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검찰 넘버2’ 김수남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24 11: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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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TK…사정라인 ‘영남’세팅 완료

일요시사=사회팀]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에 김수남 수원지검장(55·16기)이 임명됐다. 김 지검장은 지난 9∼10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당직자들을 기소한 내란음모(RO) 사건을 지휘했다. 이번 인사를 두고, 무거운 사건을 끌어안아 ‘공’을 세운 그에게 청와대가 ‘상’을 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과 함께 TK 사정라인 마무리 작업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검찰 내 실질적 서열 2위인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놓고 최재경 대구지검장과 김수남 수원지검장과의 2파전 양상이 있었으나, 지난 19일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장에 김수남(54·사법연수원 16기) 수원지검장을 임명하는 등 고위간부 인사를 지난 24일자로 단행했다. 최교일, 조영곤, 전 지검장에 이어 세 번 연속 TK 출신이 서울중앙지검장을 맡으면서 경남 사천 출신의 김진태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 빅2’가 모두 영남 인사로 꾸려졌다.

고위간부
인사단행

핵심 사정라인을 확실히 장악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법무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장은 정권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며 “김수남 지검장이 임명된 것은 이석기 내란음모 수사에 대한 ‘공’을 세웠으니 ‘상’을 주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대구 청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판사로 임관해 3년 근무한 뒤 검사로 전관했다. 그는 대검 컴퓨터수사과장, 대검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법무부 정책홍보관리관,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 남부지검장을 거쳤다.

김 지검장은 온화하고 원만한 성품의 소유자로 알려진다. 그는 수사 능력과 기획력이 뛰어나며 추진력도 강한 ‘특수통’으로 불린다. 대언론 관계도 매끄럽다. 또한 공소장 변경 제도에 대한 연구로 법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학구적인 성향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검 중수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에서 반장을 맡아 ‘나라종금 로비의혹 사건’ 재수사를 한 경력이 있다.


2007년에는 삼성그룹 비자금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 차장을 맡아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으며,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설에는 재벌 2∼3세 주가조작 사건을 처리했다. 또한 미네르바 사건, 교원공제회 사건 등을 처리했다. 최근에는 수원지검장으로 재직하면서 지난 9∼10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당직자들을 기소한 내란음모 사건을 맡으면서 일찌감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내정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사 능력에 있어서는 수준급이라는 평가지만 정치적으로는 민감한 사건을 많이 맡아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가족관계는 부인 조은식(47)씨와 사이에 2녀가 있다.

통합진보당 ‘내란음모 사건’수사 지휘
공 세웠으니 상? 청와대 의중 실렸나

한편 이날 법무부 차관에는 김현웅(54·16기) 부산고검장을, 서울고검장에 국민수(50·16기) 법무부 차관을, 법무연수원장에 이득홍(51·16기) 대구고검장을, 부산고검장에 김경수(53·17기) 대전고검장을 발령했다. 또 대구고검장에 박성재(50·17기) 광주고검장이, 대전고검장에 김희관(50·17기) 부산지검장이, 광주고검장에 조성욱(51·17기) 서울서부지검장이 보임됐다.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김주현(52·18기) 현 국장이 유임됐다.

대검 공안부장에는 오세인(48·18기) 대검 반부패부장이 전보됐고, 반부패부장에는 강찬우(50·18기) 법무부 법무실장이 임명됐다. 반부패부장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 이후 특별수사를 총괄 지휘·지원하는 위치다.

법무부 주요 보직으로는 정인창(49·18기) 법무실장, 황철규(49·19기) 범죄예방정책국장, 한무근(50·17기)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보임됐다.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에는 19기 1명, 20기 6명 등 총 7명이 승진했다.

검사장 승진자는 안태근(47·20기) 법무부 기조실장, 김오수(50·20기) 서울고검 형사부장, 이금로(48·20기) 대전고검 차장검사, 김호철(46·20기) 대구고검 차장검사, 박정식(52·20기) 부산고검 차장검사, 안상돈(51·20기)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이다.


