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TV 3사 대상 수상자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1: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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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여, 예능은 남 ‘대세’

[일요시사=사회팀] 연말이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인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관문인 ‘연말 시상식’ 때문이다. 방송 3사는 매년 화려한 무대로 시상식을 뽐낸다. 이번 2013년 연말시상식의 트로피를 쥔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그 영광의 얼굴들을 살펴봤다.




방송사 연말시상식은 한 해 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자리다. 동시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수상 후보자들이 긴장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수상을 지켜봤다. 이변은 없었다. 과연 무엇이 이들에게 트로피를 안겨줬을까.

[KBS 연기대상]
 [  김혜수    ]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혜수가 연기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김혜수는 지난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3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부장님도 쩔쩔매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 역을 맡은 김혜수는 카리스마와 코믹을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연기를 선보이며 전국에 미스김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날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선 김혜수는 평소 파격 노출 드레스로 화제를 모았던 것과 달리 <직장의 신> 미스김 복장을 그대로 입고 나타나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김혜수는 수상 소감에서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는 오래간만에 선택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사실 대본 첫 회 초반을 보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모할 수도 있는데 용기를 냈던 작품이다. 그만큼 굉장히 신선하고 특별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 계신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언제나 느끼지만 저희가 하는 일이 협업이라는 거 특별히 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이 느꼈다. 함께해 주신 배우분들, 항상 따뜻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환기해준 스태프들 감사드린다. 감사드릴 분들 굉장히 많은데 개인적으로 깊게 감사드리도록 하겠다”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이어 “드라마를 통해서지만 저 스스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던 것도 행운인 거 같다. 더욱 건강하고 유쾌하게 주변을 환기해주는 드라마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기대상 후보에는 <굿닥터>의 주원, <비밀>의 황정음 등이 올랐다.

[KBS 연예대상]
 [   김준호   ]

2013 KBS 연예대상은 연말 시상식의 신호탄이었다. 지난 21일 시상식의 대상은 <개그콘서트>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2일> 등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김준호에게 돌아갔다.

김준호는 수상 소감에서 “모자란다고 생각했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창피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후보에 있다는 것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개그콘서트에선 정말 오랜만에 대상이 나온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감격스러운 트로피를 안은 김준호는 눈물 대신 “나 대상 먹었다!”라는 짧고 굵은 수상소감으로 많은 말을 갈음했다. 

김준호는 KBS 예능 프로그램의 <개그콘서트>의 터줏대감으로 벌써 1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9년 도박 연루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기를 가진 그는 복귀 후 재도약해 더욱 부지런한 방송 활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이후 개그맨 특유의 입담으로 자신의 과오를 개그로 승화시키며 스스로 아픈 기억을 상기하며 채찍질해왔다. 지난 1996년 데뷔 이후 무려 17년 만에 얻은 값진 성과다. 2014년, 그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KBS 연예대상의 저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KBS 연예대상과 관련된 ‘흉흉한’ 이야기가 등장한 것은 역대 수상자의 수상 이후의 행보 때문이다. 신동엽(2002), 박준형(2003), 이혁재(2004), 유재석(2005), 김제동(2006), 탁재훈(2007), 강호동(2008,2009), 이경규(2010), <1박2일>(2011), 신동엽(2012)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쳐 대상을 수상한 이들 중 일부는 정점에서 상을 받자마자 슬럼프에 빠지거나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하락세를 걸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다. 과연 김준호는 저주를 깰 수 있을까.

김준호는 1996년 SBS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예대상 후보에는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이영자 등이 올랐다.

[SBS 연기대상]
 [   이보영   ]

배우 이보영이 SBS 연기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보영은 지난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3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생애 첫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보영은 수상 소감에서 “수상을 할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해 편안히 진행하자는 마음으로 현장에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남편인 배우 지성에 대해 언급하며 “신랑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잊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해줬는데 그러기엔 너무 소중한 작품이라 가슴 한 켠에 묻고 가려고 한다”며 작품에 대한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날 이보영은 방송 3사 PD들이 뽑은 프로듀서상과 10대 스타상 수상자로도 선정돼 3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으로 분해 연하남 박수하(이종석 분)와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2010년 <대물>로 대상을 받은 고현정 이후 3년 만에 SBS 연기대상 여성 대상 수상자가 됐다.

