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①'지도자 사주로 본' 남북관계 대예측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5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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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김정은 궁합 보니…“상극도 이런 상극이 없다”

[일요시사=정치팀] 갑오년 새해가 밝았다. 60년에 한 번씩 돌아온다는 ‘청마(靑馬)’의 해. 말은 행운을 가져오는 동물로 여겨지지만 북한의 공포정치가 심해지면서 2014년 한반도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특히 장성택 처형으로 남북관계는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갑오년 남북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흐를까. 역술가 백운비 원장을 찾아가 그 해답을 들어봤다.




2014년 갑오년은 그야말로 예측 불허다. 한반도 주변에서 밀려오는 동시다발적 파도로 벌써 험난한 한해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북한이 있다. 장성택 숙청으로 북한의 권력판도가 요동치면서 2014년 남북관계는 물론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온 국민의 관심은 남북관계에 쏠린 상황. 백운비 원장은 갑오년 국운은 상승기 이지만 남북관계는 썩 좋지 않다고 내다봤다.

도발 분위기 고조
국운은 파죽지세

백 원장은 “갑오년에는 운기가 안에서 밖으로 뻗어나가 경제, 기타 외교 등 국력이 한 단계 이상 성장하고 수출 호조와 외화 벌이를 위해선 호기”라면서도 “우리나라의 오운은 토운으로, 중심이 되지만 외부 침공을 많이 받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북한은 최근 ‘예고 없이 남한을 타격하겠다’는 협박성 통지문을 보내왔다. 김정은이 제1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방위원회 명의로 예고 없이 남측을 타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판문점 채널을 통해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 앞으로 보내온 것이다.

북한은 남한 보수단체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벌인 시위가 자신들의 ‘최고존엄’(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김씨 3대)을 모독했다고 간주해 이 같은 협박 전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도발 위협에 우리 정부도 곧장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서해 군 통신선을 이용해 만약 도발한다면 단호하게 응징하겠다는 내용의 답신을 북한에 보냈다. 북한은 지난 11월 연평도 포격 3주년 때도 “북한 영해에 포탄이 한 발이라도 떨어지면 남한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위협이 담긴 전통문을 보낸 바 있다.

“피말리는 2∼3년 이어져”
흑·백 분명…대혼란 예상

백 원장은 “북한의 도발 발언은 그간 수차례 있었지만, 올해에는 직접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운이 파죽지세(감히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막힘없이 밀고 나가는 형세)여서 절대로 북한에 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라며 “작은 것이든 큰 것이든 북한의 침공을 받되 국가 안보에 있어서 철통같은 방어체제가 구축될 뿐 아니라 우리 정부가 이기는 형국이 되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 가능성은 앞서 정부도 제기한 바 있다. 국정원과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내년 1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도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1월 말∼3월 초는 북한군의 동계훈련 기간인 점, 2월 16일이 김정일의 70회 생일인 점 등이 꼽혔다.

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이 2월에 시작된다. 내년 1월 말에서 3월 초 사이는 부대의 병력 증강, 선군정치를 내세웠던 김정일 생일 기념 등 북한이 도발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갖춰진 기간인 셈이다.

백 원장은 “상반기부터 시작해 2∼3년이 남북 관계에 있어서 제일 위험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갑오년부터는 준전시로 들어가는 운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내다봤다.

양 지도자의 합
흑백논리 분명

남북 지도자의 합은 어떻게 흘러갈까. 백 원장은 “흑백논리가 분명하고 분열 되는 것이 명백해 지는 한 해”라고 짚었다.


박근혜 정권은 지난해 출범과 동시에 김정은 체제의 핵무력 강화 방침과 맞물리면서 시작부터 어긋난 바 있다. 장거리 로켓발사에 이어 북한은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가 연이어 터지면서 두 지도자의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7차례의 지루한 회담 끝에 개성공단 정상화에 합의하는 성과를 내고, 이산가족 상봉 추진, 금강산 관광 회담도 논의되는 등 관계가 정상궤도에 진입하는 듯 보이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했다.

백 원장은 “두 지도자는 성격이나 정치스타일이 확연히 다르다”며 “박 대통령의 정치스타일은 대의멸친(정의 즉 옳은 길을 위해서는 사적인 일에 구애 받지 않음)형인 반면 김정은은 외유내강(겉은 부드러우나 안은 대단히 강함)형이다”라고 진단했다.

[박] 대의멸친형
[김] 외유내강형

백 원장은 이어 “김정은은 단순형으로 잡념 공상, 복잡한 것을 오래 담아두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지도자로서 부적합한 인물”이라며 “과묵형이지만 성격이 급하고,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며 논리적 타협이 없고 무조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평소에도 김정은은 ‘광고(예고)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의 갑오년 대북정책에 대해 원칙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접근을 주문했다.

