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②갑오년 뒤흔들 정치권 핫이슈 & 관전포인트

"조용하면 이상하지∼" 365일 바람 잘날 없다

[일요시사=정치팀]2013년 정치권은 '다사다난' '정치실종' 등의 단어로 요약된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전 인수위 시절부터 불거진 인사 문제는 '참사'라는 표현까지 낳으며 1년 내내 지속됐고, 눈덩이처럼 커져만 가는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집권 1년도 채 안돼 종교·노동·시민계 등의 '정권 퇴진' 운동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은 정쟁에만 매몰돼 '정치 없는 정치를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새해에도 정치권을 뒤흔들 대형이슈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정치권은 또 한번 요동칠 전망이다. 2014년 눈여겨 볼 정치권 핫이슈를 짚어봤다.  




2014년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는 뭐니 뭐니 해도 오는 6월4일 열리는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박근혜정부 출범 2년차에 열리는 만큼 중간 평가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근혜정부의 운명이 지방선거 결과에 달렸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또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민심의 잣대로서의 역할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달아오르는
지방선거 열기

당장 새누리당이 지방선거에서 낙승하지 못할 경우 여권내부에서부터 레임덕이 시작돼 남은 3년여의 임기를 암울하게 보낼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여야 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여야는 사활을 걸고 지방선거에 임할 태세다. 특히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지방선거 압승을 위해 직접 후보군들을 챙길 것이라는 후문이다.
또한 지방선거에 이어 7월에 열리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도 10여 곳 이상의 지역에서 열릴 예정이어서 결과에 따라 현재의 여대야소 구도가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 한 관계자는 "박근혜정부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지방선거의 압승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며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 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영남지역 외에 최소한 서울, 경기도, 인천 등 '빅3 지역'은 싹쓸이해야 한다"며 "그간 국정의 발목을 잡았던 대선불복 이슈를 잠재우기 위해 유력한 후보들을 차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서울시장에는 7선의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경기도지사에는 5선의 남경필 의원과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인천에는 황우여 대표 등 '거물급 차출설' 등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시장, 울산시장, 전남지사 등 연임 제한(3선)에 걸려 무주공산이 된 지역에서는 이미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탄탄한 아성을 구축했기 때문에 내부 공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예비후보 등록이 오는 2월4일부터이기 때문에 원외에 있는 인사들은 벌써부터 출마선언 및 물밑작업에 들어간 상황이다. 

뜨는 '안 신당' 
정가 최대 변수

여권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해 민주당 등 야권도 '올인 전략'으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는 신설된 세종특별시장을 포함해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 시·도교육감 17명 등이 선출될 예정이다.


2014년 정치권을 뒤흔들 가장 큰 변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과 향후 행보다. 지방선거와 미니 총선급 규모의 국회의원 재보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안철수 신당'이 다수의 후보를 당선시킬 경우 수십년간 지속된 여야 양당 구도는 '3당 체제'로의 재편이 불가피하다.

안 의원도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과 2012년 대선을 잇달아 양보한 만큼 이번 지방선거와 재보선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안 의원은 지난 8일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새정추)'를 공식 출범시키고 창당과 인재영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최근 '한국갤럽'의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한 조사에서 32%의 지지율을 얻어 민주당(10%)을 압도하고, 새누리당(35%)에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오는 등 신당 창당 분위기는 무르익었다는 평가가 많다.(조사기간 - 12월16∼19일, 조사대상 - 전국 유권자 1207명, 조사방식 - 휴대전화 RDD 전화조사원 인터뷰,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2.8%p)

6·4 지방선거 여야 사활건 대격돌
안철수 신당 성공 여부 정치권 촉각

변수는 야권연대 여부다. 안 의원은 "야권연대는 지금 단계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정면승부를 펼칠 것을 예고했지만, 살아있는 생물이라 불릴 정도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요동치는 정치에서 야권연대가 전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민주당 한 관계자도 "안 의원의 최근 발언을 감안하면 전면적 연대 가능성은 낮지만,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를 막기 위해 지역 차원의 논의를 통한 연대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며 "예를 들면 호남지역은 각개 출마, 서울 등 주요 지역은 연대가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 전당대회
여 권력구도 재편