법무부는 “신임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찰의 지휘부를 새롭게 구성함으로써 조직의 기강과 분위기를 일신하는 동시에, 공정하고 투명한 검찰권 행사를 통해 ‘법질서 확립’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의 구현’ ‘비정상의 정상화’ 등 검찰 본연의 임무와 주요 국정과제 수행에 더욱 만전을 기하고자 했다”고 인사 취지를 밝혔다.

내란음모 수사
‘보상’인가

김 지검장은 지난 9월 검창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을 내란선동 및 음모,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하거나 이에 동조한 혐의로 수원지법에 기소했다. 내란음모 및 선동,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이적동조) 등 세 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에 나선 지 14일 만이었다. 당시 김 지검장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김 지검장은 발표에서 ▲사건개요 ▲공소사실 요지 ▲지하혁명조직 RO 실체 및 주요활동 ▲내란음모 등 경과를 나눠 설명했다. 김 지검장은 “2010년 제보자 신고로 통합진보당(당시 민주노동당) 내부에 지하혁명조직인 이른바 ‘RO’가 활동 중이라는 단서를 입수하고 내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5월 ‘RO’ 조직원들이 북한의 전쟁 도발에 호응해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 폭동을 음모한 사실을 확인해 핵심 관련자 10여명의 주거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총 604점의 압수물을 분석해 다량의 증거물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토대로 총책인 이석기 의원 등 핵심 관계자 4명을 구속해 수사한 결과 ▲RO의 실체와 비밀회동에 관한 조직원의 진술 ▲각종 녹취록 ▲압수된 문건과 디지털 증거 등에 비춰 혐의가 인정돼 구속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RO의 실체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체사상이 조직과 사업 전반의 지도 이념임을 명백히 하고 있고, 주체사상으로 철저히 의식화된 사람들만 조직원으로 받아들이는 폐쇄적 조직운영을 해왔다”며 실체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내란음모에 대해서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수행 목표로 삼고 있는 조직원들이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행위는 체제변혁을 위한 것으로 명백히 국헌문란 목적이 있다”며 “뚜렷한 내란선동 음모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이석기 의원 등 4명을 구속 기소함에 따라 30여년 만에 내란음모 사건 재판이 열리게 됐다.

2007년에는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에 앞서 검찰 특별수사 감찰본부 차장을 맡아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당시 김 지검장은 “김용철 변호사로부터 삼성 구조조정본부 비상연락망 같은 주소록을 받았다”며 “수사에 필요한 부분은 모두 참고자료로 썼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우리는 관련자 소환조사에서 굉장히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특검이 이와 관련된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나라종금 로비·삼성 비자금 등 
굵직한 사건들 맡은 ‘특수통’

특본이 3주라는 아주 짧은 기간동안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장 105일까지 수사가 가능한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팀’이 관련자 소환 등을 통해 수사에 나서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지적도 했다.

삼성비자금 사건은 2007년 10월, 삼성그룹의 전직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 삼성그룹의 비자금을 폭로하면서 큰 논란이 됐었다. 50여억원의 비자금을 자신이 관리해왔다고 밝히면서, 검찰 및 시민단체에 대한 로비를 이건희 회장이 지시했다는 문건을 공개하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이후 김용철은 변호사는 <한겨레> <시사IN> 등의 인터뷰를 통해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방식과 전방위적 로비의 실체,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의 과도한 충성 모습들을 공개했다.


이후 삼성 특검법이 발의, 통과돼 관련자들을 조사했으나, 결국 특검은 삼성 에버랜드 사건과 삼성SDS 사건, 삼성화재 횡령 및 증거인멸 사건만을 기소한 채 나머지 대부분의 의혹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일각에서는 수사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해 지방 검사에게 넘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그대로 수사를 종결 후 주요 관련자들을 불구속 입건하는 데 그쳐 ‘면죄부 특검’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형적인
정치검사