백 원장은 “도전과 도발이 어느 때보다 많고 심각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므로 대의멸친 정신을 더 강하게 작용 하는 것이 좋겠다”며 “국운이 강해 국익에 관한 일이라면 과감한 방어일지라도 순조롭게 나갈 것”이라고 조언했다.

왼팔·오른팔
2인방 운명은

김정은 체제의 2인자였던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변화된 북한의 2기 권력구도도 주목해볼만 하다. 지난 17일 공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 면면은 지난 1년간 숨가쁘게 진행된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식 권력서열을 발표하지 않는 북한에서 주석단 명단은 파워 엘리트들의 위상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 자료로 평가받는다. 김정은에게 가까이 위치할수록 중책을 맡은 인물, 반대로 주석단에서 사라질 경우 숙청설이 나돌기도 한다.

2주기 주석단은 총 30명으로 작년보다 4명이 줄었다. 변화된 주석단의 두드러진 특징은 장성택을 숙청한 노동당과 북한군의 보위세력이 권력 중추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정은의 좌우에 나란히 포진했다. 이들은 김정은을 끝까지 보좌할 충신일까. 반역을 꾀할 역모자일까.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최룡해에 대해 백 원장은 “운이 안 좋은데 득수한 형국”이라며 “‘급변 급해’할 운으로 갑자기 올라갔다 갑자기 떨어지는 운으로 보여진다”고 평했다. 


“위험천만한 상황 반복
2019년부터 좋아질 것”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현재 당 정치국 상무위원,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인민군 차수를 겸임하고 있다. 최 측근 가운데 김정은의 현지 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하는 인물로 특히 군부대 방문에 최 국장이 빠진 적이 없다.

그는 지난 2010년 김 제1위원장과 함께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고 그해 당중앙위 비서, 중앙군사위원 등 직책을 부여 받으며 실세로 떠올랐다. 이어 2012년 4월에는 인민군 차수로 초고속 승진을 했고 지난 5월엔 김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입지를 다졌다.

백 원장은 “개인 운으로 봐도 김정은의 제1 심복자(측근)로써 미약할 뿐 아니라 떠받드는 보필형은 되더라도 리더형은 못 된다”며 “실력이 낮고 질도 낮은데다가 엘리트형이 아니다. 추락은 분명한데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짚었다.




상징적인 2인자로 평가받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어떨까. 백 원장은 “존속유지에 일맥형통형으로 한맥으로 가서 자기 자리를 지킨다고 나온다”며 “유일한 관리형으로 보존, 진행, 착상에 능한 게 장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결점은 우유부단해서 자기 신조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다는 것”이라며 “급변하는 최룡해와 달리 안정적으로 보이긴 한다”고 덧붙였다.


5년 뒤부터 개선
안정세로 돌아서

갑오년 새해. 정부는 북한의 큰 정세 변화에 숨겨진 속내를 꿰뚫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또 혹시 모를 북한 도발에 대비해 대북 감시 태세를 높이고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백 원장은 “갑오년 남북관계는 한마디로 좋을 수가 없다”며 “기해년인 2019년 이후부터 서서히 좋아질 것이며 그때까지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처형된 장성택 사주 보니…
“거사할 운명? 수명이 짧을 뿐!”

북한 김정은 정권의 2인자. 잘나가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유일지배 체제에 도전한 국가전복 음모행위가 죄명. 과연 그는 단명할 운명이었던 것일까. 

백 원장은 “장성택은 직연과 학식이 풍부하고 구상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며 “호색가이면서 성격은 조용하지만 옹고집이 강하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나름대로 바르게 살아가려고 하는 정의감이 투철한 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옹고집형 성격은 장성택이 살아온 길에서도 읽힌다. 그는 1972년 김일성 주석의 큰 딸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와 결혼하면서 이른바 ‘백두혈통’으로 일컫는 김일성 3대와 인연을 맺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 체제 구축을 위해 정적 숙청작업을 이끌면서 권력의 중심부로 들어섰다. 

1970년대 초반 측근파티로 2년간 노동 현장에 보내지는 수모를 당했지만 다시 김정일 전 위원장의 신임을 얻어 소위 최고지도자의 ‘숨은 그림자’ 역할을 했다. 2002년 10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자격으로 북한 경제 시찰단을 이끌고 남한도 방문했다. 

복잡한 사생활 문제로 2004년 또 한 차례 실각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부름을 받고 2년 만에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김정일 위원장을 대신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견인했고, 자신의 측근들을 전부 당과 군부 요직에 앉힘으로써 사실상 자신의 왕국을 만들었다. 

그러나 위세 당당하던 장성택 시대는 한순간에 막을 내렸다. 유일 세습 체제에 위협을 느낀 김정은이 그와의 결별을 단행한 것이다. 

백 원장은 “본래 사주에 나타난 성격은 보수적이면서 합리적인 사람으로 악이 없다”면서도 “다만 수명이 짧을 뿐이다. 항간에 거사할 운이었다고 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럴 운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아>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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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