새누리당의 차기 당권 향배도 관심사다.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황우여-최경환 체제' 지도부 임기는 지방선거 직전인 5월에 끝난다. 이에 비주류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봄 이전에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고, 차기 지도부의 책임 하에 지방선거와 재보선을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친이명박계)'의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 1년 동안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며 "집권여당 스스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지고 양보할 사람이 양보도 하고, 주자가 새로 나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현 지도부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지난 2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적 쇄신 차원의 조기 전대가 아니라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등 큰 선거를 앞두고 전략적 차원에서 조기 전대 또는 선대위 체제(전환)에 대한 검토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기 전대론을 주장했다.
조기 전대론이 나오는 이유는 최근 지지율이 급락,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대 이하로 떨어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영향을 끼친 것을 분석된다.
그러나 황우여 체제의 새누리당이 지난 10월 재보선에서도 승리하는 등 무난히 당을 이끌어왔기 때문에 당내 갈등이 표출될 수 있는 전당대회는 지방선거 이후 치러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조기 전대론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지방선거 후 전당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차기 당권은 누구에게 쥐어지게 될까.
물론 거론되는 이들 가운데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를 드러낸 인물은 없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지난 10월 재보선을 통해 7선 의원으로 정계에 복귀한 '원조 친박' 서청원 의원, 한때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의원, 신주류로 급부상한 최경환 원내대표 등이 유력한 후보군으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집권 여당의 당권 구도는 차기 총선 공천권 행사, 후반기 국회의장, 집권 중기 국무총리 후보 등의 인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여권 내 권력 이동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예측 불허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박 대통령 취임 초에도 북한은 제3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개성공단 폐쇄 등의 조치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신뢰와 원칙의 대북관계 기조를 유지해 결국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에 합의했고,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도 3년 만에 열기로 하는 등 대북 관계에서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등으로 혼란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국방부에서 나와 주목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지난 17일 주요 지휘관 회의에서 북한 군부의 과도한 충성경쟁과 '공포정치'에 대한 불안감 가중으로 "북한이 내년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사이에 도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장관이 도발 시기를 1월 하순에서 3월 초순 정도로 예상한 것은 3월 한미 키리졸브 훈련 등을 앞둔 북한의 반발 가능성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가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새누리 전당대회 여권내 권력이동 신호탄
어수선한 북한, 추가 도발 가능성도 주목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현 시점에서 핵실험이나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지만 조 의원이 주장한 것은 예상해 볼 수 있는 북한의 도발 유형 중 하나라는 시각이 많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도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펜타곤에서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재자에 의한 이런 종류의 내부 행동(장성택 처형 등)은 종종 (대외)도발의 전조가 된다"며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9일 국방위원회 정책국 서기실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청와대 국가안보실로 보내 자신들의 '최고 존엄(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모독'이 반복될 경우 예고 없이 무자비한 대남 보복행동에 나서겠다는 내용의 협박통지문을 발송했다. 


이는 지난 17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맞아 대한민국어버이엽합 등 5개 보수단체들이 서울시내에서 벌인 '김정일 사망 2주년 축하 화형식' 등이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군은 북한의 이번 위협이 과거처럼 '최고 존엄 모독'을 구실로 삼은 수사적 위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위협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강화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증폭

