 실격을 당한 경우도 종종 있다. 2011년 1월 열린 PGA 투어 현대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대회 도중 카밀로 비예가스(콜롬비아)는 그린을 향해 어프로치 샷을 한 후 디봇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볼은 원래 자리로 굴러 내려왔고, 비예가스는 다시 그린에 올린 후 마무리를 하고 홀을 벗어났다. 다음날 비예가스는 실격판정을 받았다. 시청자의 제보 때문이었다. ‘볼이 움직이고 있을 때는 그 진로를 방해할 만한 사물을 이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세계적 선수들도 무의식 중 룰 위반 많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룰’ 신조어 생겨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은 ‘비양심 골퍼’로 낙인 찍혔다. 2011년 1월 유럽프로골프투어 아부다비 챔피언십 1라운드 종료 후 메이저대회를 세 번이나 제패한 해링턴이 실격됐다. 사유는 골프룰 6조6항 위반, 즉 ‘스코어카드 오기’ 때문이었다. 해링턴은 마크를 집어올리려다 볼을 살짝 건드렸다. 규정은 1벌타를 받고 원래 위치로 볼을 옮긴 후 퍼팅하면 된다. 하지만 해링턴은 이동된 상태에서 퍼팅을 했고 2퍼트 후 스코어카드에 파를 적어냈다. 2벌타를 받아야 하는 명백한 상황. 이 또한 시청자 제보로 위반 사실이 드러나 실격이 됐고, 해링턴은 수치스러운 이력을 갖게 됐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도 룰 위반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의 사건(?)은 ‘타이거 룰’이라며 비난받았다. 논란이 된 홀은 2라운드 15번홀(파5). 87야드를 남기고 친 세 번째 샷이 깃대를 맞고 그린 아래 워터 해저드에 빠지자 우즈는 원래 친 위치에서 2야드 뒤로 물러나서 다섯 번째 샷을 했다. 문제없다고 판단한 우즈는 보기로 기재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마지막으로 플레이한 지점에서 되도록 가까운 곳에서 플레이해야 한다’는 워터 해저드에 관한 골프규칙에 따라 2벌타가 주어져야 하고, 스코어카드 오기로 실격판정을 받는 게 상식. 하지만 경기위원회는 2벌타 판정을 하고 상황을 종료했다. 명백히 룰을 어겼는데도 출전자격을 유지한 것은 우즈가 처음이다.


황제의 실수

우즈의 억울함은 뒤늦게 풀렸다. ‘실격면제’ 규칙이 지난해부터 적용된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영국왕실골프협회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선수들이 규칙 위반 사실을 모른 채 벌타를 적지 않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했을 경우 선수 보호 차원에서 실격을 주지 않을 수 있는 조항을 골프규칙 33-7에 넣었다. 경기위원도 우즈의 드롭 규칙 위반 사실을 몰랐고 우즈가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드롭 상황을 그대로 설명한 것으로 미뤄 우즈 자신도 규칙 위반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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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