SBS에 있어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수목극 시장 절대 강자의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작품이다.

이보영은 지난 9월 오랜 연인 지성과 6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한 해를 보냈다.


2013년은 그녀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이보영은 이번 시상식에서 MC로 나서 김우빈, 이휘재와 호흡을 맞춰 시상식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보영은 2002년 CF 태평양 설록차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기대상 후보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 <주군의 태양>의 공효진이 올랐다.

영광의 얼굴들 보니…연기대상 3인 모두 여성
생애 첫 연예대상 쥔 개그맨들 ‘유종의 미’

[SBS 연예대상]
 [   김병만   ]


개그맨 김병만이 생애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다. SBS 연예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김병만은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3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인기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으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병만은 수상 소감에서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선배에게 감사하다. 선배들은 만능 엔터테이너인데 나는 부족한 점이 많다. 대상 후보에 올랐을 때 기분이 좋았고 기대도 했다”며 “SBS가 고마운 건 내가 잘하는 정글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연기자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포기하는 등 많이 고생했다. 또 화면에 잡히지는 않지만 스태프들이 다치면서까지 촬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기자들, 스태프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병만은 “하늘에서 뛰어내리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하며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고자 했다”면서 “1월1일 소림사에 간다. 김병만 방식대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김병만의 대상 수상 소감 장면은 전국기준 16.2%의 시청률을 기록해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김병만은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예대상 후보에는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등이 올랐다.

[MBC 연기대상]
 [   하지원   ]

배우 하지원이 올해 MBC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하지원은 지난 30일 밤 여의도 MBC에서 열린 2013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안았다. 하지원은 아울러 PD상과 인기상도 받아 이번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올해 10월 방송이 시작된 드라마 <기황후>의 주인공 기승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고공 행진을 펼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원은 수상 소감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 고생하시는 수많은 스태프가 계시다. 이 상을 그분들에게 바친다. 더 많이 품을 수 있는 배우, 세상의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큰 배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0년 동안 몸담았던 소속사를 나와 해와달엔터테인먼트라는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기황후>는 이후 첫 작품. 그는 “힘든 시기에 선택한 것”이었다며 작품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시상식 직후 선후배 연기자들과 뒤풀이도 함께할 겨를 없이 12월31일 새벽부터 <기황후> 촬영에 합류했다.




하지원은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 황후 자리에까지 오른 고려 여인의 일대기를 담은 <기황후>에서 멜로와 액션, 코미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원은 2006년 <황진이>로 그해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뒤 7년 만에 두 번째 연기대상의 영광을 맛봤다.

하지원은 2000년 영화 <진실게임>으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기대상 후보에는 <백년의 유산>의 박원숙,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이 올랐다.

[MBC 연예대상 ]
 [아빠어디가 팀]

<일밤-아빠어디가>가 MBC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연예대상에서 <아빠어디가> 팀 전원이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날 김유곤 PD는 수상 소감에서 “내가 했다기보다는 많은 제작진이 고생했다”며 “처음 확신이 없던 시절 기꺼이 동참해주신 다섯 아빠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밝혔다.

방송인 김성주는 “예능인으로서 자질이 높은 분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 다섯 아빠들은 그런 자질이 없는 사람들인데 아이들은 정말 보석 같다. 제 자식처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배우 이종혁은 “제 인생 첫 번째 대상”이라며 “정말 감사드리고 천사 같은 다섯 아이들 덕분에 1년간 행복했다”고 전했다.

또 축구선수 송종국은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 이렇게 기쁜 적은 처음”이라며 감격했고 가수 윤민수는 “오늘 아버지 기일인데 아버지가 주시는 상 같다.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고 더 예쁘게 키우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할 말이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고, “제일 먹고 싶은 것은 뭐냐”는 질문에도 “비밀이다. 진짜 비밀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빠 어디가> 다섯 아이들은 큰 절을 하며 수상을 마무리했다.

<아빠 어디가>는 2013년 1월부터 방송을 시작해 현재 시즌2 제작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이날 연예대상 후보에는 <무한도전> <진짜사나이> 등이 올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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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