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TV 3사 대상 수상자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1: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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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는 여, 예능은 남 ‘대세’

[일요시사=사회팀] 연말이면 온 가족이 TV 앞에 모인다. 한 해를 정리하는 마지막 관문인 ‘연말 시상식’ 때문이다. 방송 3사는 매년 화려한 무대로 시상식을 뽐낸다. 이번 2013년 연말시상식의 트로피를 쥔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그 영광의 얼굴들을 살펴봤다.




방송사 연말시상식은 한 해 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은 수많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자리다. 동시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수상 후보자들이 긴장하는 만큼 시청자들도 설레는 마음으로 수상을 지켜봤다. 이변은 없었다. 과연 무엇이 이들에게 트로피를 안겨줬을까.

[KBS 연기대상]
 [  김혜수    ]

KBS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 역할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혜수가 연기대상을 받는 영예를 안았다. 김혜수는 지난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13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부장님도 쩔쩔매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 역을 맡은 김혜수는 카리스마와 코믹을 넘나드는 드라마틱한 연기를 선보이며 전국에 미스김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날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올라선 김혜수는 평소 파격 노출 드레스로 화제를 모았던 것과 달리 <직장의 신> 미스김 복장을 그대로 입고 나타나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 눈길을 끌었다.


김혜수는 수상 소감에서 “<직장의 신>이라는 드라마는 오래간만에 선택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사실 대본 첫 회 초반을 보고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모할 수도 있는데 용기를 냈던 작품이다. 그만큼 굉장히 신선하고 특별한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 계신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언제나 느끼지만 저희가 하는 일이 협업이라는 거 특별히 이 작품을 통해 더 많이 느꼈다. 함께해 주신 배우분들, 항상 따뜻하게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환기해준 스태프들 감사드린다. 감사드릴 분들 굉장히 많은데 개인적으로 깊게 감사드리도록 하겠다”고 제작진과 동료 배우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이어 “드라마를 통해서지만 저 스스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던 것도 행운인 거 같다. 더욱 건강하고 유쾌하게 주변을 환기해주는 드라마들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19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기대상 후보에는 <굿닥터>의 주원, <비밀>의 황정음 등이 올랐다.

[KBS 연예대상]
 [   김준호   ]

2013 KBS 연예대상은 연말 시상식의 신호탄이었다. 지난 21일 시상식의 대상은 <개그콘서트> <인간의 조건> <해피선데이-1박2일> 등에서 활발히 활약하고 있는 개그맨 김준호에게 돌아갔다.

김준호는 수상 소감에서 “모자란다고 생각했고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창피했다.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 후보에 있다는 것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한다. 개그콘서트에선 정말 오랜만에 대상이 나온 것 같다”고 기쁨을 전했다.


감격스러운 트로피를 안은 김준호는 눈물 대신 “나 대상 먹었다!”라는 짧고 굵은 수상소감으로 많은 말을 갈음했다. 

김준호는 KBS 예능 프로그램의 <개그콘서트>의 터줏대감으로 벌써 15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09년 도박 연루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기를 가진 그는 복귀 후 재도약해 더욱 부지런한 방송 활동으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이후 개그맨 특유의 입담으로 자신의 과오를 개그로 승화시키며 스스로 아픈 기억을 상기하며 채찍질해왔다. 지난 1996년 데뷔 이후 무려 17년 만에 얻은 값진 성과다. 2014년, 그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KBS 연예대상의 저주’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KBS 연예대상과 관련된 ‘흉흉한’ 이야기가 등장한 것은 역대 수상자의 수상 이후의 행보 때문이다. 신동엽(2002), 박준형(2003), 이혁재(2004), 유재석(2005), 김제동(2006), 탁재훈(2007), 강호동(2008,2009), 이경규(2010), <1박2일>(2011), 신동엽(2012) 등 최고의 활약을 펼쳐 대상을 수상한 이들 중 일부는 정점에서 상을 받자마자 슬럼프에 빠지거나 사건·사고에 휘말리며 하락세를 걸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믿거나 말거나’다. 과연 김준호는 저주를 깰 수 있을까.

김준호는 1996년 SBS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예대상 후보에는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 이영자 등이 올랐다.

[SBS 연기대상]
 [   이보영   ]

배우 이보영이 SBS 연기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보영은 지난 3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3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생애 첫 대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이보영은 수상 소감에서 “수상을 할 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해 편안히 진행하자는 마음으로 현장에 왔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남편인 배우 지성에 대해 언급하며 “신랑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잊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해줬는데 그러기엔 너무 소중한 작품이라 가슴 한 켠에 묻고 가려고 한다”며 작품에 대한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날 이보영은 방송 3사 PD들이 뽑은 프로듀서상과 10대 스타상 수상자로도 선정돼 3관왕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보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국선전담변호사 장혜성으로 분해 연하남 박수하(이종석 분)와 달달한 로맨스 연기를 펼쳐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2010년 <대물>로 대상을 받은 고현정 이후 3년 만에 SBS 연기대상 여성 대상 수상자가 됐다.