1년째 수습은커녕 의혹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은 2014년도에도 정치권의 주요 이슈가 될 전망이다.
국정원의 대선 댓글 작성 의혹은 최초 수십 건에서 120만건으로 확대 기소됐고, 검찰이 물리력의 한계로 밝혀내지 못한 댓글도 2000만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의혹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또한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도 최초 일부 요원의 '개인적 일탈' 해명이 무색하게 '부실 수사' 비판을 받고 있는 국방부의 '셀프 수사'에서도 11명의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의 '대선개입 댓글 작성' 혐의가 확인되는 등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은 공동으로 '범정부적 대선개입 사안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지난 23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여야 4자회담에서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교섭단체 간에 계속하겠다고 합의한 것을 파기한 것"이라며 "또 다른 정쟁을 유발하고자 하는 계략"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 문제를 두고 여야의 정치적 공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
측근비리 주목

정치권 한 관계자는 "임기말에나 나올 법한 종교·노동·시민계의 '정권퇴진' 운동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도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 9월 박 대통령의 5촌 조카가 거액의 사기행각을 벌이고 도주하던 중 경찰에 붙잡혀 구속된 일이 있었는데, 크게 이슈화되지 않았다. 청와대의 부실한 친인척 관리는 복잡하게 얽힌 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를 다잡지 못해 조만간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허주렬 기자 <carpediem@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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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박 터질’ 11월 국회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9월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과 상복으로 기싸움을 벌이던 여의도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12월 정기국회 종료까지 겨우 한 달 남았지만 여야 간의 파열음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질세라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폭주에 맞서겠다며 맞불을 놨다. 고성과 퇴장이 난무하던 이재명정부 첫 국정감사(이하 국감)가 종합감사만 남긴 채 막바지에 돌입했다. 수많은 안건 속에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언급된 건 김현지·조희대 두 사람의 이름이다. 여전히 베일에 싸인 김현지 제1대통령실 부속실장과 사퇴 압박에도 꼿꼿하게 버티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둘러싼 국감 후폭풍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현지 조희대 오는 6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가 대통령실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 김 실장 이름을 증인으로 올렸지만 끝내 불발됐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김 실장을 증인으로 불러 모든 의혹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감사가 아닌 정치공세”라며 이를 거부했다. 민주당은 김 실장이 국감 당일 오전 또는 오후 1시까지만 출석할 수 있다고 밝혔고 ‘반반 출석’ 논란을 키웠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김현지 증인 출석을 놓고 민주당이 내놓은 안은 오전 출석, 오후 불출석이라고 하는데 국감이 치킨인가? 반반 출석하게”라며 “김 실장 한 사람을 지키려고 하니 이런 코미디가 나오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의힘이 ‘김현지 흔들기’에 나서자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을 도마 위에 올렸다. 민주당은 “국감이 끝난 이후 사법개혁을 처리하겠다”며 조 대법원장이 스스로 거취를 정할 수 있는 데드라인을 그어줬다.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이번 사법개혁안은 제왕적 대법원장의 전횡을 막고 재판의 민주적 절차를 강화하기 위한 사법정상화법이다. 사법 독립성과 책임성을 두텁게 하고 국민의 공정한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사법부 장악 논란을 사전에 잠재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대법원이 조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를 외면할 경우 탄핵을 포함한 모든 법적·정치적 수단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놨다. 두 사람의 이름은 오는 12월 정기국회를 마치고 해를 넘겨서도 호명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모두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겨냥해 상대편의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전략이다. 한 야권 관계자는 “김건희 특검이 12월까지 갈 것으로 봤는데 조희대라는 새로운 공격 포인트가 생겼다. 민주당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며 “‘내란 세트’로 묶어서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심산이다. 내란이라는 키워드만큼 국민의힘을 공격하기 좋은 소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민주당은 부동산 실책이 뼈아프다. 그걸 덮기 위해 조 대법원장을 계속해서 끌어들일 것”이라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추경호 의원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면 이제 그쪽을 노리지 않겠나? 여아가 머리채만 안 잡았지, 아마 역대급 국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야 ‘사이좋게’ 하나씩 쥔 약점 특검 앞 권성동·추경호 운명은? 