2008년에는 미네르바 사건을 맡았다. ‘미네르바 사건’은 2008년 하반기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에서 당시 리먼 브라더스의 부실과 환율폭등 및 금융위기의 심각성 그리고 당시 한국 경제추이를 예견하는 글로 주목을 받던 인터넷 논객 박대성씨가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체포 및 구속됐다가 무죄로 석방된 사건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허위사실 유포 전담반’을 신설하고 박씨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1항 위반으로 긴급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인터넷에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범죄 사실에 대한 해명이 있고, 외환 시장 및 국가신임도에 영향을 미친 사안으로 사건의 성격 및 중대성에 비춰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당시 미네르바 사건은 한국사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물음표를 던졌다. 이후 박씨는 허위사실유포죄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위반법 47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고 위헌 판결을 받았다.

2009년에는 특정 보수 언론의 광고주를 상대로 불매 운동을 벌인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관계자들을 기소했다. 조선·중앙·동아일보에 대한 ‘광고중단 압박 운동’을 벌인 네티즌들에게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당시 광고중단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카페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개설자 이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운영자 양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검찰은 “불매운동 자체가 협박은 아니지만 언소주 측이 벌인 불매운동 행태는 법에서 인정하는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문사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타인의 기본권, 기업의 의사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의중
반영 가능성

또한 2012년에는 MBC 파업에 참여한 MBC노조 집행부 구속을 시도했었다. 하지만 노조 집행부에 대한 영장은 기각됐다. 당시 MBC노조는 김 지검장을 맹비난했다. MBC노조 관계자는 “MBC노조 집행부에 2주 동안 두 번이나 구속영장을 신청한 검사는 김수남”이라며 “김수남은 미네르바 구속해서 인터넷 언론에 재갈을 물린 책임자, 미네르바 무죄여도 이 분은 검사장으로 영전했다”라고 김 지검장을 겨냥하며 “이젠 MBC노조?”라며 비난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들 맡아 논란도

MBC노조 파업의 이유는 이렇다. 사실 방송문화진흥회는 정권을 비롯한 외부적 세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지켜주는 일종의 완충장치였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 들어서면서 방송문화진흥회는 어느새 MBC를 조정하는 총독부의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방송문화진흥회는 MBC에 직접 인사권을 발동하며 친정권 성향의 제작본부장과 보도본부장을 임명한다.

엄기영 사장을 무력화 시키며 본격적인 간섭에 들어가려 한 것. 엄사장은 사퇴하고 방송문화진흥회의 입맛에 맞는 김재철이 새 사장에 임명됐다. 이에 MBC 구성원들은 출근 저지 투쟁으로 김재철 사장에 맞섰으나 김재철 사장은 자신의 진정성을 호소하며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낙하산 본부장 임명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구성원들은 조건부 수용을 허락했다.

하지만 사장 자리에 앉자 태도가 달라졌다. 친정권 성향의 인사들을 대거 요직에 포진시킨 것이다.

이후 방송문회진흥회 김우룡 이사장이 “그건 다 큰집에서 김사장을 불러다 쪼인트 까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라며 파문이 일었다. 충실히 정권의 청소부 역할을 수행하던 김재철 사장은 갑자기 날벼락을 맞았다. 김재철 사장은 급하게 기자회견을 열고 김우룡 이사장에 대해 민형사상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단 상황이 수습되자, 고소 건은 차일피일 미뤘고, 천안함 사태 이후 오히려 새로운 일을 벌였다. 보도본부장에 앉히지 않겠다고 약속했던 황희만씨를 부사장에 임명해 기존 약속을 어겼다. 결국 그는 언행을 통해 관제사장임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리하여 MBC 총파업이 시작됐다. 지난 3월 김재철 사장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의 과반수 찬성으로 임기 3년 만에 해임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김수남 지검장은?]

▲대구 출생
▲대구 청구고 졸업
▲서울대 법학과 학사, 석사 수료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제16기 사법연수원
▲대구지방법원 판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
▲광주지검 공안부장
▲대검찰청 컴퓨터수사과장
▲대검찰청 중수3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
▲법무부 홍보관리관
▲인천지검 2차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서울남부지검 검사장
▲수원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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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