SBS에 있어 <너의 목소리가 들려>는 수목극 시장 절대 강자의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한 결정적인 작품이다.

이보영은 지난 9월 오랜 연인 지성과 6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개인적으로도 뜻 깊은 한 해를 보냈다.


2013년은 그녀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또 이보영은 이번 시상식에서 MC로 나서 김우빈, 이휘재와 호흡을 맞춰 시상식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보영은 2002년 CF 태평양 설록차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기대상 후보에는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 <주군의 태양>의 공효진이 올랐다.

영광의 얼굴들 보니…연기대상 3인 모두 여성
생애 첫 연예대상 쥔 개그맨들 ‘유종의 미’

[SBS 연예대상]
 [   김병만   ]


개그맨 김병만이 생애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다. SBS 연예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김병만은 지난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2013 SBS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인기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으로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김병만은 수상 소감에서 “이경규, 유재석, 강호동 선배에게 감사하다. 선배들은 만능 엔터테이너인데 나는 부족한 점이 많다. 대상 후보에 올랐을 때 기분이 좋았고 기대도 했다”며 “SBS가 고마운 건 내가 잘하는 정글을 만들어줬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연기자들이 자신의 이미지를 포기하는 등 많이 고생했다. 또 화면에 잡히지는 않지만 스태프들이 다치면서까지 촬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기자들, 스태프들,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그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이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병만은 “하늘에서 뛰어내리고, 물속으로 들어가고 하며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고자 했다”면서 “1월1일 소림사에 간다. 김병만 방식대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덧붙였다.

한편 시청률 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김병만의 대상 수상 소감 장면은 전국기준 16.2%의 시청률을 기록해 ‘최고의 1분’을 차지했다.

김병만은 2002년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예대상 후보에는 이경규, 강호동, 유재석 등이 올랐다.

[MBC 연기대상]
 [   하지원   ]

배우 하지원이 올해 MBC 연기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하지원은 지난 30일 밤 여의도 MBC에서 열린 2013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안았다. 하지원은 아울러 PD상과 인기상도 받아 이번 시상식에서 3관왕에 올랐다.

그는 올해 10월 방송이 시작된 드라마 <기황후>의 주인공 기승냥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쳐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고공 행진을 펼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원은 수상 소감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까지 고생하시는 수많은 스태프가 계시다. 이 상을 그분들에게 바친다. 더 많이 품을 수 있는 배우, 세상의 많은 사람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큰 배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지난해 10년 동안 몸담았던 소속사를 나와 해와달엔터테인먼트라는 1인 기획사를 설립했다. <기황후>는 이후 첫 작품. 그는 “힘든 시기에 선택한 것”이었다며 작품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시상식 직후 선후배 연기자들과 뒤풀이도 함께할 겨를 없이 12월31일 새벽부터 <기황후> 촬영에 합류했다.




하지원은 원나라에 공녀로 끌려가 황후 자리에까지 오른 고려 여인의 일대기를 담은 <기황후>에서 멜로와 액션, 코미디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폭넓은 캐릭터 소화력과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원은 2006년 <황진이>로 그해 KBS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한 뒤 7년 만에 두 번째 연기대상의 영광을 맛봤다.

하지원은 2000년 영화 <진실게임>으로 데뷔했다.

한편 이날 연기대상 후보에는 <백년의 유산>의 박원숙, <여왕의 교실>의 고현정이 올랐다.

[MBC 연예대상 ]
 [아빠어디가 팀]

<일밤-아빠어디가>가 MBC 연예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연예대상에서 <아빠어디가> 팀 전원이 대상을 수상한 것이다.

이날 김유곤 PD는 수상 소감에서 “내가 했다기보다는 많은 제작진이 고생했다”며 “처음 확신이 없던 시절 기꺼이 동참해주신 다섯 아빠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밝혔다.

방송인 김성주는 “예능인으로서 자질이 높은 분들을 보며 많이 배운다. 다섯 아빠들은 그런 자질이 없는 사람들인데 아이들은 정말 보석 같다. 제 자식처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전했다.

배우 이종혁은 “제 인생 첫 번째 대상”이라며 “정말 감사드리고 천사 같은 다섯 아이들 덕분에 1년간 행복했다”고 전했다.

또 축구선수 송종국은 “2002년 월드컵 4강 이후 이렇게 기쁜 적은 처음”이라며 감격했고 가수 윤민수는 “오늘 아버지 기일인데 아버지가 주시는 상 같다.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고 더 예쁘게 키우겠다”고 인사를 건넸다.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할 말이 없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고, “제일 먹고 싶은 것은 뭐냐”는 질문에도 “비밀이다. 진짜 비밀이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아빠 어디가> 다섯 아이들은 큰 절을 하며 수상을 마무리했다.

<아빠 어디가>는 2013년 1월부터 방송을 시작해 현재 시즌2 제작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이날 연예대상 후보에는 <무한도전> <진짜사나이> 등이 올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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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