추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의 계엄해제 의결을 방해한 혐의로 첫 조사를 받았다. 특검은 당시 원내대표였던 추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의원총회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함으로써 고의로 표결을 방해했는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날 추 의원은 조은석 내란특검에서 진행되는 1차 피의자 소환조사에 응해 “무도한 정치 탄압”이라며 “당당하게 특검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권성동 전 원내대표의 첫 재판은 오는 3일로 예정돼있다. 권 전 원내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각종 악재가 국민의힘을 단단히 휘감자 부동산으로 한차례 휘청한 민주당이 반사이익 효과를 볼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여론조사 대납 의혹을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의 대질이 오는 8일 예정돼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판까지 흔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정부 출범 후 첫 예산 심사로 국민의힘은 지역사랑 상품권 등 이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인 지역 화폐를 겨냥해 맹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민주당 주도로 추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민의힘이 크게 반발했고, 지난 8월 정부 예산안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재명식 포퓰리즘’ 프레임 굳히기에 나섰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5일 있을 예산안 공청회를 시작으로 6∼7일 이틀간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할 예정이다. 10~11일에는 경제부처, 12∼13일에는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가 진행되고 17일에는 소위원회 예산안의 감·증액을 심사하는 예산안조정소위가 가동된다. 각 소위의 논의를 거친 예산안은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된다. 예산안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지만 늘 그렇듯 여야의 예산 샅바싸움으로 해당 날짜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728조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에 견줬을 때 8.1% 늘어난 규모다. 이 대통령은 초혁신 경제 분야 등에 큰 폭으로 투자해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안이 의결되던 날 이 대통령은 “지금은 어느 때보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씨앗을 빌려서라도 뿌려서 농사를 준비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말했다. 역대급 규모 쩐의 전쟁 이어 “현재 우리 경제는 신기술 주도의 산업 경제 혁신, 그리고 외풍에 취약한 수출 의존형 경제의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며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는 내년도 예산안은 이런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고 경제 대혁신을 통해 회복과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한 마중물”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AI 투자다. 그동안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을 강조한 만큼 예산 역시 이에 맞춰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10조1000억원으로 책정했다. 자동차·조선, 반도체 등 주요 산업에 AI를 접목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등 ‘피지컬 AI’ 분야에도 집중 투자를 예고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9.3% 증가한 35조3000억원이다. 역대 규모인 이번 예산 중 10조6000억원이 AI·바이오·콘텐츠·방산·에너지·제조 등 6대 첨단산업의 핵심 기술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투입된다. 이 중에서도 국민의힘은 26조2000억원으로 책정된 ‘민생경제 회복과 사회연대경제 기반 구축’ 부문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부는 24조원 규모로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지원하고 지역별 여건을 고려해 국비 보조율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민주당은 24조원은 총 발행되는 상품권의 액면가이며 이 중 3~7%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예산은 4000억원으로 도합 4조5000억원 규모로 책정됐다. 또 정부는 연 매출 1억400만원 미만인 소상공인 230만개 사에 경영안정 바우처 25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예산안이 발표되자 국민의힘은 곧바로 ‘국민 부담 가중 청구서’라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정부 예산이 올해보다 8.1% 늘어난 72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조세감면까지 포함하면 실질 지출은 무려 808조5000억원에 달한다”며 “내년도 국가채무는 1415조원, 2029년에는 무려 1789조 원으로 폭증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9년에는 58%까지 치솟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문재인정부 5년 동안 국가채무 비율이 33.9%에서 46.8%로 뛰어올랐는데 이정부는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나랏빚을 통제하기는커녕, 폭발 직전까지 끌어올릴 심산”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거짓 선동”이라며 민생 최우선에 초점을 맞췄다고 반박했다. ‘올려’ ‘내려’ 본회의 난타전 쟁점 법안 처리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민주당은 사법개혁을 위한 법 왜곡죄를, 국민의힘은 이정부의 부동산을 겨냥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각각 법 왜곡죄를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판·검사가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등 잘못된 사실관계에 법을 적용해 기소나 유죄 판결을 내리는 경우 처벌토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법 왜곡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정감사 대책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사법개혁안에 대해 “이번달 까지 (입법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백혜련 사법개혁특별위원장도 MBC 라디오를 통해 “특위에서 낸 5대 개혁안은 상당한 공감대가 이미 이뤄져 있다”며 “당내, 국민적으로 그리고 법원과도 대법관 증원 문제 빼고는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법사위 논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면 이번 정기국회 내 충분히 처리 가능하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개혁 골든타임을 절대로 실기하지 않고 연내에 반드시 마무리 짓겠다”며 힘을 실었다. 헌법 제84조이자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대통령 재판중지법’에도 군불을 땠다. 법사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이 대통령 파기환송심은 다시 기일을 잡아 (재개)할 수 있느냐” 고 물은 데 대해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이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이 도화선이 됐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에 발생한 범죄로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당시 사법 리스크 족쇄를 풀지 못한 이재명 대표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조항을 놓고 여러 갈래의 해석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법안이 당론은 아니라면서도 향후 사법부의 행동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압박에 나섰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YTN 라디오를 통해 “많은 국민이 지난 국감에서 서울고등법원장의 발언을 보고 깜짝 놀라셨을 것”이라며 “벌써 몇 달째 계류 중인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국민이 만들어주신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개혁? 부동산? 마음은 지선 노발대발 ‘쇼츠각’ 잡는 의원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민의힘은 막아낼 도리가 없다. 대신 국민의힘은 부동산 규제를 파고들면서 이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찔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이하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재건축 활성화의 핵심인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에 부담금을 부담하는 규제다. 앞서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당 차원의 결정은 아니”라며 입장을 선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자 신중론을 내세운 것이다. 여당의 갈지자 부동산 행보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나오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국민적 비난과 여론의 뭇매로 궁지에 몰리자 이제야 국민의힘이 줄곧 주장해 온 재초환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한다”며 “이미 김은혜 의원이 법안을 발의해 놨다. 정기국회에서 재초환 폐지 법안을 여야 합의로 신속 처리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감에서 재초환 유지 방향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여야 간 이견만 커지는 모양새다. 민주당 이연희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재초환 폐지는 투기 광풍을 불러올 조치기 때문에 결코 안 된다.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에 김 장관은 “공감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민주당은 재초환 폐지를 정기국회 내 처리하자는 국민의힙 요구에 대해 “원내 중심의 대화를 기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 다만 더 이상 부동산 문제로 자책골을 넣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강한 만큼 국민 여론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여당인 민주당이 언제까지나 ‘신중하게’ 입장을 보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 시장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국민의힘 페이스에 말려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기류가 흐르는 만큼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더라도 여야의 강대강 대치는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회가 이례적으로 국감 도중 본회의를 열고 비쟁점 민생 법안 70여건을 일괄 처리하면서 협치의 물꼬가 트이나 싶었지만 또다시 서로를 향해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앞서 민주당은 APEC 주간을 앞두고 국민의힘을 향해 “무정쟁 주간을 갖자”고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경제 참사·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오히려 비판 수위를 높였다. 김도읍 정책위의장은 “이정부와 민주당이 독선과 독재를 멈추고 정치를 회복시키면 정쟁은 없어진다”고 훈수했다. 손 내밀어도 고개만 팽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인 민주당은 정부의 외교 성과를 띄우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야당으로서 잘한 것과 아쉬운 것을 구분해 견제해야 하는데 지금 의원 한 명 한 명이 국회를 자기 정치의 장으로 쓰고 있다”며 “내년 지방선거 영향이 크다. 선거를 앞뒀는데 어떤 정당이든 서로 의견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회의감을 내비쳤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